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580
맥주를 즐기다
맥주를 즐기다
입력
2013-08-12 09:18
|
수정 2013-08-12 17:28
재생목록
지난 일요일, 70만 명이 찾은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사람들은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끝없이 펼쳐진 파라솔 그늘 아래에서 모처럼의 여유를 누립니다.
한낮의 더위를 식히려는 관광객,
◀INT▶ 임채호
"해운대 오니까 또 열기가 느껴지니까 맥주가 좀 당기더라고요."
열대야에 잠 못 이루고 나온 사람들도 시원한 맥주에 자꾸 손이 갑니다.
◀INT▶ 지소현
"너무 덥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아이들 데리고 바닷가 나왔는데 밥 먹다보니 또 맥주가 생각나서"
하루 일과가 끝난 저녁시각,
수 백 개의 좌판이 펼쳐지자 도심의 골목길도 거대한 맥주집으로 바뀌었습니다.
한 잔 3천원짜리 생맥주에 노가리를 안주 삼아 더위와 스트레스를 씻어냅니다.
◀INT▶ 배주성
"더우니까 맥주를 찾는거죠. 시원한 맛에. 달리가 1000m 해보고 맥주 한 잔 딱 마셔보세요. 갈증에 따봉입니다."
이 곳을 찾는 사람은 하룻밤 평균 1천 명.
수 십년 동안 정이 들었는데 가격도 저렴해 단골들은 이 곳을 떠나지 못합니다.
◀ 기 자 ▶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술 맥주, 작년 한 해에만 4조원 어치를 마셨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사이 외국맥주의 수입량이 크게 늘면서 맥주 열풍을 이끌고 있습니다.
맥주를 통해서도 다양한 맛과 향을 즐기고 싶다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겁니다.
◀VCR▶
서울의 한 맥주집.
보리가 아니라 밀로 만든 맥주,
효모가 많이 들어가 맛과 향이 강한 에일맥주, 알록달록, 모양도 이름도 생소한 맥주 수십가지가 진열돼 있습니다.
◀SYN▶
"저번에 이거 먹어봤으니까 다른 거 먹어볼까"
맥주의 출신지도 미국 하와이, 캘리포니아, 오스트리아 등 다양합니다.
버드와이저, 하이네켄처럼 대기업이 생산한 맥주가 아니라 해외 각국의 소규모 양조장이 생산한 '수제맥주'들입니다.
젊은층이 많이 찾아 특히 유행에 민감한 서울 홍익대학교 주변,
오고가는 외국인들로 유행이 일찍 시작되는 이태원 주변엔 요즘 이런 술집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INT▶ 김건
"병부터 일단 색다르고 향이나 맛도 색다르고 하니까... 제가 기분 우울할 때나 무뭐 할 때 이런 수입맥주 마시면 조금 기분 좋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대부분 한 병에 1만 원 가까이해 일반 맥주보다 훨씬 비싸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합니다.
◀INT▶ 박성휘
"흑맥주가 먹고 싶거나 약간 거품이 풍부한..달짝 지근한 맥주 먹고 싶을 때는 우리 국산 맥주에는 그런게 없으니까 (수입맥주 찾게 되는 것 같아요)"
한국 맥주가 밋밋하다는 반응은 맥주애호가들 사이에서 꽤 오래된 이야기지만 지난 겨울엔 외신에까지 이런 내용이 실려 맥주 업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북한이 유일하게 한국을 이길 수 있는 건 맥주.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의 맥주는 맛도, 가격도 거의 차이가 없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한국 맥주 맛에 대한 혹평을 쏟아낸 겁니다.
◀INT▶ 다니엘 튜더/이코노미스트 특파원
"편의점이나 가면 맥주 항상 1850원이에요. 왜 경쟁 안 해요? 그런 생각했어요. 그리고 맛보면 한국 맥주...맥주 A, 맥주 B, 맥주 C 비교하지 못해요."
