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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죽음 헛되지 않게" 호소해도…의원 32%만 동의

"아이 죽음 헛되지 않게" 호소해도…의원 32%만 동의
입력 2019-11-12 20:02 | 수정 2019-11-1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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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해인이, 한음이, 하준이, 태호·유찬이, 그리고 민식이까지.

    어른들의 부주의로 세상을 떠난 아이들입니다.

    얼마전 이 아이들의 이름이 붙은 어린이 안전 법안들을 연내에는 꼭 통과 시켜달라면서 부모님들이 국회에서 눈물로 호소했었죠.

    국회의원 전원에게 동의 여부를 물었는데, 결과가 씁쓸했습니다.

    곽동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사지엔 주차 주의 안내 표지판을 세워달라, 스쿨존엔 신호등을 설치해달라.

    이런 당연한 것도 안돼서 아이를 떠나보내야 했던 부모들은 더욱 절실하게 아이 이름을 딴 법안들의 연내 통과를 호소했습니다.

    [고유미/故최하준 군 엄마]
    "아이들이 안전하길 바랍니다. 이게 욕심이고, 요구입니까?"

    닷새 동안 국회의원 사무실을 일일이 돌며 '연내 법안 처리'에 동의하는지를 묻는 확인서를 돌리기도 했습니다.

    [김장회/故김태호 군 아빠]
    "의원님께 전달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습니다.

    국회의원 296명 가운데 연내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동의한 비율은 고작 32%…

    국회의원 3명 중 2명은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정의당은 모든 의원이 동의했고, 민주평화당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절반 넘게 동의했습니다.

    바른미래당은 19%,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6%에 그쳤습니다.

    동의하지 않은 의원들을 찾아 이유를 물었습니다.

    바빠서 못했다부터,

    [A의원실 관계자]
    "(의원님) 일정 때문에 제대로 인지를 아마 못하실 거예요."
    <이 사안 자체를?>
    "네…"

    형평성에 어긋난단 이유를 들기도 하고,

    [B의원실 관계자]
    "의원님이 다른 데서 이렇게 동의서 돌려도 서명해주신 적이 없어서 형평성 때문에 동의서 제출은 못하지만…"

    우선 순위가 아니란 대답도 있었습니다.

    [C의원실 관계자]
    "다른 법안들도 보면 수천 개, 수만 개 법안들이 다 중요한 법안들인데…"

    아이들 생명보다 대체 뭐가 더 중요한 일인지, 부모들은 또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김장회/故김태호 군 아빠]
    "(법안 통과)한다고 해서 죽은 아이들이 돌아오진 않잖아요. 근데 '너무 공감이 안 된다'라는 느낌을 많이 받고 있어요, 지금도."

    국민 청원, 기자회견, 동의서 전달까지…

    뭘 더 해야 할지도 막막합니다.

    [이은철/故이해인 양 아빠]
    "매번 해인이한테 가서 다짐하는 게 '절대 포기 안 하겠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겠다'고… 근데 저희만 움직인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니까…"

    다음달 10일,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 회기가 이대로 끝나면 아이들 생명과 맞바꿔 만들어진 법안들은 모두 자동 폐기됩니다.

    MBC뉴스 곽동건입니다.

    (영상취재: 김재현VJ / 영상편집: 장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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