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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먹어도 되나요?"

"먹어도 되나요?"
입력 2013-09-02 09:30 | 수정 2013-09-0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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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8일 새벽, 일본 지바현의 조시항.

    펄떡이는 생선을 가득 실은 배들이 항구로 들어옵니다.

    한국 사람들도 좋아하는 광어와 쥐노래미, 망둥어도 눈에 띕니다.

    후쿠시마 원자로에서 200km 남짓 떨어진 조시항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조업이 계속되는 어항 가운데 사고 현장과 가장 가까운 곳입니다.

    항구 한 켠엔 방사능 물질 검출 여부를 검사했다는 증명서가 붙어 있습니다.

    2주 전 들어온 농어에선 세슘이 6.2 Bq, 쥐노래미는 1.28 Bq 검출됐다는 내용입니다.

    ◀SYN▶ 야찌야마/조시항 상인
    "안전한 생선만 잡고 있고 (방사능 물질이) 기준치 이하라서 괜찮아요."

    이곳에 들어온 생선은 도쿄를 비롯한 일본 전역으로 배달되고, 일부는 냉동이나 가공 형태로 한국, 중국 등으로 팔려나갑니다.

    ◀SYN▶ 야찌야마/조시항 상인
    "수출하는 건 고등어, 정어리 같은 생선인데 컨테이너로 수출해요. 1528 갈치 같은 건 한국으로 많이 수출해요."

    도쿄 시내 우에노 시장.

    각종 수산물을 갖다 놓은 생선가게 앞에서 그냥 발걸음을 돌리는 일본인들이 눈에 띕니다.

    ◀INT▶ 이치가와
    "아이한테는 가능한 한 먹이지 않으려고 해요. 광어 같은 건 먹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년이 넘게 지났지만, 일본에선 방사능에 대한 공포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무엇보다 방사능에 대처하는 일본 정부의 미덥지 못한 태도로 인해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까지
    불안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에 오염된 지하수가 바다로 흘러들어 갔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부인해왔던 오염수 유출에 대해 처음으로 인정한 겁니다.

    ◀SYN▶ 도쿄전력 7월23일
    "매우 심려를 끼쳐드리는 내용입니다. 죄송합니다."

    더 충격적인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바다로 흘러들어 간 고농도의 방사능 오염수는 매일 3백 톤.

    여기에서 천문학적인 양의 방사성 물질이 뿜어져 나왔고, 원전 3호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에서도 초고농도 방사능이 검출됐습니다.

    ◀SYN▶ 다나카 위원장/일본원자력규제위
    "원전 주변이 모두 오염됐기 때문에 기존 파악 방식은 무의합니다."

    도쿄전력은 통제 불능의 상황임을 고백했습니다.

    ◀SYN▶ 아이자와/도쿄전력 부사장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의 지원을 받아 복구하겠습니다. 그만큼 중대한 상황 입니다"

    아베 총리가 "책임지고 대응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방사능 오염수는 지금도 태평양 먼바다로 대책 없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원전 사고 이후 사고 반경 20km 이내 해역을 조사해온 도쿄 해양대학의 간다 죠타 교수는 바다 깊숙이 가라앉은 방사능 물질을 섭취한 광어와 가오리, 쥐놀래미 등을 중심으로 수산물 오염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INT▶ 간다 죠타 교수/동경 해양대학
    "쥐노래미에 관해서 지금 수산청 홈페이지에 최근 나온 결과는 대략 10마리당 1마리 정도가 규제치인 100배크렐을 넘는 것이 아직도 나오고 있어요."

    베크렐(Bq)은 방사능 물질 내부에 얼마나 많은 방사선이 있는지를 나타내는데, 대표적인 방사능 물질인 세슘의 경우 우리나라 식품은 370 Bq/kg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370 Bq/kg이었던 기준을 원전 사고 이후 100 Bq/kg로 낮췄는데, 현재 일본에선 조업이 허용된 곳에서도 생선의 10%는 기준치 이상의 세슘이 검출되는 셈입니다.

    이렇다 보니 방사능 검출 여부를 검사해주는 민간 업체가 성황을 누릴 정도입니다.

    ◀INT ▶ 다까마츠 모또기르/검사업체대표
    "딸이 둘이 있는데요. 아무래도 많이 걱정이 돼서 조사해보고 싶었죠. 일단 내 가족을 위해 조사하기 시작했는데요. 이런 얘기를 했더니 많은 사람들이 자기도 조사해보고 싶다고 해서 이곳을 열게 됐습니다."

