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임상재

도로 위 목숨건 수거 작업…"오늘만 안전하자"

도로 위 목숨건 수거 작업…"오늘만 안전하자"
입력 2019-12-08 20:16 | 수정 2019-12-08 20:22
재생목록
    ◀ 앵커 ▶

    고속도로를 운전하는데, 갑자기 쓰레기나 낙하물이 나타나면, 아찔하겠죠.

    사고를 막으려면 당연히 빨리 치워야 하겠지만, 도로 한복판에선 차들이 쌩쌩 달리기 때문에 치우는 분들의 안전을, 소홀히 해선 안됩니다.

    그런데 경기도 자유로에서 낙하물을 처리하는, 도로 정비 수거원들은 이 작업을,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해야 한다고 합니다.

    왜 그런지 임상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제한속도 시속 90km.

    차량들이 쌩생 달리는 경기도 고양시의 자유로 한복판에 도로정비차량이 멈춰섭니다.

    "'목숨을 거시겠습니까' (간판 아래에) 있다고…"

    차에서 내린 수거원이 주변을 살피며 뛰어가 쓰레기를 줍습니다.

    길 건너 쓰레기를 수거하긴 했는데, 쉴 새 없이 달리는 차들 때문에 다시 건너오질 못하거나, 두 명이 들어야 겨우 옮길 수 있는 무거운 낙하물을 수거할 땐 뛸 수 조차 없습니다.

    [윤재남/수거원]
    "냉장고도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위급한 순간에 장비를 기다리는 것도 말도 안되고 도와서 저희들끼리 도와서…"

    뒤따른 차량이 급정거하면서 자칫 추돌사고가 날 우려도 있지만 이들이 하고 있는 안전장비라곤 안전모가 전부.

    이들은 이렇게 하루종일 자유로를 다니며 도로에 떨어진 쓰레기나 동물 사체, 낙하물 등을 치웁니다.

    [정천호/수거원]
    "많이 겁나죠. 차가 그렇게 쌩쌩 달리다보니깐… 저희도 사람인지라 까딱 잘못하면 다리가 삐끗할 수도 있고…"

    지난 2015년에는 도로 정비를 하던 수거원 2명이 차에 치여 숨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자유로라도 지자체가 직접 관리하느냐, 민간 위탁 관리냐에 따라 안전 지침이 다릅니다.

    자유로와 맞닿아 있는 강변북로의 경우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이 직접 관리하는데, 반드시 가이드 차량이 함께 다니며 도로를 통제한 뒤 수거 작업을 합니다.

    파주시도 관할 자유로 관리를 직영으로 전환해 인원과 차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도 고양시 관할 자유로는 민간 위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안전 지침을 지키지 않는건 업체 책임이라는게 고양시의 입장입니다.

    [김윤환/고양시 자원순환과 주무관]
    "가이드를 해서 수거를 하라고 지시를 해서 그렇게 현재 하고 있거든요. 운영이 안된다라고 얘기를 하더라도 그렇게 하라고 저희쪽에서 지시를 했고…"

    같은 자유로에서 같은 업무를 하는데도 다른 건 이 뿐만이 아닙니다.

    민간 위탁으로 운영되면 입찰가에 따라 인건비가 결정되기 때문에 고양시 수거원들은 최저임금도 안 되는 임금을 받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실제 지난 7월부터는 위탁 업체가 바뀌면서 적게는 20만 원에서 많게는 40만원까지 임금이 줄었습니다.

    "고양시는 대책을 마련하라! 대책을 마련하라!"

    이들 수거원 50여 명은 벌써 두달 넘게 고양시청 앞에서 매일 집회를 열고 안전한 근로 환경과 임금 보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윤재남/수거원]
    "'오늘만 안전하자, 오늘만 진짜 무슨 일 없자'라는 심정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임상재입니다.

    (영상취재 : 이주혁VJ, 영상편집 : 오유림)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