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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이정은 기자

"뇌가 자라지 않아요…수술 받게 해주세요"

"뇌가 자라지 않아요…수술 받게 해주세요"
입력 2013-11-11 10:22 | 수정 2013-11-1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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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아이들에 비해 머리뼈가 비정상적으로 빨리 붙어 머리가 작은 '소두증'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 이 증상을 앓게 되면 뇌가 제대로 자라지 못해 여러 질환과 장애를 갖게 됩니다. 증세를 호전시키기 위해 두개골의 뼈를 확장시켜주는 수술법이 있지만 최근 들어 수술할 길이 막혀버려 부모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희귀난치병인 소두증 환자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취재했습니다.

    =============================

    지난 수요일, 경기도 화성의 한 아파트.

    이른 아침 막 두 돌을 넘긴 다온이가 의젓하게 앉아 밥을 먹습니다.

    ◀SYN▶ 권일순/다온 엄마
    “8개월부터 그냥 밥 먹었어요. 물에 말아서 커피 티 스푼에 줬더니 조금씩 받아먹더니.”

    한 그릇 뚝딱, 입가심까지 마치자 그제서야 오빠 기현이가 일어납니다.

    잠에서 덜 깬 채 비척비척 걸어 나오자 엄마는 TV를 기현이가 좋아하는 채널로 돌립니다.

    ◀SYN▶
    "엄마 안 돼!
    (오빠한테 양보하자.)
    “안 돼”

    기현이가 TV에 정신이 팔린 사이 엄마가 할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머리에 삐죽, 뿔처럼 나와 있는 쇠막대.

    엄마는 이걸 매일 아침 좌우 합쳐 0.7mm씩 나사못으로 돌려줘야 합니다.

    머리뼈가 잘 자라지 않아 엄마가 매일 조금씩, 몇 달 동안 머리뼈 키우는 장치를 돌려 두개골의 공간을 넓히는 겁니다.

    올해 5살인 기현이의 발달 정도는 1살 수준.

    몸만 컸지 말은 거의 못하고 소변도 못 가리고, 이해력도 떨어집니다.

    생후 4개월 때 원인모를 감염으로 머리의 절반이 고름으로 가득 차 뇌가 크게 손상됐습니다.

    ◀SYN▶ 권일순/기현·다온 엄마
    “못 살 수도 있다는 말까지 들었어요. 그리고 살아도 중증장애나 못 일어나고, 못 걷는다.”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결국 후유증으로 뇌병변 장애와 함께 머리가 작은 '소두증'이 생겼습니다.

    이런 저런 수술로 엄마가 오빠에게 매달린 동안 22개월 어린 동생 다온이가 먼저 철이 들었습니다.

    ◀SYN▶
    “아, 알았다!”
    (뭐)
    “오빠가..아프니까”
    (응. 오빠가 아프니까?)
    “오빠가 아프고”(응. 오빠가 아프니까 다온이가 오빠한테 잘 해야지)

    다온이가 할머니 손에 이끌려 어린이집에 가면 엄마는 또 기현이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에 찾아갑니다.

    이렇게 머리가 잘 자라지 않아 작은 증상을 '소두증'이라고 합니다.

    알 수 없이 머리가 잘 안 크는 경우도 있고, 기현이처럼 여러 이유로 뇌가 손상돼 ‘소두증’이 올 수도 있는데요.

    마땅한 치료 방법이 없어 심한 소두증이 나타나면 부모도, 아이도 평생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합니다.

    소두증을 앓고 있는 열두 살 서연이.

    초등학교 5학년 나이지만 학교를 가지 못하고 집에서 방문 선생님과 공부합니다.

    악기를 이용한 음악치료를 좀 따라하나 싶더니 곧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얼굴도, 몸집도 또래에 비해 작고, 인지 발달이 1살 정도인 서연이.

    머리둘레가 39cm로 생후 3개월 아기와 비슷합니다.

    아이의 머리둘레가 평균 영유아 머리둘레에서 제일 작은 3% 안에 속하면 소두증 가능성이 있는데, 서연이는 3% 기준에서도 한참 모자랍니다.

    ◀SYN▶ 조은정/서연·민서 엄마
    “(서연이가) 100일 정도 됐을 때 경기를 계속 해가지고 큰 병원 쪽으로 갔는데 거기서 아기가 정상아들에 비해서 머리둘레가 10cm 이상이나 작다고 소두증이라고...”

