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염규현, 남형석

[로드맨] 우리 아직 여기 있어요

[로드맨] 우리 아직 여기 있어요
입력 2019-10-19 20:25 | 수정 2019-10-19 20:34
재생목록
    ◀ 기자 ▶

    길 위에 답이 있다, 로드맨입니다.

    태풍, 산불, 지진 같은 자연재해가 덮치면 정치권과 언론이 가장 먼저 달려가고 국민 성금도 잇따르죠.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점점 잊혀지기 마련인데요.

    비극이 덮치고 간 현장에 여전히 남아 있는 사람들.

    직접 만나러 가보겠습니다.

    먼저 태풍 미탁이 휩쓸고 간 삼척 신남마을에 와봤습니다.

    지금 쓸려 내려온 흙들이 잔뜩 쌓여있고요.

    지금 이런 흙이 민가도 덮쳐서 내부는 다 쓸려 내려간 상태입니다.

    [어복순/신남마을 주민]
    "교회에서 10일 있다가 교회 또 너무 오래 있으면 안 돼서 여기 와서 어제부터 자고 있는데."

    [황옥주/신남마을 주민]
    "20살에 와서 65년 살았는데 아무것도. 집도 없고 아무것도 없고 희망이 없어요. 어떻게 살아요."

    자연재해라서 어쩔 수 없었을까요?

    무리한 개발로 피해가 커졌다고 호소하는 다른 마을로 와봤습니다.

    [권석달/노경리 주민]
    "처음에 (마을 근처에)석산을 개발할 때부터 엄청난 반대를 했습니다, 계속. 그때 당시에 자기들(업체)이 그림을 가져와서 제시하고, 이런 식으로 우리는 토사 유출 방지 대책을 가지고 있다."
    ("안전 대책이 있다?")
    "네."
    ("안전시설은 하긴 했어요?")
    "없답니다. 지금 현재."

    주민이 말하는 공사 현장에 직접 올라가봤습니다.

    지금 산 한가운데가 이렇게 다 파헤쳐져 있습니다.

    주민들은 바로 이곳에서 흘러내려온 토사가 마을을 덮쳤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권석달]
    "동네 위에다가 이렇게 위험한 토석 채취장을 허가를 했어야 합니까? 정말 억울합니다. 정말 억울합니다. 내가 왜 이렇게 당해야 하는지 정말 억울합니다."

    [박태민/삼척시청 산림녹지과 계장]
    "(채석장에)재해 방지시설을 짓던 중에 이번에 미탁 피해로 인해서 사업장이 유실된 것으로 조사가 되었습니다. 업체의 부실한 사업장 관리가 원인이면 그에 따른 보상도 이뤄질 수 있도록(조치하겠다)."

    인근 울진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바로 저곳에서 터널 공사가 진행 중인데요.

    주민들은 공사 과정에서 나온 흙을 이곳 골짜기에 쌓아두는 바람에 피해가 더 커졌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임정웅/망양2리 이장]
    "우리 마을 생기고 아직 이런 적이 없었는데, 철도 공사를 한 다음부터 이렇게 됐거든요."

    이에 대해 철도시설공단은 '이미 올해 초에 골짜기에 쌓아둔 토사를 모두 치웠다'고 밝혔습니다.

    태풍 피해, 자연재해보다 인재라는 반발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로드맨이 다녀온 곳뿐만이 아닌데요.

    해안선을 따라 길게 연결되는 동해 중부선 철로 공사가 한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습니다.

    철길 둑을 쌓으면서 배수로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데다, 공사 중에 파낸 흙도 물길을 막고 있다는 건데요.

    철도시설공단 측은 명확한 인과관계가 규명돼야 한다는 입장인데, 대부분 노령인 마을주민들은 '그걸 규명할 힘이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거기에 산 중턱 곳곳에 들어선 골프장과 펜션도 화를 키웠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딱 봐도 위태로운 곳에 건축 허가를 내어주니까 아랫마을 주민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겠죠.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이재민 대책입니다.

    자연재해가 생기면 부랴부랴 대책이 쏟아지는데요.

    시간이 지나면 관심에서 멀어지고, 그러다 보니 몇 년에 걸쳐 고통을 받는 이재민도 생기고 있습니다.

    이곳은 2년 전 지진이 났던 포항인데요.

    이재민 중 일부는 여전히 이곳 체육관에 살고 있습니다.

    [한정호/포항 지진 이재민]
    "어떤 대책이 있어야 되는데 대책도 없고. 답답할 따름이죠. 우리는."
    ("제일 불편하신 점이라면?")
    "일단 잠자리가 많이 불편하죠. 밤에는 탁하고 목도 아프고."

    피해 구제 대책에 관한 합의가 지지부진한 사이 또 태풍이 덮치면서, 집으로 돌아갔던 일부 주민들마저도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습니다.

    [김윤자/포항 지진 이재민]
    "(정치권에서는)주거는 다 책임져 주시겠다고 그러고 가셨는데 지금. 지금까지 결과로 봐서는 말뿐이었잖아요. 무조건 괜찮다고 집에 들어가라고. 집 그렇게 빨리 안 무너진다고. 그런 식으로…말은 쉬운데, 그런데 제가 느끼는 건 너무 힘들거든요. 정말 힘들어요."

    지난봄 산불이 났던 강원도에도 다시 찾아가봤습니다.

    [박영식/카센터 대표]
    "(한국전력이)피해민들의 100%를 만족하지는 못하더라도 70~80%까지는 좀 보상해줬으면 해요."
    ("사장님은 뭐가 제일 억울하세요?")
    "20여 년간 구축했던 단골들이 하나둘 떠난다는 게 제일 안타깝죠."

    최강해 할머니 댁이 있던 자리인데요, 여전히 허허벌판입니다.

    지금 6개월도 넘었는데.

    수소문해 보니 여전히 인근 컨테이너 임시 거처에서 살고 계셨습니다.

    [최강해/산불 피해 주민]
    "전기도 이제는 9월까지 주고 이제는 안 준다니…"
    ("근데 지금 겨울 시작도 안 했잖아요.")
    "네. 이제 겨울도 깊은 겨울에 어떻게 할 건지 모르죠. 희망이 없지. 집을 짓는다 해도 꿈만 같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길 위에서 만난 이재민들은 길게는 몇 년씩 고통을 떠안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정치권이 이들을 지원하는 방식을 두고 서로 셈법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대체 뭐가 다르길래 이곳 국회는 이재민 지원법조차 통과시키지 못하는 걸까요?

    내일 <법이 없다>에서 이 문제를 따져보겠습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