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시사매거진2580

[2580 20주년 특집] 갈등사회 어떻게 풀 것인가

[2580 20주년 특집] 갈등사회 어떻게 풀 것인가
입력 2014-03-03 08:52 | 수정 2014-03-03 16:18
재생목록
    [20주년 특집] - 갈등사회, 어떻게 풀 것인가


    갈등과 대립이라는 말이 일상어가 되어버린 2014년의 대한민국. 그 갈등의 실체는 무엇이고 해결방안은 무엇일까요. 2580은 이를 위해 지난 석 달간 인터넷 포털 사이트 주요 기사에 달린 댓글 7만 6천 개와 트위터, 페이스북 등 각종 SNS 15만 3천 개의 글을 수집해 이념과 지역 등을 조장하고 대립을 부추기는 ‘갈등유발 단어’들을 분석했습니다.

    외딴 섬에서 임금을 받지 못한 채 강제 노동을 해온 피해자들의 사연, 이른바 ‘염전 노예’사건 관련 기사의 댓글에서 는 사건의 본질에 대한 댓글은 30%에도 미치지 못했고, 나머지 71.5%가 사건이 일어난 지역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고, '홍어’라는 단어가 1천 번 넘게 등장했습니다.

    반대로 경주 리조트 붕괴사고 관련 댓글에서는 '과메기' 운운하며 지역을 조롱하는 댓글이 넘쳐났습니다. 심지어 지역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애니메이션 ‘겨울왕국’과 영화 ‘변호인 관련 댓글에서도 어김없이 ‘홍어’, '과메기' 등 특정 지역을 비하하고 상대방에게 생채기를 내는 단어들이 상당수 등장했습니다.

    이같은 악성 댓글 문화로 인한 사회적 폐해는 얼마나 심각한지, 개선책은 없는지 짚어봤습니다.

    2580은 또, 댓글 빅데이터 분석과 별개로 전국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통해 우리 국민들의 이념 성향, 그리고 가장 갈등이 극심한 이슈들을 조사했습니다.

    과연 우리 국민들의 이념성향은 세간의 선입견처럼 ‘호남=진보, 영남=보수’, ‘2,30대=진보, 5,60대 이상=보수’ 였을까? 또, 스스로를 보수 또는 진보라고 진단한 응답자들이 복지, 대북문제, 증세, 민영화 등 여러 이슈 가운데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문제’로 꼽은 것은 어떤 이슈였을까요?

    2580은 이와 함께 외세의 침략과 극단적 이념 대립 등 우리와 비슷한 근.현대사를 겪어낸 오스트리아, 그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소셜 파트너십(social partnership)’을 소개합니다.

    여.야, 노.사 등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상대방을 ‘파트너’로 인정하며 공존을 위한 합의를 이끌어내고, 그렇게 이뤄진 합의는 법보다도 더 큰 무게와 가치를 갖는 것, 이 ‘소셜 파트너십’이 오스트리아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었습니다. 이같은 오스트리아의 경험은 우리에게 어떤 것을 시사하고 있을까요. =============================

    <1> 갈등의 현장을 가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광장 민주노총이 주축이 된 '국민파업대회'.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 복지공약 후퇴반대 등의 구호가 나오고, 장기 파업을 벌였던 철도 노조,

    "국민의 명령이다. 철도 민영화 중단하라"

    의료 영리화 문제로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의료 단체들도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의료 민영화 막아내겠습니다!"

    같은 시간,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들은 인근 대한문 근처에서 맞불 집회를 열었습니다.

    민주노총 등 사회단체들이 불순한 의도로 사회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겁니다.

    "종북 세력 물러가라"

    집회가 마무리 될 무렵, 거리 곳곳에서 충돌이 일어납니다.

    행진을 하려는 집회참가자들과 도로 진출을 막으려는 경찰.

    급기야 거친 몸싸움이 벌어집니다.

    이제는 오히려 익숙한 풍경처럼 돼버린 도심의 대규모 집회와 충돌 장면입니다.

    곳곳에서 갈등이 터져 나오는 우리 사회, 그러나 좀처럼 대화와 타협은 이뤄지지 않습니다.

    경기도 안산에 있는 한 식당.

    점심 손님을 맞이하느라 일손이 분주합니다.

    음식을 나르는 이 학생은 김하연양.

    ◀ 김하연/대학 1학년(20) ▶
    "정식 나왔습니다."

    올해 만 스무 살. 2580이 첫 방송을 하던 1994년생입니다.

    지난해 재수 끝에 이번 달 대학 신입생이 됐습니다.

    주방장이자 가게 주인은 하연양의 아버지 김대수 씨.

    ◀ 김대수/하연 양 아버지(51) ▶
    "돈까스 5개 나왔습니다"

    20년 간 회사원으로 한 중견 식품회사에서 일하다 명예퇴직을 하고 돈까스집 사장님이 된 지 3년째입니다.

    외환위기와 실직, 여러 굴곡도 있었지만, 가난하지도, 부유하지도 않은 평범한 대한민국 중산층인 김씨 가족.

    이들 부녀의 눈에 비친 지금, 한국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30년 세대차이의 딸과 아버지가 2014년 갈등의 현장을 함께 둘러보았습니다.

    지난달 17일 수원지방법원.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한 내란음모 재판 선고를 앞두고 시위대가 모여들었습니다.

    하연양과 아버지가 서 있는 대로를 사이에 두고 맞선 보수와 진보.

    이석기 사형! 통진당 해체! 이석기 사형!

    통진당 해체!

    석방하라 이석기 의원 석방하라 투쟁!

    한쪽에선 '종북 세력'이라며 사형을, 한쪽에선 '정권의 공작 수사'라며 무죄를 주장합니다.

    ◀ 권숙현/보수 단체 집회 참가자 ▶
    “대한민국에 살 자격이 없는거야. 북한으로 보내야 돼요.”

    ◀ 조우리/진보 단체 집회 참가자 ▶
    “국정원에서 제대로 된 증거 없이 진행된 재판이라고 보고 반드시 무죄가 되어야 하는 일이에요.”

    법원은 내란 음모죄를 인정하고 이석기 전 의원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법정을 나온 변호인과 이씨 가족들은 재판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고 항의했고,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 이석기는 무죄다. 이석기는 무죄다! "

    그러나 같은 시각. 보수 단체에선 환영의 만세 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만세! 만세! 만세! 호국영령들이여 만세!"