    보통 아기들은 생후 3년 동안 뇌의 용량이 3배로 증가할 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합니다.

    이런 시기에 소두증이 나타나면 신체능력, 인지발달이 늦어지고, 여러 가지 합병증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습니다.

    ◀SYN▶ 김봉옥/충남대학병원장·재활의학과 전문의
    "뇌라는 게 여러 가지 담당을 하는 콘트롤 타워인데 여기서 충분하게 뇌조직이 발달을 못하고 작다보니까 여러 가지 기능에 장애가 옵니다. 잘 움직이기 못하기도 하고 인지기능이 떨어지기도 하고 그리고 경기를 하는 경우도 있고..."

    숱한 고비를 넘기고 서연이가 조금 안정됐다 싶었을 때 동생을 낳았는데, 남동생인 민서마저 태어나자마자 소두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SYN▶ 조은정/서연·민서 엄마
    “의학적인 자료로 병원에서 아기는 세 살까지 밖에 못 살고 살더라도 정상적인 생활은 뭐, 안 된다는 식으로 말을 하면요. 부모 입장에서 정말 눈앞이 깜깜하고 아무런 생각이 안 나요.”

    소두증 남매를 키워낸 12년.

    그동안 물리치료사였던 엄마는 일을 그만두고 아이들에게 매달렸고, 직장생활을 하던 아빠는 회사를 그만두고 1톤 트럭을 마련해 과일장사에 뛰어들었습니다.

    ◀SYN▶ 박재형/서연·민서 아빠
    “병원생활 오래하다보니 직장 상사한테도 그렇고 너무 빠지는 시간도 많다 보니까 도저히 다닐 수 있는 여건이 못됐죠.”

    다행히 민서는 소두증 정도가 누나보다 덜한 편.

    충남 부여에서 대전에 있는 대학병원까지 매주 재활치료를 다니고, 경기 증상을 진정시키기 위해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까지 매달 오르내리는 부모의 지극 정성에 지금까지 버텼습니다.

    하지만 뇌는 이미 손상됐고 성장도 거의 멈춰 앞으로 크게 나아지리라 기대하긴 힘듭니다.

    ◀SYN▶ 김봉옥/충남대학병원장·재활의학과 전문의
    “그리고 (지난 2년 동안) 서 있을 때, 균형을 조금 더 잘 잡고 발을 내밀 때 꼬는 게 덜하고 이제 그런 정도가 좋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기능이 그렇게 눈에 띄게 좋아질 거라 기대하진 않습니다.”

    뇌손상 후유증이 언제 어떻게 찾아올 지, 내일이면 오늘보다 더 상태가 나빠질 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현실을 부모들도 알고 있습니다.

    ◀SYN▶ 조은정/서연·민서 엄마
    “우리 아기가 진짜 의사 분들 말씀하시는 대로 3년이 될지 6년이 될지, 앞으로 계속 저랑 살게 될지 저는 모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거는 진짜 욕심 없고 내 옆에서 이렇게 하루라도 아프지 않은 모습으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전문가들은 소두증 아이들을 이만큼 키워낸 것도 기적에 가깝다고 합니다.

    소두증은 여러 합병증으로 일찍 세상을 떠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극히 일부의 의료진이 아이의 머리뼈를 늘리는 수술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이마저 불가능한 상황이 됐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원래 아기들은 다섯 조각의 머릿뼈가 다 붙지 않고 뼈 자체도 딱딱하게 굳지 않은 상태로 태어납니다.

    뇌가 성장하면서 뼈를 밀어내 머리가 커지는 겁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 그러니까 태어나서부터 머릿뼈가 붙어있거나 뇌가 채 자라기도 전에 뼈가 빨리 붙어버리는 경우.

    마치 키크는 수술처럼 머리뼈를 잘라 쇠막대를 설치하고 몇 달 동안 아주 조금씩 막대사이를 벌려 뼈가 크도록 돕는 수술을 하게 됩니다.

    ◀SYN▶ 윤수한 교수/아주대학교병원 신경외과
    "조금, 조금씩 늘리면 뼈가 생겨나면서 피부도 같이 늘어나면서 그렇게 안전하게 늘어날 수 있다는 거고요."

    5살 수현이가 그런 경우입니다.

    정상인 줄 알았던 수현이에게서 이상 증세를 발견한 건 생후 4개월 경.

    어깨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증상 때문에 물리치료를 받던 중 발달이 더딘 걸 알게 됐습니다.

