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580
이호찬 기자
이호찬 기자
우리집도 세금 내나요?
우리집도 세금 내나요?
입력
2014-03-24 08:50
|
수정 2014-03-2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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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6일, 정부는 세입자들의 월세 부담을 덜고, 민간 임대를 활성화시키겠다며 이른 바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세입자가 낸 월세에 대해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를 해주겠다는 게 핵심내용입니다.
월세나 전세 임대소득에 대해 신고를 하지 않고, 세금도 내지 않던 집주인들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세입자가 세액공제신청을 하면 숨겨왔던 임대소득이 세무당국에 고스란히 파악되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대책 발표 후 세입자와 임대인, 부동산 시장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어떤 것인지...
정부의 대책은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요.
=============================
◀서승환/국토교통부 장관 ▶
“세액 공제를 통해 1개월치 월세 지급액만큼의 세금 부담을 덜어드리겠습니다. 임대소득 과세 방식 개선으로 민간 임대사업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습니다.”
지난달 26일.
정부는 세입자들의 월세 부담을 덜고, 민간 임대를 활성화시키겠다며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발표 직후 세간의 관심은 온통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로 맞춰졌습니다.
집주인들은 반발했습니다.
◀집주인▶
“젊었을 때 열심히 살아가지고 이렇게 해서 노후, 이거는 진짜 저희는 노후 대책이잖아요. 근데 거기다 막 세금을 한다고 이러니까...”
◀집주인▶
“지금까지 우리가 뭐 해왔던 거에 대해서 변하니까.. 다 누구나 세금 많이 내고 싶은 사람은 없잖아요..”
임대 소득이 있는 집주인들의 불안과 불만은 커지고 있고, 부동산 시장은 숨죽이기에 들어갔습니다.
사실상 과세의 사각지대였던 월세와 전세 보증금이 고스란히 세원으로 노출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집주인들의 임대소득은 어떻게 얼마나 숨겨져 왔던 걸까요?
서울 마포의 한 오피스텔.
월세로 들어올 경우 전입신고가 가능한지 물었습니다.
◀A 부동산▶
“(전입신고는 안 되는 거죠?) 전입신고는 안 돼요. 90% 이상 안 된다고 보셔야 돼요.”
◀B 부동산▶
“여기 10년 동안 계약서 다 있거든요? 전입신고 돼어 있는 집 한 집도 없어요..”
강남 지역도 마찬가지.
◀C 부동산▶
“강남, 서초, 송파에는 오피스텔로는 전입이 가능한 곳이 없어요.. 임대인하고 임차인이 묵인 하에 주거용으로 사용하시는 거거든요?”
오피스텔의 경우 집주인이 업무용으로 신고하면, 1가구 2주택에 해당되지 않고, 구입비용의 10% 부가세도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실제로는 주거용으로 임대하면서도 세입자의 전입신고를 막아 세금 추징을 피해가는 겁니다.
아예 계약서에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넣는 곳도 꽤 있습니다.
◀부동산 관계자▶
“계약서 쓸 때 특약 사항으로 들어가요. 전입신고를 할 수 없으며, 소득공제 증빙을 요청하지 않는다. 이렇게.. (그럼 소득공제는 나중에 따로..) (그럴 경우) 주인이 이제 임차인한테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취재진이 서울 마포, 서초, 역삼, 여의도를 돌며 스무 곳의 오피스텔을 직접 확인했지만, 전입신고가 가능한 곳은 단 한 곳뿐이었습니다.
신축 오피스텔을 분양하고 있는 모델 하우스.
이번 정부대책 발표 이후에도 여전히 별 문제될 게 없다며, 투자를 권합니다.
◀A 모델하우스 관계자▶
“이거는 업무용으로 들어가잖아요. 이건 열두 개를 사도 상관이 없습니다. 이거는. 1가구 2주택에 포함되는 물건이 아니에요.”
당연하다는 듯, 요령을 일러줍니다.
◀B 모델하우스 관계자▶
“전입신고 안 했기 때문에 나는 임대 받은 적 없다 라고 신고가 되는 거죠. 자동으로.. 세무사가 처리 해줘요. 제로 실적으로 신고가 되죠. 지금까지 다 그렇게 하고 있는 거예요.”
