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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교생 논문 '1백 건' 더…"조사 중에도 계속 써"

[단독] 고교생 논문 '1백 건' 더…"조사 중에도 계속 써"
입력 2019-12-02 19:52 | 수정 2019-12-02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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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고등학생 논문 저자 추적 보도 이후 한 국책연구원 연구기록물 담당자가 제보를 해왔습니다.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학술지에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이 이름을 올린 논문이라며 목록을 보내왔는데요.

    하나하나 취재했더니, 교육부도 파악 못한 고교생 논문이 추가로 1백건 이상 확인됐고요.

    교육부 조사가 한창이던 올해에도 이런 논문이 계속 만들어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장슬기 기자의 보도입니다.

    ◀ 리포트 ▶

    줄기세포로 불임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동물실험한 결과를 보여주는 논문입니다.

    지난해 아시아에서 가장 권위있는 수의학회지에 실렸습니다.

    1저자와 4저자, 5저자, 책임저자인 이병천 교수까지 서울대 전현직 교수만 4명이 참여했습니다.

    유독 2저자만 고등학생입니다.

    이 논문이 학회에 제출된 건 지난해 5월. 이병천 교수가 고등학생이던 아들과 함께 쓴 2012년 논문으로 한창 서울대 조사를 받던 때인데, 그와중에 또 고등학생과 논문을 쓴 겁니다.

    고등학생이 누구길래 쟁쟁한 교수들과 함께 연구했는지 질문지를 보냈지만, 이병천 교수는 취재진 전화번호를 차단해버렸습니다.

    [이병천/서울대 교수]
    "연결이 되지 않아…"

    수소문 끝에 확인한 고등학생의 어머니는 가천대 현직 교수. 마찬가지로 이병천 교수와 어떤 관계인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OO/가천대 교수(고등학생 어머니)]
    (OOO 학생이 이병천 교수님하고 논문 쓴 것 좀 여쭤보려고요.)
    "제가 바빠서요."

    어머니 이 모 교수는 이 논문이 작성될 때 또다른 교수에게 부탁해 고등학생인 딸을 생물한 전공 대학생들이 주로 참여하는 국제과학대회에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이 딸은 올해 미국의 한 명문대 생물학과에 진학했습니다.

    이처럼 교육부가 강도높은 조사를 벌이던 지난해와 올해에도 고등학생 논문이 70건 넘게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저자가 고등학생인 경우만도 12건입니다.

    대부분 해외 대학 입시용으로 추정됩니다.

    [김OO/논문 2저자]
    "교수님하고는 연구 건으로 같이 근무를 했었어요. 김OO 학생(교수 딸, 1저자)이 논문 준비를 한다고 해서 토픽(주제)잡아주고, 그런 도움을 준거고."

    교육부 조사도 허술했습니다.

    2년에 걸쳐 특별감사까지 네 차례나 조사했는데도 걸러내지 못한 고등학생 논문이 29건 추가로 확인됐습니다.

    서울대, 고려대, 서강대 등 16개 대학교, 관련된 교수만 41명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4명의 교수가 자녀와 함께 쓴 논문을 교육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윤OO/세명대 교수(아들 2명과 논문 3편 공저)]
    "(아들들이) 과학을 잘하니까 수학을 잘하니까 같이 해서 하는 건 당연한거 아니에요?"

    혈연, 학연 등 온갖 연줄이 동원되는 실태도 다시금 확인됐습니다.

    [이OO/서울대 교수(장인 부탁)]
    "장인어른이나 아내나 통해서 부탁하면 제가 '노'(NO)라고 하기 곤란한 입장이거든요. 기자님도 시부모님이 부탁하면 꼼짝 못하잖아요."

    [김OO/경북대 교수(조카 부탁)]
    "(고등)학생은 제 조카예요. 그때는 그 학교학생들이 다 했거든요. 특히 국제반 학생들이."

    [김OO/한서대 교수(선배 교수 부탁)]
    "정말 존경하는 화학과의 존경하는 학자, 그 아들도 화학을 하겠다고…"

    교수들은 고등학생이지만 뛰어났고, 열심히 연구했다며 문제 삼을 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교육부는 새롭게 드러난 29편의 논문은 연구윤리를 어긴 건 없는지 각 대학에 조사를 지시했고, 조사 범위도 넓혀 2018년, 2019년 논문도 들여다보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장슬기입니다.

    ◀ 앵커 ▶

    내일은 몇몇 교수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이른바 부실 학회, 가짜 학회에, 고등 학생들까지 엉터리 논문을 내고, 입시용 스펙을 쌓고 있는 실태를 보도해 드리겠습니다.

    (영상취재 : 지영록·김경락, 영상편집 : 신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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