    이념갈등으로 팽팽히 맞선 현장은 스무 살 하연 양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 김하연/대학 1학년(20) ▶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강력했던 것 같아요. 사람들 말하는 거나, 이런 갈등하는 거나.
    뭔가 진짜 서로 기 눌리지 않기 위해서 싸움을 위한 싸움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오늘 좀 들었어요."

    80년대 5공 시대에 청춘을 보낸 하연 양 아버지의 생각은 좀 더 복잡합니다.

    ◀ 김대수/하연 양 아버지(51) ▶
    "저는 5공 시대에 동구권이 몰락하고 고르바초프가 등장하는 그런 시대에 대학을 다니면서 졸업까지 했는데 아직도 그런 이념 갈등이 우리 한국에 광풍을 휩쓸고 있는 이 현실은 참 안타깝죠."

    2014년 노사갈등의 현장은 어떤 모습일까?

    하연 양 부녀가 지난달 14일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을 찾아갔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이 2009년 당시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가 부당했다는 판결을 내리자, 해고자들이 다시 공장 앞에 모여 집회를 연 것입니다.

    "법원 판결이 나왔다. 회사는 해고자 복직 실시하라. 실시하라! 실시하라!"

    회사 측의 대량 정리해고 방침에 공장 점거 파업으로 맞섰던 노조, 사측은 이에 강제진압과 수십억 원의 손해배상으로 재차 대응했습니다.

    노사 갈등의 골의 깊이 패이면서 5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상처는 커질 대로 커졌고, 판결 이후에도 회사의 상고로 대립은 여전히 첨예합니다.

    ◀ 권지영/쌍용자동차 해고자 가족 ▶
    "친척 가족 분들이 이제 공장에 돌아가서 언제부터 일하냐 이렇게 많이 물어보세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회사가 입장을 정리를 해서 상고하는 것으로 보도가 나오고 있고.."

    본인도 회사 사정 때문에 명예퇴직을 해야 했던 하연 양의 아버지.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기 전에 대화로 해결할 순 없었던 건지 묻습니다.

    ◀ 김대수/하연 양 아버지(51) ▶
    "서로 간에 타협하고 조금씩 양보하면서 노조와 사측이 그런 일들은 왜 일어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저는 일반 시민 입장에서 하거든요."

    ◀ 한상균/쌍용자동차 노조 前 지부장 ▶
    "노동자들과 노사가 서로 대등해야 하거든요. 그래야지 그 속에서 대화도 있고 상생도 있고 평화도 있는 것인데 근본적으로 이 사회구조가 갑과 을로 억누르는 구조가 됐기 때문에 사실상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이런 조건이라고 저는 보고 있어요."

    그러나 회사는 "정리해고는 경영사정이 악화돼 불가피한 것이었고 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오히려 손해를 봤다"는 입장입니다.

    더 극단적인 갈등의 현장도 찾아가봤습니다.

    경부고속도로 옆 22m 광고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성기업 해고자들.

    회사 측이 노조파괴 시도와 부당해고를 했다며 넉 달째 내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 이정훈/유성기업 고공 농성자 ▶
    "노동조합이 잘못됐으면 노종조합이 벌을 받겠습니다. 회사가 잘못된 부분들은 회사가 당연히 벌을 받아야 되겠죠. 저희들은 그걸 원합니다. 그 법대로 해 달라."

    반면 사측은 "불법 파업에 원칙대로 대응한 것"이라며 맞서고 있습니다.

    상호 간 고소고발을 주고받으며 문제가 꼬일 대로 꼬인 상황, 출구는 보이지 않습니다.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 같은 노사를 바라보는 부녀의 생각은 어떨까?

    ◀ 김하연/대학 1학년(20) ▶
    "우리 사회는 함께 살아가는 거고 최대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을 강구를 해야지 무조건 나부터 사는 방법인 그런 방법을 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 김대수/하연 양 아버지(51) ▶
    "악으로만 남아있지 않나 그런 생각도 해봤거든요. 서로 손을 내밀기가 쉽지 않겠다는 그런 생각도 들거든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좀 나와서 진짜 양쪽의 의견들을 같이 담아내는 대 타협의 정신들을 만들어야지 이 사회가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갈수록 다양화하고 심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갈등.

    해묵은 이념 갈등은 지난 대선을 치르면서 더욱 깊어졌고, 노사 간의 대립, 지역갈등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갈등의 그림자는 청춘들이라고 해서 비껴가지 않습니다.

    서울 노량진의 한 공무원시험 준비 학원.

    초대형 강의실이지만 전국 각지에서 모인 수강생들로 빈자리가 없습니다.

    올해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64대 1. 무려 19만 명이 넘게 몰려들었습니다.

    안정된 일자리를 얻지 못하면 언제든 밑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젊은이들의 어깨를 짓누릅니다.

    바늘구멍을 통과하려면 옆자리 친구도 경쟁 상대일 뿐입니다.

    ◀ 류진영/23세·공무원 시험 준비생 ▶
    "몇 백 명 되는 사람들 가운데서 하니까, 공부하니까 다 라이벌이라는 의식이 생겨서 되게 의기소침해지고.."

    서울 영등포의 한 고시텔.

    좁디좁은 방 안에서 지방대 졸업생 심중석씨가 기술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 일반 회사에 비정규직 일자리를 구했지만 정규직이 되기 위해 다시 수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 심중석/26세·취업 준비생 ▶
    "나만 열심히 하면 어떻게 좀 사회적으로 올라갈 거라고 생각하고 사회에 나왔는데, 아무리 오래하더라도 올라갈 수 있는 제한선이 있고...보통 가정을 이루는 게 제일 힘들다고 하잖아요. 요새는 그래서 이것(정규직)을 제가 이뤄야 보통 가정을 꾸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제 막 대학 새내기 간 된 하연 양에게도 청년취업난은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 김하연/대학 1학년(20) ▶
    "물론 저도, 저희 아빠 같은 경우도 항상 이런 말씀하시거든요. 공무원이 최고라고. 그렇긴 한데 모르겠어요. 아직은 제가 젊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런데 사실은 이렇게까지 공부하고 또 비정규직으로 살 수밖에 없다면 그건 사회가 좀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요? 오히려 그런(비정규직) 사람들이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혹은 조금 더 정규직이 많아질 수 있도록 그렇게 사회가 조금 더 노력을 해야 되지 않을까요?"