    자기 먹거리 안전은 자신이 직접 챙기는 편이 안심이 된다는 겁니다.

    ◀INT▶ 야마다
    "처음에는 패닉과 같았어요. 몰랐기 때문에 점점 두려움이 부풀었죠. (지금은) 우리들 눈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INT▶ 히로미
    "행정 당국에서 뭔가 해주길 기다릴 것이 아니라 일단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가장 알고 싶은 건 방사능 물질이 검출된 생선을 먹으면 얼마나 위험한지, 어떻게 방사능을 피해 안전한 먹거리를 찾아 먹을 수 있는지 입니다.

    일본은 국민들이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 못하고 스스로 대처하고 있는데요.
    우리의 상황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주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썰렁한 분위기에 상인들은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습니다.

    원전 파동 때문에 일본 수입산은 아예 꺼내놓지도 않고 있는데, 국내산 생선까지 꺼린다는 겁니다.

    ◀SYN▶ 신춘자/노량진 수산시장 상인
    "다 국산이야 국산이라고 다 써 붙여놓고 팔잖아. 써 붙여 놓고. 그런데도 손님들이 안 먹어. 옛날 안 같고 지금은 안 먹어."

    국립수산과학원이 2011년부터 우리나라 인근 해수를 조사한 결과, 일본 원전 오염수가 동해나 남해 등 우리 해역으로는 흘러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문제는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흘러가다 보니 원산지가 노르웨이나 러시아산인 수산물도 마음이 안 놓이는데다, 기준치 이하라도 일본산 수산물이 계속 수입되고 있다고 하니, 소비자들이 아예
    수산물을 기피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INT▶ 유승희/노량진 수산시장 상인
    "아예 그런 소리를 하려면 수입을 하지 마라. 그렇게 상인들을 다 죽이는 거 아니야. 영업집도 죽고 다 죽지."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더 예민합니다.

    아이들 식재료를 살 때 휴대용 방사능 계측기를 들고 장을 보는 어린이집도 생겼습니다.

    ◀INT▶ 전인자/어린이집 대표
    "따가운 시선을 느껴요. 저게 뭐 하는 건가, 그냥 먹으면 되지. 뭘 저렇게..하는 시선. 솔직히 느끼긴 해요. 그렇지만, 아이들의 건강이기 때문에 좀 예민하게 합니다."

    전혀 근거 없는 우려는 아닙니다.

    세슘의 경우 우리나라 식품 기준치는 370 Bq/kg,

    일본은 100 Bq/kg입니다.

    미국은 1200, 대만은 300 Bq/kg.

    중국은 수산물과 육류는 800, 채소는 210 Bq/kg입니다.

    그런데 독일의 경우 성인은 8 , 영유아는 4 Bq/kg로 권고합니다.

    국제 기준이 1000Bq/kg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기준치가 느슨하지는 않지만, 의료계에선 이렇게 나라 사정에 따라 수백 배씩 차이가 나는 기준치는 의학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INT▶ 김익중 교수/동국대학교 의과대학
    "그 이상 오염된 것들은 유통하지 말자는 관리 기준치죠. 그건 의학적으로 안전한 기준치는 아니고. 적게 피폭되면 적게 위험하고 많이 피폭되면 많이 위험하다, 라는 게 의학적으로 내놓은 결론입니다."

    또 아무리 적은 양의 방사능 물질이라도 언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사람마다 달라, 안전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세슘 기준치 370 Bq은 1kg을 먹어도 엑스레이 한 번 찍을 때 노출되는 방사능보다 한참 못 미치는 정도라고 설명합니다.

    ◀INT▶ 이수두 과장/식품의약안전처
    "사실 평생 먹어도 인체에 유해가 없다고 해석해도 되기 때문에 기준치 이하는 사실 안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치만 놓고 보면 방사능에 오염된 생선을 먹어도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많이 먹어도 된다는 건지에 대해선 원자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립니다.

    ◀INT▶ 이재기 교수/한양대학교 원자력공학과
    "우리가 매일 먹는 밥 한 그릇, 김치 한 젓갈에도 다 발암물질은 있는 거 아시잖아요. 그러면 그것도 다 위험하니까 밥 한 숟갈도 위험하다 얘기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근데 왜 방사능은 조금만 있으면 그게 마치 위험하고 암 걸릴 것처럼 생각하는지."

