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580
송양환 기자
송양환 기자
"3억 원 투자했는데…" 절대 욕망의 대상 '야마시타의 금괴'
"3억 원 투자했는데…" 절대 욕망의 대상 '야마시타의 금괴'
입력
2013-12-02 10:44
|
수정 2013-12-0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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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연천군 신라 경순왕릉 인근에 높은 울타리가 둘러쳐진 수상한 공사현장이 있습니다. 낯선 이의 접근을 엄격히 막는 이곳에선 굴착공사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취재진이 만난 사람들은 '일제의 육군대장 야마시타가 묻어놓은 1만톤의 금괴를 찾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과연 '야마시타의 금괴'는 존재하는 것일까요?
전직 자치단체장 한 사람도 금괴발굴 작업에 3억 원을 투자했다가 금괴는 커녕 돈만 날리고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다는데...
절대 욕망의 대상, 황금을 좇는 사람들을 뒤쫓아 가봅니다.
=============================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파헤쳐진 땅 주위에 모여 있습니다.
길쭉한 장비를 들고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한 사람이 무언가 발견한 듯 말합니다.
◀SYN▶
"있네. 2미터만 안에있다. 2미터만 더 파면 확실하게 보이겠는데.."
경기도 연천군 경순왕릉 근처.
현장엔 높은 울타리가 둘러쳐져 있고, 무슨 공사인지 알리는 안내문도 없습니다.
외부인은 접근 금지.
◀SYN▶
"거기 왜 들어가세요? 그냥 가세요!"
첨단 장비로 감시하고 있다는, 조금은 황당한 경고도 곁들입니다.
◀SYN▶
"하루에 30초씩 두 번, 인공위성에서 촬영을 해요. 그래서 얼굴 똑같은 사람이 3회 이상 오면 신원조회 하게끔 되어 있어요. 여기 있었던 일을 밖에 나가서 누설하면 안 되거든.."
"이곳엔 어마어마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합니다.
땅을 파는 사람도, 거기에 투자하길 권하는 사람도 모두 국가 기밀이라 말하고, 현장에 들어가기 위해선 비밀을 지키겠다는 각서까지 써야합니다.
이 땅속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요"
서울 종로의 한 다방.
공사현장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종교단체 고문이라는 홍 모 씨는 대뜸 일제 강점기 때 이야기를 꺼냅니다.
◀SYN▶ 홍 0 0
"왜정 때, 아세아 일대를 그 당시에 일본이 전부 다 점령을 하고 있었으니까..야마시타 도모유키라고 하는 육군 대장이 금 모으기 운동을 시작한 거예요."
연천 땅 속에 묻혀 있는 게 바로 일제가 아시아 전역에서 수탈한 이른 바 '야마시타 금괴'라는 얘깁니다.
금괴의 양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SYN▶ 홍 0 0
"연천에 (금괴) 약 9천 톤이 묻혀있는 걸로 내용은 나와 있는데, 실제로 작업을 하다가 보니까 한 1만 톤 가까이 돼요."
금괴 1만 톤, 시가로 400조 원이 넘습니다.
믿기 어렵다고 하자 정부기관이 보증한 내용이라며 금이 나오면 어떻게 나눌 건지, 구체적인 설명까지 보탰습니다.
◀SYN▶ 홍 0 0
"광업진흥공사가 전문이니까 전부다 확인을 했어요. 이게 전리품이거든요. 전쟁은 미국이 이겼으니까 미국 쪽에 50% 줘야 되요. 그리고 우리 정부가 25% 가져가고, 우리가 25%.."
(거기에 금이 묻혀있다는 거는 우리 정부랑 미국 정부랑 완전히 확인을 한 거네요? 그러면?)
"물론이지." "확인을 했으니까 허가를 내줬지."
그런 뒤 이 내용은 대통령까지 알고 있는 비밀이라고 슬쩍 귀띔합니다.
◀SYN▶ 신 0 0
"미국에서 감정사가 (장비를) 가져와가지고 (금괴를 확인)할 적에, 정부에서도 대통령은 못 나오니까..자기 동생을 보낸 거야..박지만이를..같이 참석해라."
발굴 현장을 지켜 봤습니다.
어디선지 코트를 입은 여성과 노인들이 모여들었고 커다란 지팡이를 든 스님도 보입니다.