    지난달 10일 성균관대학교.

    하연 양 부녀가 찾아간 캠퍼스 한쪽에 제사상과 함께 '근조 대학'이라고 적힌 위패가 놓여있습니다.

    술을 따르고 다함께 절을 올립니다.

    "대학생들의 현실을 고발하는 대학생 백일장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언제까지 이렇게만 당하지는 않 거야"

    오늘의 시제는 '대학 문제'.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입학과 동시에 빚쟁이가 되게 만드는 등록금이었습니다.

    "부모평생 학비 난. 아시겠죠? 설명 안 해도."

    ◀ 김희정/대학생 ▶
    "다들 이제 2학년 1학기 쯤 되면 한 천만 원 내외로 이제 대출이 생기는 거에요. 학자금 대출이..

    ◀ 박정호/대학생 ▶
    "등록금 때문에 자기 스스로 벌써 빚을 지고 하루 종일 알바하고 과외하고 이런 친구들도 있고요."

    하 연양 역시 당장 등록금 때문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 김하연/대학 1학년(20) ▶
    "지난 주 금요일쯤에 고지서가 나와서 (등록금) 납부를 했는데 가장 좀 어이가 없었던 건 이게 어디에 쓰이는지 정확히 알려주는 게 없고 그냥 이 만큼을 꼭 이 시간까지 내라. 내가 이렇게 큰돈을 갑자기 엄마한테 요구해도 되는 건가 그런 생각도 들고.."

    학생들은 대학 캠퍼스 안에서도 학과 통폐합 같은 현안에 대한 자유롭고 허심탄회한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 박정호/대학생 ▶
    "대학 와서 자기가 기쁘고 행복하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없어요. 그런데 그게 일단 1차적으로 학교 안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희 친구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고 저도 그런 것 같습니다."

    ◀ 김희정/대학생 ▶
    "다양한 문제를 얘기를 했을 때 어 너 그런 거 얘기해? 이런 시선들이 굉장히 많아요. 아직도. '너 그거 그만 접고 빨리 점수 따' 이렇게 말을 하죠. 그럴 때는 뭐랄까 굉장히 혼자 있는 느낌이랄까"

    딸 또래 젊은이들의 고민이 기성세대인 아버지의 눈에는 어떻게 비쳤을까.

    ◀ 김하연/대학 1학년(20) ▶
    "아빠도 학교 다닐 때 대자보 써봤어?"

    ◀ 김대수/하연 양 아버지(51) ▶
    "내가 82학번이니까 시국, 그 때는 직선제라든가 이런 것에 대한 정치적인 것들이 상당히 많았고...학생들이 벌써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서 등록금 걱정하고 그래서 또 이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참 불쌍하기도 하고. 대학 생활들이 취직이다 뭐다 해서 각박해져 있는 것들이 대학 내부적인 소통들이 있어야 만이 우리 사회도 발전할 수 있다."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우리사회의 갈등 이슈들, 하지만 문제를 조정하고 해결해야할 사회적 장치들은 거의 없는 현실입니다.

    갈등의 최종 조정권자라 할 수 있는 정치는 얼마나 역할을 하고 있는 걸까?

    조정은 커녕 대립만 거듭하든 정치권의 모습은 스무살 하연양에게도 익숙한 모습입니다.

    ◀ 김하연/대학 1학년(20) ▶
    "국회하면 떠오르는 장면들은 서로 싸우면서 갈등하는 장면들이 저한테는 가장 먼저 생각이 나요. 그런데 사실 제가 배운 국회의 역할은 그 갈등을 오히려 해결하고 대화하며 타협점을 찾아가는 거거든요. 그런 걸 보면 국회가 앞으로는 우리 사회에서 조금 더 제 역할을 해야 되지 않나.."

    문제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 실용적인 처방은 사라지고 적인지, 아군인지 편가르기만 있는 정치권.

    국회의원들조차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사법적 판단으로 끝장을 보자며 검찰로, 법원으로 달려가는 소모적인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김현경 기자 =============================

    <2> 댓글과 여론조사

    보신 것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 드리워진 갈등은 얽힌 실타래처럼 단단히 꼬여 있습니다.

    사회가 치러야 하는 비용은 가히 천문학적입니다.

    이른바 갈등 비용이 많게는 246조 원으로 추산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입니다.

    특히 이런 갈등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이 있는데요,

    바로 인터넷 공간입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생각과 정보를 나누는 가장 중요한 매체가 된 인터넷,

    그러나 때론 과장되고 때론 극단적, 악의적으로 치닫는 인터넷 공간의 갈등은 그저 일부의 현상이라고 치부하기가 쉽지 않아졌습니다.

    2580은 이 인터넷 속 갈등양상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실증적으로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 석달 간 인터넷 포털사이트 주요기사에 달린 댓글 7만 6천개와 트위터, 페이스 북 등 각종 sns에서 15만 3천개의 글을 수집했습니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극단적으로 이념. 지역갈등을 조장하고 대립을 부추기는 이른바 '갈등유발 단어'들이 얼마나 되는지 분석해 봤습니다.

    먼저 최근 네티즌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 지부터 살펴볼까요?

    지난 해 말부터 주요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기사들 중에 댓글이 많이 달린 기사들을 뽑아봤더니, 김연아, 안현수 선수처럼 지난 주 막을 내린 소치 동계올림픽과 관련된 키워드도 눈에 띄고요.

    경주 리조트 붕괴사고와 원유유출사고, 이집트 폭탄테러 등 국민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던 대형 사고들 역시 빠지지 않았습니다.

    네티즌의 관심도와 댓글 수를 참조해서 2580이 고른 주요 이슈는 모두 스무 갭니다.

    그럼 이런 다양한 이슈들 속에 얼마나 갈등이 잠복해 있는 지 댓글의 내용을 통해 확인해보겠습니다.

    지난 1월 발생한 여수 기름유출 사고.