하지만, 올해부터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정부안대로 법개정이 이뤄지면 오피스텔은 물론 아파트 단독주택 등 대부분의월세 세입자들에 대한 세액공제가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집주인의 동의 없이도 계약서와 월세를 냈다는 증명만 있으면 연말 정산 때 세액공제 신청이 가능하고, 월세의 10%, 한달 월세 정도의 세금을 감면 받을 수 있습니다.
이사를 갔더라도 월세를 낸 지 3년 안에만 신청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세입자가 전입신고나 확정일자 받는 걸 막아가며 숨겨왔던 집주인들의 임대소득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 겁니다.
◀집주인/원룸 임대▶
“나는 이게 불만이더라고 이사 가면 거기서 종을 쳐야지 왜.. 3년까지 나중에 세금을..나중에 저기서 툭 꺼내면 우리는 우리대로 세무, 꼼꼼히 잘 챙겨서 한다고 했는데..”
현행법상 2주택 이상을 소유하면 월세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야하고, 1 주택 소유자라도 주택의 기준시가가 9억 원 이상이면 월세소득에 대해 과세가 이뤄집니다.
3주택 이상 보유자는 전세보증금에도 세금을 내야합니다.
우리나라의 2주택 이상 보유자들은 2012년 기준 136만여 명.
대부분 임대 소득이 있을 걸로 추정되지만, 이 가운데 임대소득을 신고한 사람은 불과 8만여 명, 6%에 불과합니다.
법은 유명무실하고, 탈세가 관행으로 굳어져 온 겁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이같은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집주인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2주택자 가운데 월세 소득이 1년에 2천만 원을 넘지 않으면 세금도 크게 깎아주고, 2년 동안의 유예기간을 두겠다는 보완조치를 내놓기 했지만 기본 방향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2주택 이상자 중 월세소득이 연 2천만 원이 넘으면 올해부터 세금을 내야할 가능성이 부쩍 커졌습니다.
세입자가 신고한 월세 세액공제 내역, 세입자의 확정일자 자료 등이 고스란히 국세청으로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국세청 관계자▶
“자료가 있으면 자료로 활용하는데, 법에 따라 성실히 신고하는 게 최선의 절세다. 이 말 밖에는 못 드리죠..뭐”
그렇다면 집주인들의 세금은 실제 얼마나 늘어나는 걸까.
서울의 한 주택가.
골목 양쪽으로 단독 주택은 찾아보기 어렵고, 대부분이 다세대, 다가구 주택들입니다.
◀부동산 관계자▶
“리모델링해서 다 월세 주고 그래. 단독 주택보다 거의 더블이 나와 그 소득이..”
이곳에 다가구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67살 김 모 씨.
자신은 근처 단독 주택에 살면서 이 건물에 세를 놓은 여섯 가구로부터 월 2백만 원을 걷어 생활하고 있습니다.
2주택자라 과세대상이지만 세금은 내 본 적이 없습니다.
◀김모 씨▶
“(임대 소득에 대해선 이때까지 신고를 안하셨었죠?) 그렇죠. 이게 생계잖아요. 생계. 이게 생계인데 여기서 세금을 받는다고 하면 너무 하는 거야. 그렇지 않아요?”
김 씨가 제대로 소득을 신고할 경우 내야할 세금은 1년에 105만원. 한 달에 9만 원 정도입니다.
근처에서 원룸을 운영하는 이모 씨.
4층짜리 건물에 방은 모두 20개.
달마다 500만 원 가량의 월세가 들어옵니다.
이 씨 역시 세금을 내 본 적은 없습니다.
다가구 주택의 경우 원룸이 아무리 많아도 1주택으로 간주돼 월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됐던 겁니다.
◀이 0 0▶
“그냥 자기 먹고 사는데만 집중했지. 뭐 세금내고 저기해야 한다. 뭐 낸다는 생각은 전혀 않고 살았죠...”
하지만 공시가격이 조만간 과세기준인 9억 원을 넘을 걸로 보여 얼마 후엔 세금을 내야 하는 처지입니다.
이 씨의 경우 새로 내게 되는 세금은 1년에 490여만 원, 한 달에 40만 원 정도입니다.