취재진에게 금괴 이야기를 했던 홍 씨도 이곳에 있었습니다.
군청 공무원과 함께 현장에 들어가 봤습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을 뚫는 시추기계 주변으로 깨진 암석이 잔뜩 쌓여 있습니다.
무슨 일을 하는 거냐고 묻자 처음엔 다른 말로 둘러대더니,
◀SYN▶ 현장관계자
"여기 그냥 물도 좀 있나 온천도 좀 있나 파고"
곧 금괴를 언급하며 연천군수가 대통령 지시를 받아 자신들을 돕고 있다면서 자세히 알려들지 말라고 선을 긋습니다.
◀SYN▶ 현장관계자
"박근혜 대통령 취임하시고 나서 굉장히 비선 쪽에서 많이 움직이는 그런 라인이에요. 그 정도까지만 아세요. 나랏일 좋은 일 하니까 군수님은 어느 정도 아시고.."
야마시타가 금괴를 묻었다는 이야기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필리핀에서는 무려 60여 군데에 금괴가 묻혀있고, 필리핀의 독재자 마르코스는 이 금괴를 찾아내 호화생활을 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이들은 정말 이 야마시타 금괴를 찾고 있는 걸까요?
먼저 이 사람들이 금괴가 연천에 묻혀있는 걸 확인해줬다고 말한 광물자원공사에 문의했습니다.
◀SYN▶ 한경수 탐사팀장/한국광물자원공사
"해당지역에 대해서는 금괴는 물론이고, 금광조사나 다른 일체 광산 조사를 한 기록이 없습니다. 정말로 광물공사 이름을 거론했다면 사칭이겠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비밀리에 이들을 돕고 있다는 연천군수도 만났습니다.
◀SYN▶ 김규선 경기도 연천군수
"왜 그런 얘기를 하는지..제가 그분들하고 얼굴도 본 바가 없는데 그런 얘기를 한다는 건 잘못된 얘기죠."
이들의 속셈은 곧 드러났습니다.
금괴에 관심을 보이자 대뜸 발굴비용 이야기를 꺼냅니다.
◀SYN▶ 홍 0 0
"우리가 작업비가 한 3억 원 정도 있어야 되요. 그 수표를 가지고, 서류 다 놓고 계약을 하는 걸로 그렇게 해 주세요."
금괴 발굴 작업에 투자하면 수천억 원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하는 겁니다.
◀SYN▶ 신 0 0
(우리가 3억 원을 투자하면 어느 정도 나올 수 있는 거예요? 돈이..)
"그런 거는 이야기 하지마라... 수천억 원이 나오지..그런 것은 말하지 마라."
수소문 끝에 2580은 연천 공사현장에 실제로 돈을 투자했던 정 모 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서울시의원을 두 차례 지내고, 서울시내 구청장도 역임한 그는 1억 원 넘는 돈을 들여 연천 땅을 직접 구입하고, 군청의 발굴 허가까지 자신의 이름으로 받았습니다.
◀SYN▶ 정 0 0
"반신반의 하지만 그냥 한번 해본 거예요. 그 아버지가 일본군 사령관, 통역관으로 있었대요. 내 주변에서는 뭐 확실히 믿을 수 있다 하니까..그렇게 된 거지 뭐.."
정씨는 금괴 찾는데 모두 3억 원을 쏟아 부었지만 결국 손에 쥔 건 아무 것도 없었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SYN▶ 정 0 0
"우리가 한 25미터까지 한 20군데를 파 봤거든 확인했는데 없더라고..창피스러워가지고..집사람도 지금 모르잖아. 나도 열 받지 그 생각하면.."
현장에서 직접 땅을 팠던 중장비 기사들의 증언은 더 가관입니다.
◀SYN▶ 김 0 0
"'여기야, 여기. 찍어. 파!' 뚫었는데 안 나와요. 그러더니 그 다음에는 또 바뀌는 거야. '여기야. 왜 여길 뚫었어? 위성으로 (보니) 여기야. 여기 뚫어' 안 되면, '야! 위에야. 위에 뚫어' 그래가지고 그 자리만 수십 군데를 뚫은 거예요. 물만 나오죠. 밑에 아무 것도 없고.."
중장비 기사들은 공사 대금 4천여만 원까지 떼였지만 발굴 관계자들은 계속해서 고위층을 거론하며 무마를 시도했다고 합니다.