    원유 16만 리터가 사고 현장 수십 킬로미터 바깥까지 퍼져 나가, 지금까지도 방재 작업이 끝나지 않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 사고에 대한 댓글 가운데 절반 이상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지역 비하 글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보름 뒤, 이번엔 부산에서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경상도 지역을 조롱하는 댓글이 관련 기사에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생명을 앗아간 경주 리조트 붕괴사고 기사에도 일부 네티즌들은 상식 이하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전라도를 비하하는 댓글에는 이 지역 특산물인 '홍어'가, 경상도 사람을 욕하는 글에는 포항지역 특산물인 '과메기'가 엉뚱하게 끌려 들어옵니다.

    2580이 뽑은 이슈 스무 개 가운데, 해당 사건의 본질과 가까운 댓글들로 채워진 것들은 겨우 네 가지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16개 사안에는, 본질과 상관없이 엉뚱하게 지역갈등, 또는 이념 갈등과 관련된 댓글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포털사이트가 자체적으로 삭제한 글이나 단순 욕설 등은 빼고 집계했는데도, 전체의 40.1%, 다시 말해 댓글 10개 가운데 4개는 이른 바 '갈등유발 댓글'이었습니다.

    ◀ 뉴스데스크/2014년 2월 6일 ▶
    "외딴 섬에 끌려가 한 푼도 못 받고 폭행까지 당하며...“

    가장 극단적인 사례는 '염전노예' 사건.

    지난 달 전남 신안군의 한 섬에서 임금도 받지 못한 채 강제 노동을 해오던 피해자들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세간에 큰 충격을 줬습니다.

    그런데, 관련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심각한 인권침해문제를 지적하거나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는 등 이 사건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댓글은 전체의 30%도 채 안됩니다.

    그럼 나머지 71.5%는 뭘까요?

    대부분이 사건이 일어난 지역, 즉 전라도를 원색적으로 비하하거나 이념의 잣대로 비난하는 글이었습니다.

    특히, 이 중에서도 '홍어'라는 단어가 1천 번 넘게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전국에서 홍어가 제일 유명한 곳,

    영산강 줄기를 끼고 자리한 전남 나주 영산포입니다.

    서해에서 잡은 물기들로 넘쳐나던 옛 포구의 풍경은 찾아보기 힘들어졌지만 수십 년 전통을 자랑하는 홍어요리집들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 김지순 ▶
    "어찌 그런지 몰라도 누가 우리 영감이 불러도 우리 자식들이 불러도 안 나와요. 아프다고.. 그런데 홍어만 사왔다고 하면 어쩐지 마음이 가볍고 달려 나오고 그래요"

    하지만 댓글 속에서 '홍어'라는 명사는 그저 전라도와 전라도 출신 사람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2580 분석 결과, '홍어'란 단어가 달린 댓글은 염전 노예 관련 기사 뿐 아니라 국정원, 역사교과서, 이산가족 상봉 등 스무 개 이슈 중 열네 개에 걸쳐 달렸는데, 그 수가 2천188개에 달했습니다.

    하나 같이 입에 담기 거북할 정도의 심한 비하.

    평생 홍어와 함께 살아온 토박이들 입장에선 섭섭함을 넘어 분통 터질 노릇입니다.

    ◀ 오평주 ▶
    "홍어 뭣이네 어쩌고 하는데..이쪽 전라도 쪽에 있는 사람들은 상당히 기분이 나빠요. 그리고 소외된 기분이 들고..."

    지역갈등 조장 댓글 못지않게 심각한 분야는 이념갈등.

    특히 역사교과서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전체 댓글의 3분의 2가 날선 말로 서로를 공격하는 내용들로 채워지면서, 보수와 진보 간의 이념 갈등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한쪽에서는 상대편을 친일파, 매국노라 부르고, 다른 측은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종북, 빨갱이라는 이름표를 붙여 가며 욕하는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됐습니다.

    이러다 보니 정작 교과서 내용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은 수면위로 떠오르지 못했습니다.

    국정원 사건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에서도 거의 비슷한 논쟁 구도가 형성됩니다.

    한쪽에선 문제를 제기하는 일 자체가 '선동'이고, '빨갱이'라고 주장합니다.

    그 반대편에선 '조작', '독재'라고 못 박습니다.

    양측 사이엔 단어 간의 거리만큼 높고 두꺼운 벽이 버티고 서 있는 듯합니다.

    댓글 창은 왜 점점 거친 싸움판이 돼가는 걸까.

    2580은 소셜 분석 업체인 [메조미디어]와 함께 감정분석 기법을 활용해, 이 같은 갈등 댓글 이면에 숨겨진 정서를 분석해 봤습니다.

    원유 유출 사고와 관련해 댓글과 SNS에 올라온 글을 희,로,애,락, 공포, 혐오 등 열 가지 감정 패턴으로 분석해 본 결과, 사건에 대한 일반적인 정서는 불만, 공포 등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와 함께, 미흡한 사고 대처에 대한 불만과 분노의 감정으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악성 댓글만을 대상으로 분석해보자 일반적 반응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재미있다"는 감정 요소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악성댓글 속에는 다른 지역이 고통을 겪게 된 것이 쌤통이라는 식의 정서가 숨어있다는 겁니다.

    ◀ 곽금주 교수/서울대학교 심리학과 ▶
    "응집력을 높이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이 우리하고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적대화 하는 게 되는 거죠. 그리고 점차적으로 그 극간이 벌어짐으로 인해서 나중에는 서로가 화합이라든지 통합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감정적인 싸움까지도 발전한다고 볼 수 있겠죠"

    개인으로 나서서는 하지 못할 말들도 인터넷 속 익명의 무리 속에 섞이면, 상대에 대한 공격성이 더 강해진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최근 몇 차례의 대통령 선거에서 인터넷이 가장 강력한 여론형성 수단으로 급부상한 뒤 이런 현상은 점점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 장덕진 교수/서울대학교 사회학과 ▶
    " 몇 차례의 선거를 거치면서 유권자들도 그렇고 정치인들도 그렇고 ‘SNS를 선거에 잘 활용할 수 있겠구나’를 생각을 하게 됐고, 상식이나 혹은 합리적인 토론에 기반 하기보다는 자기주장을 널리 퍼뜨리는 데에만 몰입을 하는.."

    이러한 극단적 충돌과 갈등이 사회 전반으로 퍼지면서 이젠 정치적인 이슈 뿐 아니라, 때론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곳에서까지 격한 갈등이 불거지기도 합니다.

