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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게 내민 네 모녀 '압류 통장'…"아무도 주목 안 해"

힘겹게 내민 네 모녀 '압류 통장'…"아무도 주목 안 해"
입력 2019-11-04 19:54 | 수정 2019-11-04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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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70대 노모와 40대 딸 3명이 한 방에서 숨진 지 한 달 이상 지나 발견됐습니다.

    채무로 집안 형편이 급격히 안 좋아져 극단적 선택을 한 걸로 보이는데요.

    생계 지원 대상이 될 만큼 빈곤층은 아니지만, 사업 실패로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거나 갑작스런 어려움에 처하면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가정이 늘고 있습니다.

    대책은 없을까요, 윤정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네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성북동 월세집 우편함엔 각종 금융기관과 구청에서 날아든 채무 변제 독촉장과 공과금 납부 고지서들이 빼곡합니다.

    월세는 물론, 8월부턴 주민세를, 9월부턴 도시가스요금을 못내고 있었습니다.

    [서울 성북구청 관계자]
    "(공과금을) 3개월 이상 체납을 하면 '위기가구다' 해서 저희가 조사를 할 수 있게 돼 있는데 그 내역이 없어서…"

    네 모녀의 경제 상황은 최근 들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첫째와 막내딸이 운영하던 쇼핑몰 사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지난 7월엔 둘째 딸마저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소득이라곤 노모가 매달 38만 원 정도 받아오던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이 전부.

    기초연금이 들어오던 딸 명의의 통장마저 압류되자 노모와 딸은 지난 7월 주민센터를 찾아 입금 계좌를 변경했습니다.

    하지만 '어렵다'거나 '도와달라'는 요청이 없어 주민센터 직원도 더 묻지는 않았습니다.

    [서울 성북동주민센터 관계자]
    "'압류 계좌'로 표기가 되어있는 걸로 가져오시니까, 좀 어려우신 게 있는지 좀 조심스럽게 물어봤어요. 얘기를 안 하시면 얘기를 더 진행을 못 하게 돼죠."

    지난 5월엔 경기도 시흥에서 30대 부부가 2살과 4살짜리 자녀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같은 달 의정부에서도 50대 가장이 아내와 딸을 살해한 뒤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모두 급격히 늘어난 채무를 감당하지 못해 벌어진 일입니다.

    다른 이유의 자살율은 줄고 있지만, 급격한 경제적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율은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복지부는 긴급 생계 지원을 신청하거나 '개인 회생'이나 '파산 구제' 상담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우선 안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윤정혜입니다.

    (영상취재: 구본원, 영상편집: 정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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