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580
김현경 기자
김현경 기자
서현이 죽음 막을 수 없었나…주변을 되짚어봤더니 소중한 기회가
서현이 죽음 막을 수 없었나…주변을 되짚어봤더니 소중한 기회가
입력
2013-12-16 09:28
|
수정 2013-12-16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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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집안 욕실에서 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가 숨졌습니다. 목욕하다 쓰러져 있었다는 새엄마의 신고와 달리 아이는 갈비뼈 16개가 부러져 있었고, 부러진 뼈가 폐를 찌른 것이 직접 사인으로 드러났습니다.
구타에 의한 사망, 검찰은 새엄마를 살인죄로 기소했고, 아빠 역시 아동복지법상 방임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2년 넘게 학대에 시달렸다는데 주변에선 왜 아무도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을까요.
친엄마는 다시는 서현이 같은 불행이 없도록 해달라며 백방으로 돌아다니며 제도정비를 촉구하고 있고, 당국의 발걸음도 바빠졌습니다.
누구에게도 하소연하지 못하는 가정 내 아동학대, 과연 이번엔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까요.
=============================
날이 부쩍 차가워졌습니다.
8살 생일을 눈 앞에 두고 서현이가 세상을 떠난 지 49일째 되는 날.
◀SYN▶
"네 갸냘픈 몸에 멍을 보면서도 우린 바보처럼 눈감고 있었구나."
여전히 해맑은 딸의 웃음 앞에 아이의 생모는 다시 한 번 무너집니다.
유달리 애교가 많고 사랑스러웠던 아이.
◀SYN▶ 이재형(38세)
"얘기 듣고 너무 가슴이 아파서 서울에서 내려왔습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가 당했을 고통을 생각하니까 너무 슬프더라고요."
이제는 정말 이별해야 할 시간.
엄마는 손에 쥔 풍선 끈을 힘겹게 놓아줍니다.
서현이는 그렇게 노란 풍선을 타고 깜깜한 밤 하늘로 멀리 소풍을 떠났습니다.
지난 10월 말, 여덟 살짜리 여자아이가 새 어머니에게 수년간 학대를 당하다 숨졌습니다.
그 긴 시간동안 주변에선 아무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못했습니다.
이 아이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경찰 수사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SYN▶ 이승훈/울주경찰서 강력3팀장
"상습적인 구타를 당해서 엉덩이 근육이 소멸되고 섬유질로 채워지는 둔부조직섬유화에 시달려왔다는 부검의 소견을 저희가 확보했습니다."
웬만큼 강한 힘이 아니면 부러지지 않는다는 허벅지 뼈가 발에 채여 골절됐고, 손과 발은 심한 화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SYN▶ 이승훈/울주경찰서 강력3팀장
"피의자가 애 때문에 자기가 (남편과) 다퉜다는 분을 못이기고 (아이를) 욕실로 끌고 가서 손과 발에 급탕물을 뿌려서 2도 화상을 입게 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피부에서 수포가 일어날 때까지 뿌렸다고 보시면 됩니다."
서현이가 병원에 자주 출입하기 시작한 건 유치원에 다니던 2011년부터.
병원에선 '상세불명'이라는 진단을 여러 번 내놨습니다.
다친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겁니다.
◀SYN▶ 이웃 주민
"그 집에서 이상하게 사건이 참 많았어요. 애가 다리가 부러졌어요. 근데 뭐 학원 계단에서 굴러서 부러졌다고.."
서현이 아버지와 동거하던 여자 박 모 씨.
5년 전 서현이 친부모가 이혼하기 전부터 서현이네와 알고 지낸 사이였습니다.
◀SYN▶ 이웃 주민
"장례식장 가서도 자기가 (그런 게) 아니고 사고였다고 같이 울고불고 했는데..(울음) 그게 아니었으니까.."
지난 10월 24일은 학교에서 소풍을 가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서현이가 이웃 아주머니에게서 받은 용돈 2만 원 중 2천 원이 비었다는 게 발단이었습니다.
새 엄마 박씨는 서현이를 마구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갈비뼈 24개 중 16개가 부러졌고, 부러진 뼈가 폐를 찔렀습니다.
새엄마는 아이가 욕조에 빠져 숨을 쉬지 않는다고 신고했지만, 거짓말이었습니다.
