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580
최 훈 기자
최 훈 기자
별에서 온 선물
별에서 온 선물
입력
2014-03-31 08:47
|
수정 2014-03-31 11:58
재생목록
어느날 넓디 넓은 우주에서 대한민국, 그 중에서도 경상남도 한 구석진 마을에 떨어진 운석은 작은 시골의 풍경을 적잖이 바꾸어 놓았습니다.
'하늘의 로또'를 찾으러 몰려드는 사람들로 마을은 시끌벅적합니다.
운석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행운의 주인공이 나이길 바라는 설렘을, 주민들에겐 동네가 유명해지고 좋아질 거라는 기대를, 과학자들에겐 미지의 영역에 대한 호기심을 각각 가져다 준 운석.
누구에게도 해악을 끼치지 않은 이 기분 좋은 설렘이야말로 운석이 배달해준 선물 아닐까요?
=============================
지난 9일 밤 8시 4분.
하늘에서 푸른 불덩이가 떨어집니다.
◀SYN▶
"하늘에서 뭐가 불덩이가 떨어졌어.“
(와 이런 것도 보네.)“
서울과 강원도, 충청도와 전라도 등 전국 곳곳에서 이 불덩이가 목격됐습니다.
◀SYN▶
"뭐야? 별똥별! 별똥별!"
이 불덩이는 경상남도 진주의 한 시골마을 비닐하우스에 떨어져 땅속 깊이 박혔습니다.
비닐하우스 천장이 뚫리고, 철근이 휘어졌습니다.
처음엔 폭발물인 줄 알고 군부대가 출동했습니다.
◀군 관계자▶
"우리 폭발물 종류는 아니고 그래서 저희들은 철수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
그리고 다음날.
4km 떨어진 인근마을 콩밭에서 2번째 운석이 발견됩니다.
◀박상덕/2번째 운석 발견▶
"요세 저 밑에서 주운 게 맨날 방송 나오거든. 그걸 처음 보고 이게 틀림없이 운석이다."
그리고 또 며칠 뒤에는 부산에 사는 한 젊은이가 진주에 가자마자 15분 만에 3번째 운석을 찾았고,
◀이주영/3번째 운석 발견▶
"하늘에서 유성이 폭발하는 꿈을 머리 위에서 딱 터지는 꿈을 꿨거든요. (아 전날에요?) 네. 그래서 이게 뭔가 좀 느낌이 이상하다는 기분에 이렇게 왔는데. 우리 집 사람한테 하늘에 별 따 달라면 따줄 수 있는 그런 운 좋은 사람이 된 거죠."
바로 이틀 전에도 무려 20kg이 넘는 거대한 운석이 개울에서 또 발견됐습니다.
사람들을 흥분시켰던 푸른색 낯선 불빛.
별똥별은 그 넓디 넓은 우주에서 대한민국, 그 중에서도 경상남도 이 구석진 마을에 떨어져
많은 사람들을 이곳으로 불러 모았고, 한적하던 마을 풍경을 적잖이 바꿔놓았습니다.
운석이 발견된 자리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동전을 던지며 행운을 비는 아기 엄마.
◀김순정▶
"제발(운석) 줍게 해주세요."
원하는 대학에 붙게 해달라는 수험생 부모.
◀하영오▶
"어제도 보니까 수험생들을 데리고 왔더라고요. 그래서 운석 떨어진 곳에 돈을 놓고 절을 하기도 하고."
◀임순덕▶
"아래는 관광차가 2대 왔어. 관광차가. (사람들 많이 오면 귀찮거나 불편하거나?) 뭐가 귀찮아. 사람 사는 곳이라고 찾아오는데"
◀김상순▶
"멀리서 온 서울사람, 코쟁이(외국인)도 구경을 다하고 코쟁이(외국인)도 다보고..."
동네 한 식당은 발 빠르게 운석 국수와 운석 비빔밥을 내놨습니다.
운석처럼 생긴 메추리알도 얹었습니다.
