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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이정은 기자

"패딩이 뭐길래…" 고가 해외 유명 패딩 과열 현상…원인은?

"패딩이 뭐길래…" 고가 해외 유명 패딩 과열 현상…원인은?
입력 2013-12-02 10:51 | 수정 2013-12-0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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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클레르'와 '캐나다구스' 등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해외 유명 패딩점퍼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데요.

    나흘 만에 5억 원어치의 고가 패딩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 2013년 대한민국의 겨울의 풍경. 짝퉁은 물론, 국내 중견 의류업체들마저 너나 할 것 없이 디자인과 상표를 마구 베끼고 있고, TV 광고는 패딩 입은 스타들의 경연장이 된 지 오래 입니다.

    패딩을 찾는 소비자들의 속내를 들여다봤습니다.

    =============================

    기온이 영하권으로 뚝 떨어지면서, 거리엔 두툼한 겨울옷들이 많아졌습니다.

    알록달록, 몇 년 전부터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헤비다운 점퍼들.

    남성들의 정장처럼 생긴 것부터 최대한 날씬해보이게 모양을 살린 젊은 여성들의 점퍼들까지,

    모직코트보단 점퍼들이 더 많이 눈에 띕니다.

    ◀SYN▶ 이윤주
    “패딩 안 입으면 추워서 못 다니겠어요. 바람이 막 들어와서...”

    한 벌에 100만원이 훌쩍 넘는 고가 패딩들도 거리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옷을 만드는 게 목표라는 캐나다의 한 방한복 브랜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손녀들이 입어 유명세를 탄 이탈리아 브랜드의 제품 등입니다.

    점퍼치고 너무 비싼 거 아닌가, 싶지만 이 옷들은 최근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불황 속에서도 판매량이 껑충 뛰어 백화점 매출의 일등 공신이 됐다는 고가 패딩.

    역설적인 소비자들의 심리를 들여다봤습니다.

    한 대형마트 행사장, 수 백 명이 줄을 섰습니다.

    캐나다의 '국민 방한복'으로 불린다는 [캐나다구스] 점퍼 때문입니다.

    백화점보다 2~30% 정도 저렴하게, 8백 장 한정판매라는 말에 사람들이 몰렸습니다.

    ◀SYN▶
    "78번 고객님 안 계세요? 78번! 79번이요"

    대표 제품, 125만 원짜리가 여기선 99만 8천원.

    인기 디자인은 금방 동이 나 잘 맞는지 살펴 볼 겨를도 없습니다.

    ◀SYN▶ 심현수
    (입어보지도 않으세요?)
    "이거를 놓고 입어보고 나서 고르면 없어요. 어제도 그나마 (마음에 드는 것) 한 개 있었는데 입어본 다음에 여기 걸쳐놨는데 없어진 거예요."

    체면불구하고 마네킹의 옷을 직접 벗기고

    ◀SYN▶ 임철규
    (어, 이거 마네킹에서 벗기신 거에요?)
    "사이즈가 여기 이거 밖에 없길래."

    이틀 연속 여기로 출근해 아내 선물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나흘 동안 팔린 점퍼가 4억 원어치 입니다.

    이렇게까지 이 옷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SYN▶ 캐나다구스 기존 구매자
    "따뜻하고 투습이 안 되니까 입어본 사람은 아무래도 가격 대비해서 품질이 괜찮으니까 많이 사는 것 같은데..."

    소득수준이 높아진 만큼 다양한 제품을 사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습니다.

    ◀SYN▶ 김영자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니까 옛날엔 하나만 있음 족했는데 요즘엔 좀 더 다양하게 이것도 입고 저것도 입고... 아무래도 패션이 좀 발전됐다할까"

    '유행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SYN▶ 김우성/캐나다구스 기존 구매자
    (왜 입으세요?)
    "시대의 흐름...“
    (아 그럼 친구 분들이나 또래가?)
    "네 많이 입어요."

    영화배우, 유명인들이 입은 사진이 소개되면서 작년 겨울 갑자기 인기가 치솟아 올해 백화점에선 9월부터 인기 제품이 거의 다 팔렸습니다.

    가격대가 2, 300만 원에 이르는 더 비싼 패딩코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몽클레르 여성 패딩은 지난달 거의 품절됐고..