◀SYN▶ 울산지검 형사2부장
"(전문의에 따르면) 어린 나이의 경우에는 뼈가 갈비뼈에 고착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부러지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오히려 우리 어른보다 그래서 엄청난 강도의 구타 폭행이 가해졌다.."
서현이가 새어머니로부터 맞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까.
아이는 왜 도와달라고, 또 구해달라고 말하지 못했던 것일까.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2580은 아이의 주변을 되짚어 봤습니다.
서현이가 2년간 다닌 초등학교.
현행법은 교사가 아동 학대 사실을 알면서도 즉시 신고하지 않았을 경우 처벌받도록 돼있습니다.
학교 측은 평소 서현이의 학교생활이나 새엄마의 태도로 봐선 어떤 낌새도 챌 수 없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합니다.
◀SYN▶ 학교 관계자
"사건이 있고 나서/사진이라든지 아이 학습 결과물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보면서 정말 멘붕에 빠진 거예요. 너무 혼란스럽더라고요. 너무 아이가 밝고."
서현이 담임선생님들 역시 몰랐다는 입장입니다.
현 담임선생님은 사건 발생 후 충격을 받아 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SYN▶ 학교 관계자
"상상을 못한 거에요. 학교에서는 거의 완벽한 중산층의 가정이 붕괴됐다고는 생각 하나도 할 수 없잖아요."
울산시는 학교측이 제대로 조치를 취했는지 조사 중입니다.
서현이가 치료받았던 병원은 어땠을까?
작년 5월 부러진 허벅지뼈를 수술했던 병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담당 의사는 당시 구타를 의심하긴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SYN▶ 담당 의사
"애가 서있을 때 발로 차서 부러뜨리는 거나 자기 혼자 계단에서 넘어지는 것과 내 체중이 여기 실리는 것과 골절 모양이 똑같아요. 횡골절이에요."
몸에 다른 상처도 없었다는 겁니다.
◀SYN▶ 담당 의사
"수술하면 옷 다 벗겨 놓고 마취하잖아요. 만약에 (다른 상처가) 있었다면 난 내가 제일 먼저 아동 학대 고발을 했을 거에요."
의료진 역시 어린이 학대가 의심되면 반드시 신고해야 합니다.
서현이가 방과 후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왔다는 아파트 내 도서관.
도서관 도우미를 했던 학부모들은 서현이를 공부잘하고 예의바른 아이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SYN▶ 정영경
"참 우리 딸이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애가 너무 반듯하고 우리 애도 저렇게 컸으면 좋겠다하는 그런 애가 참 착하고.."
새엄마 박씨가 학교에서 반 학부모 대표를 할 정도로 열성적이었고, 딸을 끔찍이 아끼는 것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SYN▶ 이주희
"화상을 입었으면 만날 새 살 돋게 해야지. 쇠고기를 사서 어떻게 한다는 둥 닭가슴살을 먹인다는 둥. 공부쪽으로 어떻게 하면 더 잘되는지 이런 거 만날 이야기 하고. 그러니까 듣는 사람 와 정말 열성적인 엄마다."
학대 사실을 뒤늦게 알고 다들 충격을 받은 모습입니다.
◀SYN▶ 이주희
"'너도 너네 엄마한테 혼나?' 이렇게 물어봤어요. '예 많이 혼나요' 이렇게 좀 웃으면서 얘기하더라고요. 그때는 아 이러고 나왔는데 자꾸 지금 생각이 나는 거예요. 왜 걔가 그때.. (미안한 마음이 드시기도 하시겠어요.) 많이 들죠. 더 내가 거기서 더 물어볼 걸. 많이 후회해요.)
아이가 숨지기 전날까지 다녔던 학원.
여기서도 미리 알 순 없었던 걸까?
◀SYN▶ 이현주/학원 선생님
"다리 다친 날도 (아이가) 30분을 집에 늦게 들어와서 급하게 서둘러서 오다가 아파트 1층에서 지하로 굴렀다.손에 화상 입은 것도 잔소리 좀 했다고 지 성질에 못이겨 샤워기를 틀어서 손이 데었다 이렇게 말씀 하셨어요."
역시 새엄마 박 씨에게 감쪽같이 속았다고 말합니다.
