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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염규현, 남형석

[로드맨] 재활용, 노력해도 소용없다?

[로드맨] 재활용, 노력해도 소용없다?
입력 2019-10-12 20:25 | 수정 2019-10-1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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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위에 답이 있다.

    로드맨입니다.

    일회용품 규제가 시작된 지 1년이 더 지났습니다.

    그런데 재활용을 아무리 해도 생활 쓰레기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길 위에서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드시고 가시나요?"
    (네.)
    "4500원 결제 도와드릴게요."

    이렇게 아이스 음료인데도. 종이컵에 주고요.

    종이컵이 두 개가 겹쳐져 있고요.

    지난 1년 새 플라스틱 컵 사용량이 크게 줄면서 오히려 이런 종이컵 사용은 크게 늘었는데요.

    정말 재활용에는 도움이 되는 걸까요?

    [정인태/이레자원 대표]
    (종이컵이 많은데요, 재활용 이대로는 다 못하는 겁니까?)
    "원래 따로 수거가 되어야 합니다. A4용지의 원료하고 종이컵 사용하는 원료가 다릅니다."
    (그러면 같이 내놓는 건 절대 안 되겠네요?)
    "안됩니다."

    일회용 종이컵은 매년 200억 개 이상 사용되지만, 이런 어려움으로 재활용률은 한 자릿수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곳은 우리가 분리한 재활용품들을 모아두는 곳인데요.

    얼마나 재활용이 잘 되는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업체 관계자 인터뷰]
    "(7~8년)전에는 (한 달에)약 1000톤 정도 밖에 안 들어왔어요. 지금은 1800톤이 들어와요. 일회용품이 너무 많이 늘어난 거예요."

    "얘는 페트병이지만 얘는 플라스틱입니다. 실질적으로 얘를 재활용 할 수 있는 방법이, 수거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또 한 가지 여기에 붙어 있는 라벨이 있습니다. 이거는 기계적으로 가서 제거를 하는 수밖에 없어요."

    (아, 해보니까 이게 잘 안 뜯어지네요.)

    "상당히 어려울 겁니다."

    "이런 건 페트인가요?"
    (아니에요.)
    "이건 페트 아니고? 정신이 없어. 우리는 다 플라스틱인 줄만 알거든요, 사실 내놓을 때는."
    (플라스틱 아니에요.)
    "이건 어디로 들어가요?"
    (그건 PP.)
    "왜 이렇게 빨리 하세요?"
    (아저씨가 손이 느린 거야.)
    "와, 어렵네요. 이건 페트병?"
    (네, 안 어려워요 하다 보면.)

    재활용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쓰레기는 늘어날까요?

    우리나라의 쓰레기 재활용률을 살펴보면, 59%로 세계 두 번째로 높습니다.

    시민들은 분리수거, 비교적 잘 하고 있다는 건데요.

    그런데 수거된 재활용품을 업체가 처리하는 과정에서 다시 버려지는 게 많게는 60%에 이른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찾아보니까, 우리나라의 재활용 업체 4곳 중 3곳이 직원 10명 이하의 영세한 민간업체였습니다.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다 보니 정밀한 선별 작업을 할 수 없고, 로드맨이 다녀온 것처럼 코팅된 종이컵 같은 것들은 대부분 다시 쓰레기로 버려진다는 거죠.

    더 큰 문제는, 쓰레기 생산량 자체가 많아져서, 아무리 재활용을 해도 버려지는 양이 늘어난다는 겁니다.

    누가, 왜 쓰레기를 더 많이 생산하고 있는지, 로드맨이 살펴봤습니다.

    자연순환사회연대 김태희 국장 모시고 대형마트 한 번 둘러보겠습니다.

    [김태희/자원순환사회연대 국장]
    "지금 여기 이런 호박만 보더라도 이렇게 하나하나씩 포장을 해서 팔아요. 비닐을 줄이자 하면서 이렇게 플라스틱으로 대체되는 경우도 많이 늘어나고 있어요."
    (최근에는 좀 더 (소포장이)늘어나는 이유는 뭐라고 봐야 될까요?)
    "아무래도 1인가구가 늘어서…"

    [김태희/자원순환사회연대 국장]
    "가정에 가면 이 포장지는 그냥 버려지는 거잖아요."
    (이건 그래도 세 개를 묶었으니까 그럴 수 있겠다 생각이 들거든요, 그나마. 그런데 사실 이런 것은…)
    "좀 문제가 있죠."

    [김태희 국장]
    "생산자들 입장에서도 소비자들의 편리를 이유로 해서 재활용이 조금 어려운 그런 제품들을 많이 생산하고 있습니다."

    최근 급증하는 신선식품 배송도 쓰레기를 늘리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습니다.

    [변아림/새벽배송 이용자]
    "샐러드 하나를 시킨다고 해도 이런 상자에, 보냉팩에, 심지어는 샐러드가 들어있는 용기도 플라스틱이니까."

    이런 배달 문화의 발달도 재활용을 어렵게 하고 있는데요.

    재활용 제대로 되고 있는 건지 원룸촌 주변 쓰레기들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보니까 이렇게 다 섞여 있습니다.

    떡볶이. 도시락. 컵라면…

    [최준/원룸촌 거주자]
    "일단은 일회용 용기를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저는 동의는 해요. 그런데 배달을 안 시켜 먹을 수가 없거든요, 사실. 여기 대부분의 원룸 시설이 취사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열악한 편이에요."

    급격히 늘어나는 일회용품, 줄일 수는 없을까요?

    지난해 자원재활용법이 개정되면서, 쓰레기를 생산하는 측의 의무가 강화됐습니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 40여 개 품목에 대해서는 생산자가 폐기물을 회수하고 재활용까지 책임져야 하고요.

    쓰레기를 많이 생산하는 기업은 재활용 지원금도 내야 합니다.

    기업들도 새벽배송의 포장지를 회수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이런 생산자의 책임을 선진국 수준으로 더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습니다.

    독일의 경우, 페트병 하나를 만들 때도 뚜껑부터 몸통, 라벨까지 같은 재질을 써야 한다고 합니다.

    생산 단계부터 일회용품을 최대한 억제하고 재활용을 유도하는 정책, 우리에게도 필요해 보입니다.

    재활용에 대한 시민 의식도 중요하지만 결국 쓰레기를 생산하는 문화 자체를 바꿔나가야 한다는 게 길 위에서 얻은 답이었습니다.

    편리한 문화도 좋지만, 그렇다고 환경과 맞바꿀 수는 없겠죠.

    로드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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