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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고도 "더 열심히 하자" 자책…폭력 '내면화' 심각

맞고도 "더 열심히 하자" 자책…폭력 '내면화' 심각
입력 2019-11-07 19:54 | 수정 2019-11-07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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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여자 쇼트트랙 선수를 수십 차례 성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재범 코치 사건, 기억 하시죠.

    이 사건을 계기로 국가 인권위원회가 전국의 초·중·고등학생 선수들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했는데요.

    상당수 학생들이 코치나 감독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습니다.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밝힌 학생들도 2천 명이 넘었습니다.

    보도에 윤수한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2011년 경기도의 한 대학교.

    무도학과의 선배들이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후배를 각목이 부러질 때까지 때립니다.

    바닥에 머리를 박는 이른바 '원산폭격'도 시킵니다.

    이런 문제는 대학에서만 벌어지는게 아니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초중고 운동선수 6만 3천여명을 전수 조사해 봤더니, 코치나 감독 등으로부터 신체폭력을 경험했다고 밝힌 학생 선수는 전체의 14.7%인 8,440명이나 됐습니다.

    [피해 선수]
    "(초중고 시절) 그냥 주먹으로 얼굴은 안 맞더라도 팔이나 이런 쪽을 좀 많이 맞았고, 그냥 머리를 땅에 박고 10분씩 벌을 받고…"

    이런 폭력을 경험한 학생 선수 10명 중 2명은 "더 열심히 해야겠다"며 오히려 자신을 자책했습니다.

    폭력의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인 본인을 탓하는 폭력의 내면화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인권위는 지적했습니다.

    [피해 선수]
    "다 저희가 잘못해서 혼나는 거라서 별로 억울한 건 없었어요."

    성폭력 피해도 심각했습니다.

    [피해 선수]
    "성추행을 좀 했던 것 같아요. 그때 어 남성의 중요 부분을 보고 막 놀린다거나…"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밝힌 학생선수들은 3.8%인 2,200여 명에 달했는데, 성관계를 요구받거나 강제로 성폭행을 당했다는 답변도 24건이나 됐습니다.

    이런 데도 도움을 요청한 경우는 단 3%.

    운동을 계속하기 위해 입을 다물거나 괜찮은 척 참았다고 말했습니다.

    인권위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폐쇄적인 합숙 훈련 문화를 폐지하고 피해자 지원 체계를 만드는 등 관련 부처에 정책 개선안을 권고할 방침입니다.

    MBC뉴스 윤수한입니다.

    (영상취재: 윤병순 / 영상편집: 김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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