    ◀INT▶ 서균렬 교수/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잠실구장에 예를 들어 3만 관중이 있어요. 홈런공 맞을 확률이 별로 없죠. 그렇죠? 그렇지만, 여러 번 가게 되면 언젠가 누군가는 맞는데 그 맞는 사람이 나일 수 있다는 거고요. 그 사람은 굉장히 아파요. 잘못 맞으면 어린아이가 맞으면 사망할 수도 있죠. 이게 방사능의 위험입니다."

    현재 대만은 일본 5개 지역 모든 식품을 수입 금지했고, 중국은 10개 지역의 모든 식품은 물론 사료까지 수입을 중단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수산물의 경우 8개 지역 49개 품목을 수입 금지했는데, 모두 일본이 자체적으로 출하를 금지해 어차피 수입이 안 되는 것들입니다.

    또 농산물은 방사능이 조금이라도 검출되면 곧바로 반송하는 반면, 수산물은 시간이 지나면 부패한다는 이유로 기준치 이하는 모두 통과시킨다는 것도 국민들이 안심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INT▶ 김혜정 운영위원장/시민방사능 감시센터
    "지금 하고 있는 모든 정책은 일본 정부가 정한 기준치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 일본 정부가 자체적으로 출하 금지한 품목을 받아들인 것 외에는 없어요. 오염된 지역 식품은 모든 것을 금지하는 게 맞는거지..."

    경기도의 한 물류센터.

    냉동 창고에 보관된 고등어와 삼치에 휴대용 방사능 계측기를 갖다 댑니다.

    표면에 묻어 있는 방사능을 측정하는 건데, 수산물뿐 아니라 가공 식품, 생활용품까지 꼼꼼하게 검사하고, 기록합니다.

    한 생활협동조합에서 조합원들이 구입하는 모든 물품은 방사능 검사를 거친 뒤 판매하기로 한 겁니다.

    조합에서 자체적으로 세슘 기준치도 만들었습니다.

    어른은 17.3 Bq/kg, 영유아는 3.7 Bq/kg.

    정부 기준치의 최대 1/100 수준입니다.

    ◀INT▶ 이진옥/생협 조합원
    "저희가 생각했을 때는 정부가 해 놓은 그 기준치가 좀 높다는 생각이 들어요. 좀 더 안전한 기준치로 결정해서 조합원들에게 좀 안심하고 수산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라는 결론이 나와서..."

    조금이라도 방사능 검출이 의심되면 정밀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아이 엄마들을 비롯해 7개 시민단체가 모금해 식약처에서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1억 3천만 원짜리 핵종분석기도 구입했습니다.

    검사 결과는 누구나 볼 수 있게 전부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방사능 물질이 하나도 안 나오는 먹거리만 고집하는 건 아닙니다.

    먹을지 말지 판단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지만, 그 판단을 정확히 할 수 있도록 정보는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는 겁니다.

    ◀INT▶ 이슬비/행복중심생협 지원팀
    "무조건 안전하니까 먹어라 이게 아니라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게끔 정보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누구는 내가 몸이 안 좋은 사람이라서 조금 먹는 걸 더 신경 쓰고 먹을 수 있어야 하는데…"

    2011년 원전 사고 이후 지난달까지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수산물은 7만 8천 톤.

    이 가운데 3천10 톤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는데, 우리 정부의 대응은 일관되게 "기준치 이하니 안심해도 된다"입니다.

    최근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면서 식약처가 일본산뿐 아니라 태평양 수산물도 검사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시료 한 건 분석에 세 시간씩 걸리는 핵종분석기가 19대뿐인 상황에서 장비와 인력의 충원 없이 어떻게 검사를 강화할지 의문입니다.

    ◀INT▶ 김혜정 운영위원장/시민방사능감시센터
    "우리나라 정부가 최소한 중국 정부가 취하는 정책만 취해도 사실 시민들이 이렇게 고가의 측정 장비를 구입하고, 개인이 사비를 들여서 기기를 사는 것까지는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근거가 없거나 과장된 괴담을 바로잡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이미 현실 속에 존재하는 국민들의 불안에 한발 앞서 대처하는 것도 정부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우리 정부가 우리 국민을 설득하는 근거가 일본 국민들조차 좀처럼 믿지 않는 일본 정부의 기준치뿐이라면, 정부의 "안심하라"는 말은 계속 외면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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