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해야죠" 하다가도…"이름은 빼주세요"

◀ 앵커 ▶

지난 5월, 국회에 발의된 지 하루 만에 의원들의 자진 철회로 자동 폐기됐던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 우여곡절 끝에 다시 발의가 되긴 했는데 아직까지 논의 한 번 못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보건복지위 소속 22명의 의원 모두에게, 이 법안을 처리할 생각이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단 4명만 찬성의사를 밝혔는데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남인순 의원과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 그리고 정의당 윤소하 의원입니다.

나머지 18명 의원들은 반대 하거나, 혹은 답변을 거부했는데요.

그 속사정을 남재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 22명에게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에 대한 설문지 작성을 부탁했습니다.

대부분 답변 자체를 부담스러워했습니다.

[A 의원실 관계자]
"아 수술실 CCTV 설치… 익명입니까, 아니면 실명입니까?"

[B 의원실 관계자]
"(설문) 내용은 간단하지만, 저희한테 간단하지는 않죠. 만만치 않을 수 있죠."

일주일 넘게 기다려봤지만 돌아온 설문지는 단 6장뿐.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남인순 의원과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찬성,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과 김명연 의원은 반대였습니다.

나머지 16명의 의원은 아예 답변 자체를 거부했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간사인 기동민 의원을 비롯해 맹성규, 오제세, 윤일규, 인재근, 정춘숙, 진선미 의원 등이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C 의원실 관계자]
"너무 센 문제라 어려워요. 이게 막 접근할 일이 아니라니까요."

야당에서는 간사인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과 자유한국당 김승희, 신상진, 유재중, 윤종필, 이명수, 바른미래당 장정숙, 민주평화당 김광수, 무소속 손혜원 의원 등이 답변을 주지 않았습니다.

[D 의원실 관계자]
"아예 이거에 대해서 언급을 안 해버리는 게 의원실 입장에선 차라리… 괜히 내가 공격받을 이유가 전혀 없잖아요."

CG4]또 이 법안이 이번 회기 안에 상임위를 통과할 수 있을지도 물어봤는데, 통과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의원은 전체 22명 중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로는 의사협회의 강한 반발을 꼽았습니다.

[E 의원실 관계자]
"CCTV 설치한다고 하면 의사들이 난리 칠 거요. 의사들이 싫어하죠. 당연히."

당장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의사들과 척을 져야 좋을 게 없고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부담스럽다는 겁니다.

[F 의원실 관계자]
"이론과 현실이 좀 달라서. 선거 앞두고 지역 내 있는 분들하고 지역 내에서 부딪혀 버리니까."

[G 의원실 관계자]
"실명으로 나가니까 안되죠. 내용 잘 아시면서, 왜 외통수로 미세요. 저희 힘들게."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한 의원은 "곧 총선인데 첨예한 논쟁과 후폭풍이 예상되는 사안을 의원들이 논의를 하겠냐"며 특히 의사출신 의원들의 반대가 심하다고 전했습니다.

서로 눈치를 보며 답변을 하지 않는 분위기로 담합한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H 의원실 보좌관]
"우리 당 단톡방에서 묻더라고요. 이거 할 거냐. 사람들이 이 설문에 대해서…"

법안 통과는 고사하고 법안 심사를 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

일반 국민의 여론보다는 의사단체가 더 막강하다는 사실을 국회 스스로 인정하는 셈입니다.

[안기종/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국회의 존재 목적이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는 건데 유독 (수술실) CCTV 관련된 법만 심의를 안하는 것 자체는 저는 국회의 직무유기라고 생각됩니다."

결국 지난 5월 어렵게 재발의 된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은 지난 19대에 이어 이번 20대 국회에서도 논의 한 번 못해본 채 자동 폐기될 운명에 놓이게 됐습니다.

MBC뉴스 남재현입니다.

(영상취재: 현기택 김재현VJ, 영상편집: 장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