북한의 대동강 맥주가 더 맛있다며 비교 대상으로 제시된데다 두 맥주 제조사가 80년 가까이 과점 시장을 형성해 온 점이 지적돼 호응이 뜨거웠습니다.
◀INT▶ 다니엘 튜더/이코노미스트 특파원
"충격받았어요. 댓글 보면 와 '맞다 맞다 맞다, 맞다 맞다 맞다' 그런 얘기 많이 봤어요."
-------------------------------------------
맥주는 주재료에 따라 보리맥주와 밀맥주로 나뉩니다.
보리맥주는 발효방식에 따라 다시 라거와 에일로 나뉘는데 가라앉은 효모를 저온에서 발효시켜 청량감이 강한 게 라거, 떠오른 모를 상온 발효시켜 향긋하고 맛이 진한 맥주가 에일입니다.
국내 기업이 판매하는 맥주는 대부분 라거.
한국 맥주의 맛이 아쉽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일단 종류가 다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INT▶ 이기중 교수/ 전남대 인류학과, 맥주수첩 저자
"왜 우리나라에 소폭이라는게 생겼냐, 라고 하는게 밍밍하니까. 밍밍하니까 마시다보니까 뭔가 좀 찐해야 되는데 그런 소주 같은걸 넣는데 사실 그게 우리나라 맥주의 맛을 표현해주는 것 같아요."
지난해 맥주 수입액은 7359만 달러로 5년 만에 두 배로 증가했습니다.
수입량이 늘면서 가격이 예전보다 저렴해지자 소비자들이 수입맥주를 더 찾고, 그래서 인기가 더 높아지는 현상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INT▶ 부강미
"저한테는 약간 강하다 싶을 정도로 그런 느낌이 맛이 있어서 차별화 되는 것 같고요. 기분도 다르고요. 가격이 예전보다 많이 저렴해진 것 같아요."
여기에 해외 소규모 양조장의 수제맥주까지 시장을 파고들어 국내 맥주에서 갈 곳을 잃은 소비자들의 기호를 충족시켜주고 있는 겁니다.
=============================
서울 옥수동의 셀프 양조장.
맥주 만들기 동호회, 일명 '맥만동' 회원들이 모였습니다.
국내 출시 예정인 캐나다 수제맥주를 먼저 맛보기 위해섭니다.
◀SYN▶ 정영진 회원/맥주만들기동호회
"한참 뜨고 있는 어메리칸 계열의 시트러스한 그런 것보다는 좀 더 사람들이 쉽게 먹을 수 있는 스타일이긴 해요. 그래도 우리나라 맥주들보다는 좀 더 특색있는..."
맥주 애호가들인만큼 평가도 구체적입니다.
◀ EFFECT ▶
"오늘 맥주가 입자들이 다 거칠거칠하네요. 많이 거친편이고."
이 동호회는 지난 2002년 맥주 만들기 레시피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로 시작해 지금은 회원수가 2만명으로 늘었습니다.
다른 맥주를 마시고 싶은데 구할 방법이 없으니 '만들어서라도 먹자.'는게 출발이었습니다.
정기적으로 모여 함께 맥주를 만들고 레시피에 참고하기 위해 해외 맥주들을 시음합니다.
◀INT▶허지훈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맥주들은 맛이 너무 획일적으로 똑같아요. 그래서 어느 순간 맥주를 만들어먹기 시작했는데 이게 맥주의 진정한 맛이라는 걸 느꼈거든요."
◀ 기 자 ▶
이웃나라 일본의 상황은 어떨까요?
우리나라처럼 대기업 맥주가 시장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곳에서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20년 전부터 생산된 각 지역의 수제맥주들이 시행착오 끝에 자리를 잡아 인기를 끌게 된 겁니다.
◀VCR▶
일본 도쿄 중심가에 위치한 한 맥주집.
스무명 남짓 앉을 수 있는 좁은 공간에 빽빽하게 맥주들이 진열돼 있습니다.