◀이 0 0▶
“뭐야.. 갑작스럽게 닥쳐온 쓰나미 같은 거지.뭐 그렇게 멘붕이 있는 거 아니겠어요. 불안하고 두렵죠...”
집주인들이 더 우려하는 건 건강보험료입니다.
경기도 용인에 살고 있는 65살 박모 씨.
분당의 아파트 한 채에서 월세 250만원을 받아 은퇴한 남편과 둘이서 살고 있습니다.
박 씨 부부의 건강보험은 딸 앞으로 돼 있습니다.
일년 임대소득이 5백만 원만 넘어도 별도의 보험료를 내야 하지만, 지금까지 임대 소득을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딸의 직장 의료보험에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앞으로 임대소득이 노출되면, 매달 10만원의 종합소득세는 물론, 건보료로 그 세배인 30만원을 달마다 내야 합니다.
◀박 0 0▶
“직장 생활할 때 3,40만원은 크다고 생각 안 했어요. 언제든지 나오니까.. 지금은 그게 부담이 되고 그게 실질적인, 현실적인 생활비가 되니까 엄청 크죠. 몇 만원도 크죠.”
앞서 사례로 소개한 김씨와 이씨, 두 사람에게도 매달 12만원, 36만원 가량의 건보료가 더 부과됩니다.
월세로 생활하는 집주인들에겐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원래 내야 할 돈을 내는 것뿐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김경희 과장/기획재정부 소득세제과▶
“과거에 안 내던 거에 비해서 내가 이제 과세가 강화되는구나 라고 인식을 하시는 거지만, 실제로는 이 (임대소득 과세) 제도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였다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지하 경제 양성화, 투명화 되는 거라고...”
이번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선 논란이 있습니다.
월세에 대한 세액공제를 통해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소득이 적어 세금을 내지 않는 세입자들은 이 혜택에서 벗어나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지난해 근로자 중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 근로자가 760만명,
여기에 연말정산을 하지 않는 자영업자 등을 포함하면 1,400만 명 가량이 이번 정책의 대상에서 빠져 버립니다.
◀이성우/자영업자▶
“많이 버는 사람들 같으면 내도되지만, 우리같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거는 뭐 자영업자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형평성에 안 맞지 않을까..”
◀홍헌호 소장/시민사회경제연구소▶
“2천 5백만 취업자 중에서 저소득층, 대다수가 저소득층인 1천 4백 50만 명이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되다 보니까 이게 과연 서민들을 위한 대책이냐, 그런 비판들이 나오고 있고...”
실제 세입자들이 얼마나 세액공제 신청을 할 지도 미지수입니다.
올해 28살의 직장인 김모 씨.
오피스텔에 살고 있는 김 씨는 지난 연말 정산에서 월세 소득공제를 받지 못했습니다.
◀김 0 0/오피스텔 세입자▶
“회사에서 연말 소득공제하는 기간이라고 하니까..'(소득공제는) 욕심을 많이 부리는 거다. 참아달라'고 (집주인이) 말하더라고요. 안 하는 게 좋은 것 같다고..”
집주인은 그리고 바로, 월세 25만원을 5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말했습니다.
◀김 0 0/오피스텔 세입자▶
“동네 시세를 알고 있냐고 묻고, 자기가 5천에 50을 받아야겠다고..아니면 제가 나가거나, 아니면 돈을 더 많이 벌어서 5천에 50에 맞춰 살거나..”
넉달 뒤 재계약을 앞둔 김씨는 월세에 대한 세액공제 신청은 엄두조차 못 내고 있습니다.
◀김 0 0/오피스텔 세입자▶
“집주인이 와서 막 그냥 뭐라고 할 것 같아요. 문제가 생기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냥.. 뒤에 재계약을 보기 때문에 걱정을 하는 거예요.”
2016년부터 2주택자의 전세보증금에 대해서도 과세하겠다는 정부안에 대해선 서민들의 부담이 오히려 커질 것이란 우려도 있습니다.
세금이 크진 않지만, 그렇잖아도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시기를 앞당길 공산이 크다는 겁니다.
◀박원갑/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
“전세에 대해서도 똑같이 과세를 하기 시작한다면 전세로 이렇게 임대를 하기 보다 월세로 내놓으면서.. 결국 이게 월세화가 된다는 것은 서민들 입장에서는 훨씬 더 전세보다는 고비용 구조로 가는 거거든요.”
