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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더미' 박스 들다 허리 뚝…"손잡이라도 좀…"

'산더미' 박스 들다 허리 뚝…"손잡이라도 좀…"
입력 2019-10-28 20:06 | 수정 2019-10-2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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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대형 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 하루에도 수백 개씩 무거운 상자를 들어 옮기다보니 열 명 중 일곱 명이 허리 팔이 쑤시고 아픈 근골격계 질환을 앓아봤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상자를 들고 나르기 쉽도록 상자 옆면에 구멍이라도 뚫어달라는 하소연을 하고 있습니다.

    임상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마트 여성 노동자에게 무거운 상자들은 단번에 수레로 옮겨 싣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음료수나 주방세제 같은 액체 제품은 한 상자 무게가 평균 10kg을 훌쩍 넘겨, 다리가 휘청거리고, 허리에 무리가 갑니다.

    [공윤란/마트 노동자]
    "보통 5Kg, 3Kg 시작해서 20Kg 넘는 것도 있어요. 혼자 들어야 돼요. 2인 1조가 아니고 혼자 작업을 다 하는 거예요."

    마트노동자 5천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물류창고 또는 매장에서 1인당 최대 252개 박스를, 하루 403회 들었다 놨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마트 물류창고에서 하루 8시간씩 11년을 일해온 공윤란씨는 어깨를 다치는 산재를 입기도 했습니다.

    [공윤란/마트 노동자]
    "바닥에 손을 넣어서 가슴으로 (상자를) 안아요. 엄청나게 무리가 가죠. 아마 마트 노동자들은 거의 다 척추나 손목, 팔목, 어깨 성한 데가 없을 거예요."

    "박스(상자)에 손잡이를 설치하라"

    이들이 요구하는 건, 의외로 간단합니다.

    상품제조사나 마트측이 상자 옆 면에 구멍을 뚫어주기만 해도, 손잡이가 될 수 있어 신체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는 겁니다.

    실제로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이 최소 10%에서 최대 40%까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윤근/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구멍을 뚫면) 손잡이가 고정돼 있기 때문에 허리에 뒤틀림 각도를 최소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자세도 좀 더 정상적인 자세로…"

    원래 현행법에도 근로자가 5kg 이상의 물건을 들어올리는 작업을 할 경우 사업주가 손잡이를 붙이는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돼 있지만 이걸 제대로 지키는 사업장도, 당국의 감독도 없었다는 게 노동자들의 지적입니다.

    [정준모/마트산업노조 교선국장]
    "근골격계 부담 작업으로 인한 건강장애 예방으로 사업주의 의무가 규정돼 있으며 이것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고 그거를 감독해야 될 책임은 노동부에 있기 때문에…"

    최근 국정감사장에서도 질타가 이어지자, 정부는 누가 어떻게 구멍을 뚫을지 관련 업계 대표들을 모아 논의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재갑/고용노동부 장관]
    "마트산업노조와 대형마트 본사, 납품업체들과 간담회를 개최하겠습니다. 의견수렴을 해서 무거운 상자에 손잡이를 설치하는 방안을 마련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마트측은 우리 일이 아니란 입장이고, 제조업체들은 추가 공정과 비용이 든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상자에 구멍 하나 뚫어달라는 절박한 호소에도 대답은 늘 그렇듯 더디기만 합니다.

    MBC뉴스 임상재입니다.

    (영상취재 : 나경운·윤병순, 영상편집 : 김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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