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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염규현, 남형석

[로드맨] 학교 좀 지어주세요

[로드맨] 학교 좀 지어주세요
입력 2019-09-21 20:21 | 수정 2019-09-2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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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콩나물 교실은 옛말인줄만 알았는데 지금도 학생 수가 너무 많아서 고민인 학교들이 많다고 합니다.

    교실도 부족하고 급식도 제 때 못한다고 하는데요.

    저출산 시대에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지 길 위에서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수원 신도시에 있는 한 초등학교입니다.

    한번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재홍/수원 금호초 교감]
    "현재 51학급입니다. 일반 교실 학급은 42학급이 적정인데, 내년에는 7학급, 내후년에는 8학급 22년에는 총 10학급이 늘어날 전망입니다."

    [학생들]
    ("급식실 줄이 길어요?")
    "네!"
    ("얼마나 기다려요?")
    "10분? 20분!"

    신도시 주민들이 입주하면서 교육청 예상보다 학생 수가 크게 늘어난 겁니다.

    [김진아/경기도교육청 사무관]
    "개발이 완료된 지역 같은 경우 실질적으로 학교가 하나 들어가기 위해서는 1만2천㎡ 이상의 토지가 필요한데, 용지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 없는 것이고요."

    새로 지을 학교 부지가 있는 곳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이 학교 역시 예상보다 2배 가까이 학생들이 들어오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이소현/학생]
    "학생 수에 비해 교실이 너무 좁아요. 사람이 많아지니까 반이 부족해서 영어실이랑 과학실이 교실이 돼버렸어요."

    [교감선생님]
    "여기는 원래 음악실이었는데 교실이 부족해서 이렇게 6학년 5반 교실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게 교실이라고요?")
    "네. 교실입니다."

    [김인옥/선생님]
    "아이들이 마음 놓고 놀 수가 있는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고요. 또 교실을 오전, 오후로 써야 되니까 그런 문제도 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년에는 인근에 3000여 세대 아파트가 더 입주를 합니다.

    학생들도 더 많아지는 건데요.

    그래서 초등학교를 새로 짓기로 했는데 예정 부지는 이렇게 공터로 남아 있습니다.

    출산율 OECD 꼴찌 나라에서 이게 웬일인가, 깔끔하게 정리해드립니다.

    교육부에서 권고하는 적정한 규모의 학급 인원은 25명인데요.

    신도시가 많이 생기고 있는 경기도는 한 반에 30명 이상 수업을 받는 학교만 해도 300곳이 넘는다고 합니다.

    다른 지역 신도시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게 제도적으로 좀 허점이 있습니다.

    신도시에 학교 짓는 게 언제 결정되는지 아십니까?

    아파트 분양이 시작된 이후라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주민들이 대거 입주를 시작할 때쯤에서야 학교 건립 계획을 세우고, 건물을 짓기 시작하게 됩니다.

    교육부는 '도시개발이라는 게 엎어지거나 지연되는 경우도 있다 보니, 실수요를 확인한 뒤에야 학교를 지을지 말지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요.

    신도시 학생들은 결국 몇 년 정도는 불편을 참아야 하는 셈인데, 몇 년이면 졸업합니다.

    그나마 학교라도 있으면 다행이죠.

    아예 근처에 학교가 없었던 신도시는 더 큰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로드맨이 그 현장에 가봤습니다.

    5만 가구가 입주할 예정인 평택 고덕 신도시에 왔습니다.

    벌써 입주가 속속 시작되고 있는데요.

    아직까지 학교가 단 한 곳도 없다고 합니다.

    [한유림/초등학생]
    "짜증나요."
    ("왜요?")
    "학교가 안 만들어 지니까. 멀리까지 가야 되잖아요."
    ("걸어서 가면 얼마나 걸려요?")
    "20분에서 35분 사이 더 걸려요."

    [백경희/고덕신도시 주민]
    "단지 내 학교가 있다고 해서 그 점을 많이 고려하고 왔는데, 와보니까 공사 중이고."

    반면 신도시가 지어지는 주변 동네 학교는, 학생 수가 충분해도 폐교를 당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송정중 학생]
    "이거 좀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가만히 있는 학교를 왜 없애요 진짜?"

    [윤다혜/송정중 1학년생]
    "입학하기 전부터 그 사실을 이야기해주던가, 갑자기 들어오자마자 '이 학교 폐교합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학부모(?)나 저희로서는 당황스럽죠."
    ("혹시 학부모 아니시죠?")

    새 학교가 생기면 주변에 있는 학교의 문을 닫아야 한다는, 이른바 '학교총량제'에 따른 조치아니냐며 학생과 학부모 측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유재원/송정중 3학년생]
    "아무래도 혁신학교다 보니까 다른 학교에 비해서 수업 방식이 많이 달랐거든요. 되게 도움이 되고 좋은 학교인데…"

    [이기연/송정중 운영위원장]
    "(이 학교)졸업생이 그런 말을 했습니다. 정말 지켜야 되는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그 아이가 말하는 소중한 가치라는 것은 지금 송정중만의 특색 있는 이런 교육 방법 때문입니다."

    줄어드는 학생 수에 맞춰 학교 수도 줄여야 하는데, 그 사이에 끼어서 피해를 보는 학생들만 늘고 있는 셈입니다.

    해결책은 없을까요?

    여기 짓는 학교는 초등학교도 아니고 중학교도 아닌 초중학교라는 새로운 형태의 학교라고 합니다.

    학생 수 변화에 맞춰서 학년 별 학급 수를 조정하기 위해 이렇게 짓는다고 합니다.

    신도시 학생 수요도 맞추면서, 학생이 줄어드는 미래에도 대비하기 위한 경기도 교육청의 궁여지책입니다.

    '학교총량제'라는 말이 나왔는데요.

    원래 이름은 2015년부터 시행된 '학교 신설과 통폐합 연계 정책'입니다.

    학교 수를 늘릴 수는 없으니, 학교를 새로 지을 땐 주변 학교를 폐교하는 방안을 고려하라는 거죠.

    마치 수학 공식처럼 학교 수의 총합을 관리하는 건 아니라는 게 교육 당국의 입장이지만, 각 지방교육청은 이 정책에 따라 신도시 인근 학교 통폐합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도시개발로 인구가 갑자기 늘어난 지역에 학교가 생기면, 주변 원도심 학교는 학생 수도 당장은 줄지 않는데 갑자기 폐교를 당하기도 한다는 거죠.

    각 지방교육청에서 제도를 좀 유연하게 적용하거나, 아니면 교육부 차원에서 새로운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학생이 줄어드는 미래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학생들의 학습권까지 훼손해도 될까요?

    다음 주 교육부에서 신설학교에 대한 투자심사위원회가 열립니다.

    지켜보겠습니다.

    로드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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