◀SYN▶ 이현주/학원 선생님
"그게 너무 몰랐다는 자체가 저희들은 너무 충격이고 너무 황당해서 아직까지 저는 실감도 안나거든요. 저한테는 항상 너무 잘해주셨고 좋은 사람으로 그렇게 이미지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그렇게 몰랐나 제 자신도 너무 답답해요 그게."
취재진은 서현이 이웃집에서 좀 다른 증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SYN▶ 이웃 주민
"일 터지면서 그러더라구요.우리 큰 애가/일주일에 두 번 정도 화장실에서 아이를 꾸중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애를 다그치는데 좀 심하게 했다 그러더라구요/꾸중하는 데 무서워서 (화장실에서) 급하게 나왔다는 얘기를 했었어요. "
◀SYN▶ 기자
"신고를 해 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얘기도 많이 나오잖아요."
◀SYN▶ 이웃주민
"만약에 제가 그런 소리를 들었더라도 신고를 할 수 있었을까 싶어요. 왜냐하면 저도 한 번씩 애를 꾸중할 때도 있고. 이런 사건이 터지고 나니까 정말 그런 것도 주의깊게 봐야 할 것 같고.."
지난 해 우리나라 아동학대 가해자 10명 가운데 8명은 부모였습니다.
훈육이라며 아이에게 매를 드는 경우도 많고, 설사 학대가 의심돼도 사회 분위기상 신고하는 경우는 거의 드뭅니다.
작년부터 교사나 의료인 등에 대해서 신고의무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이를 어겼다고 과태료가 부과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SYN▶ 정익중/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외국의 경우는 이런 아동학대 사건의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에 뭔가 처벌뿐만 아니라 자기 전문 자격증을 박탈당하고 그리고 민형사상의 처벌을 받거든요."
아이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었던 것일까.
취재 결과 서현이가 학대받고 있는 걸 눈치챈 사람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2011년 서현이가 포항에 살 때 다니던 유치원의 선생님이 아이의 몸에 멍이 든 걸 보고 아동보호기관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상담기록에는 친아버지가 이 기관의 상담을 거부했다고 돼 있습니다.
이후 서현이 가족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버리면서 보호의 손길은 미치지 못했습니다.
소중한 기회를 어이없이 놓쳐버린 겁니다.
◀SYN▶ 장화정 중앙아동보호기관 소장
"학대 행위자가 거부하면 아이를 격리시키는 문제뿐만 아니라 그 행위자에 대한 교육과 상담이 이뤄질 수 없는 그런 현실적인 아동복지 법에서 (제약으로) 그 사건이 (잘) 처리되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가 사망에 이르는 안타까운 사건이었고요."
서현이의 마음 상태는 어땠을까.
의사에게 보낸 서현이 손으로 만든 감사카드.
◀SYN▶ 이향숙/한국아동청소년 심리상담센터 소장
"아버지를 안 그렸잖아요. 어떻게 보면 아버지가 자기한테 그렇게 자기를 보호하고 중요한 역할은 못했지 않나."
직업상 다른 도시에 머물며 2~3주에 한 번씩만 집에 왔다는 서현이의 친아빠.
그렇다해도 상습적인 폭행을 정말 모를 수 있었는지.
친가쪽 가족을 어렵게 만났습니다.
◀SYN▶ 친가쪽 가족
"(동거녀가 미리) 포장을 해놓은 거예요. 훈육 차원에서 애를 때린 건 있는데 그걸 학대센터에 신고가 된 모양이다. 이미 (친아빠가) 세뇌가 돼 있는 거에요. (그래서) 우리끼리 알아서 할 테니 그쪽에서는 신경 안써도 된다. 그렇게 해서 (상담센터와) 전화를 끊었대요."
친아빠 이 모 씨는 친모 측과의 통화에서 몰랐다는 주장을 반복합니다.
◀SYN▶ 이 모 씨/서현이 친부
"저는 다 몰랐습니다. 그런 내용 자체를.(동거녀가) 봉사활동 하는 거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것도 많이 했었고. 그러니까 사람 얼굴을 하고 어떻게 저렇게 그런 아닐 거다. 저는."