◀고경자/사장▶
"'아 이렇게 넣어보면 되겠다' 싶어서 그냥 넣은 거예요. (그런데 반응이 좋네요?) 네. 일단 손님들이 재미있으니까."
마을 곳곳에 보이는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
산을 오르는 한 남성을 쫓아가 봤습니다.
◀김운아▶
"(안녕하세요. 성과 있으세요?) 금방 왔어요. (어디서 오셨어요?) 경북 상주요."
지팡이처럼 들고 다니는 건 자석입니다.
◀SYN▶
"돌(운석)에 철 성분이 있다고 해서 자석이 달라붙기 때문에 그래서 만든 거거든요. (원래 뭐하는 자석이에요?) 대형 스피커에 있는..(이걸 어떻게 만드셨어요?) 생각나는 대로 그냥"
수맥 찾는 막대기에도 자석을 달았습니다.
운석이 근처에 있으면 자석 달린 막대가 그쪽을 향할 거란 계산.
◀SYN▶
"바람 부는 날은 잘 안돼요. 이게. 바람 불어서 이게 움직이거든요. 사람이 많아도 안돼요. 주변에 자석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어서."
이런 장비가 신기해 보였는지, 아주머니들이 졸졸 따라다닙니다.
운석을 찾으면, 같이 온 친구끼리 똑같이 나누기로 기분 좋은 약속까지 했습니다.
◀김계숙▶
"10억도 마찬가지고 20억도 마찬가지고, 100억도 마찬가지고. (다 나누실 거예요?) 나누기 3. 세 명이 왔는데. (친구분은 마음이 바뀔 수도 있다고 했는데.) 그래요? 배신자."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냥 돌인지, 운석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SYN▶
"근데 이거(운석이) 맞나 안 맞나를 어디서 판정하는 거야? 탐지기 그 분 모셔와야겠다. (제 생각에 이거는 아닌 것 같은데) 이거는 아닌 거라. 좀 까맣게 생겼더라니까.
30년 동안 금맥과 광물 찾는 일을 했다는 이수영 씨도 나섰습니다.
30년 경력답게 망원경, 등고선 지도에 휴대용 현미경, 나침반과 GPS까지...만반의 준비를 마쳤습니다.
나름대로 분석도 많이 해왔습니다.
그가 추정하는 운석 조각은 모두 8~9개.
◀이수영▶
"어떻게 아냐면 여기 동네 사람들한테 제가 다 조사하고 물어보니까 소리가 8~9번이 들렸어요. (깨지는 소리가요?) 탕탕탕탕..."
언론에 보도된 블랙박스 영상으로 운석이 떨어진 각도를 계산해, 추정 낙하 위치도 산출해냈습니다.
◀이수영▶
"지금 현재 위치가 여기에요. 이 골짜기. 그래서 예상선이 북서 이쪽에서 이리 하나는 넘어온 걸로 봐서 지금 여기로 보는 거예요.(이게 유성 떨어진 흔적이에요?) 예. 흔적."
실제로 그가 예상했던 장소에서 의심스러운 돌을 발견했습니다.
새까만데다, 자석도 붙었습니다.
◀이수영▶
"딱 붙는 거야. (아 붙어요?) 자석도 붙네. 그래 가지고 완전히 그냥 좋아가지고 다시 그 자리로 가서 조사를 한 거야. 그런데 이게 그냥 제방, 축대로 엄청 많더라고요. 이것만 있는 게 아니라 많아. 그래서 다 갖다 내버렸어."
그래도 앞으로 한 달은 계속 찾아볼 생각입니다.
외국인도 왔습니다.
미국에서 온 운석 수집가 로버트.
택시를 대절해 열흘동안 산 곳곳을 샅샅이 뒤지고 있습니다.
장비도 없이 눈으로만 찾습니다.
◀로버트 워드/미국 애리조나▶
"어떤 사람들은 탐지기 같은 걸 쓰지만, 그건 속도가 너무 느려요. 가장 좋은 방법은 천천히 걸으면서 땅에 집중하는 거예요."