◀SYN▶ 오 0 0
"퇴역 장성이라고 그런 분들도 오시고..거기 군사 지역이잖아요. 하다가 어려운 일 있으면 자기한테 얘기해라 김관진(국방장관)이 내 후배이니까 다 처리해 주겠다고.."
지난 목요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주점.
취재진에게 투자를 권했던 홍 모 씨 등이 또 다른 사람에게 금괴 발굴에 참여하라고 권유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경찰이 들이닥쳤습니다.
◀SYN▶ 이정찬/서울 종암경찰서
"신 0 0 씨, 지금 사기 혐의로 체포영장 발부됐고요. (뭐요?) 체포영장에 의해서 체포를 하겠습니다."
승강이가 벌어졌습니다.
슬그머니 도망치려고도 했지만, 잠시 후 일행은 나란히 호송차량에 태워졌습니다.
경찰서에서 만나 다시 물어봤습니다.
먼저 금괴 1만 톤이 묻혀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던 홍 모 씨.
◀SYN▶
"어르신, 거기 정말 금이 있어서 저한테 그런 말씀하셨던 건가요 그러면?"
(........)
"그때 미8군에서 와서 (금괴를) 다 확인하고 갔다고 저한테 말씀하셨잖아요."
(저기..한 0 0 씨가, 말하자면 허가자하고 아니까... 한 0 0 씨가 알 일이지, 나는 그 말을 빌려가지고 한 것이고..)
대통령의 동생이 현장을 보고 갔다고 말했던 신 모씨는 옆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깁니다.
◀SYN▶
"처음 발굴할 때 박근혜 대통령 동생, 박지만 씨가 왔다갔다고 저한테 말씀하셨잖아요?"
(난 그거 얘기 들었어요. 홍 회장이랑 한 회장한테 얘기 들었어요)
"대통령 얘기는..난 모르고..난 거기까지는 몰라 깊이..나올 거 아냐! 시끄러워."
그런데 사기혐의로 체포된 이들이 경찰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언급한 인물이 있습니다.
이 발굴 사업을 주도했다는 또 다른 신 모 씨입니다.
서울 강남에서 접골원을 운영 중인 신 씨를 찾아갔습니다.
그는 일제 시대에 아버지가 옥스포드대학에서 유학을 했고,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일본 육군 사령관이었던 야마시타의 통역 장교가 됐다면서 아버지가 야마시타로부터 받은 보물지도를 자신이 물려받았다고 주장합니다.
◀SYN▶ 신 ㅁ ㅁ
"저희 선친이고요. 이게 야마시타 아들이고, 저인데 이 분이 찾아온 거예요 저를..저희 아버님은 이제 정보를 받은 거죠. 왜냐면 (야마시타와) 같이 있었으니까.."
자신이 금괴 발굴을 주도해온 건 맞지만, 자금부족으로 자신은 두 달 전에 손을 뗐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자기를 내세우는 사람들은 모두 사기꾼이고 경찰에 붙잡힌 이들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SYN▶ 신 ㅁ ㅁ
"제가 주지도 않은 서류를 왜 그 사람이 갖고 있어야 됩니까? 그리고 제 돈이 없으면 그만이지..투자자를 모을 수는 없어요."
그런데 신 씨의 사무실로 불쑥, 한 남성이 들어왔습니다.
신 씨는 아는 동생이라고 소개했고, 이 남성도 자신은 금괴 발굴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합니다.
◀SYN▶ 안 0 0
"저는 다른 일을 하고 있어요. 제가 뭐 공장을 하고 있어요."
(연천이나 이런 덴 전혀 뭐..)
"아니요. 그런 사람 아니오."
"저는 제 공장이 시흥에 있어요."
하지만 이 사람은 연천 발굴 현장에서 2580 카메라에 여러 차례 포착된 인물입니다.
사기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홍 씨와 현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확인됐습니다.
두 사람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의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신 씨에 대해 알아보던 중 또 다른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지난 1999년 방영된 시사매거진 2580.
여기서 신 씨는 침몰된 일본 군함에서 금괴를 찾는 사람으로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은 신씨의 아버지를 안다는 고향 마을 주민으로부터 뜻밖의 얘기를 듣게 됩니다.
