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서울시가 위탁을 맡겨 운영하는 쓰레기 소각장에서 악취와 고열을 온몸으로 견디며 일하는 노동자들이 상급자의 폭언과 욕설을 견딜 수 없다면서 그 증거와 함께 노동청에 진정을 냈습니다.
노조를 만들었다는 게 이유인데요.
쓰레기 처리한다고 사람까지 쓰레기는 아니라는 이들의 절박한 호소를 손하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시가 민간에 위탁 운영중인 한 소각장.
7천 톤에 달하는 쓰레기봉투가 소각로 앞에 쌓여 있습니다.
자동화가 된 건 쓰레기를 옮기는 일 뿐, 소각로에 쌓인 재를 삽으로 뚫고, 망치로 때리는 건 사람의 일입니다.
노동자들은 악취와 고열, 분진을 견뎌야 하고, 위험한 상황도 자주 겪습니다.
[박 모 씨/노동자]
"손에 화상도 입어 봤고요, 컨베이어에 장갑이 빨려 들어가면서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도 당했었고요."
하지만 처우는 턱없이 낮습니다.
[박 모 씨/노동자]
"항상 최저임금을 쫓아갔기 때문에. '우리는 돈 이거밖에 없으니까 이거밖에 못 줘요. 할래요 말래요?'…급여는 2천750만 원, 2천850만 원 이런 수준이죠."
사측은 "파업을 하거나 태업을 선동하면 면직될 수 있다"는 내용의 불법 근로계약서까지 쓰게 했습니다.
열악한 노동 환경이 좀 나아질까 노조를 만들었는데, 이곳에선 순식간에 다른 노조가 하나 더 만들어졌습니다.
3주 만에 2배가 넘는 조합원을 다른 노조에 모은 사람은 다름아닌 회사 부장 A씨.
정당한 노조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냐며 직원들이 문제삼자, A씨는 다짜고짜 욕을 퍼붓습니다.
[A 부장 (지난해 10월)]
"그러면서 무슨 노조를 한다고. 뭐, 대표? 노원 대표? X까고 있네. XX! 지 혼자 대표야? 참나, XX."
A 부장은 평소에도 직원들에게 폭언을 하는 등 괴롭힘을 일삼았다고 합니다.
[A 부장 (지난달 23일)]
(외주 불러서 하자고요, 부장님.)
"하지 마 이 XX야!"
[A 부장 (지난달 25일)]
(부장님, 욕하지 마세요 저한테.)
"내가 언제 8년 동안 욕을 했냐고 이 XX야!"
취재가 시작되자 A씨는 "화가 나서 잘못된 말을 했다"면서도, 오히려 녹음을 한 부하 직원에 화살을 돌렸습니다.
[A 부장]
"일하다 보면 아들 같은 애들이고, 어린 친구들 기술 가르쳐주면서 욕할 수도 있고…그거까지 다 녹음해서 제보해서 이러면 어떻게 사회생활을 하겠으며…"
노조는 직장내 괴롭힘과 부당노동행위를 조사해 달라며 노동청에 진정을 냈습니다.
[윤지영/변호사]
"헌법에 명시된 파업할 권리를 제한하는 근로계약서는 그 자체로 효력이 없고요. 누가 보더라도 굉장히 상스러운 욕설을 했다면 다툼의 여지가 없죠. 직장내 괴롭힘으로 보는 것이 명백합니다."
지속적인 괴롭힘에 노동자 한 명은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습니다.
이곳의 노동자들은 쓰레기 태우는 사람에게도 인권이 있다고 호소합니다.
[박 모 씨/노동자]
"여기서 무너지면 제 인생이 무너져버릴 것 같은 거예요. 쓰레기 태운다고 쓰레기 같은 인생으로 처분하는 이런 회사가 어디 있어요…"
MBC뉴스 손하늘입니다.
(영상취재: 나경운, 윤병순 / 영상편집: 조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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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손하늘
"쓰레기 태운다고 쓰레기 취급?"…소각장에서 무슨 일이
"쓰레기 태운다고 쓰레기 취급?"…소각장에서 무슨 일이
입력
2021-04-20 20:19
|
수정 2021-04-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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