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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싸움이라고?…'스토킹' 신고해도 구두경고뿐

사랑싸움이라고?…'스토킹' 신고해도 구두경고뿐
입력 2019-10-24 20:24 | 수정 2019-10-2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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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너무 많이 사랑한 죄.

    이런 사회적 인식 때문에 스토킹은 여전히 벌금 8만원, 경범죄입니다.

    이 때문에 스토킹 피해자는 방치가 되고, 결국 폭력과 살인으로 이어지는 일이 끊이질 않고 있는데요.

    그래서 정부가 스토킹 처벌 법안을 새로 내놨는데, 1년 넘게 부처 간 논란만 거듭하다가 처벌 강화는 커녕 '구두경고'로 끝날 판입니다.

    윤정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자기 키만 한 이불을 어깨에 둘러메고 나오는 한 남성, 지난 3월, 이혼 소송 중이던 아내를 때려 살해한 뒤 이불에 싸 내다 버린 52살 안 모 씨입니다.

    남편의 심한 스토킹에 시달리던 아내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검찰이 접근 금지 신청을 기각해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2주 뒤, 안 씨는 아내를 살해했습니다.

    [경찰 관계자]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을 해서 (접근금지 신청을) 하고 있는 거잖아요. 현장에 나오지 않는 검찰, 법원에서 그 위험성을 판단하기 어렵죠."

    지난해부터 정부는 이처럼 스토킹이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막자는 취지로 스토킹 처벌법을 마련 중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온 정부안으론 안씨의 아내 같은 피해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부안에 따르면 스토킹을 신고해도 경찰이 할 수 있는 건 구두 경고뿐.

    '서면 경고'조차도 검사와 법원의 승인을 받아야만 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이수연/변호사]
    "피해자가 원하는 건 내가 신고했을 때 '안전하다. 내가 이제 보호를 받는다'는 걸 원하는 것인데 검찰, 법원까지 가는데 아무리 빨라도 하루 이틀이거든요. 그럼 그동안에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피해자 공백이 남아있는 거죠."

    4년 전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선배로부터 집요한 스토킹을 당한 김모 씨.

    지금도 정신과 약을 복용할 정도로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김모 씨/스토킹 피해자]
    "계속 연락하고, 찾아오고…연락 안 받으면 SNS에 올려서 나 때문에 자기 심정이 그렇게 됐다고. '이러다 이 사람이 나 죽일 수도 있겠다' 싶었거든요."

    신고도 해봤지만 증거부족으로 기소조차 안 됐습니다.

    [김모 씨/스토킹 피해자]
    "CCTV 설치하고 살아요 집에. 습관이 됐어요. 증거가 없으면 제가 고통받아도 결국 아무것도 아닌게 돼버리거든요. 그래서 스스로 지키려고…"

    이처럼 스토킹 범죄의 97.4%가 '아는 사이'에서 발생합니다.

    그런데도 정부안은 피해자의 처벌의사가 없으면 아예 죄를 묻지 않는 '반의사불벌조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송란희/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이 사람을 처벌하고 안 하고가 피해자의 의사에 다 달려있는 것처럼 돼버리니까 이것에서 발생한 모든 책임이 피해자에게 다시 돌아오게 되는 것이고 보복위험도 당연히 커질 수 밖에 없는 거에요."

    게다가 법원은 스토킹 처벌 범위가 너무 넓어질 수 있다며 '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줄 정도'여야 한다는 문구까지 넣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스토킹 처벌법을 놓고 1년 6개월 가까이 관계기관의 실랑이가 거듭되는 동안 경찰에는 최근 1년간 스토킹 신고가 5천 건 넘게 접수됐습니다.

    MBC뉴스 윤정혜입니다.

    (영상취재: 전승현 / 영상편집: 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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