    ◀SYN▶ 몽클레르 매장 직원
    "저희가 6월말부터 (판매) 시작하잖아요. 그러니까 11월이면 거의 없어요. 여성은 특히 구매력이 빠르세요."

    유명 여배우의 '공항패션'으로 알려진 200만 원짜리 패딩코트는 대기번호를
    받아야 합니다.

    ◀SYN▶ 버버리 매장 직원
    "워낙에 판매가 좋아서 수량이 많이 부족해요. (해외 본사에서 옷이) 들어오기는 하는데 예약하신 분들이 워낙 많아서 안 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를 두고 전문가는 한국 소비자의 특성이 빚어낸 과열 현상이라 분석합니다.

    ◀SYN▶ 여준상 교수/동국대학교 경영학과
    "한국사회에서 소비자들이 소비할 때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 사회적인 비교에 민감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고가 패딩들은 최근에 보면 팔쪽이나 이런 쪽에 브랜드 로고가 확연하게 드러나죠."

    유행에 민감한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열풍이 불진 않았는지, 학교 앞에 가봤습니다.

    학생들이 교복 위에 원색의 패딩 점퍼들을 덧입었습니다.

    고가의 패딩도 간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SYN▶ 캐나다구스 보유학생
    (언제부터 캐나다구스 유행하기 시작했어요?)
    "저는 작년에 샀는데 그때 만해도 애들 브랜드 이름도 몰랐는데 올해 갑자기 다 사더라고요"

    일명 '대장점퍼'같은 대유행이 되는 건 아닐까.

    ◀SYN▶ 캐나다구스 보유학생
    "그렇게 다 좋아하진 않아요."
    (왜요?)
    "너무 비싸니까. 전 엄마가 그냥 사주신다고 하셔서..."

    학생들 사이에서 넓게 퍼지기엔 가격대가 너무 높은 듯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최근 짝퉁시장에선 고가패딩 디자인이 주요품목으로 떠올랐습니다.

    늦은 밤 서울 신당동의 한 주택가.

    셔터문을 열고 들어가자 패딩점퍼 수 백 개가 쌓여있습니다.

    중국에서 들여온 이 옷들엔 상표가 없습니다.

    이곳에서 몽클레르의 브랜드 로고와 지퍼 고리, 가격표까지 붙여 이른바 짝퉁을 완성하는 겁니다.

    이런 짝퉁은 보세 옷가게들을 통해 유통됩니다.

    서울 이태원의 한 옷가게.

    ◀SYN▶ 몽클레르 짝퉁 판매자
    (이거 백화점에 있는 거예요?)
    "올해 신형이에요, 다~"

    가격은 3, 40만 원 대.

    짝퉁치곤 비싼 듯 한 데 상인들은 진품과 거의 똑같고 질도 좋다고 설명합니다.

    ◀SYN▶ 몽클레르 짝퉁 판매자
    (되게 비싸다.) "그건 비쌀 수밖에 없는 게요, 보세요. 뒤도 보고 보세요. 털도 (다른 짝퉁이랑) 달라요.

    특정 점퍼의 인기가 높아지자 국내 업체들이 앞 다퉈 유사제품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옷의 전체적인 모양은 거의 같으면서 마크만 살짝 바꾼 제품들.

    제일모직의 빈폴은 캐나다구스와 비슷하게 로고를 달았고,

    캐나다구스의 북극해 모양 마크를 독도로 바꾼 엠폴햄의 일명 [엠나다구스],

    영국지도로 바꾼 클라이드의 일명 [클라다구스] 등은 언뜻 보면 분간하기 힘들 정돕니다.

    ◀SYN▶ 국내 패션업체 관계자
    "트렌드를 추종하는 소비자들을 위해서 럭셔리 브랜드 뉘앙스를 재해석해서 판매를 하고 있거든요. 소비자들은 그런걸 원해요"

    10만 원에서 70만 원까지, 저렴한 유사품이 10여 종에 이르자 캐나다구스 측은 법적대응까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SYN▶ 우미례 팀장/캐나다구스 수입업체 홍보팀
    "저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브랜드에서 도용한 부분이 있어서 저희가 아주 강력하게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고요. 이미 일부 브랜드에 한해서 저희가 경고장도 발행한 상태입니다."

