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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보고 쫓아다녀도…성범죄 아닌 '그저 주거침입'

엿보고 쫓아다녀도…성범죄 아닌 '그저 주거침입'
입력 2019-12-13 19:50 | 수정 2019-12-13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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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이렇게 반복적으로 지켜보는 수준을 넘어서서, 아예 여성을 뒤 따라가서 문을 열기 위해 시도하는 불안한 범죄들도 최근 잇따르고 있죠.

    성 범죄 의도가 충분히 의심이 되지만, 대부분 '주거 침입'혐의만 적용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런 '스토킹' 범죄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어서 김아영 기자가 취재 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10월 밤, 대전의 한 아파트에 사는 여고생이 집으로 들어섭니다.

    그런데, 10분 뒤 한 20대 남성이 이 현관문 앞에 나타나 비밀번호를 마구 눌러댑니다.

    이 남성은 열흘 전쯤, 길을 잃은 이 여고생을 우연히 만나 아파트 입구까지 데려다 준 적이 있습니다.

    당시 여고생은 정확한 동과 호수를 알려주지 않았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이 남성이 집까지 몰래 찾아온 겁니다.

    [피해 여고생]
    "엄청 무서웠죠. 다음 날에 학교 가지말까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하지만 경찰에 붙잡힌 남성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아파트 4층에 올라갔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이 남성에겐 '단순 주거침입' 혐의만 적용됐습니다.

    지난 9월 새벽, 서울 신림동에선 한 30대 남성이 귀갓길의 여성을 쫓아가 공동 현관문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도 경찰이 적용한 혐의는 또 주거침입이었습니다.

    이 남성이 대화를 시도하거나, 신체 접촉을 하진 않았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박수진/변호사]
    "(성범죄) 행위의 시작이 있어야 돼요. 그걸 입증할 수가 없는 거예요, 검사는. 그렇기 때문에 아예 성범죄 적용을 할 수가 없는 거고…"

    법원의 판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5월, 신림동에서 귀가하던 여성을 문 앞까지 따라간 30대 남성은 강간미수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에선 '주거 침입 혐의'만 인정됐습니다.

    재판부는 "성폭행을 실행에 옮긴 게 인정돼야 미수로 처벌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수사기관과 법원이 단순 주거 침입으로 보기 어려운 위협 행위마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처벌한다고 지적합니다.

    [박수진/변호사]
    "의심이 되는 주거 침입이라든가 스토킹, 성범죄 의도가 예상되는 것들은 발각된 행위 범죄에 머무르지 말고 수사 기관에서 조금 적극적으로(수사하는 게 필요합니다.)"

    특히 여성이 느끼는 공포와 후유증을 고려해 성폭행의 실행 여부를 좀 더 넓게 해석하는 쪽으로 법 개정이 이뤄지고 처벌 수위가 높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아영입니다.

    (영상취재 : 이주혁, 영상편집 : 유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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