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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너머 '8번' 훔쳐봐도…혐의는 '주거침입'뿐

창문 너머 '8번' 훔쳐봐도…혐의는 '주거침입'뿐
입력 2019-11-25 20:01 | 수정 2019-11-2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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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한 남성이 담을 넘어 창문으로 20대 이웃 여성을 수차례 훔쳐봤는데, 성폭행 전과가 있고 성범죄 의도를 인정했는데도 '주거침입'으로만 처벌받았습니다.

    피해자는 곧 출소할 범인 때문에 극심한 공포에 떨고 있는데요.

    이렇게 여성을 엿보고 쫓아다녀도 주거침입 죄만 적용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관련 입법이 시급하단 지적입니다.

    윤정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늦은 밤, 어두운 골목길을 서성이다 갑자기 담을 넘는 한 50대 남성.

    이 집에 사는 20대 여성을 창문으로 훔쳐보기 위해섭니다.

    [김 모 씨/피해자]
    "샤워하고 나서 어차피 새벽 시간대고 가족들이 다 자고 있기 때문에 창문을 다 열어놓고 있었고요. 창문 밖으로 어떤 소리가 들리기 시작을 했는데…"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CCTV에 찍힌 범행만 8번.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이미 이웃 여성을 성폭행하는 등 20차례가 넘는 전과가 있었습니다.

    성욕을 채우려고 훔쳐봤다는 진술까지 했습니다.

    그런데도 경찰이 적용한 혐의는 '주거침입' 뿐이었습니다.

    [경찰 관계자]
    "입증 가능해야 최종적으로 (성범죄) 혐의를 둘 것 아니겠어요? 법리적으로 판단을 하는 것이지 저희 마음대로 판단하는 게 아니잖아요."

    이 남성은 피해자 집 바로 옆 건물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도 '도주 우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이 기각되기도 했습니다.

    범인은 피해자가 CCTV를 추가로 확보해 제출한 뒤에야 구속되긴 했지만, 김 씨는 아직까지 공포에 시달리며 심리치료까지 받고 있습니다.

    [김 모 씨/피해자]
    "전 창문 하나도 이제 마음껏 못 열어요. 창문 하나를 열 때마다 그 당시의 분위기, 그때 느꼈던 감정이 고스란히 되살아나고요."

    최근 범인은 주거침입 혐의만으로 실형 8개월을 선고받아 6개월 뒤 출소합니다.

    다시 옆집으로 돌아오게 됐는데도, 김 씨가 할 수 있는 일은 방범창을 더 촘촘하게 설치하는 것뿐입니다.

    [김 모 씨/피해자]
    "항상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건 '법이 이래요' 이거거든요. 내가 어디서도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게 없구나."

    신림동 원룸 사건 등 잇따른 성범죄 무죄 판결에 대해 여성단체는 "성욕 충족이라는 범행 목적 자체가 성범죄로 처벌해야 하는 이유"라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노선이/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폭행이나 협박이 없더라도 문을 두드리는 행위나 엿보는 행위도 이런 것들도 다 같이 성폭력의 범주에 포함시켜서 처벌할 수 있는 것들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또 20년째 국회에 계류 중인 스토킹처벌법만 통과돼도 처벌이 가능하다며 국회에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습니다.

    MBC뉴스 윤정혜입니다.

    (영상취재 : 김경배, 영상편집 : 문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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