운석이 떨어진 곳엔 어디든 간다고 합니다.
◀로버트 워드/미국 애리조나▶
"16개 이상 나라에 가봤어요. (16곳이요?) 아마 그 이상일거예요. 나중에 세어 볼게요. (취미라고 하지 않았어요?) 맞아요. 근데 취미 이상이죠. 열정적인 삶이 되었죠. 제 시간을 운석에 다 쓰죠. 제 직업이 혼자 일하는 투자자라 가능한거죠."
지금까지 로버트가 찾은 운석은 모두 180여 개.
습도가 조절되는 운석 보관용 방이 집에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산이 워낙 많고 험해서 하나도 못 찾았습니다.
◀로버트 워드/미국 애리조나▶
"(아직 포기한 거 아니죠?) 포기하지 않죠. 끝까지 찾아야죠. 마지막까지요."
로버트가 찾은 운석이 해외로 반출될까 우려했지만, 로버트의 생각은 다릅니다.
◀로버트 워드/미국 애리조나▶
"(기부도 많이 했어요.) 운석이 떨어질 때 먼저 발굴작업을 하는 기관이 있으면 무조건 우선권을 줘요. 찾아도 분석을 위해 기관에 줘요."
사람들은 왜 이렇게 운석에 열광하는 걸까?
우선 희소성과 가격 때문입니다.
작년에 러시아에 떨어진 운석은 1조 원이 넘고, 소치 동계올림픽 안현수 선수의 금메달에 들어간 운석 조각이 금 보다 40배 비싸단 소문까지 나면서 사람들이 더 몰렸습니다.
실제 운석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전 세계에서 운석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한국인. 김동섭 박사.
전문 수집가이자, 국제 운석학회 회원입니다.
보관중인 운석은 3만 점이 넘습니다.
감람석이 박혀 있어 묘한 분위기를 내는 팔라사이트와 에스꾸엘.
'비드만스태튼'이라는 특이한 빗살 무늬의 철질 운석.
◀김동섭 박사/한국운석광물연구소▶
"지구에 있는 철은 아무리 어떤 철이든 묘한 걸 갖다가 해도 이 무늬가 안 나오는데 우주에서 외계에서 온 거는 그 성분 때문에..."
철 성분이 워낙 많아 양 손으로도 쉽게 들리지 않는 철운석들.
종류 만큼이나 가격도 천차만별입니다.
화성의 성분과 똑같은 이 운석 조각은 하나에 6천만 원이 넘고, 4그램 짜리 이 조그만 운석 조각은 2억 5천만 원이 넘습니다.
◀김동섭 박사/한국운석광물연구소▶
"월성질이어서 비싸요. 10년 전 가격인데 몇 십배 몇 백 배 올랐을 거예요. 이건 없으니까, 물건이. 없으니까 알아보지를 못하고 가격 형성 지금 안 되고 그 당시 가격이에요."
그런데 싼 건 그램당 1달러도 안 됩니다.
◀김동섭 박사/한국운석광물연구소▶
"이런 건 싸요. 이런 거는 30센트. 1그램에 30센트. 철운석은 이게 좀 양이 많아서."
김 박사는 첫 번 째 진주 운석은 그램 당 3달러에서 11달러로 비싼 편은 아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떨어지는 장면을 목격한 바로 그 운석이라는 희소성 때문에 꽤 가치가 오를 거라고 예상합니다.
◀김동섭 박사/한국운석광물연구소▶
"(1g당) 11불이라고 할 때는(9.36kg짜리는) 1억 원인데. 대개 희소성 때문에, 우리나라에 떨어진 거는 71년 만에 처음 아닙니까. 그래서 희소성 때문에 50%를 가산하면 1억 5천 내지 2억 원이게 정당한 가격이다 이렇게 보는데..."
운석은, 하늘에서 떨어진, 말 그대로 주인 없는 물건, 먼저 줍는 사람이 임자입니다.