경찰은 그러나 이틀 전 아동복지법상 방임혐의로 친아빠를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SYN▶ 이승훈/울주경찰서 강력3팀장
"2010년에서 11년경 포항에서 함께 살았기 때문에 상습적인 학대행위에 대해서 모를 리 없다 생각해서 그리고 또 아동전문보호기관에서 상담을 거부하는 등..."
서현이가 하늘로 떠난 뒤 친엄마는 세상 앞에 섰습니다.
엄마는 이혼 당시 친권을 포기한 뒤 5년 동안 서현이를 한 번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SYN▶ 서현이 친모
"지금까지도 아이가 주소가 어디 살았었는지 이름이 바뀐 것도 중간에 전혀 몰랐어요. 이런 것들이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안타까워요. 저는 입이 열 개라도 그것 때문에 할 말이 없는 사실이에요. 사실은."
안타깝게 보내버린 딸을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합니다.
◀SYN▶ 서현이 친모
"내가 나중에 서현이를 만났을 때 그래도 엄마는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네가 살다 갔다는 점 하나만 찍어줄 수 있다면 내가 뭔들 못하겠느냐."
사람들도 하나 둘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SYN▶ 유영미(35)
"뉴스를 통해 접하고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이런 같은 엄마 마음으로 나왔어요."
이들이 외치는 목표는 하나.
아동학대를 사전에 철저히 차단하고 처벌을 더 강화하라는 겁니다.
◀SYN▶ 공혜정/고 이서현 사건 대책위원회
"아무리 우리 시민들이 힘을 모아서 아무리 이야기를 하더라도 결국 법이라는 벽에 부딪히는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더라고요. 아동학대특례법이 제정이 돼야만이 저희가 아동을 위한 새로운 고통 없는 그리고 편안한 아이를 위한 복지가 마련될 수 있다.
◀SYN▶ 이명숙 변호사
"국가가 적극적으로 즉각적으로 아주 단호하게 개입하고 체포하고 그리고 그 다음 경중을 가려서 교육이나 수감이 필요하면 그렇게 보호처분 위주로 아니면 구속해가지고 수감생활 하면서/그렇게 하는 강력한 제도가 도입돼야 된다."
우리나라에선 매달 한 명꼴로 아이들이 학대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우리의 아동 보호정책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만한 사건이 하나씩 터지고 나서야 비로소 느리게 느리게 바뀌어 왔습니다.
이번만큼은 제대로 된 교훈을 얻어 아이들이 더 피 흘리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
여덟 살 서현이가 마지막 가는 길 우리에게 간절하게 부탁한 숙제입니다.
구타에 의한 사망, 검찰은 새엄마를 살인죄로 기소했고, 아빠 역시 아동복지법상 방임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2년 넘게 학대에 시달렸다는데 주변에선 왜 아무도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을까요.
친엄마는 다시는 서현이 같은 불행이 없도록 해달라며 백방으로 돌아다니며 제도정비를 촉구하고 있고, 당국의 발걸음도 바빠졌습니다.
누구에게도 하소연하지 못하는 가정 내 아동학대, 과연 이번엔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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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부쩍 차가워졌습니다.
8살 생일을 눈 앞에 두고 서현이가 세상을 떠난 지 49일째 되는 날.
◀SYN▶
"네 갸냘픈 몸에 멍을 보면서도 우린 바보처럼 눈감고 있었구나."
여전히 해맑은 딸의 웃음 앞에 아이의 생모는 다시 한 번 무너집니다.
유달리 애교가 많고 사랑스러웠던 아이.
◀SYN▶ 이재형(38세)
"얘기 듣고 너무 가슴이 아파서 서울에서 내려왔습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가 당했을 고통을 생각하니까 너무 슬프더라고요."
이제는 정말 이별해야 할 시간.
엄마는 손에 쥔 풍선 끈을 힘겹게 놓아줍니다.
서현이는 그렇게 노란 풍선을 타고 깜깜한 밤 하늘로 멀리 소풍을 떠났습니다.
지난 10월 말, 여덟 살짜리 여자아이가 새 어머니에게 수년간 학대를 당하다 숨졌습니다.
그 긴 시간동안 주변에선 아무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못했습니다.
이 아이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경찰 수사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SYN▶ 이승훈/울주경찰서 강력3팀장
"상습적인 구타를 당해서 엉덩이 근육이 소멸되고 섬유질로 채워지는 둔부조직섬유화에 시달려왔다는 부검의 소견을 저희가 확보했습니다."
