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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째 고립된 산간 마을…흙탕물로 밥 지어

사흘째 고립된 산간 마을…흙탕물로 밥 지어
입력 2019-10-05 20:11 | 수정 2019-10-0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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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이틀전 태풍 미탁으로 큰 타격을 입은 경북과 강원 산간에는, 도로까지 끊겨서 완전히 고립된 지역이 적지 않은데요.

    저희 기자가 고립된 마을에 들어가봤더니, 상황이 무척 심각했습니다.

    마을 전체가 전쟁터처럼 초토화되었고, 물이 없어서 흙탕물로 밥을 지어 먹는가 하면 노인들은 몸이 아픈데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박성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폭격을 맞은 듯 처참하게 부서진 길.

    패이고 쓸려 나가, 5킬로미터에 이르는 아스팔트 도로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습니다.

    한 시간 넘게 걸어 들어가 도착한 마을은 더 비참합니다.

    태풍으로 토사가 집안으로 밀고 들어온 그제 새벽…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집안엔 쓸 만한 가재 도구 하나 남지 않았습니다.

    [황무석]
    "아무것도 없어요. 내 몸만 살아 나온 게 다이지 뭐. 쌀 한 바가지 가지고 (나왔지)."

    하천 옆의 집은 불어난 강물로 집안 가득 물이 찼고, 창고도 무너졌습니다.

    [남홍조]
    "(집에 물이 들어와) 내가 자꾸 퍼냈지 뭐, 놔뒀으면 온 방, 셋방 물이 다 찼지. 아저씨는 나보고 죽는다고 피하라고, 피하라고…"

    수도관이 끊기면서 물조차 나오지 않아 지난 이틀간 밥은 흙탕물로 지어먹었습니다.

    [신정희]
    "밥은 이 흙물 퍼다가 안쳐 가지고 이제. 어쩝니까, 물 없는데. 차가 안 다니니까 뭐…"

    정기 진료를 받고 약도 먹어야 하는 고령의 노인들은, 몸이 아파도 병원을 갈 수 없어 고통받고 있습니다.

    [최용화]
    "어른 한 분이 아파가지고 병원 가야 되는데 병원도 못 가고 있어요. 뭐 119 불러도 안 되잖아요. 119도 못 오잖아요, 지금…"

    논과 밭은 진흙 속에 파묻혀 힘겹게 지은 한 해 농사가 헛수고가 됐습니다.

    토사를 걷어내고 가재도구도 씻어보지만 일손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태풍 피해가 발생한 지 사흘째이지만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완전히 끊겨, 피해 복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북 울진군에서 고립된 마을만 17곳…

    1천 2백명 넘는 주민들이 외부와 차단된 채 발만 구르고 있습니다.

    울진군이 오늘부터 헬기를 투입해 생필품과 식수를 공급하기 시작했지만, 도로를 복구하는 데만 몇달이 걸릴 지 모르는 상황.

    대부분 고령의 노인들이 거주하는 산간 마을인 만큼, 적극적인 정부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MBC뉴스 박성아입니다.

    (영상취재 : 양재혁 (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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