정부는 운석을 문화재로 지정하고, 해외 반출도 막는 등 국가 차원의 운석 관리 체계를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마을주민들은 동상이몽을 꾸고 있습니다.
운석을 기증받아 박물관도 세우고, 소위 '운석 마을'로 만들어보자는 겁니다.
이 지역 특산물인 파프리카와 고추에 '운석'이라는 브랜드를 붙이자, 운석 떨어진 곳에 둘레길을 만들자, 갖가지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영오 이장/진주시 대곡면 단목리▶
"운석 둘레길이라든지, 운석 탐사길이라든지 이런 것들과 함께 이 지역에 운석이 발견된 날은 ‘운석의 날’로 해서 운석쇼를 한다든지 이런 여러가지들을"
반면 과학자들은 학술적 가치에 흥분합니다.
지구 탄생의 비밀을 밝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석질 운석엔 하얗게 반짝거리는 '콘드률'이 라는 성분이 있습니다.
지구상 암석에는 전혀 없는 물질입니다.
지구도 원래는 운석과 똑같은 모습이었으나 화산폭발이나 지진, 각종 퇴적작용을 거치면서 예전의 모습을 모두 잃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진주 운석은 지구가 탄생한 46억 년 전 모습 그대로 있는 겁니다.
◀최변각 교수/서울대학교 운석연구실▶
"그게 45억 년 이상을 고스란히 보관되다가 우리한테 지금 온 거죠. 그래서 지금 열어보면 45억 년, 46억 년 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 수 있는 겁니다."
운석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소행성의 궤도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유성은 이례적으로 전국 곳곳에서 촬영돼 별똥별의 궤적을 계산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별똥별은 목성과 화성사이를 돌던 소행성으로, 한반도의 수도권 상공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다가 경남 함양과 산청 상공에서 3번 폭발한 뒤 진주 지역에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앞으론 인공위성이나 운석의 추락 지점을 좀 더 정확히 추적할 수 있게 됐습니다.
◀변용익 교수/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
"그 인공위성이 우리나라 상공에 떨어진다면 어느 지역에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계산도 가능하고 앞으로는 큰 유성이 보일 때 운석이 있다면 ‘어느 지점을 가서 수색을 해야되겠다.’라는 것 까지 다 나오게 되겠죠."
71년 만에 한반도에 떨어진 운석은 다행히 큰 피해를 주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작년 러시아 운석 같은 재앙이 우리에게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도 중국과 일본처럼 유성체 감시장치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늘의 로또'를 찾으러 몰려드는 사람들로 마을은 시끌벅적합니다.
운석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행운의 주인공이 나이길 바라는 설렘을, 주민들에겐 동네가 유명해지고 좋아질 거라는 기대를, 과학자들에겐 미지의 영역에 대한 호기심을 각각 가져다 준 운석.
누구에게도 해악을 끼치지 않은 이 기분 좋은 설렘이야말로 운석이 배달해준 선물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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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밤 8시 4분.
하늘에서 푸른 불덩이가 떨어집니다.
◀SYN▶
"하늘에서 뭐가 불덩이가 떨어졌어.“
(와 이런 것도 보네.)“
서울과 강원도, 충청도와 전라도 등 전국 곳곳에서 이 불덩이가 목격됐습니다.
◀SYN▶
"뭐야? 별똥별! 별똥별!"
이 불덩이는 경상남도 진주의 한 시골마을 비닐하우스에 떨어져 땅속 깊이 박혔습니다.
비닐하우스 천장이 뚫리고, 철근이 휘어졌습니다.
처음엔 폭발물인 줄 알고 군부대가 출동했습니다.
◀군 관계자▶
"우리 폭발물 종류는 아니고 그래서 저희들은 철수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
그리고 다음날.
4km 떨어진 인근마을 콩밭에서 2번째 운석이 발견됩니다.
◀박상덕/2번째 운석 발견▶
"요세 저 밑에서 주운 게 맨날 방송 나오거든. 그걸 처음 보고 이게 틀림없이 운석이다."