    ◀SYN▶ 박경남/수현엄마
    "(물리치료사가) 어머니, 목 어때요? 목 가눠요? 아님 배밀이해요? 이런 거 물어보는데 애가 조금 늦는 것 같아요. 다른 애들하고 조금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물리치료사가 그렇게 이야기하더라고요."

    만 22개월이 돼서야 소두증 이란 걸 알게 됐고 부랴부랴 아주대학교 병원에서 머리뼈 늘리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첫 수술 뒤 병원에서 두 돌 생일을 맞았고, 만 세 돌 무렵 두 번째 수술을, 올해 초 세 번째 수술을 받아, 머리둘레가 43cm에서 48cm로 늘어났습니다.

    ◀SYN▶ 박경남/수현 엄마
    "잘 웃지를 않는 아이였어요. 어쩌다 울긴 했어도 하다못해 간지럼을 태워도 웃지 않았는데 수술하고 나서는 자기 몸에 대한 인지가 됐는지 웃기 시작하더라고요. (세 번째 수술 이후에는) 졸리면 졸리다고 자기가 징징거릴 줄도 알고 그리고 단어도 몇 마디 알아듣고..."

    수현이가 어설프나마 걷게 되고, 감정표현이 늘어난 것을 보고 엄마는 추가 수술을 몇 번만 더 받으면 크게 좋아질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현 엄마의 생각과 달리 의료계는 이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머리뼈가 이미 붙어버린 소두증의 경우 이런 수술이 효과가 있겠지만, 뼈가 아직 덜 붙은 소두증 아이들은 수술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대부분 신경외과 의사들의 견해입니다.

    ◀SYN▶ 대학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아무리 손상이 심하게 되도 아이들 뇌는 자랍니다. 발달을 합니다. 그래서 정상적으로 발달을 하는 것보다 느린 것뿐이지.. 봉합선이 열려있는 애들 같으면 굳이 수술하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크는 머리를 왜 한 번 더 잘라요."

    쉽게 말하자면 뇌가 성장을 못해 머리뼈를 못 밀어내거나 이유 없이 머리가 자라지 않을 경우 이는 뇌가 문제지 뼈 문제가 아니어서 뼈 수술을 할 필요가 없단 겁니다.

    지난 목요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앞.

    ◀SYN▶
    “우리아이 다 죽는다 수술불가 철회하라!”
    (철회하라! 철회하라! 철회하라!)"

    소두증 환아 가족들이 모였습니다.

    최근 심평원이 머리뼈 늘리는 수술의 적용 대상에 관한 기준을 강화하면서 소두증 환자 중 상당수가 이 수술을 받을 수 없게 됐기 때문입니다.

    다수 신경외과 전문의들의 의견에 따라 심평원은 두개골이 이미 붙어있는 경우만 이 수술을 보험대상으로 인정하고, 증상이 진행 중인 경우에는 수술을 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SYN▶ 변박장/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위원
    "(뼈가 안 붙은 소두증은) 뼈 자르는 수술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세계적으로 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확실히 정리돼있는 의학적 사실입니다. 발달을 촉진시킬 수 있는 교육을 받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나..."

    이 기준대로라면 앞에 나온 수현이도 처음부터 뼈가 붙어 있었던 경우가 아니어서 추가 수술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SYN▶ 신연기 두개골 확장술 환아들 모임
    "이번에 금지를 결정한 수술은 소두증 환아들이 실질적으로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고 장애를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되어 왔던 수술입니다"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떠나 정부가 아예 수술 대상이 아니라고 분류했기 때문에, 전액 환자부담, 비급여로도 수술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의사가 사비를 털거나, 병원에서 무료로 해줘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희귀병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과 가족들.

    ◀SYN▶ 박경남/수현 엄마
    "기초적인 생활은 할 수 있게 애를 만들어놔야지 부모 마음이 편하잖아요. 부모가 끝까지 지켜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아이를 살리기 위해 마지막 수단까지 다 해보려 애쓰고 있지만, 현실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SYN▶ 권일순/기현·다온 엄마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장애를 조금이라도 겪고는 살아야겠지만 덜 겪고 살 수 있게끔... 그냥 사회를 바라볼 수 있게끔, 그냥 꿈을 꿀 수 있게끔, 많이 도와 줬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든 살게 해달라는 기도와 보살핌 외에는 해 줄 것이 없다는 것이 이들을 더욱 절망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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