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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백km 밖 모르는 병원서…내 이름 '마약류' 처방?

4백km 밖 모르는 병원서…내 이름 '마약류' 처방?
입력 2019-11-27 20:21 | 수정 2019-11-2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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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한번도 가본적 없는 다른 지역 병원에서 누군가 내 이름으로 약을 처방 받았는데, 그것도 그냥 약이 아닌 향 정신성 의약품, '졸피뎀'이었다.

    정말 황당하겠죠?

    왜 이런일이 생긴건지, 전동혁 기자가 취재 했습니다.

    ◀ 리포트 ▶

    경남 양산에 사는 이 모 씨는 지난 7월 보험 가입을 위해 건보공단에서 자신의 처방약 목록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지난해 평생 가본 적도 없는 경기도 김포의 한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은 기록이 있었던 겁니다.

    [이 모 씨/경남 양산시]
    "(주소가) '김포시 ***로'라는 항목이 나와요. 제가 듣도 보도 못한 지역이거든요."

    약도, 보통 약이 아니었습니다.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이 28일 치씩, 두 번이나 처방된 겁니다.

    [이 모 씨/경남 양산시]
    "내가 정신병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경기 김포)까지 가서 28일 치나 약을 탈 일이 없거든요."

    졸피뎀은, 몰래 술잔에 타 먹여 기억도 못 하게 하는 강력한 수면 효과에 환각 부작용 등으로 사회적으로 남용 논란이 제기된 약품입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졸피뎀을 처방한 병원을 찾아가봤습니다.

    병원 측은 처방 당시 접수증에 적힌 이 씨의 이름과 주민번호대로 처방했을 뿐, 보통 신분증 확인까지는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병원 관계자/경기도 김포]
    "처방은 나갔어요. (건강보험 가입자) 자격 조회해서 자격이 주어지면 하는 거니까."

    접수증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해 봤습니다.

    이 역시 가짜였습니다.

    "저는 부산 **구에서 내내 사는데. 간 적이 없는데요. 김포는 서울쪽 아닌가요?"

    이 씨는 누군가 자신의 명의를 도용한 것도 문제지만, 처방받은 졸피뎀이 혹시 범죄에 악용된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 모 씨/경남 양산시]
    "졸피뎀이란 약이 성범죄에 악용이 되고 살인사건에도 많이 연루가 돼 있는데, 괜히 제가 여기서 오해를 살 수는 없잖습니까."

    식약처 조사 결과, 국내 졸피뎀 1년 처방량은 1억 3천8백만 알에 달하고, 어떤 사람은 병원 네 곳을 돌며 1년 동안 1만 1천여 개, 하루에 30알씩 먹을 만큼 양을 처방받기도 했습니다.

    졸피뎀 과다 처방 수법 중 하나로 명의 도용이 지적돼 왔지만, 현재로선 이걸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게 당국의 설명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버리면 의사 입장에서 속을 수 있으니까. 의사 입장에서는 (신분증을) 환자가 안 주려는데 어떻게 강제하냐."

    식약처는 최근 1년 사이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과다 구매해 되팔거나 처방전을 위조한 21명과 과다처방이 의심되는 병원 7곳을 적발했습니다.

    하지만 마약류 약품 과다 처방을 사전에 막기 위해선 병원의 환자 본인 확인을 의무화하고, 통합정보시스템을 통한 중복 처방을 금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MBC뉴스 전동혁입니다.

    (영상취재: 강종수, 이주혁vj / 영상편집: 장예은, 이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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