    애니메이션 영화 관객수 1위를 경신하며 천만관객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올겨울 최고 흥행작 '겨울왕국'.

    아름다운 음악과 영상으로 가득한 동화일 뿐이지만 때 아닌 이념 논쟁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부모를 잃고 왕위를 이어받은 영화 속 주인공이 박근혜 대통령과 닮은꼴이라는 주장 때문이었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영화 '변호인'과 비교하며 편 가르기 논쟁까지 벌어졌습니다.

    일부 언론을 통해 이런 이야기가 기사화까지 되면서 논란은 커졌고, 만화영화까지 정치 논쟁으로 변질되는 모습이 어쩐지 씁쓸하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 최정환/대학생 ▶
    "친근한 걸 통해서 정치에 관해서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건 긍정적으로 보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억지로 엮을 필요가 있나. 이런 생각도 많이 들거든요."

    생각이 서로 다른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갈등 역시 보다 나은 결과를 위한 민주사회의 필수요소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와 다른 의견, 다른 생각을 가졌다고 상대를 매도하거나 무조건 적이라는 딱지를 붙여버리는 풍조는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전제인 소통과 타협을 시작부터 가로막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 장덕진 교수/서울대 사회학과 ▶
    "문제는 오프라인(현실)에 있기 때문에 SNS가 저런 양상을 보이는 거다. 이념을 가지고 사람을 규정하는 그런 식의 활동이나 이런 것들이 과거에 비해서 훨씬 더 많이 일어나고 있거든요."

    인터넷 사용자 가운데 열심히 댓글을 남기는 사람은 전체의 5퍼센트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갈등 댓글, 악성 댓글이 인터넷을 뒤덮고 있지만 실제로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그 정도로 많지 않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는 어찌 보면 미꾸라지 몇 마리가 연못 전체를 흐리듯, 일부의 과격한 언사가 여론을 극단적으로 왜곡시킬 수 있다는 걸 입증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인터넷 가상공간 속에서가 아닌, 실제 우리나라의 국민들의 이념은 얼마나 갈라져 있을까요.

    어느 지역은 진보고, 또 어디는 보수라는 식으로 자주 표현되는 인터넷 상의 진영논리는 과연 현실에서도 통용되는 사실일까요.

    2580은 전국의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스스로를 보수, 진보 가운데 어느 쪽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봤습니다.

    설문 결과 응답자의 29.8%는 보수, 20.2%는 진보. 그리고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중도라는 답변이 46.5%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렇게 중도층이 두텁다는 건 그만큼 갈등의 완충지대가 넓게 형성돼 있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질문 방식을 조금 바꿔 봤습니다.

    진보냐 보수냐로 묻는 대신 정책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응답자의 성향을 물어본 겁니다.

    질문이 바뀌자 두터웠던 중도층이 양쪽으로 갈라집니다.

    경제성장과 부의 분배 가운데 무엇이 중요하냐는 질문에, 아직은 성장이 중요하다는 답변이 36.5% 이제는 분배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38.4%로 나타났습니다.

    중도층이 줄어들면서 오차범위 내의 접전 양상으로 바뀐 겁니다.

    2580은 이처럼 정치, 경제, 사회 별 성향을 알아볼 수 있는 9개의 질문을 통해 우리 국민들의 이념 성향을 분석했습니다."

    대북문제에 관한 질문에선 원칙에 입각해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는 응답이 인도적인 지원과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보다 많았습니다.

    ◀ 강경성 ▶
    "준만큼 되돌아오는 게 있어야 되는데 저희가 보면 주다가도 이렇게 받다가 보면 꼭 신뢰가 깨지지 않습니까? 천안함 폭침이라든지 그런 안 좋은 쪽으로..."

    그러나 철도공사 파업으로 논란이 됐던 공공부문 민영화 문제의 경우, 요금 인상 등이 우려되므로 반대한다는 의견이 더 많았습니다.

    ◀ 이영철 ▶
    "아무래도 민영화 하면 자기들이 사업 속성이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요금은 인상 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그건 좀 안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전반적으로 보면 정치, 외교 쪽은 보수 쪽으로 다소 기울고, 경제나 복지 문제와 관련해서는 진보 쪽으로 조금 쏠리면서 전체 비율은 보수에 가까운 성향 50.9% 대 진보에 가까운 성향 49.1%.

    그야말로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가장 심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분야가 어딘지 알기 위해 의견대립이 생길 경우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대북 문제가 1순위로 꼽혔고, 민영화, 증세 문제 등 민생과 관련된 주제들이 뒤를 이었습니다.

    ◀ 김만흠 원장/한국정치아카데미 ▶
    "분단 체제라는 것이 우리나라의 중요한 특수한 환경이라고 볼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사실상 이념 대결도 계속 1945년 이후에 북한 문제가 이념 대립의 축이 돼 왔었고.."

    하지만 지역이나 세대 별로 이념 성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획일적으로 진보 혹은 보수로 나뉘기보다 사안에 따라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령 국가보안법을 유지해야 하는지의 여부에 대해 호남 지역은 35.4% 찬성으로 60%에 육박하는 영남과 차이를 보였지만, 여전히 찬성이 반대쪽보다 우세했습니다.

    복지예산 확보를 위해 세금을 더 내는 것에 찬성하는 지에 대한 질문에선 지역을 막론하고 찬반 비율이 거의 유사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하세헌 교수/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
    "지역감정이라는 측면도 일반 국민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것 하고 정치적인 선택의 과정하고는 조금 달리 봐야 되지 않겠는가."

    이번 여론조사는 2580이 코리아 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의 19세 이상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유선과 이동전화로 실시했고, 95% 신뢰수준, 오차 한계 플러스 마이너스 2.5% 포인트였습니다.

    조사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모든 사안을 이념과 지역으로 쪼개 보는 진영 논리는 비단 정치권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들 사이에도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오랜 편견이라고 지적합니다.

    ◀ 박태순 소장/사회갈등연구소 ▶
    "정치 문화가 그렇게 극단적인 대립 구조로 형성이 돼 있다 보니까, 오히려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문제 해결에 대한 욕구를 왜곡시키죠. 서로 경쟁하고 대립하는 이 갈등 상황에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우리 사회는 한 번도 연습해 본 적이 없는 거죠."

