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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보 제공' 위헌에도…56만 건 수사기관에

'의료정보 제공' 위헌에도…56만 건 수사기관에
입력 2019-10-05 20:21 | 수정 2019-10-05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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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종로구 숭인동의 정형외과 진료, 2013년 7월 31일 모 의원 내방, 그리고 모 약국 내방.

    어느 철도노조 간부의 자세한 의료 기록인데요.

    경찰이 당시 파업 중이던 노조 간부들의 소재 파악을 위해 건보공단한테서 받은 겁니다.

    그런데, 이런 의료기록은 대단히 민감한 개인 정보죠.

    헌법재판소도 지난해 이런 정보제공을 위헌으로 결론내렸습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도 건보공단이 수사기관에 넘긴 개인 의료정보가 56만 건이 넘는다고 합니다.

    곽동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2013년 철도노조 파업 당시 부위원장이었던 박태만 씨.

    파업이 끝난 뒤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황당한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경찰 수사기록에 자신의 진료 내역들이 상세히 적혀있었던 겁니다.

    [박태만/당시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
    "어느 병원에 무슨 병명까지 나와가지고 어디서 얼마나 치료받았다는 것까지 까발려진 거잖아요. 나는 무죄인데도."

    나중에서야 경찰이 영장도 없이 건보공단에서 받은 정보들이란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경찰은 심지어 수배중이던 노조간부를 잡기 위해 아내가 다니는 산부인과 정보까지 요청했습니다.

    [최은철/당시 철도노조 사무처장]
    "이 분이 자녀가 없어가지고, 아내분이 산부인과 진료를 계속하고 있었던 과정을, 아주 민감한 개인정보와 관련된 사항까지 (경찰이) 무작위로 취득한 것에 대해서 (분노했죠.)"

    이들은 지난 2014년 헌법 소원을 제기했고, 헌재는 지난해 8월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이 경찰에 이런 민감한 건강 정보를 넘긴 건 매우 중대한 개인정보 결정권 침해라는 판단이었습니다.

    당시 건강보험공단은 '불가피한 경우 최소한의 자료만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 영장 없이 개인정보를 제공할 땐 의료기관 이름의 첫 두글자만 밝힌다는 지침도 만들었습니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
    "'서울이비인후과'면 '서울'만. 두 글자만 나가게끔 그렇게 해서 그분에 대해서 인지하지 못하게끔 최소한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과연 최소한의 자료만 제공하고 있을까.

    확인해보니 영장이 없으면 의료기관 이름 일부만 가려질 뿐 전화번호와 주소를 알려주는 건 예전과 똑같았습니다.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제공한 건수도 위헌 결정 이후 올 상반기까지만 56만 7천여건, 지난해 23만, 2017년 39만 건보다도 오히려 크게 늘었습니다.

    [윤소하/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
    "이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죠.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에도 엄격하게 관리한다더니 시늉만 하고 있는 꼴입니다."

    건강보험공단은 올해 개인정보 제공 건수가 크게 늘어난 건 경찰이 사무장 병원 수사목적으로 한꺼번에 51만여건의 정보를 가져갔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위헌 결정 이후 제공한 56만여 건의 정보들 가운데 영장이 있었던 경우와 영장 없이 임의로 넘긴 경우를 구분하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곽동건입니다.

    (영상취재: 전승현 / 영상편집: 김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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