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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개 쪼개져 몸속으로…'부표'에 몸살 앓는 우리 바다

잘개 쪼개져 몸속으로…'부표'에 몸살 앓는 우리 바다
입력 2019-12-09 19:55 | 수정 2019-12-09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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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호주의 한 해변에서 발견된 죽은 새의 배 안에서 플라스틱 조각 2백 서른 네개가 나왔습니다.

    바다 주변에 널려있던 작은 플라스틱을 먹이 인줄 알고 먹은 겁니다.

    플라스틱 제품이 잘게 부서지면 이런 미세 플라스틱이 되는데, 특히 우리나라 바다의 미세 플라스틱 농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합니다.

    원인이 무엇인지는 대략 알려져 있지만, 내놓는 대책들이 표적을 맞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훈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우리나라 대표 청정 바다, 한려해상 국립공원.

    배를 타고 둘러봤습니다.

    곳곳에서 바닷속 양식장에 쓰는 흰 부표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씨알 굵은 제철 굴로 키우는 데에 이 부표 만한 효자가 없다보니 국내 양식장에서만 매년 1천9백만 개가 사용됩니다.

    그러나 재질은 스티로폼.

    바다 환경에는 치명타입니다.

    [이종명/한국해양쓰레기 연구소 소장]
    "(스티로폼 부표는) 햇빛을 받으면 바람과 파도에 쉽게 부서지고 또 부착 생물도 파고 들어가면서 가루를 만들고 미세 플라스틱을 만듭니다."

    우니나라 바다의 플라스틱 농도는 북태평양의 쓰레기 밀집 지점보다도 76배 높았습니다.

    특히 미세플라스틱 조각이 1제곱미터당 1만 1천개 넘게 발견돼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데 이중 90% 이상이 스티로폼이었습니다.

    잘게 부서져 가루가 된 스티로폼이 어패류나 물고기를 통해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면 인체 내에서 소화되지 않고, 호르몬계나 신경, 면역계를 망가뜨릴 수 있는 'HBCD'라는 독성물질도 내뿜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은 이미 2, 30년 전부터 스티로폼 부표 대신 뗏목을 사용해왔고, 중국도 최근에 스티로폼 부표 사용을 금지시켰습니다.

    해결책이 없는 건 아닙니다.

    스티로폼을 대체할 친환경 제품도 이미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사용량은 20%대에 불과합니다.

    양식업주들에게 왜 여전히 스티로폼 제품을 주로 사용하는지 물어봤습니다.

    양식장 대신 해안가 한 구석에 가득 쌓아놓은 친환경 제품을 보여줍니다.

    스티로폼 제품에 비해 훨씬 비싼데도 환경을 생각해서 구입했지만 쓸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너무 무거워서 다루기 힘들고, 부표에 물이 들어가 가라앉는 바람에 양식장을 망친 적까지 있다고 합니다.

    [김태형/양식 어업인]
    "정부 시책에 따라 친환경 부표를 쓰고 싶습니다. 또 써야만 하고. 하지만 이런 문제점 때문에 저희들이 많은 친환경 부표를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친환경 부표를 보급하기 위해 구입 가격의 70%를 지원하고 있고, 5년 동안 모두 459억 원이 들어갔습니다.

    돈은 돈대로 썼지만 바다에는 여전히 스티로폼 부표가 떠있고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그대로입니다.

    MBC뉴스 최훈입니다.

    <이 뉴스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주관 KPF디플로마 환경저널리즘 교육과정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영상취재 : 이주영 / 영상편집: 우성호 / 영상출처: UN(국제연합), 유튜브(Noal Fa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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