    한 사회에서 갈등은 필연적이라고 할 정도로 반드시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갈등이 구성원들 사이에 지속적인 분열과 큰 상처를 남긴다면 사회의 건강한 성장이 더뎌질 뿐 아니라 엄청난 치유의 비용을 들이게 만듭니다.

    결국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기 전에 이를 완화하고 중재할 뭔가가 필요하다는 얘길 텐데요.

    2580은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 그 힌트를 얻기 위해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모델을 살펴봤습니다.

    성장경 기자 =============================

    <3> 파트너십에서 배운다

    모짜르트와 예술의 나라로 알려진 오스트리아는 세계 11위의 국민소득과 유럽 최저 실업률을 자랑하는 강소국입니다.

    안정된 정치체제와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지속적 발전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수도 빈 외곽의 어느 자동차 엔진 생산 공장.

    1981년 문을 연 이 공장은 단 한 차례도 파업이 없었습니다.

    비결은 무엇일까?

    ◀ 레나테 블라운스타이너/OPEL 공장 직장협의체 회장▶
    "노동구조법에 따라 기업인들은 의무적으로 회사 정보를 (노동자 측에) 제공해야 합니다. 경제와 사회 상황 전반에 대해 노사가 공동으로 판단하기 위해서죠. 이윤을 나눈다면 모두가 합당하고 공정한 몫을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기업이든 노사 양측이 회사 이윤을 많이 차지하려 다투는 게 아니라, 이윤 자체를 키우기 위해 양측이 공동 목표를 설정해 함께 노력한다는 겁입니다.

    ◀ 한스 슈타이너/연방 노동사회복지부 기본연구부장 ▶
    "기업 이윤이 더 커져야 더 많이 분배될 수 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생각입니다. 고용주측은 이런 이윤이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으면 (노동자 사기에 영향을 미쳐) 결국 기업 성장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여깁니다."

    개별 기업의 모든 노동자들이 의무 가입된 '직장협의체'들은 상위 산별 노조에 임금을 비롯한 근로조건 전반에 대한 요구 사항을 전달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연방 노동조합 총연맹은 경제인들의 의무가입 조직인 '경제회의소'와 협상을 벌이고, 여기서 나온 이른바 '단체계약'은 사실상 법적 구속력을 지닙니다.

    ◀ 안드레아 헴켈/연방경제회의소(고용주 조직)협상 대표 ▶
    "이 합의는 엄연한 계약이기 때문에 (불이행시)법원에 제소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 단체계약의 의미입니다"

    고용주의 이익을 대변하든, 노동자 입장에서 목소리를 높이든 정치색이나 이념의 굴레에서도 철저히 자유롭습니다.

    ◀ 안드레아 헴켈/연방경제회의소(고용주 조직)협상 대표 ▶
    "고용주나 고용인 대표 조직 모두 정당을 초월한 기구들입니다. 오스트리아가 성장하고 그 이익을 최대한 같이 나눠야 한다는 공동 이해만 작용할 뿐입니다."

    오스트리아에는 법정 최저임금 제도가 아예 없습니다. 각 산업별 노동조합과 기업가 단체 사이에 적정한 임금 선을 정하면 그 뿐입니다.

    고용주가 이 약속을 어긴다는 건 상상조차하기 어렵고, 그래서 노동자들의 파업도 세계 최저 수준입니다.

    이런 비결은 튼튼한 믿음에 기반한 노사 협의체제, 즉 '소셜 파트너십'으로 통하는 오스트리아만의 독특한 사회적 전통 덕분입니다.

    지난해 말 열린 오스트리아 노총 산하 생산노조 기념식,

    노조 대표와 함께 연방대통령과 내각총리, 기업계 대표들이 나란히 앉아있습니다

    우리에겐 낯설 법도 하지만, 노사정이 한자리에 어우러지는 이 같은 장면은 이들에겐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국가 재건을 위해 협력적 노사관계에 대한 절박함에서 우러나온 '사회적 파트너십'은 경제와 노동 분야를 넘어 오스트리아 사회 전반의 가치 체계로 자리잡은 지 오랩니다.

    ◀ 마르쿠스 슈트로마이어/오스트리아 노총 국제협력부장 ▶
    "고용주와 고용인 측을 각기 대표하는 사회적 파트너들은 경제 뿐 아니라 사회정책, 교육정책도 다룹니다. 남녀평등, 심지어 학교의 학급 수까지도 논의합니다."

    우리나라의 노사정 협의체와 유사한 체계지만, 좀처럼 양보하지 않아 결실이 없는 우리와 달리, 오스트리아 특유의 대화와 타협문화를 바탕으로 다른 어느 나라보다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우리와 오스트리아는 근대 역사적 경험 면에서 여러모로 닮아 있습니다. 20세기 들어 주변 강대국에 나라를 빼앗겼고, 좌우의 극심한 이념 대립도 겪었습니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기틀을 스스로 마련하지 못했고, 산업화 역시 서구에 비해 늦었습니다.

    하지만 불과 한 세기가 지난 오늘, 우리 국민소득의 두 배가 넘는 오스트리아는 더 이상 한국의 닮은꼴이 아닙니다.

    한때 유럽을 호령했던 합스부르크 제국이 1차 세계대전과 함께 막을 내린 뒤, 오스트리아는 극심했던 좌우 이념 대립에 따른 내전으로 많은 피를 흘렸습니다.

    그 사이 나치 히틀러 체제에 합병되기도 하고, 2차 대전 후에는 승전 연합국들의 분할 통치를 받기도 했습니다.

    ◀ 에두아르드 부셱/오스트리아 前 부총리 ▶
    "우리에겐 자결권이 절실했습니다. 그래서 대립해온 두 진영이 하나로 뭉치게 된 것이죠. 나라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서로 협력해야만 했습니다. 갈등의 여지가 없었고, 두 진영은 같이 살아야 하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전쟁 이후 폐허가 된 땅에서 공동체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선 정치적 대타협과 사회적 합의 정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이 같은 문화는 정치와 노사는 물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빈 시내의 어느 장애인 공동 주택.

    뇌성마비 중증 장애인 수잔 씨의 방에 들어가 봤습니다.

    간이 세면대와 푹신한 소파가 갖춰진 거실, 그 옆 별도 공간엔 침실이 꾸며져 있습니다.