전월세 과세 대책 발표에 대한 부동산업계의 반응은 냉랭합니다.
◀A 부동산▶
“영향이 있긴 있죠. 굉장히 예민해요.”
◀B 부동산▶
“월세 집주인들이 문의 많이 오시죠. 근데 어쨌든 (매매가) 끊겼어요.”
◀김찬경/공인중개사▶
“저희 같은 부동산들은 크기 때문에 한달에 평균 (거래량이) 10개 정도 돼요. 3월 들어서 하나 하고 지금이 3월 20일이에요.”
정부가 부동산 경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정책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들도 나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들이 과장됐으며, 이번 정부 정책이 조세정의를 향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선대인 소장/선대인 경제연구소▶
“어차피 위축될 수밖에 없었던 흐름이 조금 당겨졌을 뿐이다. 혼란이라기 보다는 이해관계를 가진 부동산 업계라든지 또는 부동산 다주택자들. 응당 내야 될 세금을 내라고 하는 것이 왜 그게 문제가 되는 것인지.. 저는 그게 굉장히 의문이 들고요.”
오히려 이 기회에 임대 시장을 더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변창흠 교수/세종대학교 행정학과▶
“의무적으로 모든 임대차에 대해서는 등록을 하자. 드러날 바에는 확 드러내고 전부 드러내자는 거예요. 그 대신 일정소득 이하인 경우에는 깎아주고, 감면해 주고..일정 기간 동안에는 감면해 주고..그러면 우리가 임대차에 대한 완전파악이 되면서 조세 저항도 줄일 수가 있잖아요.”
정부는 각종 유인책을 통해 세를 놓은 집주인들이 자발적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입니다.
세액공제 내역과 확정일자 자료 등이 쌓여가면서 임대 시장이 점차 투명해 질 걸로 기대하는 겁니다.
한편으론 세금이란 민감한 이슈가 논란의 중심이 된 것에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혜택을 받을 사람들과 부담이 커진 사람들.
전, 월세 과세를 둘러싼 이해가 충돌하면서 정부의 정책은 오는 6월 지방선거일정과 맞물려 비중 있는 정치적 이슈로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국회가 정부의 이번 대책안을 어떤 식으로 처리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세입자가 낸 월세에 대해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를 해주겠다는 게 핵심내용입니다.
월세나 전세 임대소득에 대해 신고를 하지 않고, 세금도 내지 않던 집주인들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세입자가 세액공제신청을 하면 숨겨왔던 임대소득이 세무당국에 고스란히 파악되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대책 발표 후 세입자와 임대인, 부동산 시장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어떤 것인지...
정부의 대책은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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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환/국토교통부 장관 ▶
“세액 공제를 통해 1개월치 월세 지급액만큼의 세금 부담을 덜어드리겠습니다. 임대소득 과세 방식 개선으로 민간 임대사업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습니다.”
지난달 26일.
정부는 세입자들의 월세 부담을 덜고, 민간 임대를 활성화시키겠다며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발표 직후 세간의 관심은 온통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로 맞춰졌습니다.
집주인들은 반발했습니다.
◀집주인▶
“젊었을 때 열심히 살아가지고 이렇게 해서 노후, 이거는 진짜 저희는 노후 대책이잖아요. 근데 거기다 막 세금을 한다고 이러니까...”
◀집주인▶
“지금까지 우리가 뭐 해왔던 거에 대해서 변하니까.. 다 누구나 세금 많이 내고 싶은 사람은 없잖아요..”
임대 소득이 있는 집주인들의 불안과 불만은 커지고 있고, 부동산 시장은 숨죽이기에 들어갔습니다.
사실상 과세의 사각지대였던 월세와 전세 보증금이 고스란히 세원으로 노출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집주인들의 임대소득은 어떻게 얼마나 숨겨져 왔던 걸까요?
서울 마포의 한 오피스텔.
월세로 들어올 경우 전입신고가 가능한지 물었습니다.
◀A 부동산▶
“(전입신고는 안 되는 거죠?) 전입신고는 안 돼요. 90% 이상 안 된다고 보셔야 돼요.”
