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폭우로 물이 불어난 하천에서 초등학생 3명이 물에 빠지는 사고가 일어났는데요.
마침, 근처를 지나던 시민에 의해 모두 구조됐습니다.
이 시민은 아이들을 모두 구하고 나서야 지쳐 쓰려졌습니다.
서창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경남 함안군의 한 하천.
황급히 달려온 구급대원이 산책로에 누워있는 남자아이에게 다가가 말을 건넵니다.
[구급대원 ]
"괜찮아? 물 많이 먹은 것 같아?"
물에 흠뻑 젖은 채 힘겹게 눈을 뜬 아이는 구급대원의 질문에 간신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보다 조금 일찍 구조된 또 다른 아이와
"괜찮아? 물은 많이 안 먹었어? 속에 뭐 올라오고 그런 건 없어?"
(없어요.)
인근 수풀에 쓰러져 있던 아이까지 모두 3명이 구조됐습니다.
[목격자]
"아이가 입에도 그렇고 피도 나오고 코에도 나오더라고요. 빨리 조치를 좀…"
그리고 물가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고 있는 한 남성.
"아저씨 괜찮습니까?"
(네…)
8살, 9살 초등학생 형제와 12살 초등학생을 모두 구해 낸 건 평범한 회사원인 46살 이동근 씨였습니다.
이 씨는 하천을 따라 자전거를 타다가 물에서 허우적대던 아이들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살려달라'는 아이들의 외침에 망설임 없이 하천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이동근/구조자]
"거기서 제가 얘들을 못 구하면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아서 있는 힘껏 온 힘을 다 짜내서 구조를 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이 하천은 450mm의 비가 쏟아진 직후라 수심이 2미터까지 깊어지고 물살도 거셌습니다.
이 씨는 아이들 곁으로 헤엄쳐 간 뒤 한 명씩 물가로 데리고 나왔습니다.
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세 명을 모두 구한 뒤,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이동근/구조자]
"첫째, 둘째 구하고 셋째 구할 때 저도 체력이 떨어지고 하니까 많이 힘들더라고요. 그때 생각이 '이러다 나도 잘못되는 거 아닌가'…"
10년 전, 자신의 딸들이 물에 빠지면 내 손으로 구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수영을 배우게 됐다는 이 씨는 똑같은 상황이 다시 닥쳐도 또다시 물에 들어갈 거라고 말했습니다.
[이동근/구조자]
"상황을 봐야겠지만 그때도 아마 뛰어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MBC뉴스 서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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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서창우
"내 아이 생각으로"…물에 빠진 초등생 3명 구했다
"내 아이 생각으로"…물에 빠진 초등생 3명 구했다
입력
2021-07-14 06:51
|
수정 2021-07-14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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