이 곳은 소규모 양조장에서 생산된 수제 맥주만 취급하는 곳입니다.
◀INT▶ 야마구치 마사코/ 수제맥주집 직원
"우리 가게에는 미국 수제생맥주가 10종류, 일본 수제 생맥주가 10종류 있어요. 그리고 병맥주도 80종류를 갖춰놓고 있죠."
메뉴를 고르기도 어려워 보이지만 손님들은 즐거워합니다.
◀INT▶ 아라이 준코/ 수제맥주짐 손님
"크래프트 비어가게는 생맥주 종류가 많기 때문에 고르는 재미가 있어요. 종류가 많아서 놀랍고요."
요즘 인기있는 건 은은한 노란빛에 향이 부드러운 수제 밀맥주.
◀SYN▶ 아라이 준코
"코에도는 맛있잖아.
◀SYN▶에노모토 미즈호
일본 맥주는 일본 맥주대로 고유의 특징이 있고 향이 좋아요"
이 맥주는 도쿄 인근, 한적한 시골마을의 작은 양조장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지난 97년 문을 연 [코에도 맥주회사]는 수제 맥주양주장 치고 큰 규모입니다.
이 양조장이 생산하는 맥주는 모두 다섯가지.
5도에서 7도까지 다양한 도수의 라거 3가지와 밀맥주, 흑맥주입니다.
대기업에선 만들 수 없는 수제 맥주만의 맛을 내는 게 핵심입니다.
◀INT▶ 시게하루 아사기리 대표이사/ 일본 코에도 브루어리
"색깔, 맛, 향, 그리고 입에 머금었을 때 닿는 감촉 등 밸런스를 맞춰서 깨끗하고 잡맛 없는 맥주를 생산한다는 것. 맥주 장인들이 갓난아기를 키우듯이 정성스레 빚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TV 광고를 할 여력도 없는 작은 기업이었지만 세계맥주대회, 유럽맥주대회를 휩쓸며 맛을 인정받아 판매량은 연간 수 백만병으로 늘었고 작년부턴 우리나라에도 수출도 하고 있습니다.
일본에는 지난 94년 소규모 양조장도 맥주를 유통할 수 있게 법이 개정되면서 '코에도'와 같은 소규모 양조장, 일명 '지비루'가 현재 2백여곳까지 늘어났습니다.
아직 일본 전체 맥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내외로 아직 미미하지만 대기업의 맥주 판매량이 크게 감소하는 가운데 매년 수십%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
국내에도 이런 소규모 맥주회사가 있습니다.
강원도 횡성의 산골짜기에 위치한 작은 맥주 양조장.
맥주를 만드는 첫 번째 공정, 맥아 분쇄를 하고 있습니다.
"알갱이가 손으로 만져도 자연스럽게 으스러질 수 있을 정도가 돼야 좋은 분쇄를 한거야."
분쇄된 맥아를 뜨거운 물에 닳여내 조청을 만들듯이 맥즙을 만드는데, 눌러붙지 않도록 끊임없이 저어줘야 하고 끓어넘치지 않게 온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맥즙에 맥주의 풍미를 더하는 '홉'을 첨가해 끓여주고 "홉이 녹아가면서 고미, 고향, 씁씁한 맛과 쌉쌀한 맛, 향미, 이런게 들어가는거죠."
여기에 효모를 넣어 며칠간 발효, 효모를 배출한 뒤 또 며칠간 숙성을 해야 비로소 맥주가 만들어집니다.
지난 2011년 정부가 주세법을 개정해 150KL 규모의 시설을 갖추면 맥주를 유통할 수 있게 되자 하이트 진로- 오비맥주로 양분된 맥주시장에 77년만에 뛰어든 제3 사업자입니다.
◀INT▶ 김강삼 대표/ (주)세븐브로이
"수입맥주가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유럽의 다양한 맥주들, 가까운 일본에서도...그 수입맥주에 대처할 상품이 필요하다"
이들의 주력 상품은 대기업에서 만들지 않는 '에일 맥주'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청량하고 산뜻한 라거맥주에 비해 묵직하고 진한 맛입니다.
