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투데이
기자이미지 서윤식

흉기 찔리며 주민 지켰지만…돌아온 건 '실직'

흉기 찔리며 주민 지켰지만…돌아온 건 '실직'
입력 2019-11-26 06:44 | 수정 2019-11-26 06:54
재생목록
    ◀ 앵커 ▶

    지난 4월, 경남 LH 아파트에선 안인득의 흉기 난동으로 5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었죠.

    당시 부상을 입고도 주민들을 끝까지 대피시켜 감동을 줬던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정연섭 씨가 있었는데요.

    정 씨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서윤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4월 새벽, 안인득이 불을 지르고 흉기 난동을 벌여 아파트 전체가 공포에 휩싸였을 당시.

    관리사무소 직원 정연섭 씨는 도망치기는 커녕, 불이 난 계단으로 올라가 안인득을 막아섰습니다.

    [정연섭]
    "흉기를 손에 들고 있는 게 보이니까 그때는 많이 무서웠습니다."

    안인득의 흉기에 얼굴을 찔렸지만, 정 씨는 피를 흘리면서도 끝까지 주민들을 대피시킨 뒤 마지막으로 응급차에 올랐습니다.

    정 씨는 광대뼈 골절에 잇몸과 턱이 내려앉고 얼굴 신경 절반이 마비돼 전치 20주 진단을 받았습니다.

    두 달간 수술과 입원 등 치료를 받으며 산업재해 휴업급여를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이 준 돈은 하루치 급여 6만 6천 원뿐.

    얼굴만 다쳤으니, 일하는 덴 문제가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언론 보도로 결국 휴업급여는 다 받았지만,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아파트로 다시 출근했더니, 사고 당시가 떠오르며 정신이 혼미해지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근무가 힘들었던 겁니다.

    어쩔 수 없이 정 씨는 석 달간 무급휴가를 냈는데, 그러자 관리업체는 임시직인 정 씨를 대체할 다른 직원을 채용해버렸습니다.

    정 씨는 결국 사직서를 냈습니다.

    [정연섭]
    "당직설 때 사건이 일어났고, 그 사건으로 인해서 한순간에 실직자가 됐다는 것에 많이 섭섭했습니다."

    의로운 시민이라며 표창장까지 준 LH는 특혜 소지가 있어 특별채용은 힘들다는 입장입니다.

    노부모와 할아버지를 돌봐야 하는 정 씨는 전기와 전자 계통 자격증이 3개나 있지만, 다른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며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자기 몸을 던져 주민들을 구했던 정 씨가 직장을 잃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현실.

    옛 동료들은, 정의롭고 성실한 정 씨를 누군가 특별채용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MBC뉴스 서윤식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