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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하던 회사서 대체복무…"지각을 밥 먹듯"

'임원'하던 회사서 대체복무…"지각을 밥 먹듯"
입력 2019-10-03 20:09 | 수정 2019-10-03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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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우수한 기술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서 군대에 가는 대신 기업체에서 산업 요원으로 일하는 병역특례 제도가 있습니다.

    그런데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서 자기가 임원으로 있던 회사에서 그대로 군 복무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지각도 흔하고 휴가도 넉넉히 가는, 참으로 편한 군 생활이 가능했습니다.

    공윤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개인 자산관리 앱으로 가입자 500만 명을 모은 인기 서비스 업체입니다.

    최근 450억 규모의 투자도 유치했습니다.

    이 서비스를 개발한 핵심 인력 A씨.

    A씨의 신분은 산업기능요원입니다.

    산업기능요원은 기술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군대에 가는 대신 34개월 동안 기업에서 일하는 병역특례 제도입니다.

    상법상 임원은 그 기업의 산업기능요원이 될 수 없습니다.

    자기 회사에서 군복무를 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그런데 A씨의 명함을 보니, 최고기술책임자, CTO라고 돼있습니다.

    A씨는 원래 이 회사의 등기임원이었습니다.

    그런데 2017년 7월, 돌연 임원에서 사퇴했고, 넉 달 뒤 산업기능요원이 됐습니다.

    서류상 임원만 아니면 되는 법의 헛점이 있는 겁니다.

    회사 내부 자료를 보니, A씨가 하는 일은 임원과 마찬가지입니다.

    각종 프로젝트를 결제하고, 채용할 때 최종 면접도 합니다.

    법 조항에는 "연구, 제조, 생산 분야가 아닌 사무관리, 영업업무는 겸직할 수 없다"고 돼있습니다.

    회사는 위법이라는 걸 다 알면서도, 직원들에게 말 조심, 명함 조심을 당부했습니다.

    감추려 한 겁니다.

    심지어 병무청이 "알아서 조심해주세요. 서로 피곤해져요"라고 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복무 관리도 부실합니다.

    A씨는 지난해에만 37일을 지각했고 휴가도 27일 썼습니다.

    합산하면 42일 휴가를 쓴 셈인데, 규정보다 두 배 이상 초과했습니다.

    [도종환/국회 국방위원]
    "경영에 관여하고 하던 일 다 하고 이건 군 생활이 아니지 않습니까? 편법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새로운 사례들이 나오고 있는 거라서…"

    회사 측은 "소규모 기업이라 임원과 직원 구분이 명확치 않아 괜찮다고 생각했다"면서 "앞으로는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병무청은 이 업체를 특별조사하고,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07년에는 병역특례 업체에 대한 대대적 수사로, 가수 싸이 씨의 산업요원 복무가 취소돼 다시 군대를 가기도 했습니다.

    MBC뉴스 공윤선입니다.

    (영상취재:황상욱 / 영상편집:문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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