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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스러지는 '크리스마스 트리' 구상 나무…왜?

[바로간다] 스러지는 '크리스마스 트리' 구상 나무…왜?
입력 2019-11-17 20:22 | 수정 2019-11-1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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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포트 ▶

    이 곳은 충북 진천에 있는 산림항공관리소입니다.

    최근 우리나라 주요 산들의 고산침엽수들이 말라 죽어가고 있다는데요.

    제가 직접 헬기를 타고 상공에서 확인해보겠습니다.

    1시간 여를 비행해 닿은 지리산 상공.

    해발 1천 미터가 넘는 고산 지대에 울긋불긋 곱게 물든 단풍이 장관을 이룹니다.

    그런데, 주변을 조금 더 살펴보니 사시사철 푸르던 침엽수들이 눈을 맞은 것처럼 하얗게 변해 있습니다.

    원래 이 자리는 구상나무의 군락지였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용'으로 잘 알려진 구상나무는 우리 나라에서만 자라는 고유의 품종입니다.

    지리산 반야봉 상공입니다.

    말라죽은 구상나무들이 하얗게 변한 채로 곳곳에 퍼져있습니다.

    좀 더 고도를 낮춰봤습니다.

    가까이서 살펴보니 상황이 더 처참한데요.

    산불이 휩쓸고 간 듯 말라 죽은 구상나무들이 떼지어 있고, 그나마 살아 남은 것들도 말라 쓰러진 나무들에 짓눌려 있습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2013년, 구상나무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는데, 최근 사라지는 개체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지리산 천왕봉 방향으로 기수를 돌렸습니다.

    이번엔 직접 착륙해 확인해보기로 했는데요.

    내려서 살펴본 천왕봉 주변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해발 7백 미터 이상에서 자라는 침엽수 '분비나무'들도 가시만 남은 생선처럼 변해버렸습니다.

    일부는 뿌리째 뽑혀 쓰러졌습니다.

    나무 껍질이 바싹 말라 쉽게 벗겨지는 건 물론, 한 손으로 밀었더니 커다란 분비나무조차 힘없이 쓰러져 눕습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전문위원]
    "최근 10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요즘 해마다 계속 가속화되는… 70~80%가 고사단계에 있다. 살아있는 것도 멀쩡히 살아있는 것이 아니고,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시름시름 앓고 있는 단계…"

    산림청과 녹색연합 등이 최근 2년간 지리산과 한라산, 설악산, 오대산 등에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구상나무 군락지는 축구장 약 3천 2백여개 면적이 감소했고, 축구장 1천여개에 해당하는 분비나무와 가문비나무 군락지도 이미 사라졌습니다.

    이런 떼죽음 현상은 한라산에서 지리산, 설악산 등 북쪽으로 퍼지고 있고, 해발 1천미터 아래 저지대의 침엽수 지대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원인은 전 세계적인 기후 변화 탓입니다.

    이상 고온과 건조한 기후를 견디지 못하고 멸종 단계에 접어든 겁니다.

    고산지대의 경우 기온 상승폭이 평균 10년마다 0.26도로, 전국의 기온 상승률보다 높습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전문위원]
    "(원인이) 병해충이 아니라 기후 변화로 인한 겨울·봄철의 수분 부족과 건조로 인해서 죽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의 인위적 힘으로 되살린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고…"

    환경부와 산림청이 합동 연구에 들어갔지만, 대응할 시간이 부족해 애를 먹고 있습니다.

    구상나무의 묘목은 생존율이 낮아 대량 재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변준기/국립백두대간수목원 탐색보존팀장]
    "(주변에) 치수나 치묘들이 발생하면 상관없습니다. 현재까지는 치수 발생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점점 수종이 아마 고사되고 전멸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고산지대 침엽수림의 황폐화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점에서 산림 당국은 국제사회와 공조하고 있습니다.

    구상나무의 멸종 속도를 늦추지 못한다면 생태계 교란과 자연 재해의 우려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간다 이기주입니다.

    (영상취재 : 김동세, 편집 : 배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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