◀SYN▶ 윤호중/충북 청원군·1999년 당시 인터뷰
"(신씨 아버지가) 어디를 영국을 가고, 대학을 다녀.."
(그럼 어디까지 공부하셨는데요?)
"글쎄..소학교..옛날 소학교.."
(이분이 신00 씨라고 하는데..)
"우리는 군대 간 적도 없고.."
(일본 군대를 간 적이 없다고요?)
"응.."
경찰은 신 씨를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금괴 발굴 투자를 제안 받았던 한 사람은 그들의 말이 선뜻 믿기진 않았지만, 달콤한 유혹이었다고 말합니다.
◀SYN▶ 최 0 0
"기자님 같으면 금이 9천 톤이라는데, 바로 조금만, 8미터만 파면 나온다는데 흔들리지 않을 사람 별로 없을 거예요. 투자하게 되면 대박이다. 말 그대로 대박이다."
일본군 대장 야마시타 도모유키.
태평양전쟁에 육군 사령관으로 참전했고, 잇따른 승리로 '말레이의 호랑이'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결국 전범재판을 거쳐 처형됐습니다.
그와 관련된 금괴소문은 아시아 전역에서 무성했지만, 공식확인된 적은 아직 없습니다.
수수께끼를 풀고 황금을 찾는 이야기는 많은 나라에서 전설과 모험담으로 전해지고, 영화에도 단골소재로 등장합니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황금은 가장 화려한 욕망이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도 황금을 찾아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SYN▶ 2003년 6월 3일 뉴스데스크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는 러일 전쟁 당시에 엄청난 금괴를 실은 채 침몰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선체 발견 소식에 상장이 폐지된 동아건설 정회 주식 값이 200원대에서 800원대로 뛰는 등 보물선 관련주가 반짝 급등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 욕망은 종종 독이 됩니다.
대통령의 친인척까지 금괴 찾기에 나서면서 초대형 비리사건으로 번진 적도 있습니다.
◀SYN▶ 2002년 1월 22일 뉴스데스크
"진도 앞바다 금괴 발굴사업에 이형택 씨가 자기 돈 1억 원을 투자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있을 거라는 소문은 허다했지만 금괴가 나왔다는 소식은 그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습니다.
야마시타 금괴!!
정말 있는 건지, 누군가 만들어 낸 환상인지 확언할 수는 없지만 허황된 욕망은 결국 사람의 발목을 무는 덫이 될 뿐이라는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취재진이 만난 사람들은 '일제의 육군대장 야마시타가 묻어놓은 1만톤의 금괴를 찾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과연 '야마시타의 금괴'는 존재하는 것일까요?
전직 자치단체장 한 사람도 금괴발굴 작업에 3억 원을 투자했다가 금괴는 커녕 돈만 날리고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다는데...
절대 욕망의 대상, 황금을 좇는 사람들을 뒤쫓아 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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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파헤쳐진 땅 주위에 모여 있습니다.
길쭉한 장비를 들고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한 사람이 무언가 발견한 듯 말합니다.
◀SYN▶
"있네. 2미터만 안에있다. 2미터만 더 파면 확실하게 보이겠는데.."
경기도 연천군 경순왕릉 근처.
현장엔 높은 울타리가 둘러쳐져 있고, 무슨 공사인지 알리는 안내문도 없습니다.
외부인은 접근 금지.
◀SYN▶
"거기 왜 들어가세요? 그냥 가세요!"
첨단 장비로 감시하고 있다는, 조금은 황당한 경고도 곁들입니다.
◀SYN▶
"하루에 30초씩 두 번, 인공위성에서 촬영을 해요. 그래서 얼굴 똑같은 사람이 3회 이상 오면 신원조회 하게끔 되어 있어요. 여기 있었던 일을 밖에 나가서 누설하면 안 되거든.."
"이곳엔 어마어마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합니다.
땅을 파는 사람도, 거기에 투자하길 권하는 사람도 모두 국가 기밀이라 말하고, 현장에 들어가기 위해선 비밀을 지키겠다는 각서까지 써야합니다.
이 땅속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요"
서울 종로의 한 다방.
공사현장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종교단체 고문이라는 홍 모 씨는 대뜸 일제 강점기 때 이야기를 꺼냅니다.