◀B 부동산▶
“여기 10년 동안 계약서 다 있거든요? 전입신고 돼어 있는 집 한 집도 없어요..”
강남 지역도 마찬가지.
◀C 부동산▶
“강남, 서초, 송파에는 오피스텔로는 전입이 가능한 곳이 없어요.. 임대인하고 임차인이 묵인 하에 주거용으로 사용하시는 거거든요?”
오피스텔의 경우 집주인이 업무용으로 신고하면, 1가구 2주택에 해당되지 않고, 구입비용의 10% 부가세도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실제로는 주거용으로 임대하면서도 세입자의 전입신고를 막아 세금 추징을 피해가는 겁니다.
아예 계약서에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넣는 곳도 꽤 있습니다.
◀부동산 관계자▶
“계약서 쓸 때 특약 사항으로 들어가요. 전입신고를 할 수 없으며, 소득공제 증빙을 요청하지 않는다. 이렇게.. (그럼 소득공제는 나중에 따로..) (그럴 경우) 주인이 이제 임차인한테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취재진이 서울 마포, 서초, 역삼, 여의도를 돌며 스무 곳의 오피스텔을 직접 확인했지만, 전입신고가 가능한 곳은 단 한 곳뿐이었습니다.
신축 오피스텔을 분양하고 있는 모델 하우스.
이번 정부대책 발표 이후에도 여전히 별 문제될 게 없다며, 투자를 권합니다.
◀A 모델하우스 관계자▶
“이거는 업무용으로 들어가잖아요. 이건 열두 개를 사도 상관이 없습니다. 이거는. 1가구 2주택에 포함되는 물건이 아니에요.”
당연하다는 듯, 요령을 일러줍니다.
◀B 모델하우스 관계자▶
“전입신고 안 했기 때문에 나는 임대 받은 적 없다 라고 신고가 되는 거죠. 자동으로.. 세무사가 처리 해줘요. 제로 실적으로 신고가 되죠. 지금까지 다 그렇게 하고 있는 거예요.”
하지만, 올해부터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정부안대로 법개정이 이뤄지면 오피스텔은 물론 아파트 단독주택 등 대부분의월세 세입자들에 대한 세액공제가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집주인의 동의 없이도 계약서와 월세를 냈다는 증명만 있으면 연말 정산 때 세액공제 신청이 가능하고, 월세의 10%, 한달 월세 정도의 세금을 감면 받을 수 있습니다.
이사를 갔더라도 월세를 낸 지 3년 안에만 신청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세입자가 전입신고나 확정일자 받는 걸 막아가며 숨겨왔던 집주인들의 임대소득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 겁니다.
◀집주인/원룸 임대▶
“나는 이게 불만이더라고 이사 가면 거기서 종을 쳐야지 왜.. 3년까지 나중에 세금을..나중에 저기서 툭 꺼내면 우리는 우리대로 세무, 꼼꼼히 잘 챙겨서 한다고 했는데..”
현행법상 2주택 이상을 소유하면 월세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야하고, 1 주택 소유자라도 주택의 기준시가가 9억 원 이상이면 월세소득에 대해 과세가 이뤄집니다.
3주택 이상 보유자는 전세보증금에도 세금을 내야합니다.
우리나라의 2주택 이상 보유자들은 2012년 기준 136만여 명.
대부분 임대 소득이 있을 걸로 추정되지만, 이 가운데 임대소득을 신고한 사람은 불과 8만여 명, 6%에 불과합니다.
법은 유명무실하고, 탈세가 관행으로 굳어져 온 겁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이같은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집주인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2주택자 가운데 월세 소득이 1년에 2천만 원을 넘지 않으면 세금도 크게 깎아주고, 2년 동안의 유예기간을 두겠다는 보완조치를 내놓기 했지만 기본 방향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2주택 이상자 중 월세소득이 연 2천만 원이 넘으면 올해부터 세금을 내야할 가능성이 부쩍 커졌습니다.
세입자가 신고한 월세 세액공제 내역, 세입자의 확정일자 자료 등이 고스란히 국세청으로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국세청 관계자▶
“자료가 있으면 자료로 활용하는데, 법에 따라 성실히 신고하는 게 최선의 절세다. 이 말 밖에는 못 드리죠..뭐”
그렇다면 집주인들의 세금은 실제 얼마나 늘어나는 걸까.