그리고 또 며칠 뒤에는 부산에 사는 한 젊은이가 진주에 가자마자 15분 만에 3번째 운석을 찾았고,
◀이주영/3번째 운석 발견▶
"하늘에서 유성이 폭발하는 꿈을 머리 위에서 딱 터지는 꿈을 꿨거든요. (아 전날에요?) 네. 그래서 이게 뭔가 좀 느낌이 이상하다는 기분에 이렇게 왔는데. 우리 집 사람한테 하늘에 별 따 달라면 따줄 수 있는 그런 운 좋은 사람이 된 거죠."
바로 이틀 전에도 무려 20kg이 넘는 거대한 운석이 개울에서 또 발견됐습니다.
사람들을 흥분시켰던 푸른색 낯선 불빛.
별똥별은 그 넓디 넓은 우주에서 대한민국, 그 중에서도 경상남도 이 구석진 마을에 떨어져
많은 사람들을 이곳으로 불러 모았고, 한적하던 마을 풍경을 적잖이 바꿔놓았습니다.
운석이 발견된 자리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동전을 던지며 행운을 비는 아기 엄마.
◀김순정▶
"제발(운석) 줍게 해주세요."
원하는 대학에 붙게 해달라는 수험생 부모.
◀하영오▶
"어제도 보니까 수험생들을 데리고 왔더라고요. 그래서 운석 떨어진 곳에 돈을 놓고 절을 하기도 하고."
◀임순덕▶
"아래는 관광차가 2대 왔어. 관광차가. (사람들 많이 오면 귀찮거나 불편하거나?) 뭐가 귀찮아. 사람 사는 곳이라고 찾아오는데"
◀김상순▶
"멀리서 온 서울사람, 코쟁이(외국인)도 구경을 다하고 코쟁이(외국인)도 다보고..."
동네 한 식당은 발 빠르게 운석 국수와 운석 비빔밥을 내놨습니다.
운석처럼 생긴 메추리알도 얹었습니다.
◀고경자/사장▶
"'아 이렇게 넣어보면 되겠다' 싶어서 그냥 넣은 거예요. (그런데 반응이 좋네요?) 네. 일단 손님들이 재미있으니까."
마을 곳곳에 보이는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
산을 오르는 한 남성을 쫓아가 봤습니다.
◀김운아▶
"(안녕하세요. 성과 있으세요?) 금방 왔어요. (어디서 오셨어요?) 경북 상주요."
지팡이처럼 들고 다니는 건 자석입니다.
◀SYN▶
"돌(운석)에 철 성분이 있다고 해서 자석이 달라붙기 때문에 그래서 만든 거거든요. (원래 뭐하는 자석이에요?) 대형 스피커에 있는..(이걸 어떻게 만드셨어요?) 생각나는 대로 그냥"
수맥 찾는 막대기에도 자석을 달았습니다.
운석이 근처에 있으면 자석 달린 막대가 그쪽을 향할 거란 계산.
◀SYN▶
"바람 부는 날은 잘 안돼요. 이게. 바람 불어서 이게 움직이거든요. 사람이 많아도 안돼요. 주변에 자석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어서."
이런 장비가 신기해 보였는지, 아주머니들이 졸졸 따라다닙니다.
운석을 찾으면, 같이 온 친구끼리 똑같이 나누기로 기분 좋은 약속까지 했습니다.
◀김계숙▶
"10억도 마찬가지고 20억도 마찬가지고, 100억도 마찬가지고. (다 나누실 거예요?) 나누기 3. 세 명이 왔는데. (친구분은 마음이 바뀔 수도 있다고 했는데.) 그래요? 배신자."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냥 돌인지, 운석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SYN▶
"근데 이거(운석이) 맞나 안 맞나를 어디서 판정하는 거야? 탐지기 그 분 모셔와야겠다. (제 생각에 이거는 아닌 것 같은데) 이거는 아닌 거라. 좀 까맣게 생겼더라니까.
30년 동안 금맥과 광물 찾는 일을 했다는 이수영 씨도 나섰습니다.
