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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15분 멈췄다고 "쉬는 거지?"…"전자발찌 찬 듯"

PC 15분 멈췄다고 "쉬는 거지?"…"전자발찌 찬 듯"
입력 2019-11-12 20:21 | 수정 2019-11-12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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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최근 게임 업체들이 직원들의 근태를 분 단위로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죠.

    회사 컴퓨터의 키보드나 마우스를 15분 동안 움직여 주지 않으면, '뭐하고 쉬었는지' 직원들이 답해야 하는 식인데요.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너무 쥐어짠다', '전자 발찌를 차고 있는 것 같다'는 직원들의 하소연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IT 노동자 절반 가까이는 하루 한 시간 법정 휴게시간조차 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도에 임상재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한 게임회사 직원의 업무용 컴퓨터 화면.

    10여 분 자리를 비웠더니, 컴퓨터가 이를 알아채고 비업무시간으로 처리해놨습니다.

    그러면 '화장실 다녀왔다'는 등의 사유를 입력해야 합니다.

    주요 게임 업체들이 도입한 이 근태관리 프로그램은 키보드나 마우스가 작동되지 않은 시간이 15분을 넘기면 일단 비업무시간으로 잡고, 별다른 소명이 없으면 분단위로 근로시간에서 제외시킵니다.

    [게임업체 직원 A씨]
    "화장실 사용만 업무시간으로 인정해주고 그 외에는 전부 다 비업무시간으로 책정하고 있습니다. 50분에 (사무실에서) 나가야 된다면 49분까지 마우스를 흔들고 있는 거예요."

    "효율적인 시간 관리와 업무를 통해 직원들도 워라밸, 말하자면 제때 퇴근할 수 있도록 도입했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지만 일하는지 쉬는지를 분 단위로 감시하는 건 해도 너무한단 불만도 있습니다.

    [게임회사 직원 A씨]
    "전자발찌라고 생각합니다. 전제가 이거인 거 같아요. '너네들은 일을 안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널 감시해야 된다'"

    이런 분 단위 근태관리 시스템은 최근 대형 게임업체를 중심으로 IT 업계에 속속 도입되고 있습니다.

    [게임회사 직원 B씨]
    "15분 이상 자리를 비우면 PD(관리자)가 15분 이상 자리를 비우지 말아라. 감시 당하는 느낌이라고 하죠."

    실제로 IT 노동자 1천3백여 명에게 물어본 결과, 8시간 일하면 1시간 쉬어야 하는 법정 휴게시간을 실제 다 쉬지 못하는 비율이 절반 가까이나 됐고, 시간에 쫓겨 일하다 보니, 피로감으로 업무에 차질을 겪어봤다는 응답도 40%에 달했습니다.

    [박연주/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 차장]
    "최근에 IT쪽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게 압박적인 근무를 시키는 경우가 있어요. 담배 피우는 시간을 제한을 한다거나…"

    원래 밤낮없이 장시간 근로에 시달렸던 IT 업체 직원들에게 주 52시간제를 적용하려면 쉬는 시간을 최대한 줄일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정부 지침상 휴게 시간은, 컴퓨터를 안 쓴 시간이 아니라, 사용자의 지휘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시간을 의미합니다.

    MBC뉴스 임상재입니다.

    (영상취재: 김희건 나경운, 영상편집: 정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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