◀SYN▶ 홍 0 0
"왜정 때, 아세아 일대를 그 당시에 일본이 전부 다 점령을 하고 있었으니까..야마시타 도모유키라고 하는 육군 대장이 금 모으기 운동을 시작한 거예요."
연천 땅 속에 묻혀 있는 게 바로 일제가 아시아 전역에서 수탈한 이른 바 '야마시타 금괴'라는 얘깁니다.
금괴의 양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SYN▶ 홍 0 0
"연천에 (금괴) 약 9천 톤이 묻혀있는 걸로 내용은 나와 있는데, 실제로 작업을 하다가 보니까 한 1만 톤 가까이 돼요."
금괴 1만 톤, 시가로 400조 원이 넘습니다.
믿기 어렵다고 하자 정부기관이 보증한 내용이라며 금이 나오면 어떻게 나눌 건지, 구체적인 설명까지 보탰습니다.
◀SYN▶ 홍 0 0
"광업진흥공사가 전문이니까 전부다 확인을 했어요. 이게 전리품이거든요. 전쟁은 미국이 이겼으니까 미국 쪽에 50% 줘야 되요. 그리고 우리 정부가 25% 가져가고, 우리가 25%.."
(거기에 금이 묻혀있다는 거는 우리 정부랑 미국 정부랑 완전히 확인을 한 거네요? 그러면?)
"물론이지." "확인을 했으니까 허가를 내줬지."
그런 뒤 이 내용은 대통령까지 알고 있는 비밀이라고 슬쩍 귀띔합니다.
◀SYN▶ 신 0 0
"미국에서 감정사가 (장비를) 가져와가지고 (금괴를 확인)할 적에, 정부에서도 대통령은 못 나오니까..자기 동생을 보낸 거야..박지만이를..같이 참석해라."
발굴 현장을 지켜 봤습니다.
어디선지 코트를 입은 여성과 노인들이 모여들었고 커다란 지팡이를 든 스님도 보입니다.
취재진에게 금괴 이야기를 했던 홍 씨도 이곳에 있었습니다.
군청 공무원과 함께 현장에 들어가 봤습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을 뚫는 시추기계 주변으로 깨진 암석이 잔뜩 쌓여 있습니다.
무슨 일을 하는 거냐고 묻자 처음엔 다른 말로 둘러대더니,
◀SYN▶ 현장관계자
"여기 그냥 물도 좀 있나 온천도 좀 있나 파고"
곧 금괴를 언급하며 연천군수가 대통령 지시를 받아 자신들을 돕고 있다면서 자세히 알려들지 말라고 선을 긋습니다.
◀SYN▶ 현장관계자
"박근혜 대통령 취임하시고 나서 굉장히 비선 쪽에서 많이 움직이는 그런 라인이에요. 그 정도까지만 아세요. 나랏일 좋은 일 하니까 군수님은 어느 정도 아시고.."
야마시타가 금괴를 묻었다는 이야기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필리핀에서는 무려 60여 군데에 금괴가 묻혀있고, 필리핀의 독재자 마르코스는 이 금괴를 찾아내 호화생활을 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이들은 정말 이 야마시타 금괴를 찾고 있는 걸까요?
먼저 이 사람들이 금괴가 연천에 묻혀있는 걸 확인해줬다고 말한 광물자원공사에 문의했습니다.
◀SYN▶ 한경수 탐사팀장/한국광물자원공사
"해당지역에 대해서는 금괴는 물론이고, 금광조사나 다른 일체 광산 조사를 한 기록이 없습니다. 정말로 광물공사 이름을 거론했다면 사칭이겠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비밀리에 이들을 돕고 있다는 연천군수도 만났습니다.
◀SYN▶ 김규선 경기도 연천군수
"왜 그런 얘기를 하는지..제가 그분들하고 얼굴도 본 바가 없는데 그런 얘기를 한다는 건 잘못된 얘기죠."
이들의 속셈은 곧 드러났습니다.
금괴에 관심을 보이자 대뜸 발굴비용 이야기를 꺼냅니다.
◀SYN▶ 홍 0 0
"우리가 작업비가 한 3억 원 정도 있어야 되요. 그 수표를 가지고, 서류 다 놓고 계약을 하는 걸로 그렇게 해 주세요."
금괴 발굴 작업에 투자하면 수천억 원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하는 겁니다.