◀INT▶ 윤진수 맥주장인/ (주)세븐브로이
"국내는 라거 시장이 더 크기 때문에... 반신반의로 시작했었어요. 근데 중요한 건 맥주 맛을 아는 사람들에게 저희 맥주를 드셔보게 하는게 제 꿈이었거든요."
생맥주 전문점에 납품을 하다 최근엔 캔으로 포장해 대형마트에까지 유통을 하게 됐습니다.
'에일'맥주 특유의 맛과 향에 꽤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아직 수익을 내진 못하고 있습니다.
◀INT▶ 김강삼 대표/ (주)세븐브로이
"규모의 경제지 않습니까. 많이 생산하면 단가는 내려가게 돼있습니다. 대기업은 1리터에 100원이다, 저희 중소기업은 1리터에 200원이 들어갑니다. 대기업의 100원에다 72% 세금하고 중소기업 200원의 72% 세금을 비교하면 차이가 엄청나게 벌어지게 되겠죠."
하우스 맥주집들의 경우 사정은 더욱 심각합니다.
세금도 세금이지만 일본과 달리 소규모 술집에서만 만들어 바로 판매하도록 하고 유통은 금지시켰기 때문에 지난 2002년 이후 150곳까지 생겼던 하우스 맥주집들은 현재 30여 곳만 남았습니다.
◀INT▶ 차보윤 대표/ 한국 마이크로브루어리 협회
"(저도) 몽땅 망하고 나왔죠. 거기서. 저희 같은 경우는 40억원 정도 들여서 매장을 했는데 8년 동안 하다가 한 푼도 못 건지고 그대로 40억원 다...오히려 빚만 지고 나온 셈이죠."
최근 몇 년 사이 계속해서 파고들고 있는 수입맥주들의 거센 공세.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우리 역시 다양한 맛의 맥주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토양을 만드는 게 시급해보입니다.
사람들은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끝없이 펼쳐진 파라솔 그늘 아래에서 모처럼의 여유를 누립니다.
한낮의 더위를 식히려는 관광객,
◀INT▶ 임채호
"해운대 오니까 또 열기가 느껴지니까 맥주가 좀 당기더라고요."
열대야에 잠 못 이루고 나온 사람들도 시원한 맥주에 자꾸 손이 갑니다.
◀INT▶ 지소현
"너무 덥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아이들 데리고 바닷가 나왔는데 밥 먹다보니 또 맥주가 생각나서"
하루 일과가 끝난 저녁시각,
수 백 개의 좌판이 펼쳐지자 도심의 골목길도 거대한 맥주집으로 바뀌었습니다.
한 잔 3천원짜리 생맥주에 노가리를 안주 삼아 더위와 스트레스를 씻어냅니다.
◀INT▶ 배주성
"더우니까 맥주를 찾는거죠. 시원한 맛에. 달리가 1000m 해보고 맥주 한 잔 딱 마셔보세요. 갈증에 따봉입니다."
이 곳을 찾는 사람은 하룻밤 평균 1천 명.
수 십년 동안 정이 들었는데 가격도 저렴해 단골들은 이 곳을 떠나지 못합니다.
◀ 기 자 ▶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술 맥주, 작년 한 해에만 4조원 어치를 마셨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사이 외국맥주의 수입량이 크게 늘면서 맥주 열풍을 이끌고 있습니다.
맥주를 통해서도 다양한 맛과 향을 즐기고 싶다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겁니다.
◀VCR▶
서울의 한 맥주집.
보리가 아니라 밀로 만든 맥주,
효모가 많이 들어가 맛과 향이 강한 에일맥주, 알록달록, 모양도 이름도 생소한 맥주 수십가지가 진열돼 있습니다.
