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해마다 여름철이 되면 넘쳐나는 쓰레기들 때문에 바다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어민들이 쓰고 버린 폐기물에, 장마에 떠밀려오는 육지 쓰레기까지.
매년 항공모함 다섯 척 무게에 달하는 쓰레기들이 버려지고 있다는데요.
아무리 치워도 역부족이라서 발생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이남호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군산 비응항 앞바다.
바다 밑에서 시커먼 쓰레기 더미가 올라옵니다.
폐그물에 폐타이어, 용도를 알 수 없는 쇠파이프까지.
온갖 쓰레기가 뒤섞여 썩은 냄새가 진동합니다.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바다 아래 쌓여 있는지, 갈퀴질을 한 번만 해도 줄줄이 끌려나옵니다.
이런 바다에서는 물고기를 잡아봐야 팔지도 못합니다.
[심명수/비응도 어촌계장]
"먹을 수가 있겠습니까? 절대 먹을 수가 없습니다. 우럭이나 이런 치어들을 썰어보면 썩은내가 많이 납니다."
장마철이 되면 육지에서도 쓰레기가 밀려옵니다
황토빛 강물 위를 뒤덮은 쓰레기.
빗물을 타고 상류에서 쓸려 내려온 쓰레기는 해안에 이르러 모래 사장을 가득 뒤덮습니다.
2킬로미터 정도 되는 이 일대 해안에서 나온 쓰레기입니다.
폐어구와 폐비닐은 물론이고 소파 같은 생활 폐기물까지 온갖 종류의 쓰레기가 나왔습니다.
드론으로 항공 감시 체계도 만들고, 청소용 특수 선박까지 동원해 보지만, 바다 쓰레기는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습니다.
[김기덕/항만 청소선장]
"저희가 쓰레기를 줍다 보면 지금 육상 기인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점점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저희도 줍는 인력은 한계가 있는데…"
이렇게 발생하는 우리나라의 해양 쓰레기는 연간 14.5만 톤으로 추정됩니다.
경항공모함 5척 무게와 맞먹습니다.
이 중 절반은 플라스틱입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파도에 잘게 부서지면서 미세 플라스틱이 되고, 이걸 먹이로 오인한 물고기가 먹으면 결국 식탁 위로 되돌아오게 됩니다.
폐그물이나 어구는 선박 사고를 일으키는 주범이기도 합니다.
운항 중인 선박에 걸려 고장을 내는 건데, 지난 5년간 이런 사고는 1500여 건, 거의 매일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매년 버려지는 폐어구 3만 6천 톤 가운데 수거되는 건 5천 톤, 15%도 채 되지 않습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바다 쓰레기 처리를 위해 정부는 66억 원을 들여 전국 해안에 1,000명의 수거 인력을 배치했습니다.
하지만, 1만 5천 킬로미터에 이르는 해안을 다 청소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정병기/해안 폐기물 수거반장]
"13명이거든요? 우리 팀이. 지금 해안가가 서천군 내 100km 정도 되는데 사람이 하기에 이게 좀 벅차요."
해양수산부는 지역 기업이나 단체 등이 일정 구역의 해변을 맡아 정기적으로 청소하도록 하는 '반려 해변' 사업을 지난해 시작했습니다.
또, 바다 쓰레기의 발생 자체를 줄이기 위해 2023년부터는 어구를 살 때 보증금을 받았다가 반납할 때 돌려주는 제도를 도입하고 어구가 유실되도 분해될 수 있도록 친환경 소재로 만든 어구 사용도 독려하고 있습니다.
다만, 어민들이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 만큼 어민들을 설득하는 게 관건입니다.
MBC뉴스 이남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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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한재훈 / 영상편집: 송지원
뉴스데스크
이남호
매년 '항공모함 5척' 무게만큼…'쓰레기장' 되는 바다
매년 '항공모함 5척' 무게만큼…'쓰레기장' 되는 바다
입력
2021-08-02 22:16
|
수정 2021-08-02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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