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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맨] 우리가 잊었던 태안

[로드맨] 우리가 잊었던 태안
입력 2019-12-07 20:25 | 수정 2019-12-07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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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

    12년 전 바로 이곳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었던 태안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요?

    무너졌던 주민들의 삶은 다 회복되었을까요?

    처음 온 곳은 충남 태안의 한 수산물직판장입니다.

    [홍석찬·박인수·박선웅/관광객]
    "방어를 먹으려고(왔어요.) 사고가 났다고 했을 때는 오기가 꺼려졌는데 지금 보시다시피 많이 깨끗해졌으니까."
    (나에게 모항항이란?)
    "군대 가기 전 마지막으로 오는 바다."

    [정영애/상인]
    "한여름이나 피서철 같은 경우에는. 줄 서서 기다려야지."

    [박종원/어선 '명성호' 사무장]
    "가을에는 생새우는 여기(태안)서 거의 다 들어온다고 보시면 돼요. 한 90% 정도?"
    (메이드 인 태안!)
    "네, 그렇죠."

    조개와 새우 같은 얕은 바다생물의 경우, 사고 직후 개체 수가 70%까지 줄었지만 3년 만에 사고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습니다.

    이곳은 사고 당시 피해가 가장 컸던 만리포 해수욕장입니다.

    [김정호/서퍼]
    "만리포니아라고 부르고 있어요."
    (왜요?)
    "캘리포니아 같은 서핑 장소를 제공할 수 있어서."

    [이형주/만리포 서핑 가게 대표]
    "2015년부터 점점 (서핑 고객이)늘기 시작하더라고요. 두 배로, 두 배로. 여름에는 하루에 500명에서 600명 정도."

    정말 겉보기처럼 기름이 다 걷힌 걸까요?

    [정병관/유류오염연구센터 책임연구원]
    "기름이 표층에만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모래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정병관/유류오염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유류오염연구센터로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하나, 둘, 셋! 아, 여기군요.)
    "네, 맞습니다."
    (옷을 그새 갈아입으셨어요?)
    "네. 이제 실험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정병관/유류오염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사고 전에는 13.6ng 정도가 검출이 되었는데, 사고 직후에는 약 80ng, 5배 정도. 2주 전에 검출된 농도는 약 20ng (입니다.)"

    2008년 태안지역 전체 해안의 69.2%였던 잔존 유징은 이제는 0%, 완전히 회복됐습니다.

    기적의 바다가 된 태안.

    이제는 매년 1천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 도시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게 예전 그대로 회복됐을까요?

    전복 양식업을 하다, 사고 이후 수년간 수입이 끊겼다는 주민을 만나봤습니다.

    [박병철/태안 어민]
    "(사고 이후)한 2년 정도는 거의 일을 못했고요. 피해 액수를 산정하는 쪽에서는 기름 사고 났을 때 저희가 가지고 있던 전복만. 전복만 산출해서 줬기 때문에 저희들이 생각하는 액수하고는 상당히 많이 컸죠. 그리고 민박업을 하는 분들도 다 지금 손을 떼고 그냥 빈집으로 남아 있는 집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은기/주민]
    "1500만 원 굴 값으로 받았는데."
    (일 못하신 건 얼마나 돼요?)
    "못한 거는 3년."
    (억울한 생각은 안 드셨어요?)
    "뭐 억울해요, 그까짓 거. 그렇게 엎질러진 걸."

    더 큰 문제는 주민들의 건강입니다.

    [안정자/태인 모항항 상인]
    "(사고 이후)몇 년 사이로 이렇게 슬슬 아프고 해서 우리 아저씨(남편)도 돌아가시고, 그 옆집 아저씨도 돌아가셨지."

    실제로 사고 이후 이 지역 남성의 전립선암 발병률은 154%가 늘었고, 백혈병을 앓게 된 여성도 50% 이상 늘었습니다.

    [정유영/암 투병 주민]
    "기름이 그렇게 독한 건 줄을 모르고 열심히 일했죠. 기름도 닦고. 기름 때문에 그럴 수도 있을까 그런 생각도 들긴 했었는데 그걸 어디다 하소연할지도 만만치 않고."

    [박명숙/태안환경보건센터 연구팀장]
    "체내에 세포나 유전자에 퇴행성 지표를 본 결과에 의하면 사고가 난 곳부터 가까운 데에 사시는 이런 분들이 이런 산화 손상 지표가 높았습니다. 그리고 방제작업을 많이 할수록 높았습니다."

    사고 책임이 있는 삼성중공업 측에서 낸 수천억 원대의 기금도, 누가 어떻게 쓰냐를 두고 지금까지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국현민/모항항 어촌 계장]
    "태안군이 (기금)1503억을 가지고 왔어요. 이걸 가지고 몇몇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조합을 만들어서 자기들끼리 거기서 이 돈을 갖다가 월급으로 쓰고 있고, 7000명 정도 받은(조합에 가입된)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러면 (전체 주민의)30%인데, 나머지 70% 피해민들은 진짜 억울한 거 아니에요."

    해양수산부가 인가한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에서 기금을 관리하는데, 참여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으로 나뉜 겁니다.

    [국응복/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2년 동안 꾸준히 (피해 주민을)모집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반대 주민과)소통하고 설명회 하고 하려고 다 했었었죠. 그런데 이 사람들이 다 판을 깨 놓는 거예요."

    지도·감독 책임이 있는 해양수산부는 아직 조합이 정착되는 단계라 혼선을 빚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삼성중공업에서 낸 기금을 놓고도 보시는 것처럼 논란이 일었지만, 주민들 가슴을 더 멍들게 한 건 손해배상 액수였습니다.

    피해지역 주민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 12년 만인 올해 9월에야 마무리됐는데요.

    당초 피해 주민들이 청구한 배상금은 4조2천억 원이었습니다.

    그러나 최종 판결은 10분의 1 수준인 4329억 원으로 확정됐습니다.

    직접적인 피해 주민만 4만 명이 넘는데, 평균을 내면 한 사람당 1천만 원 정도 배상을 받은 거죠.

    바다가 회복되는데 걸린 시간은 최소 5년.

    그 사이 어업도, 장사도 접어야 했던 주민들에게 합당한 돈일까요?

    이미 대법원 판결이 끝나서 주민들은 더 이상 어디에 호소하지도 못합니다.

    우리가 잊고 있던 사이 바다는 신통하게도 살아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상처는 아물기는커녕 오히려 덧나고 있었습니다.

    이 또한 우리가 잊고 있던 사이 벌어진 일입니다.

    그것이 지금 태안을 기록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로드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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