    전문가들은 한번 유행이 시작되면 특히 빠르게 확산되는 우리나라의 소비 특성이 패딩점퍼 시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SYN▶ 이인성 교수/이화여대 의류학과
    "빨리 빨리 팔릴 수 있는, 더군다나 이런 명품회사는 거의 어느 정도는 보증된 상품을 (판매하니까) 카피하는 게 더 빠르다고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학부모들의 [등골 브레이커]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까지 얻은 고가 패딩점퍼,

    단가가 높아 아웃도어 의류시장이 성장하는데 크게 이바지한 품목입니다.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이 떨어질 법도 한데, 어쩐 일인지 가격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부산의 한 병원에서 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배상진 씨.

    배 씨에겐 조금 독특한 취미가 있습니다.

    구스다운 점퍼를 모으는 겁니다.

    ◀SYN▶ 배상진/구스다운 매니아
    "(8년 전) 추운 겨울에 선배가 입고 있는 옷이 너무 따뜻하다고 한 번 입어보라 하더라고요. 그 가벼움과 따스함이 너무 좋아서.."

    자칭 타칭 구스다운 매니아인 배 씨는 복원력이 무엇인지, 털을 감싸는 원단은 어떤 게 좋은지 공부해가며 점퍼 40여개를 모았습니다.

    미국의 전설적인 개썰매 선수를 기념해 전 세계에서 100장만 판매됐던 점퍼가 보물 1호.

    등반가 故 박영석 대장이 입었던 것과 같은 점퍼가 보물 2호입니다.

    배씨는 최근에 나온 옷들이 기능면에선 오히려 떨어지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고 합니다.

    기업들이 유행을 주도하려고 디자인과 홍보에 치중해 가격만 올라간다는 겁니다.

    ◀SYN▶ 배상진/구스다운 매니아
    "기능적으로 충실한 모델은 안 나오고 가격 거품은 계속 끼고 마케팅은 더 많이 하게 되고"

    실제로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겨울 대목을 맞아 광고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영화배우 장동건, 현빈, 조인성...

    이른바 대세 연예인들은 거의 빠짐없이 아웃도어 의류 광고 모델입니다.

    ◀SYN▶ 경원식/한국CM전략연구소 연구소장
    "건강함을 더 강조하는 매력으로 자리매김 되기 때문에 여배우 뿐 아니라 인기 있는 모델이라고 했을 때 아웃도어 브랜드(광고)는 꼭 찍어야하는 통과의례 정도로 볼 수 있고요."

    이들이 광고에 입고 등장하는 옷 대부분은 일명 '대장급'으로 불리는 헤비 다운점퍼.

    전문 산악인이나 입을 법한 기능성에 가격은 60만 원에서 백만 원 정도로 비싼 편이지만 광고의 주 공략대상은 젊은 층입니다.

    패딩에 계급을 정할 만큼 민감한 1,20대를 소비층으로 계속 잡아둬야, 경쟁이 치열한 아웃도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겁니다.

    ◀SYN▶ 경원식/한국CM전략연구소 연구소장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보급형 브랜드라든가 제2 브랜드를 내면서 젊은 층을 흡수하려고 하는 마케팅 노력들이 전개되면서 시장이 확대되는 그런 추세를 보인다."

    현재 지상파 TV에 광고를 내는 아웃도어 브랜드는 25개.

    (지상파 TV 기준) 광고비도 3년 전 연간 126억 원에서 올해 연간 800억 원대로 크게 뛰었습니다.

    고가의 패딩 점퍼를 찾는 유행.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SYN▶ 이시윤
    "사람들이 끌려가는 군중심리라고 하나? 사람들이 해마다 유행하는 브랜드가 있고 하니까 그래서 고가 브랜드를 사는 것 같아요."

    하지만 비싼 만큼, 또 희소한 만큼 가치가 있다는 항변도 만만치 않습니다.

    ◀SYN▶ 남정진
    "가격만 비싼 게 아니고 품질도 좋고 그래서 살 수 있다면 그래서 4, 5년 입을 수 있다면 가치가 있다고 생각 하는데요"

    ◀SYN▶ 여준상 교수/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과거에 핸드백부터 시작해서 남성에게는 자동차 또는 뭐 볼펜이라든지 또는 지갑이라든지. 이런 현상은 단기간에 그치는 현상은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소비를 통해 나를 드러내려는 사람들의 심리와 이를 자극해 매출을 올리려는 업체들의 전략.

    이 두 가지 요소가 계속 맞물려 돌아가는 한 패딩 점퍼의 이상 고공행진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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