    여느 독신자 주택과 견줘도 나무랄 데 없는 수준입니다.

    ◀ 수잔 ▶
    "글 쓰고, 공부하고, 그림도 그릴 수 있어요. 방이 아주 좋아요"

    아래층에 사는 르네씨도 번듯한 독방을 갖고 있습니다.

    빈을 대표하는 프로축구 클럽의 열혈 팬답게 방 이곳저곳이 기념품들로 가득합니다.

    ◀ 르네 ▶
    "제 방 참 좋아요. 같이 지내는 사람들도 좋고요."

    이 건물에 사는 장애인은 서른 명.

    이들은 200여 미터 떨어진 작업장으로 매일 출근해, 각자의 희망에 따라 간단한 수작업을 하며 일과를 보냅니다.

    그림을 그리거나 작은 장식품 따위를 만드는 일입니다.

    ◀ 게르하르트 오버바우어/장애인 공동주택 운영자 ▶
    "일반인과 똑같이 하루 일과를 보낼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특별한 능력이 발견되는 사람에게는 일자리를 주선해 드리기도 하고요."

    장애인 공동 숙소로는 빈 시내에서 처음으로 30년 전 문을 연 이곳은, 일반 주택가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리 같으면 시설 이전을 요구하는 인근 주민들의 눈총이 따가웠을지 모릅니다.

    심지어 바로 옆 건물은 어린이 유치원.

    동네 주민의 반응을 물었습니다.

    ◀ 장애인 공동주택 인근 주민 ▶
    "예전에는 부모 잃은 아이들이 여기서 살기도 했어요. 지금 이 옆에 유치원도 있잖아요? 오스트리아 사람들에게 이런 것 정말 전혀 문제없어요."

    이 시설에서 의식주와 작업 도구 등 모든 혜택을 받는 장애인이 달마다 내는 돈은 우리 돈 33만 원 정도.

    전체 운영 예산의 2%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모두 시 예산으로 충당합니다.

    빈 시내의 한 양로원.

    69살 슈트리츨 씨가 박주장단에 맞춰 여러 노인들과 흥겹게 노래를 부릅니다.

    자녀들을 출가시키고 부인과 사별한 뒤 홀로 지내던 그에겐, 지난해 뜻밖에도 치매가 찾아왔습니다.

    이 양로원이 아니었다면 꼼짝없이 방치될 위기였습니다.

    ◀ 루돌프 스트리츨 ▶
    "(치매에 걸리니까) 어디라도 나가서 도움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서는 점심식사도 받을 수 있는데 이런 건 오래 전부터 내 손으로 할 수 없었죠."

    이곳 노인들은 모두 치매를 앓고 있습니다.

    치매진행을 늦추기 위한 재활훈련은 물론, 다른 사람과 말을 나누고 교감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됩니다.

    ◀ 프리데라케 그릴/양로원 원장 ▶
    "이 주사위로 다양한 동작 연습을 합니다. 예를 들어 주사위를 던져 5가 나오면 모두 손을 위로 올리는 동작을 하죠."

    집에서 통원하는 방식으로 매일 찾아오는 이곳 일일양로원의 하루 이용료는 최고 19유로, 우리 돈 2만 8천 원 정도입니다.

    하지만 소득과 재산 정도에 따라 무료로 이용하는 노인도 있습니다.

    ◀ 볼프강 이로/빈 사회복지서비스센터 ▶
    "최저생계비를 받는 사람은 자기부담금이 매우 적습니다. 수입이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모든 시민들에게 이런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저희의 기본 원칙입니다"

    이처럼 병든 노인과 장애인, 노숙자 같은 소외계층을 위한 시 정부 운영 시설이 빈 시내에만 150여 곳.

    하지만 내가 낸 막대한 세금이 남에게 쓰인다고 해서 불만이 터져 나오진 않습니다.

    ◀ 마틴 클라인/빈 시민 ▶
    "저의 세금이 (비리)정치인들 주머니로 사라지는 것보다는 양로원이나 장애인 복지 시설에 들어가는 게 낫다고 봅니다."

    ◀ 볼프강 이로/빈 사회복지서비스센터 ▶
    "(복지 정책의) 분배에는 논리가 들어 있습니다. 복지는 세금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죠. 당연히 빈 시민들도 (납세를 위해) 살림을 아껴야 할 겁니다. 그 누구도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방치되면 안 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이견에 대해선 끊임없이 타협을 시도하고, 남는 사람이 부족한 사람에게 기꺼이 덜어줄 수 있는 연대 의식.

    이런 전통이 물 흐르듯 대물림되고 있는 건 철저한 교육 시스템이 뒷받침되기 때문입니다.

    빈 시내의 한 초등학교.

    학생 수 15명인 이 학급은 서로 학년이 다른 어린이들을 한데 모은 시범학급입니다.

    ◀SYN▶
    (오늘은 '쉬는 시간에 무엇을 할 지' 생각해보자!)
    "모든 아이들이 책 한 권씩 들고 앉아서.."
    "점토 가지고 뭘 만들었으면.."

    놀랍게도 이 학급에는 장애아 3명이 섞여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특수교육 전담을 포함해 교사 3명이 동시에 투입되기도 합니다.

    학급을 구성하기 전에 비장애아의 학부모들을 어떻게 설득했냐고 물었더니 뜻밖의 답이 돌아옵니다.

    ◀ 크리스타 푹스/초등학교 교장 ▶
    "부모들이 나서서 이 학급에 아이들을 보내고 싶어 합니다. 일찍 사회생활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죠. 나와 다른 사람들과의 생활에서 겪을 상황을 미리 경험하게 하려는 부모들의 바람입니다."

    복도에 걸린 아이들의 그림에는 이 같은 교육의 효과가 그대로 녹아들어 있습니다.

    ◀ 크리스타 푹스/초등학교 교장 ▶
    "다른 피부색, 종교, 장애아, 비장애아도 있지만 어느 나라에서 왔든, 어떤 생각을 하든 (모든 어린이는 똑같이‘소중하다'는 뜻이죠)"

    이 아이들보다 조금 더 자라면 14세부터 모든 학교에서 정치 교육이 이뤄집니다.

    독자적인 과목 형식으로 가르치기도 하고, 개별 과목에서 다루기도 합니다.