◀SYN▶ 신 0 0
(우리가 3억 원을 투자하면 어느 정도 나올 수 있는 거예요? 돈이..)
"그런 거는 이야기 하지마라... 수천억 원이 나오지..그런 것은 말하지 마라."
수소문 끝에 2580은 연천 공사현장에 실제로 돈을 투자했던 정 모 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서울시의원을 두 차례 지내고, 서울시내 구청장도 역임한 그는 1억 원 넘는 돈을 들여 연천 땅을 직접 구입하고, 군청의 발굴 허가까지 자신의 이름으로 받았습니다.
◀SYN▶ 정 0 0
"반신반의 하지만 그냥 한번 해본 거예요. 그 아버지가 일본군 사령관, 통역관으로 있었대요. 내 주변에서는 뭐 확실히 믿을 수 있다 하니까..그렇게 된 거지 뭐.."
정씨는 금괴 찾는데 모두 3억 원을 쏟아 부었지만 결국 손에 쥔 건 아무 것도 없었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SYN▶ 정 0 0
"우리가 한 25미터까지 한 20군데를 파 봤거든 확인했는데 없더라고..창피스러워가지고..집사람도 지금 모르잖아. 나도 열 받지 그 생각하면.."
현장에서 직접 땅을 팠던 중장비 기사들의 증언은 더 가관입니다.
◀SYN▶ 김 0 0
"'여기야, 여기. 찍어. 파!' 뚫었는데 안 나와요. 그러더니 그 다음에는 또 바뀌는 거야. '여기야. 왜 여길 뚫었어? 위성으로 (보니) 여기야. 여기 뚫어' 안 되면, '야! 위에야. 위에 뚫어' 그래가지고 그 자리만 수십 군데를 뚫은 거예요. 물만 나오죠. 밑에 아무 것도 없고.."
중장비 기사들은 공사 대금 4천여만 원까지 떼였지만 발굴 관계자들은 계속해서 고위층을 거론하며 무마를 시도했다고 합니다.
◀SYN▶ 오 0 0
"퇴역 장성이라고 그런 분들도 오시고..거기 군사 지역이잖아요. 하다가 어려운 일 있으면 자기한테 얘기해라 김관진(국방장관)이 내 후배이니까 다 처리해 주겠다고.."
지난 목요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주점.
취재진에게 투자를 권했던 홍 모 씨 등이 또 다른 사람에게 금괴 발굴에 참여하라고 권유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경찰이 들이닥쳤습니다.
◀SYN▶ 이정찬/서울 종암경찰서
"신 0 0 씨, 지금 사기 혐의로 체포영장 발부됐고요. (뭐요?) 체포영장에 의해서 체포를 하겠습니다."
승강이가 벌어졌습니다.
슬그머니 도망치려고도 했지만, 잠시 후 일행은 나란히 호송차량에 태워졌습니다.
경찰서에서 만나 다시 물어봤습니다.
먼저 금괴 1만 톤이 묻혀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던 홍 모 씨.
◀SYN▶
"어르신, 거기 정말 금이 있어서 저한테 그런 말씀하셨던 건가요 그러면?"
(........)
"그때 미8군에서 와서 (금괴를) 다 확인하고 갔다고 저한테 말씀하셨잖아요."
(저기..한 0 0 씨가, 말하자면 허가자하고 아니까... 한 0 0 씨가 알 일이지, 나는 그 말을 빌려가지고 한 것이고..)
대통령의 동생이 현장을 보고 갔다고 말했던 신 모씨는 옆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깁니다.
◀SYN▶
"처음 발굴할 때 박근혜 대통령 동생, 박지만 씨가 왔다갔다고 저한테 말씀하셨잖아요?"
(난 그거 얘기 들었어요. 홍 회장이랑 한 회장한테 얘기 들었어요)
"대통령 얘기는..난 모르고..난 거기까지는 몰라 깊이..나올 거 아냐! 시끄러워."
그런데 사기혐의로 체포된 이들이 경찰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언급한 인물이 있습니다.
이 발굴 사업을 주도했다는 또 다른 신 모 씨입니다.
서울 강남에서 접골원을 운영 중인 신 씨를 찾아갔습니다.
그는 일제 시대에 아버지가 옥스포드대학에서 유학을 했고,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일본 육군 사령관이었던 야마시타의 통역 장교가 됐다면서 아버지가 야마시타로부터 받은 보물지도를 자신이 물려받았다고 주장합니다.