◀SYN▶
"저번에 이거 먹어봤으니까 다른 거 먹어볼까"
맥주의 출신지도 미국 하와이, 캘리포니아, 오스트리아 등 다양합니다.
버드와이저, 하이네켄처럼 대기업이 생산한 맥주가 아니라 해외 각국의 소규모 양조장이 생산한 '수제맥주'들입니다.
젊은층이 많이 찾아 특히 유행에 민감한 서울 홍익대학교 주변,
오고가는 외국인들로 유행이 일찍 시작되는 이태원 주변엔 요즘 이런 술집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INT▶ 김건
"병부터 일단 색다르고 향이나 맛도 색다르고 하니까... 제가 기분 우울할 때나 무뭐 할 때 이런 수입맥주 마시면 조금 기분 좋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대부분 한 병에 1만 원 가까이해 일반 맥주보다 훨씬 비싸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합니다.
◀INT▶ 박성휘
"흑맥주가 먹고 싶거나 약간 거품이 풍부한..달짝 지근한 맥주 먹고 싶을 때는 우리 국산 맥주에는 그런게 없으니까 (수입맥주 찾게 되는 것 같아요)"
한국 맥주가 밋밋하다는 반응은 맥주애호가들 사이에서 꽤 오래된 이야기지만 지난 겨울엔 외신에까지 이런 내용이 실려 맥주 업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북한이 유일하게 한국을 이길 수 있는 건 맥주.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의 맥주는 맛도, 가격도 거의 차이가 없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한국 맥주 맛에 대한 혹평을 쏟아낸 겁니다.
◀INT▶ 다니엘 튜더/이코노미스트 특파원
"편의점이나 가면 맥주 항상 1850원이에요. 왜 경쟁 안 해요? 그런 생각했어요. 그리고 맛보면 한국 맥주...맥주 A, 맥주 B, 맥주 C 비교하지 못해요."
북한의 대동강 맥주가 더 맛있다며 비교 대상으로 제시된데다 두 맥주 제조사가 80년 가까이 과점 시장을 형성해 온 점이 지적돼 호응이 뜨거웠습니다.
◀INT▶ 다니엘 튜더/이코노미스트 특파원
"충격받았어요. 댓글 보면 와 '맞다 맞다 맞다, 맞다 맞다 맞다' 그런 얘기 많이 봤어요."
-------------------------------------------
맥주는 주재료에 따라 보리맥주와 밀맥주로 나뉩니다.
보리맥주는 발효방식에 따라 다시 라거와 에일로 나뉘는데 가라앉은 효모를 저온에서 발효시켜 청량감이 강한 게 라거, 떠오른 모를 상온 발효시켜 향긋하고 맛이 진한 맥주가 에일입니다.
국내 기업이 판매하는 맥주는 대부분 라거.
한국 맥주의 맛이 아쉽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일단 종류가 다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INT▶ 이기중 교수/ 전남대 인류학과, 맥주수첩 저자
"왜 우리나라에 소폭이라는게 생겼냐, 라고 하는게 밍밍하니까. 밍밍하니까 마시다보니까 뭔가 좀 찐해야 되는데 그런 소주 같은걸 넣는데 사실 그게 우리나라 맥주의 맛을 표현해주는 것 같아요."
지난해 맥주 수입액은 7359만 달러로 5년 만에 두 배로 증가했습니다.
수입량이 늘면서 가격이 예전보다 저렴해지자 소비자들이 수입맥주를 더 찾고, 그래서 인기가 더 높아지는 현상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INT▶ 부강미
"저한테는 약간 강하다 싶을 정도로 그런 느낌이 맛이 있어서 차별화 되는 것 같고요. 기분도 다르고요. 가격이 예전보다 많이 저렴해진 것 같아요."
여기에 해외 소규모 양조장의 수제맥주까지 시장을 파고들어 국내 맥주에서 갈 곳을 잃은 소비자들의 기호를 충족시켜주고 있는 겁니다.