웬만큼 강한 힘이 아니면 부러지지 않는다는 허벅지 뼈가 발에 채여 골절됐고, 손과 발은 심한 화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SYN▶ 이승훈/울주경찰서 강력3팀장
"피의자가 애 때문에 자기가 (남편과) 다퉜다는 분을 못이기고 (아이를) 욕실로 끌고 가서 손과 발에 급탕물을 뿌려서 2도 화상을 입게 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피부에서 수포가 일어날 때까지 뿌렸다고 보시면 됩니다."
서현이가 병원에 자주 출입하기 시작한 건 유치원에 다니던 2011년부터.
병원에선 '상세불명'이라는 진단을 여러 번 내놨습니다.
다친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겁니다.
◀SYN▶ 이웃 주민
"그 집에서 이상하게 사건이 참 많았어요. 애가 다리가 부러졌어요. 근데 뭐 학원 계단에서 굴러서 부러졌다고.."
서현이 아버지와 동거하던 여자 박 모 씨.
5년 전 서현이 친부모가 이혼하기 전부터 서현이네와 알고 지낸 사이였습니다.
◀SYN▶ 이웃 주민
"장례식장 가서도 자기가 (그런 게) 아니고 사고였다고 같이 울고불고 했는데..(울음) 그게 아니었으니까.."
지난 10월 24일은 학교에서 소풍을 가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서현이가 이웃 아주머니에게서 받은 용돈 2만 원 중 2천 원이 비었다는 게 발단이었습니다.
새 엄마 박씨는 서현이를 마구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갈비뼈 24개 중 16개가 부러졌고, 부러진 뼈가 폐를 찔렀습니다.
새엄마는 아이가 욕조에 빠져 숨을 쉬지 않는다고 신고했지만, 거짓말이었습니다.
◀SYN▶ 울산지검 형사2부장
"(전문의에 따르면) 어린 나이의 경우에는 뼈가 갈비뼈에 고착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부러지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오히려 우리 어른보다 그래서 엄청난 강도의 구타 폭행이 가해졌다.."
서현이가 새어머니로부터 맞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까.
아이는 왜 도와달라고, 또 구해달라고 말하지 못했던 것일까.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2580은 아이의 주변을 되짚어 봤습니다.
서현이가 2년간 다닌 초등학교.
현행법은 교사가 아동 학대 사실을 알면서도 즉시 신고하지 않았을 경우 처벌받도록 돼있습니다.
학교 측은 평소 서현이의 학교생활이나 새엄마의 태도로 봐선 어떤 낌새도 챌 수 없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합니다.
◀SYN▶ 학교 관계자
"사건이 있고 나서/사진이라든지 아이 학습 결과물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보면서 정말 멘붕에 빠진 거예요. 너무 혼란스럽더라고요. 너무 아이가 밝고."
서현이 담임선생님들 역시 몰랐다는 입장입니다.
현 담임선생님은 사건 발생 후 충격을 받아 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SYN▶ 학교 관계자
"상상을 못한 거에요. 학교에서는 거의 완벽한 중산층의 가정이 붕괴됐다고는 생각 하나도 할 수 없잖아요."
울산시는 학교측이 제대로 조치를 취했는지 조사 중입니다.
서현이가 치료받았던 병원은 어땠을까?
작년 5월 부러진 허벅지뼈를 수술했던 병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담당 의사는 당시 구타를 의심하긴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SYN▶ 담당 의사
"애가 서있을 때 발로 차서 부러뜨리는 거나 자기 혼자 계단에서 넘어지는 것과 내 체중이 여기 실리는 것과 골절 모양이 똑같아요. 횡골절이에요."
몸에 다른 상처도 없었다는 겁니다.
◀SYN▶ 담당 의사
"수술하면 옷 다 벗겨 놓고 마취하잖아요. 만약에 (다른 상처가) 있었다면 난 내가 제일 먼저 아동 학대 고발을 했을 거에요."
의료진 역시 어린이 학대가 의심되면 반드시 신고해야 합니다.
서현이가 방과 후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왔다는 아파트 내 도서관.
