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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 음식 훔친 '현대판 장발장'…이들 운명은

배고파 음식 훔친 '현대판 장발장'…이들 운명은
입력 2019-12-13 19:56 | 수정 2019-12-13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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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지금 보시는 이 화면, 사흘 전 인천의 한 대형마트 사무실인데요.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푹 수그린 채 서있는 두 사람.

    30대 아버지와 그의 열 두살 아들입니다.

    이들은 해당 마트에서 우유와 사과 같은 먹을 것을 훔치다가 적발이 됐는데요.

    '너무 배가 고파서 물건을 훔쳤다'고 털어놓은 이들 부자에게 잠시 뒤 놀라운 일들이 벌어집니다.

    김세로 기자의 보도, 함께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 10일, 오후 4시 무렵.

    인천의 한 마트 식품 매장으로 가방을 멘 어린 아이와 한 남성이 걸어옵니다.

    구석진 곳에서 잠시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아이가 멘 가방을 열어 몰래 물건을 주워 담습니다.

    이들은 34살 아버지와 12살 아들.

    그런데, 이들의 어설픈 절도는 CCTV를 보고 있던 마트 직원에게 금세 발각됐습니다.

    [당시 출동 경찰관]
    "아버지는 몸을 벌벌 떨면서 땀을 흘리면서 계속 용서해 달라고 사정을 구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도착하자 아버지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아들의 가방에서 나온 물품은 우유 2팩과 사과 여섯 개 그리고 마실 것 몇 개가 전부였습니다.

    금액으로 따지면 대략 1만원 안팎, 이 남성은 '너무 배고픈 나머지 해선 안 될 일을 했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당시 출동 경찰관]
    "기초생활 수급자로 선정돼 있었지만 네 가족이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상태였습니다."

    택시를 몰던 남성은 당뇨와 갑상선 질병을 앓고 있었고, 몸이 아파 여섯 달 동안 일을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살고 있는 임대 아파트엔 홀어머니와 7살 난 둘째 아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연을 들은 마트 주인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조진환 마트 대표]
    "저도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이건 고발이 아닌 저희가 선도하는 차원으로…"

    경찰도 경미한 사안으로 보고 이들 부자를 훈방 조치했습니다.

    다만, 이들을 돌려보내기 전, 먼저 가까운 식당으로 데려가 따뜻한 국밥을 한 그릇씩 시켜줬습니다.

    [이재익 경위/인천 중부경찰서]
    "아침 점심도 다 굶었다고 부자가 그러니까요. 요즘 세상에 밥 굶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잠시 뒤 회색 옷을 입은 한 남성이 음식점 안으로 들어오더니 느닷없이 하얀 봉투 하나를 이들 부자의 식탁 위에 던지듯 내려놓은 뒤 그대로 밖으로 나갑니다.

    [음식점 종업원]
    "애가 막 따라나가더라고요. 그래서 여기(뒤에서) 얘기하는 걸 봤는데 그냥 애를 막 밀면서 (봉투를) 가져가라고…"

    봉투에는 현금 20만 원이 담겨 있었습니다.

    정체 모를 이 남성은 어떻게 이들의 사정을 알았을까.

    조금 전, 그 마트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선처를 구할 때 사무실 바깥에서 보이는 회색 옷.

    봉투를 건네고 사라진 바로 그 남성입니다.

    우연히 부자의 딱한 사연을 듣고는 현금을 뽑고 일부러 식당까지 따라가 전달한 겁니다.

    [이재익 경위/인천 중부경찰서]
    "두 부자한테 큰 용기가 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사회가 메마르지 않았고, 열심히 하려고 노력만 한다면…가장 고마운 분이시죠."

    경찰이 감사장을 전달하려고 이 회색 옷의 중년 남성을 수소문했지만, 끝내 찾진 못했습니다.

    경찰은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아버지의 일자리를 알선하고 아들에게는 무료급식카드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또 마트 주인은 이들 부자에게 쌀과 생필품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MBC뉴스 김세로입니다.

    (영상취재: 김효준 vj/영상편집: 문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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