=============================
서울 옥수동의 셀프 양조장.
맥주 만들기 동호회, 일명 '맥만동' 회원들이 모였습니다.
국내 출시 예정인 캐나다 수제맥주를 먼저 맛보기 위해섭니다.
◀SYN▶ 정영진 회원/맥주만들기동호회
"한참 뜨고 있는 어메리칸 계열의 시트러스한 그런 것보다는 좀 더 사람들이 쉽게 먹을 수 있는 스타일이긴 해요. 그래도 우리나라 맥주들보다는 좀 더 특색있는..."
맥주 애호가들인만큼 평가도 구체적입니다.
◀ EFFECT ▶
"오늘 맥주가 입자들이 다 거칠거칠하네요. 많이 거친편이고."
이 동호회는 지난 2002년 맥주 만들기 레시피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로 시작해 지금은 회원수가 2만명으로 늘었습니다.
다른 맥주를 마시고 싶은데 구할 방법이 없으니 '만들어서라도 먹자.'는게 출발이었습니다.
정기적으로 모여 함께 맥주를 만들고 레시피에 참고하기 위해 해외 맥주들을 시음합니다.
◀INT▶허지훈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맥주들은 맛이 너무 획일적으로 똑같아요. 그래서 어느 순간 맥주를 만들어먹기 시작했는데 이게 맥주의 진정한 맛이라는 걸 느꼈거든요."
◀ 기 자 ▶
이웃나라 일본의 상황은 어떨까요?
우리나라처럼 대기업 맥주가 시장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곳에서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20년 전부터 생산된 각 지역의 수제맥주들이 시행착오 끝에 자리를 잡아 인기를 끌게 된 겁니다.
◀VCR▶
일본 도쿄 중심가에 위치한 한 맥주집.
스무명 남짓 앉을 수 있는 좁은 공간에 빽빽하게 맥주들이 진열돼 있습니다.
이 곳은 소규모 양조장에서 생산된 수제 맥주만 취급하는 곳입니다.
◀INT▶ 야마구치 마사코/ 수제맥주집 직원
"우리 가게에는 미국 수제생맥주가 10종류, 일본 수제 생맥주가 10종류 있어요. 그리고 병맥주도 80종류를 갖춰놓고 있죠."
메뉴를 고르기도 어려워 보이지만 손님들은 즐거워합니다.
◀INT▶ 아라이 준코/ 수제맥주짐 손님
"크래프트 비어가게는 생맥주 종류가 많기 때문에 고르는 재미가 있어요. 종류가 많아서 놀랍고요."
요즘 인기있는 건 은은한 노란빛에 향이 부드러운 수제 밀맥주.
◀SYN▶ 아라이 준코
"코에도는 맛있잖아.
◀SYN▶에노모토 미즈호
일본 맥주는 일본 맥주대로 고유의 특징이 있고 향이 좋아요"
이 맥주는 도쿄 인근, 한적한 시골마을의 작은 양조장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지난 97년 문을 연 [코에도 맥주회사]는 수제 맥주양주장 치고 큰 규모입니다.
이 양조장이 생산하는 맥주는 모두 다섯가지.
5도에서 7도까지 다양한 도수의 라거 3가지와 밀맥주, 흑맥주입니다.
대기업에선 만들 수 없는 수제 맥주만의 맛을 내는 게 핵심입니다.
◀INT▶ 시게하루 아사기리 대표이사/ 일본 코에도 브루어리
"색깔, 맛, 향, 그리고 입에 머금었을 때 닿는 감촉 등 밸런스를 맞춰서 깨끗하고 잡맛 없는 맥주를 생산한다는 것. 맥주 장인들이 갓난아기를 키우듯이 정성스레 빚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TV 광고를 할 여력도 없는 작은 기업이었지만 세계맥주대회, 유럽맥주대회를 휩쓸며 맛을 인정받아 판매량은 연간 수 백만병으로 늘었고 작년부턴 우리나라에도 수출도 하고 있습니다.