도서관 도우미를 했던 학부모들은 서현이를 공부잘하고 예의바른 아이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SYN▶ 정영경
"참 우리 딸이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애가 너무 반듯하고 우리 애도 저렇게 컸으면 좋겠다하는 그런 애가 참 착하고.."
새엄마 박씨가 학교에서 반 학부모 대표를 할 정도로 열성적이었고, 딸을 끔찍이 아끼는 것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SYN▶ 이주희
"화상을 입었으면 만날 새 살 돋게 해야지. 쇠고기를 사서 어떻게 한다는 둥 닭가슴살을 먹인다는 둥. 공부쪽으로 어떻게 하면 더 잘되는지 이런 거 만날 이야기 하고. 그러니까 듣는 사람 와 정말 열성적인 엄마다."
학대 사실을 뒤늦게 알고 다들 충격을 받은 모습입니다.
◀SYN▶ 이주희
"'너도 너네 엄마한테 혼나?' 이렇게 물어봤어요. '예 많이 혼나요' 이렇게 좀 웃으면서 얘기하더라고요. 그때는 아 이러고 나왔는데 자꾸 지금 생각이 나는 거예요. 왜 걔가 그때.. (미안한 마음이 드시기도 하시겠어요.) 많이 들죠. 더 내가 거기서 더 물어볼 걸. 많이 후회해요.)
아이가 숨지기 전날까지 다녔던 학원.
여기서도 미리 알 순 없었던 걸까?
◀SYN▶ 이현주/학원 선생님
"다리 다친 날도 (아이가) 30분을 집에 늦게 들어와서 급하게 서둘러서 오다가 아파트 1층에서 지하로 굴렀다.손에 화상 입은 것도 잔소리 좀 했다고 지 성질에 못이겨 샤워기를 틀어서 손이 데었다 이렇게 말씀 하셨어요."
역시 새엄마 박 씨에게 감쪽같이 속았다고 말합니다.
◀SYN▶ 이현주/학원 선생님
"그게 너무 몰랐다는 자체가 저희들은 너무 충격이고 너무 황당해서 아직까지 저는 실감도 안나거든요. 저한테는 항상 너무 잘해주셨고 좋은 사람으로 그렇게 이미지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그렇게 몰랐나 제 자신도 너무 답답해요 그게."
취재진은 서현이 이웃집에서 좀 다른 증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SYN▶ 이웃 주민
"일 터지면서 그러더라구요.우리 큰 애가/일주일에 두 번 정도 화장실에서 아이를 꾸중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애를 다그치는데 좀 심하게 했다 그러더라구요/꾸중하는 데 무서워서 (화장실에서) 급하게 나왔다는 얘기를 했었어요. "
◀SYN▶ 기자
"신고를 해 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얘기도 많이 나오잖아요."
◀SYN▶ 이웃주민
"만약에 제가 그런 소리를 들었더라도 신고를 할 수 있었을까 싶어요. 왜냐하면 저도 한 번씩 애를 꾸중할 때도 있고. 이런 사건이 터지고 나니까 정말 그런 것도 주의깊게 봐야 할 것 같고.."
지난 해 우리나라 아동학대 가해자 10명 가운데 8명은 부모였습니다.
훈육이라며 아이에게 매를 드는 경우도 많고, 설사 학대가 의심돼도 사회 분위기상 신고하는 경우는 거의 드뭅니다.
작년부터 교사나 의료인 등에 대해서 신고의무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이를 어겼다고 과태료가 부과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SYN▶ 정익중/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외국의 경우는 이런 아동학대 사건의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에 뭔가 처벌뿐만 아니라 자기 전문 자격증을 박탈당하고 그리고 민형사상의 처벌을 받거든요."
아이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었던 것일까.
취재 결과 서현이가 학대받고 있는 걸 눈치챈 사람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2011년 서현이가 포항에 살 때 다니던 유치원의 선생님이 아이의 몸에 멍이 든 걸 보고 아동보호기관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상담기록에는 친아버지가 이 기관의 상담을 거부했다고 돼 있습니다.
이후 서현이 가족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버리면서 보호의 손길은 미치지 못했습니다.
소중한 기회를 어이없이 놓쳐버린 겁니다.