서울의 한 주택가.
골목 양쪽으로 단독 주택은 찾아보기 어렵고, 대부분이 다세대, 다가구 주택들입니다.
◀부동산 관계자▶
“리모델링해서 다 월세 주고 그래. 단독 주택보다 거의 더블이 나와 그 소득이..”
이곳에 다가구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67살 김 모 씨.
자신은 근처 단독 주택에 살면서 이 건물에 세를 놓은 여섯 가구로부터 월 2백만 원을 걷어 생활하고 있습니다.
2주택자라 과세대상이지만 세금은 내 본 적이 없습니다.
◀김모 씨▶
“(임대 소득에 대해선 이때까지 신고를 안하셨었죠?) 그렇죠. 이게 생계잖아요. 생계. 이게 생계인데 여기서 세금을 받는다고 하면 너무 하는 거야. 그렇지 않아요?”
김 씨가 제대로 소득을 신고할 경우 내야할 세금은 1년에 105만원. 한 달에 9만 원 정도입니다.
근처에서 원룸을 운영하는 이모 씨.
4층짜리 건물에 방은 모두 20개.
달마다 500만 원 가량의 월세가 들어옵니다.
이 씨 역시 세금을 내 본 적은 없습니다.
다가구 주택의 경우 원룸이 아무리 많아도 1주택으로 간주돼 월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됐던 겁니다.
◀이 0 0▶
“그냥 자기 먹고 사는데만 집중했지. 뭐 세금내고 저기해야 한다. 뭐 낸다는 생각은 전혀 않고 살았죠...”
하지만 공시가격이 조만간 과세기준인 9억 원을 넘을 걸로 보여 얼마 후엔 세금을 내야 하는 처지입니다.
이 씨의 경우 새로 내게 되는 세금은 1년에 490여만 원, 한 달에 40만 원 정도입니다.
◀이 0 0▶
“뭐야.. 갑작스럽게 닥쳐온 쓰나미 같은 거지.뭐 그렇게 멘붕이 있는 거 아니겠어요. 불안하고 두렵죠...”
집주인들이 더 우려하는 건 건강보험료입니다.
경기도 용인에 살고 있는 65살 박모 씨.
분당의 아파트 한 채에서 월세 250만원을 받아 은퇴한 남편과 둘이서 살고 있습니다.
박 씨 부부의 건강보험은 딸 앞으로 돼 있습니다.
일년 임대소득이 5백만 원만 넘어도 별도의 보험료를 내야 하지만, 지금까지 임대 소득을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딸의 직장 의료보험에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앞으로 임대소득이 노출되면, 매달 10만원의 종합소득세는 물론, 건보료로 그 세배인 30만원을 달마다 내야 합니다.
◀박 0 0▶
“직장 생활할 때 3,40만원은 크다고 생각 안 했어요. 언제든지 나오니까.. 지금은 그게 부담이 되고 그게 실질적인, 현실적인 생활비가 되니까 엄청 크죠. 몇 만원도 크죠.”
앞서 사례로 소개한 김씨와 이씨, 두 사람에게도 매달 12만원, 36만원 가량의 건보료가 더 부과됩니다.
월세로 생활하는 집주인들에겐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원래 내야 할 돈을 내는 것뿐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김경희 과장/기획재정부 소득세제과▶
“과거에 안 내던 거에 비해서 내가 이제 과세가 강화되는구나 라고 인식을 하시는 거지만, 실제로는 이 (임대소득 과세) 제도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였다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지하 경제 양성화, 투명화 되는 거라고...”
이번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선 논란이 있습니다.
월세에 대한 세액공제를 통해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소득이 적어 세금을 내지 않는 세입자들은 이 혜택에서 벗어나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지난해 근로자 중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 근로자가 760만명,
여기에 연말정산을 하지 않는 자영업자 등을 포함하면 1,400만 명 가량이 이번 정책의 대상에서 빠져 버립니다.
◀이성우/자영업자▶
“많이 버는 사람들 같으면 내도되지만, 우리같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거는 뭐 자영업자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형평성에 안 맞지 않을까..”
