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한수연

[고교생 논문] 90%는 문제 없다?…팔 안으로 굽은 '자체 조사'

[고교생 논문] 90%는 문제 없다?…팔 안으로 굽은 '자체 조사'
입력 2019-10-16 19:48 | 수정 2019-10-16 21:16
재생목록
    ◀ 앵커 ▶

    교육부가 이 고등학생 논문에 부정이 있는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1차 조사를 해당 대학에 맡겼습니다.

    그런데 90% 정도가 연구 부정이 아니라는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추가 검증을 해봤더니 '연구 부정'이 발견된 사례가 허다한 것으로 MBC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그냥 대학에 맡길 일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한수연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정 모 교수가 지난 2013년 국제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 2편입니다.

    정 교수는 두 논문에 당시 미국 고등학교에 다니던 자녀를 제 4저자로 올렸습니니다.

    [정 모 교수/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연구년 때문에 미국 가서 같이 있었기 때문에…(자녀가) 영어로 작성을 한 겁니다. 사실 고등학생이지만, 대학 수준의 수업을 들었습니다."

    교육부는 부산대에 이 논문에 연구 부정이 없는지 조사를 의뢰했습니다.

    결론은 '문제가 없다' 였습니다.

    "자녀의 학술적 기여가 없어 보이지만, 공동저자 자격을 부여하는 건 교신 저자, 즉 아빠 정 교수의 역할로 보는 게 학계 관례"라는 이유였습니다.

    정 교수의 소명을 받아준 겁니다.

    [정 모 교수/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1저자, 2저자로 기여한 부분이 아니고, 4번째로 작성한 부분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책임저자에 대한 기여도를 인정했기 때문에…"

    하지만 연구비를 지원한 농림부 산하 기관은 연구 부정에 해당된다는 판단을 내놨습니다.

    자녀가 실험 연구에 기여한 바가 없고, 논문 일부를 영어로 써준 것만으론 저자로 인정하긴 어렵다는 겁니다.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관계자]
    "관련 연구 내용 또는 결과에 대해서 (자녀가) 합당한 공헌 또는 기여하지 않았다라고
    판정이 났고요."

    경상대 약대 안 모 교수도 지난 2015년 농촌진흥청 연구비 지원을 받은 논문에 고등학교 1학년 자녀를 공저자로 올렸습니다.

    [안 모 교수/경상대 약학대학]
    "우리 애는 긴 시간으로 집에서 상추를 12시간 관찰하고, 걔가 또 발견한 결과를 디스커션에다가 썼어요. (대학원생들도) 실험을 잘 한다고 했어요."

    하지만 당초 연구과제로 제출했던 건 상추가 아닌 고구마였습니다.

    [안 모 교수/경상대 약학대학]
    "고구마만 계속 분석하면 실력이 느나요. 상추도 하고, 감자도 하고, 당근도 하고 다 했는데…"

    연구과제도 바꾸고, 자녀까지 공저자로 올렸는데도 경상대는 "자녀가 일정부분 논문에 기여했다"며 "문제가 없다"고 교육부에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농촌진흥청의 검증 결과는 달랐습니다.

    자녀가 실험에 참여했다고 보기 어렵고, 논문 기여도가 낮았다", "연구주제를 바꾼 것도 문제"라며 연구 부정으로 못박았습니다.

    교육부가 미성년 자녀 논문 139건에 대해 각 대학에 1차 조사를 맡겼더니 127건, 91%가 연구부정이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이 가운데 대학 자체 조사결과가 부실하다며 교육부가 정부 각 기관에 검증을 요청한 논문이 85건, 3건 중 2건에 달합니다.

    MBC뉴스 한수연입니다.

    [연관기사]

    1. [고교생 논문] 4저자는 '동료 교수 아들'…그들만의 '상부상조'

    2. [고교생 논문] 끌어주고 밀어주는 '논문'…연구실에선 무슨 일이

    3. [고교생 논문] 박사과정과 고교생의 합작?…'배후'에 부모 있다

    4. [고교생 논문] 90%는 문제 없다?…팔 안으로 굽은 '자체 조사'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