◀SYN▶ 장화정 중앙아동보호기관 소장
"학대 행위자가 거부하면 아이를 격리시키는 문제뿐만 아니라 그 행위자에 대한 교육과 상담이 이뤄질 수 없는 그런 현실적인 아동복지 법에서 (제약으로) 그 사건이 (잘) 처리되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가 사망에 이르는 안타까운 사건이었고요."
서현이의 마음 상태는 어땠을까.
의사에게 보낸 서현이 손으로 만든 감사카드.
◀SYN▶ 이향숙/한국아동청소년 심리상담센터 소장
"아버지를 안 그렸잖아요. 어떻게 보면 아버지가 자기한테 그렇게 자기를 보호하고 중요한 역할은 못했지 않나."
직업상 다른 도시에 머물며 2~3주에 한 번씩만 집에 왔다는 서현이의 친아빠.
그렇다해도 상습적인 폭행을 정말 모를 수 있었는지.
친가쪽 가족을 어렵게 만났습니다.
◀SYN▶ 친가쪽 가족
"(동거녀가 미리) 포장을 해놓은 거예요. 훈육 차원에서 애를 때린 건 있는데 그걸 학대센터에 신고가 된 모양이다. 이미 (친아빠가) 세뇌가 돼 있는 거에요. (그래서) 우리끼리 알아서 할 테니 그쪽에서는 신경 안써도 된다. 그렇게 해서 (상담센터와) 전화를 끊었대요."
친아빠 이 모 씨는 친모 측과의 통화에서 몰랐다는 주장을 반복합니다.
◀SYN▶ 이 모 씨/서현이 친부
"저는 다 몰랐습니다. 그런 내용 자체를.(동거녀가) 봉사활동 하는 거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것도 많이 했었고. 그러니까 사람 얼굴을 하고 어떻게 저렇게 그런 아닐 거다. 저는."
경찰은 그러나 이틀 전 아동복지법상 방임혐의로 친아빠를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SYN▶ 이승훈/울주경찰서 강력3팀장
"2010년에서 11년경 포항에서 함께 살았기 때문에 상습적인 학대행위에 대해서 모를 리 없다 생각해서 그리고 또 아동전문보호기관에서 상담을 거부하는 등..."
서현이가 하늘로 떠난 뒤 친엄마는 세상 앞에 섰습니다.
엄마는 이혼 당시 친권을 포기한 뒤 5년 동안 서현이를 한 번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SYN▶ 서현이 친모
"지금까지도 아이가 주소가 어디 살았었는지 이름이 바뀐 것도 중간에 전혀 몰랐어요. 이런 것들이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안타까워요. 저는 입이 열 개라도 그것 때문에 할 말이 없는 사실이에요. 사실은."
안타깝게 보내버린 딸을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합니다.
◀SYN▶ 서현이 친모
"내가 나중에 서현이를 만났을 때 그래도 엄마는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네가 살다 갔다는 점 하나만 찍어줄 수 있다면 내가 뭔들 못하겠느냐."
사람들도 하나 둘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SYN▶ 유영미(35)
"뉴스를 통해 접하고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이런 같은 엄마 마음으로 나왔어요."
이들이 외치는 목표는 하나.
아동학대를 사전에 철저히 차단하고 처벌을 더 강화하라는 겁니다.
◀SYN▶ 공혜정/고 이서현 사건 대책위원회
"아무리 우리 시민들이 힘을 모아서 아무리 이야기를 하더라도 결국 법이라는 벽에 부딪히는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더라고요. 아동학대특례법이 제정이 돼야만이 저희가 아동을 위한 새로운 고통 없는 그리고 편안한 아이를 위한 복지가 마련될 수 있다.
◀SYN▶ 이명숙 변호사
"국가가 적극적으로 즉각적으로 아주 단호하게 개입하고 체포하고 그리고 그 다음 경중을 가려서 교육이나 수감이 필요하면 그렇게 보호처분 위주로 아니면 구속해가지고 수감생활 하면서/그렇게 하는 강력한 제도가 도입돼야 된다."
우리나라에선 매달 한 명꼴로 아이들이 학대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우리의 아동 보호정책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만한 사건이 하나씩 터지고 나서야 비로소 느리게 느리게 바뀌어 왔습니다.
이번만큼은 제대로 된 교훈을 얻어 아이들이 더 피 흘리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
여덟 살 서현이가 마지막 가는 길 우리에게 간절하게 부탁한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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