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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일해야 주는 '생계급여'…빈곤층 '사지'로

아파도 일해야 주는 '생계급여'…빈곤층 '사지'로
입력 2019-10-26 20:24 | 수정 2019-10-2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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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나, 다니엘 블레이크'라는 영화 혹시 보셨습니까?

    2016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는데요.

    주인공은 심장질환 때문에 더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저소득층 환자입니다.

    하지만 일을 해야만 복지혜택을 준다는 정부 방침 때문에, 끝내 아무런 지원도 못 받고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똑같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 가족의 이야기를 임상재 기자가 소개합니다.

    ◀ 리포트 ▶

    지난 5월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켄 로치 감독이 한국에 보낸 사진입니다.

    "한국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 고 최인기 님의 죽음에 애도와 연대를 보낸다"는 팻말을 들었습니다.

    "심장이 안 좋아서 의사 소견상 일을 쉬고 있는데 질병 수당을 끊겠다는 편지가 왔소."
    "저희 쪽 의료전문가의 견해로는 취업이 가능합니다."

    두 차례에 걸쳐 심장대동맥류 수술을 받았던 고 최인기 씨도 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수술 이후 일상생활조차 힘들어진 최씨는 직업을 잃었고, 2005년부터 생계 급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4년, 국민연금공단은 최씨에게 "일 할 능력이 있으니 일을 해야만 생계급여를 줄 수 있다"고 통보해왔습니다.

    [곽혜숙/故최인기 씨 아내]
    "'만약에 여기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모든 걸 박탈시킨다'(고 쓰여 있었어요.) 당장 일을 구할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최씨는 아파트 청소원으로 취업한 지 3개월 만에 쇼크로 쓰러졌고, 결국, 3개월 뒤 숨졌습니다.

    [곽혜숙/故최인기 씨 아내]
    "(쓰러지고) 그 다음 달 (담당 공무원이) 왔어요. '근로능력 없음'으로 판정을 내주더라고요 그제서야. 그때 이미 코마(혼수)상태였어요."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는 일을 통해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며 조건부 생계 급여 지급제를 도입했습니다.

    제도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에서 하던 근로능력평가도 국민연금공단이 담당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2012년 5.6%였던 '근로능력 있음' 판정률이 그 이듬해부터는 15%대로 약 3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시민단체는 당시 실적 올리기에 급급했던 국민연금공단이 최 씨를 사지로 몰았다고 주장합니다.

    [전지영/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 국장]
    "(근로 현장에) 배치하기 어려울 정도의 근로 능력을 갖고 계신 분(수급자)들이 오기 시작하였고. 정부 정책은 취업과 창업을 촉진하는 성과주의의 배경이 강하게 추진된 것입니다."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일 할 능력이 없는데도 일을 해야 하는 조건부 수급자가 적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김태희/홈리스행동 회원]
    "(한 분은) 눈이 안 좋지만 작물을 잘 보지 못하지만 현장에서 일하고, 또 다른 분은 청력이 안 좋습니다. 경계선에 있는 지적 장애인입니다."

    최 씨의 유가족은 2년 전, 최 씨의 죽음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은 재판 중인 사안이라 최 씨 관련 문제에 답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MBC뉴스 임상재입니다.

    (영상취재: 한재훈 / 영상편집: 배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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