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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70% 폭력 피해"…그렇다고 '진료거부권'을?

"의사 70% 폭력 피해"…그렇다고 '진료거부권'을?
입력 2019-11-13 20:16 | 수정 2019-11-1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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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의사 열 명 중 7명은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폭력을 당해 봤다는 의사협회의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협회 측은 무방비로 폭력에 노출돼 있는 의료진을 위해 진료 거부권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보도에 윤정혜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정형외과 의사인 이창훈 교수의 왼손 엄지 손가락엔 깊은 수술자국 흉터가 생겼습니다.

    지난달 진료실에 들이 닥친 50대 환자가 흉기를 휘둘러 손가락이 절단될 뻔한 겁니다.

    [이창훈/을지병원 교수(피해 의사)]
    "갑자기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셨어요. 그래서 제가 '무슨 일로 오셨느냐' 라고 여쭤봤는데 아무런 대답 없이 바로 오셔서 범행을 하셨죠."

    가해 환자는, 5년 전 수술을 받은 뒤 허위진단서 발급을 요구해왔다고 합니다.

    [이창훈/을지병원 교수(피해 의사)]
    "'친구의 아들이 다쳤는데 그걸 가지고 보건복지부 4급 장애인이 되었다. 자기도 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 사건 이후 대한의사협회가 의사 2천여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벌였습니다.

    최근 3년간 환자나 보호자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는 의사가 10명 중 7명이나 됐습니다.

    이 가운데 실제 맞은 경우는 16% 정도였습니다.

    진료 결과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았고, 서류발급이나 불친절, 대기시간에 대한 불만이 뒤를 이었습니다.

    대한의협은 이런 환자 폭력 행위들이 경찰 신고와 조사만으론 줄어들지 않는다며 환자들을 가려 진료할 수 있도록 '진료거부권'을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의료법에 폭언이나 폭행 등을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로 명시해달라는 겁니다.

    [최대집/대한의사협회 회장]
    "폭행 또는 폭언 이런 것이 의사에 대해서만 큰 피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이기 때문에…"

    하지만 환자단체는 의료 과실이나 부작용에 대한 정당한 의심이나 항의조차 진료거부의 빌미가 될 수 있다며 강력 반발했습니다.

    1년 전 백내장과 녹내장 수술을 받은 뒤 실명 위기에 처했다는 한 환자는 담당 의사의 설명은커녕 만날 수조차 없어 속만 태우고 있습니다.

    [이 모 씨/수술 뒤 실명위기 환자]
    "(진료) 예약을 잡으려고 하면 토요일에만 잡아요. 토요일에 가면 그 교수가 없어요. 그 사람은 토요일, 일요일에 쉬니까. 실명을 시켜놨으면 뭔 얘기가 있어야 될 거 아니에요."

    보건복지부도 환자들의 업무 방해나 폭행은 이미 유권해석 지침을 통해 의사가 진료를 거부해도 되는 사유라며, 굳이 '법으로 명시해달라'는 의사협회 요구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MBC뉴스 윤정혜입니다.

    (영상취재: 김재현 VJ, 영상편집: 김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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