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전북 순창에 있는 아름다운 자연 암벽에 전동 드릴로 글씨를 새겨 넣은 모습입니다.
명산의 암벽을 파헤치고 자연환경을 훼손했다면서 주민들과 등산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데, 지방 자치 단체가 예산까지 들여서 만든 거라고 합니다.
한범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섬진강 비경과 웅장한 암벽으로 정부로부터 자연휴양림으로 지정된 전북 순창 동계면 용궐산.
그런데 최근 암석 곳곳에 큼지막한 한자 휘호들이 새겨졌습니다.
조선 최고의 명필가인 석봉 한호와 추사 김정희 선생의 문장을 서체까지 그대로 베낀 것들입니다.
[최경열 / 등산객]
"기둥이라도 세워서 고사성어를 써놔도 상관없는데, 굳이 바위를 깎아서 그렇게 하는 건 자연 훼손이지 않나…"
용궐산에 '고사성어 길'을 만들겠다며 나선 순창군이 지금까지 암벽 잔도를 따라 한자 글귀를 네 군데나 새겼습니다.
암석 곳곳에는 지금도 새로운 글귀가 새겨지고 있습니다.
순창군은 이달 안으로 네 차례 더 조각 작업을 벌일 예정입니다.
자연훼손 논란에도 조각을 강행하는 이유, 요즘 세대가 선현들을 잊고 있어 안타까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순창군 산림공원과 관계자]
"사실 한석봉 선생의 글씨 한 점을 구경해 본 사람이 거의 없어요. 여기에 그 글씨가 있구나해서, 우리나라 선인들도 알리고…"
다른 지역에선 수백 년 전 조선 유학자들이 암석에 쓴 글씨가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용궐산 조각 역시 후대에 명물이 될 것이라고 순창군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을 묵묵히 버텨온 명산이 회복할 수 없는 생채기를 입었다는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MBC뉴스 한범수입니다.
영상취재 : 홍창용(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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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한범수
아무리 '명필'이라도…"굳이 암벽 깎아 새겨야 하나" 분통
아무리 '명필'이라도…"굳이 암벽 깎아 새겨야 하나" 분통
입력
2021-09-0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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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1-09-03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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