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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염규현, 남형석

[로드맨] '스무 살' 한류의 성인식

[로드맨] '스무 살' 한류의 성인식
입력 2019-11-02 20:19 | 수정 2019-11-0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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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길 위에 답이 있다 로드맨입니다.

    한류 열기를 느낄 수 있는 건 국내뿐만이 아닌데요.

    스무 살 성인식을 치른 한류.

    얼마나 잘 컸는지, 혹시 위기가 닥치고 있는 건 아닌지 이곳 방콕에서 짚어보겠습니다.

    처음 온 곳은 K팝 콘서트가 열리는 방콕 시내 중심가의 공연장입니다.

    [한류콘서트 관객]
    "태연의 '사계'를 제일 좋아합니다. 라이브로 듣고 싶어서 왔습니다."
    ("노래 좀 불러줄 수 있어요?")
    "I gave you the world 너만이 전부~"

    [킵/콘서트 관객]
    "샤이니 때문에 한국어 공부하기를 시작했어요."

    [킵/BTS팬]
    "오늘은 아미(BTS팬클럽)가 (BTS)지민이를 위해 생일파티를 여는 날입니다."
    ("그런데 지민도 없는데?")
    "이런 행사를 통해 태국에서도 지민을 정말 사랑한다는걸 보여주고 싶어요."

    [핫/BTS팬]
    ("이 의상은 뭐예요?")
    "한복. 남자 한복."
    ("왜 입으셨어요?")
    "한국 문화를 알리고 싶어서요."

    단순히 K팝스타를 좋아하는 걸 너머, 현지에서 K팝은 스스로 즐기는 문화가 됐습니다.

    [네트/댄스강사]
    "(한국 예능)스타킹에 나갔었어요. 강호동!…모든 연령층들이 (K팝 춤을)배우러 오는데어리게는 3살부터 많게는 40~50대까지도 옵니다."

    K팝 만큼 한류를 실감할 수 있는 게 바로 케이 뷰티.

    즉 화장품 산업인데요.

    [베트/K뷰티 고객]
    "피부가 좋아지는 것 같고, 얼굴도 한국 사람처럼 되는 것 같아요."

    [이규호/화장품업체 매니저]
    "구매 고객 수 같은 경우는 (매일)300명 정도가 되고요. 방문 고객 수는 한 10배 정도는 더 봐도 된다고 봅니다."

    한국 음식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떡볶이 가게인데 지금 여기만 사람이 많습니다.

    [베우/K푸드 고객]
    "한국 드라마에서 봐서 먹고 싶어서 왔어요. 한국 음식은 매우면서 단데 태국 음식은 매운 게 좀 심해요."
    ("저랑 누가 매운 거 더 잘 먹나 내기하면 누가 이길 거 같아요?")
    "저요! 저요!"

    [나나/K-푸드업체 매니저]
    "주말에 사람이 많고, 월말(월급날)에 특히 더 많습니다."
    ("네 명이 먹으면 보통 얼마 나옵니까?")
    "1,196바트(4만7천 원)입니다."

    [음식배달원]
    "그랩 푸드. 음식 배달입니다. 많으면 하루에 (치킨만)네다섯 번 배달해요."

    심지어는 여기는 가게 이름이 홍대입구입니다.

    저희 회사 근처인데 메뉴에 찜닭도 있고요.

    태국뿐이 아니겠죠?

    전 세계 6개 대륙 16개국의 한류 소비자를 상대로 조사했더니, 이들은 한 달에 평균 15시간 한국 드라마를 보고, 11시간 한국 게임을 하면서, 12시간 K팝을 듣는다고 답했습니다.

    한류가 특정 지역에 집중된 현상이 아니란 거죠.

    전 세계 한류 관련 동호회원 수만 해도 8900만 명입니다.

    5년 만에 10배 가까이 늘었는데요.

    전 세계 사람 90명 중에 1명은 한류의 관심이 높다는 겁니다.

    예전엔 외국에 가서 '한국'이라고 말하면 '삼성, 현대' 같은 대기업을 떠올렸다고 하죠?

    최근 조사를 봤더니 이제는 'K팝'을 가장 많이 떠올렸고요.

    상위 5개 대답 중 4개가 한류와 관련된 콘텐츠였습니다.

    하지만 성장이 빠른 만큼 진통도 겪고 있습니다.

    해외 곳곳에서 한류 열풍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는데요.

    제가 그 현장에 왔습니다.

    이곳은 몇 년 전 국내 유명 연예인들의 투자로 방콕 중심가에 문을 연 한 한류 쇼핑몰입니다.

    들어가 보겠습니다.

    한국식 슈퍼마켓인 K슈퍼는 이렇게 폐업한 상탭니다.

    그리고 한쪽 에스컬레이터는 아예 막아놨고요.

    참고로 지금이 주말 오후 시간입니다.

    저 위로는 불도 다 꺼져 있습니다.

    [노트/방콕 한류몰 직원]
    "원래 K펍이었는데 계약 기간이 만료가 됐고. 서양식 펍이 새로 들어올 겁니다."

    한류는 곧 성공이고 흥행이라는 공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중국산 짝퉁 한류가 퍼지고 있는 것도 위기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곳은 중국 기업의 한 생활용품 판매점인데 한번 들어가 보겠습니다.

    (한글)맞춤법도 틀렸네요.

    이건 한국스타일 창의 컵?

    이게 한국 스타일인지도 잘 모르겠는데 아예 로고에다가 KR써놔서 한국 제품인 것처럼 보이네요.

    사무실 주소라고 적힌 곳에 와봤습니다.

    바로 이 충정로에 오피스텔 건물인데요.

    한 번 들어가 보겠습니다.

    바로 이 사무실인데요.

    지금 회사 간판도 전혀 없고요.

    엉뚱한 사무실 주소를 적어놓고 버젓이 한국 상품인 척 팔고 있는 겁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걸까요?

    최근 한 기관이 태국의 주요 리더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한류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물었더니, 10명 중 9명 이상이 '10년 미만'이라고 답했습니다.

    [김도순/한태상공회의소장]
    "시장이 포화 상태에 있을 수도 있고,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이 들어오고 있다는 게 (한류를 위협하는)또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 한류가 당장에 인기에 안주했다가는 다른 나라에 문화 공세를 이겨내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을 이곳 방콕에 길 위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무 살 한류, 이대로라면 서른 살에는 생일잔치를 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로드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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