◀SYN▶ 신 ㅁ ㅁ
"저희 선친이고요. 이게 야마시타 아들이고, 저인데 이 분이 찾아온 거예요 저를..저희 아버님은 이제 정보를 받은 거죠. 왜냐면 (야마시타와) 같이 있었으니까.."
자신이 금괴 발굴을 주도해온 건 맞지만, 자금부족으로 자신은 두 달 전에 손을 뗐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자기를 내세우는 사람들은 모두 사기꾼이고 경찰에 붙잡힌 이들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SYN▶ 신 ㅁ ㅁ
"제가 주지도 않은 서류를 왜 그 사람이 갖고 있어야 됩니까? 그리고 제 돈이 없으면 그만이지..투자자를 모을 수는 없어요."
그런데 신 씨의 사무실로 불쑥, 한 남성이 들어왔습니다.
신 씨는 아는 동생이라고 소개했고, 이 남성도 자신은 금괴 발굴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합니다.
◀SYN▶ 안 0 0
"저는 다른 일을 하고 있어요. 제가 뭐 공장을 하고 있어요."
(연천이나 이런 덴 전혀 뭐..)
"아니요. 그런 사람 아니오."
"저는 제 공장이 시흥에 있어요."
하지만 이 사람은 연천 발굴 현장에서 2580 카메라에 여러 차례 포착된 인물입니다.
사기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홍 씨와 현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확인됐습니다.
두 사람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의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신 씨에 대해 알아보던 중 또 다른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지난 1999년 방영된 시사매거진 2580.
여기서 신 씨는 침몰된 일본 군함에서 금괴를 찾는 사람으로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은 신씨의 아버지를 안다는 고향 마을 주민으로부터 뜻밖의 얘기를 듣게 됩니다.
◀SYN▶ 윤호중/충북 청원군·1999년 당시 인터뷰
"(신씨 아버지가) 어디를 영국을 가고, 대학을 다녀.."
(그럼 어디까지 공부하셨는데요?)
"글쎄..소학교..옛날 소학교.."
(이분이 신00 씨라고 하는데..)
"우리는 군대 간 적도 없고.."
(일본 군대를 간 적이 없다고요?)
"응.."
경찰은 신 씨를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금괴 발굴 투자를 제안 받았던 한 사람은 그들의 말이 선뜻 믿기진 않았지만, 달콤한 유혹이었다고 말합니다.
◀SYN▶ 최 0 0
"기자님 같으면 금이 9천 톤이라는데, 바로 조금만, 8미터만 파면 나온다는데 흔들리지 않을 사람 별로 없을 거예요. 투자하게 되면 대박이다. 말 그대로 대박이다."
일본군 대장 야마시타 도모유키.
태평양전쟁에 육군 사령관으로 참전했고, 잇따른 승리로 '말레이의 호랑이'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결국 전범재판을 거쳐 처형됐습니다.
그와 관련된 금괴소문은 아시아 전역에서 무성했지만, 공식확인된 적은 아직 없습니다.
수수께끼를 풀고 황금을 찾는 이야기는 많은 나라에서 전설과 모험담으로 전해지고, 영화에도 단골소재로 등장합니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황금은 가장 화려한 욕망이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도 황금을 찾아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SYN▶ 2003년 6월 3일 뉴스데스크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는 러일 전쟁 당시에 엄청난 금괴를 실은 채 침몰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선체 발견 소식에 상장이 폐지된 동아건설 정회 주식 값이 200원대에서 800원대로 뛰는 등 보물선 관련주가 반짝 급등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 욕망은 종종 독이 됩니다.
대통령의 친인척까지 금괴 찾기에 나서면서 초대형 비리사건으로 번진 적도 있습니다.
◀SYN▶ 2002년 1월 22일 뉴스데스크
"진도 앞바다 금괴 발굴사업에 이형택 씨가 자기 돈 1억 원을 투자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있을 거라는 소문은 허다했지만 금괴가 나왔다는 소식은 그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습니다.
야마시타 금괴!!
정말 있는 건지, 누군가 만들어 낸 환상인지 확언할 수는 없지만 허황된 욕망은 결국 사람의 발목을 무는 덫이 될 뿐이라는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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