30년 경력답게 망원경, 등고선 지도에 휴대용 현미경, 나침반과 GPS까지...만반의 준비를 마쳤습니다.
나름대로 분석도 많이 해왔습니다.
그가 추정하는 운석 조각은 모두 8~9개.
◀이수영▶
"어떻게 아냐면 여기 동네 사람들한테 제가 다 조사하고 물어보니까 소리가 8~9번이 들렸어요. (깨지는 소리가요?) 탕탕탕탕..."
언론에 보도된 블랙박스 영상으로 운석이 떨어진 각도를 계산해, 추정 낙하 위치도 산출해냈습니다.
◀이수영▶
"지금 현재 위치가 여기에요. 이 골짜기. 그래서 예상선이 북서 이쪽에서 이리 하나는 넘어온 걸로 봐서 지금 여기로 보는 거예요.(이게 유성 떨어진 흔적이에요?) 예. 흔적."
실제로 그가 예상했던 장소에서 의심스러운 돌을 발견했습니다.
새까만데다, 자석도 붙었습니다.
◀이수영▶
"딱 붙는 거야. (아 붙어요?) 자석도 붙네. 그래 가지고 완전히 그냥 좋아가지고 다시 그 자리로 가서 조사를 한 거야. 그런데 이게 그냥 제방, 축대로 엄청 많더라고요. 이것만 있는 게 아니라 많아. 그래서 다 갖다 내버렸어."
그래도 앞으로 한 달은 계속 찾아볼 생각입니다.
외국인도 왔습니다.
미국에서 온 운석 수집가 로버트.
택시를 대절해 열흘동안 산 곳곳을 샅샅이 뒤지고 있습니다.
장비도 없이 눈으로만 찾습니다.
◀로버트 워드/미국 애리조나▶
"어떤 사람들은 탐지기 같은 걸 쓰지만, 그건 속도가 너무 느려요. 가장 좋은 방법은 천천히 걸으면서 땅에 집중하는 거예요."
운석이 떨어진 곳엔 어디든 간다고 합니다.
◀로버트 워드/미국 애리조나▶
"16개 이상 나라에 가봤어요. (16곳이요?) 아마 그 이상일거예요. 나중에 세어 볼게요. (취미라고 하지 않았어요?) 맞아요. 근데 취미 이상이죠. 열정적인 삶이 되었죠. 제 시간을 운석에 다 쓰죠. 제 직업이 혼자 일하는 투자자라 가능한거죠."
지금까지 로버트가 찾은 운석은 모두 180여 개.
습도가 조절되는 운석 보관용 방이 집에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산이 워낙 많고 험해서 하나도 못 찾았습니다.
◀로버트 워드/미국 애리조나▶
"(아직 포기한 거 아니죠?) 포기하지 않죠. 끝까지 찾아야죠. 마지막까지요."
로버트가 찾은 운석이 해외로 반출될까 우려했지만, 로버트의 생각은 다릅니다.
◀로버트 워드/미국 애리조나▶
"(기부도 많이 했어요.) 운석이 떨어질 때 먼저 발굴작업을 하는 기관이 있으면 무조건 우선권을 줘요. 찾아도 분석을 위해 기관에 줘요."
사람들은 왜 이렇게 운석에 열광하는 걸까?
우선 희소성과 가격 때문입니다.
작년에 러시아에 떨어진 운석은 1조 원이 넘고, 소치 동계올림픽 안현수 선수의 금메달에 들어간 운석 조각이 금 보다 40배 비싸단 소문까지 나면서 사람들이 더 몰렸습니다.
실제 운석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전 세계에서 운석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한국인. 김동섭 박사.
전문 수집가이자, 국제 운석학회 회원입니다.
보관중인 운석은 3만 점이 넘습니다.
감람석이 박혀 있어 묘한 분위기를 내는 팔라사이트와 에스꾸엘.
'비드만스태튼'이라는 특이한 빗살 무늬의 철질 운석.
