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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현장] 노포의 '눈물'…"오래 못 가는 오래가게"

[투데이 현장] 노포의 '눈물'…"오래 못 가는 오래가게"
입력 2019-11-11 06:47 | 수정 2019-11-11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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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백년가게, 오래가게.

    정부나 지자체는 오래된 가게를 발굴해 이런 이름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찾아낸 노포도 정책적 지원 없이는 유지되기 힘들다는데요.

    고하연 리포터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중장년층이 찾던 낡은 뒷골목에서 젊은이들의 도심 명소로 떠오른 서울 을지로3가 노가리골목.

    맥줏집 간판에 불이 들어오고 연탄불이 알맞게 달궈지면, 이 골목의 터줏대감 을지OB베어의 하루 영업이 시작됩니다.

    1980년 문을 열어 벌써 39년째.

    6평짜리 가게 안 곳곳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고.

    안주 차림표에 적힌 가격도 오래전 그대로입니다.

    오랜 단골부터,

    [임학수]
    "(맥주) 한 잔에 500원이었거든. 그러다 보니까 추억이 남아 있는데…."

    소문 듣고 찾아온 이들에,

    [변부의]
    "엄청 힙(유행)하고 을지로에서 지금 포차 거리라고 해서 유명하던데…."

    외국인 관광객까지…

    [아사다 마오/일본]
    "한국 포털사이트 지도로 알게 됐어요. 정말 맛있어요."

    이들이 가장 먼저 찾는 건, 한 마리에 천 원짜리 황태와 노가리, 그리고 냉장 숙성해 더 맛있다는 맥주입니다.

    여기 보시면 현판 두 개가 나란히 걸려있는데요.

    하나는 서울시가 선정한 서울미래유산, 다른 하나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백년가게임을 알리는 현판입니다.

    노포의 사회 문화적 가치가 재조명되고 주변 옥외영업까지 허용되며 골목은 매일 저녁 사람들로 북적대지만, 정작 노가리골목의 원조, 을지OB베어는 1년 넘게 임대차 갈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건물주의 재계약 불가 통보에 이어지는 법정 소송까지…

    [강호신/2대 사장]
    "마음 고생, 이렇게 표현이 안 돼요. 정말 생존이잖아요. 39년을 한 자리에서 한다는 게 쉽지는 않아요."

    목공소들이 몰려 있어 한때 목공소 거리라고도 불렸던 곳.

    서울시가 지난해 8월 오래된 가게가 오래 가기를 바란다며 '오래가게'로 선정한 태광문짝이 있던 장소입니다.

    하지만 주변엔 아파트 공사만 한창이고 이제 남은 목공소는 단 2곳뿐.

    [윤대오]
    "문짝 짜는 집들이 거의 20집 있었어요. (지금은) 다 쫓겨나가고…."

    서울시 오래가게인 태광문짝이 옮겨간 곳은 서울을 벗어난 경기도 광주.

    [배성기/목공소 운영]
    "작년에 (오래가게로) 선정되고 나서 한 4개월 만에 이쪽으로 이사 오게 됐어요."

    못 하나 쓰지 않고 구멍과 구멍에 나무를 끼워 넣는 100% 전통 제작방식은 달라진 게 없지만, 수십년간 한 자리를 지켜온 노력이 빛을 볼 때쯤 삶의 터전을 떠나던 심정이 아직도 편치만은 않습니다.

    [배성기/목공소 운영]
    "(오래가게 현판을) 버릴 수는 없고 그래도 오래됐다고 서울시에서 준 건데 나로서는 그래도 귀한거잖아요."

    투데이현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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