일본에는 지난 94년 소규모 양조장도 맥주를 유통할 수 있게 법이 개정되면서 '코에도'와 같은 소규모 양조장, 일명 '지비루'가 현재 2백여곳까지 늘어났습니다.
아직 일본 전체 맥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내외로 아직 미미하지만 대기업의 맥주 판매량이 크게 감소하는 가운데 매년 수십%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
국내에도 이런 소규모 맥주회사가 있습니다.
강원도 횡성의 산골짜기에 위치한 작은 맥주 양조장.
맥주를 만드는 첫 번째 공정, 맥아 분쇄를 하고 있습니다.
"알갱이가 손으로 만져도 자연스럽게 으스러질 수 있을 정도가 돼야 좋은 분쇄를 한거야."
분쇄된 맥아를 뜨거운 물에 닳여내 조청을 만들듯이 맥즙을 만드는데, 눌러붙지 않도록 끊임없이 저어줘야 하고 끓어넘치지 않게 온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맥즙에 맥주의 풍미를 더하는 '홉'을 첨가해 끓여주고 "홉이 녹아가면서 고미, 고향, 씁씁한 맛과 쌉쌀한 맛, 향미, 이런게 들어가는거죠."
여기에 효모를 넣어 며칠간 발효, 효모를 배출한 뒤 또 며칠간 숙성을 해야 비로소 맥주가 만들어집니다.
지난 2011년 정부가 주세법을 개정해 150KL 규모의 시설을 갖추면 맥주를 유통할 수 있게 되자 하이트 진로- 오비맥주로 양분된 맥주시장에 77년만에 뛰어든 제3 사업자입니다.
◀INT▶ 김강삼 대표/ (주)세븐브로이
"수입맥주가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유럽의 다양한 맥주들, 가까운 일본에서도...그 수입맥주에 대처할 상품이 필요하다"
이들의 주력 상품은 대기업에서 만들지 않는 '에일 맥주'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청량하고 산뜻한 라거맥주에 비해 묵직하고 진한 맛입니다.
◀INT▶ 윤진수 맥주장인/ (주)세븐브로이
"국내는 라거 시장이 더 크기 때문에... 반신반의로 시작했었어요. 근데 중요한 건 맥주 맛을 아는 사람들에게 저희 맥주를 드셔보게 하는게 제 꿈이었거든요."
생맥주 전문점에 납품을 하다 최근엔 캔으로 포장해 대형마트에까지 유통을 하게 됐습니다.
'에일'맥주 특유의 맛과 향에 꽤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아직 수익을 내진 못하고 있습니다.
◀INT▶ 김강삼 대표/ (주)세븐브로이
"규모의 경제지 않습니까. 많이 생산하면 단가는 내려가게 돼있습니다. 대기업은 1리터에 100원이다, 저희 중소기업은 1리터에 200원이 들어갑니다. 대기업의 100원에다 72% 세금하고 중소기업 200원의 72% 세금을 비교하면 차이가 엄청나게 벌어지게 되겠죠."
하우스 맥주집들의 경우 사정은 더욱 심각합니다.
세금도 세금이지만 일본과 달리 소규모 술집에서만 만들어 바로 판매하도록 하고 유통은 금지시켰기 때문에 지난 2002년 이후 150곳까지 생겼던 하우스 맥주집들은 현재 30여 곳만 남았습니다.
◀INT▶ 차보윤 대표/ 한국 마이크로브루어리 협회
"(저도) 몽땅 망하고 나왔죠. 거기서. 저희 같은 경우는 40억원 정도 들여서 매장을 했는데 8년 동안 하다가 한 푼도 못 건지고 그대로 40억원 다...오히려 빚만 지고 나온 셈이죠."
최근 몇 년 사이 계속해서 파고들고 있는 수입맥주들의 거센 공세.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우리 역시 다양한 맛의 맥주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토양을 만드는 게 시급해보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