    ◀ 도르타 슈토이러/정치교육 담당자 ▶
    "지금 동계올림픽이 개최되고 있는데요. 체육 시간에도 정치적 주제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소치에 가지 않는 지 언급하면 그것이 곧 정치 교육입니다"

    오스트리아는 투표권이 주어지는 최저 연령도 16세로 세계에서 가장 낮습니다.

    어릴 때부터 학교와 정치 현장을 통해 타협과 비판 정신을 몸소 느끼고 깨달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 에케하르크 크빈/오스트리아 교원노조 위원장 ▶
    "'사회적 파트너십'이란 바로 이런 겁니다. 고용주와 고용인 사이의 문제가 생기면 결국 양자 합의할 것으로 모든 사람들이 믿습니다. 그들이 합의해야 한다고 법에 나온 것도 아닌데 말이죠."

    독일 수도 베를린의 이스트사이드 갤러리.

    평화를 기원하는 예술가들의 벽화로 장식된 이 벽을 과거 독일 분단의 상징물이었던 베를린 장벽의 잔해입니다.

    옛 동서 베를린의 왕래를 통제했던 검문소 역시 관광객들의 기념촬영 장소로 애용되고 있습니다.

    통일 25년째를 맞아 유럽 최강대국으로 부상한 독일은 어떻게 갈등을 극복하고 높은 경제 성장과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었을까 ?

    베를린에서 남쪽으로 2시간을 달리면 옛 동독 지역의 대도시 드레스덴에 닿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의 폭격으로 도시 전체가 초토화됐던 드레스덴.

    하지만 이곳은 통일 뒤 동독 지역에서 가장 극적인 부흥을 이룬 도시로 손꼽힙니다.

    특히 IT 정보기술 분야가 강점입니다.

    독일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첨단 산업단지에는 굴지의 다국적 대기업과 연구소들이 모여들면서 독일 내에서 첨단기술 분야 종사자가 가장 많은 도시로 올라섰습니다.

    ◀ 하이케 루토슈카/드레스덴 시 경제국장 ▶
    "통일 이후 서독의 전문가들이 동독의 경제 정책에 참여했고, 서독의 도시들이 우리와 자매결연을 맺거나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해왔습니다."

    통일 후 체제에 따른 내적 갈등은 이제 거의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평가를 그들 스스로 내리기에 주저하지 않습니다.

    ◀ 하이케 루토슈카/드레스덴 시 경제국장 ▶
    "동독 시절 (서독은 지키지 않는) 우리만의 공휴일과 기념일이 있었지요. 동독 사람들은 이제 그것만 기억할 뿐입니다. 이런 차이만 가지고 사회적 갈등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습니다."

    독일이 분단의 후유증을 완전히 극복하고 명실상부 유럽의 맹주로 우뚝 설수 있던 토대는 안팎의 위기를 정면 돌파할 정치적 안정이었습니다.

    지난 2천 5년 정권 교체를 통해 집권한 중도우파 기민당 소속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중도좌파인 제1야당 사민당과 대연정을 구성하는 '깜짝쇼'를 펼쳤습니다.

    더욱이 야당이 집권했던 이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굵직한 개혁 정책들을 계승해, 정권교체에 따른 혼란을 방지했습니다.

    ◀ 하르트무트 코식/연방 하원의원(6선) ▶
    "독일 정치권에서는 국가적 중대사나 큰 이슈가 있을 때마다 3개 정당(기민.기사.사민)이 대연정을 구성하려는 시도가 자주 이뤄졌습니다."

    그 사이 2천 년대 후반부터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던 미국 발 금융위기와 유로존 붕괴에도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계속 상승 추세이고, 실업률도 꾸준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메르켈 총리가 첫 집권 당시 전임 슈뢰더 정부로부터 이어받은 대표적 개혁정책인 '어젠다 2010'의 효과가 컸다는 분석입니다.

    이 개혁안은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고, 파트타임 노동자들에게는 연금과 의료 등 사회보험료를 거의 면제하는 혜택을 부여한 것이었습니다.

    실업률을 낮춰, 경제활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일종의 고육책이었습니다.

    ◀ 카타라스/용역업체 매니저 ▶
    "('어젠다 2010'개혁 이후) 구직자들은 더 열심히 일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어졌습니다. 실업급여는 여전히 받을 수 있지만 구직 노력을 게을리하면 그 지원금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비정규직과 시간제 일자리만 대폭 늘어나 고용의 질이 낮아졌다는 비판도 있지만, 독일 경제는 대규모 정리해고 없이 과거 10년 큰 위기의 터널을 빠졌나올 수 있었습니다.

    동독 출신 메르켈 총리의 3선을 이끌어낸 지난해 말 총선에서 독일은 역사상 3번째 대연정을 출범시켰습니다.

    의석 점유율 80%의 거대 여당이지만, 의회 내 조사위원회 구성과 청문회 소집 요청권을 군소정당들에게도 부여하기로 최근 결정했습니다.

    소수의 의견을 경청하고 협상하는 대연정의 미덕이 현실 정치에서 구체화하고 있는 겁니다.

    ◀ 하르트무트 코식/연방 하원의원(6선) ▶
    "녹색당과 좌파당은 총선 결과 의회 내 조사위원회에 참여할 의석수가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대연정은 작은 정당들도 정치 결정에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른 지리적 환경, 다른 문화권이긴 하지만 오스트리아, 독일은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반대파의 목소리도 인내심 있게 듣고 끝까지 대화하는 것,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깊은 배려.

    하지만 우리에겐 여전히 익숙치않은 문화입니다.

    나와 의견이 맞지 않으면 악으로 치부하는 풍토가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우리 사회.

    ◀강원택 교수/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선과 악은 중간지대를 찾아볼 수 없고, 그러다보니까 결국 극단적인 두 개의 방향으로 서로 멀어질 수밖에 없는, 그런 결과가 계속 이어져나가고 그런 것들이 사회적 갈등 그리고 통합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기는 것'만이 미덕이었던 세태에 우리 모두 중독된 탓인지도 모릅니다.

    '생각의 차이' 그 자체만으로 토론과 타협이 이뤄지는 성숙한 풍토,

    건강한 갈등이 발전의 동력이 되는 미래 대한민국을 꿈꿔봅니다.

    허유신 기자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