◀홍헌호 소장/시민사회경제연구소▶
“2천 5백만 취업자 중에서 저소득층, 대다수가 저소득층인 1천 4백 50만 명이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되다 보니까 이게 과연 서민들을 위한 대책이냐, 그런 비판들이 나오고 있고...”
실제 세입자들이 얼마나 세액공제 신청을 할 지도 미지수입니다.
올해 28살의 직장인 김모 씨.
오피스텔에 살고 있는 김 씨는 지난 연말 정산에서 월세 소득공제를 받지 못했습니다.
◀김 0 0/오피스텔 세입자▶
“회사에서 연말 소득공제하는 기간이라고 하니까..'(소득공제는) 욕심을 많이 부리는 거다. 참아달라'고 (집주인이) 말하더라고요. 안 하는 게 좋은 것 같다고..”
집주인은 그리고 바로, 월세 25만원을 5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말했습니다.
◀김 0 0/오피스텔 세입자▶
“동네 시세를 알고 있냐고 묻고, 자기가 5천에 50을 받아야겠다고..아니면 제가 나가거나, 아니면 돈을 더 많이 벌어서 5천에 50에 맞춰 살거나..”
넉달 뒤 재계약을 앞둔 김씨는 월세에 대한 세액공제 신청은 엄두조차 못 내고 있습니다.
◀김 0 0/오피스텔 세입자▶
“집주인이 와서 막 그냥 뭐라고 할 것 같아요. 문제가 생기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냥.. 뒤에 재계약을 보기 때문에 걱정을 하는 거예요.”
2016년부터 2주택자의 전세보증금에 대해서도 과세하겠다는 정부안에 대해선 서민들의 부담이 오히려 커질 것이란 우려도 있습니다.
세금이 크진 않지만, 그렇잖아도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시기를 앞당길 공산이 크다는 겁니다.
◀박원갑/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
“전세에 대해서도 똑같이 과세를 하기 시작한다면 전세로 이렇게 임대를 하기 보다 월세로 내놓으면서.. 결국 이게 월세화가 된다는 것은 서민들 입장에서는 훨씬 더 전세보다는 고비용 구조로 가는 거거든요.”
전월세 과세 대책 발표에 대한 부동산업계의 반응은 냉랭합니다.
◀A 부동산▶
“영향이 있긴 있죠. 굉장히 예민해요.”
◀B 부동산▶
“월세 집주인들이 문의 많이 오시죠. 근데 어쨌든 (매매가) 끊겼어요.”
◀김찬경/공인중개사▶
“저희 같은 부동산들은 크기 때문에 한달에 평균 (거래량이) 10개 정도 돼요. 3월 들어서 하나 하고 지금이 3월 20일이에요.”
정부가 부동산 경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정책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들도 나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들이 과장됐으며, 이번 정부 정책이 조세정의를 향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선대인 소장/선대인 경제연구소▶
“어차피 위축될 수밖에 없었던 흐름이 조금 당겨졌을 뿐이다. 혼란이라기 보다는 이해관계를 가진 부동산 업계라든지 또는 부동산 다주택자들. 응당 내야 될 세금을 내라고 하는 것이 왜 그게 문제가 되는 것인지.. 저는 그게 굉장히 의문이 들고요.”
오히려 이 기회에 임대 시장을 더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변창흠 교수/세종대학교 행정학과▶
“의무적으로 모든 임대차에 대해서는 등록을 하자. 드러날 바에는 확 드러내고 전부 드러내자는 거예요. 그 대신 일정소득 이하인 경우에는 깎아주고, 감면해 주고..일정 기간 동안에는 감면해 주고..그러면 우리가 임대차에 대한 완전파악이 되면서 조세 저항도 줄일 수가 있잖아요.”
정부는 각종 유인책을 통해 세를 놓은 집주인들이 자발적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입니다.
세액공제 내역과 확정일자 자료 등이 쌓여가면서 임대 시장이 점차 투명해 질 걸로 기대하는 겁니다.
한편으론 세금이란 민감한 이슈가 논란의 중심이 된 것에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혜택을 받을 사람들과 부담이 커진 사람들.
전, 월세 과세를 둘러싼 이해가 충돌하면서 정부의 정책은 오는 6월 지방선거일정과 맞물려 비중 있는 정치적 이슈로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국회가 정부의 이번 대책안을 어떤 식으로 처리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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