◀김동섭 박사/한국운석광물연구소▶
"지구에 있는 철은 아무리 어떤 철이든 묘한 걸 갖다가 해도 이 무늬가 안 나오는데 우주에서 외계에서 온 거는 그 성분 때문에..."
철 성분이 워낙 많아 양 손으로도 쉽게 들리지 않는 철운석들.
종류 만큼이나 가격도 천차만별입니다.
화성의 성분과 똑같은 이 운석 조각은 하나에 6천만 원이 넘고, 4그램 짜리 이 조그만 운석 조각은 2억 5천만 원이 넘습니다.
◀김동섭 박사/한국운석광물연구소▶
"월성질이어서 비싸요. 10년 전 가격인데 몇 십배 몇 백 배 올랐을 거예요. 이건 없으니까, 물건이. 없으니까 알아보지를 못하고 가격 형성 지금 안 되고 그 당시 가격이에요."
그런데 싼 건 그램당 1달러도 안 됩니다.
◀김동섭 박사/한국운석광물연구소▶
"이런 건 싸요. 이런 거는 30센트. 1그램에 30센트. 철운석은 이게 좀 양이 많아서."
김 박사는 첫 번 째 진주 운석은 그램 당 3달러에서 11달러로 비싼 편은 아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떨어지는 장면을 목격한 바로 그 운석이라는 희소성 때문에 꽤 가치가 오를 거라고 예상합니다.
◀김동섭 박사/한국운석광물연구소▶
"(1g당) 11불이라고 할 때는(9.36kg짜리는) 1억 원인데. 대개 희소성 때문에, 우리나라에 떨어진 거는 71년 만에 처음 아닙니까. 그래서 희소성 때문에 50%를 가산하면 1억 5천 내지 2억 원이게 정당한 가격이다 이렇게 보는데..."
운석은, 하늘에서 떨어진, 말 그대로 주인 없는 물건, 먼저 줍는 사람이 임자입니다.
정부는 운석을 문화재로 지정하고, 해외 반출도 막는 등 국가 차원의 운석 관리 체계를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마을주민들은 동상이몽을 꾸고 있습니다.
운석을 기증받아 박물관도 세우고, 소위 '운석 마을'로 만들어보자는 겁니다.
이 지역 특산물인 파프리카와 고추에 '운석'이라는 브랜드를 붙이자, 운석 떨어진 곳에 둘레길을 만들자, 갖가지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영오 이장/진주시 대곡면 단목리▶
"운석 둘레길이라든지, 운석 탐사길이라든지 이런 것들과 함께 이 지역에 운석이 발견된 날은 ‘운석의 날’로 해서 운석쇼를 한다든지 이런 여러가지들을"
반면 과학자들은 학술적 가치에 흥분합니다.
지구 탄생의 비밀을 밝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석질 운석엔 하얗게 반짝거리는 '콘드률'이 라는 성분이 있습니다.
지구상 암석에는 전혀 없는 물질입니다.
지구도 원래는 운석과 똑같은 모습이었으나 화산폭발이나 지진, 각종 퇴적작용을 거치면서 예전의 모습을 모두 잃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진주 운석은 지구가 탄생한 46억 년 전 모습 그대로 있는 겁니다.
◀최변각 교수/서울대학교 운석연구실▶
"그게 45억 년 이상을 고스란히 보관되다가 우리한테 지금 온 거죠. 그래서 지금 열어보면 45억 년, 46억 년 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 수 있는 겁니다."
운석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소행성의 궤도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유성은 이례적으로 전국 곳곳에서 촬영돼 별똥별의 궤적을 계산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별똥별은 목성과 화성사이를 돌던 소행성으로, 한반도의 수도권 상공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다가 경남 함양과 산청 상공에서 3번 폭발한 뒤 진주 지역에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앞으론 인공위성이나 운석의 추락 지점을 좀 더 정확히 추적할 수 있게 됐습니다.
◀변용익 교수/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
"그 인공위성이 우리나라 상공에 떨어진다면 어느 지역에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계산도 가능하고 앞으로는 큰 유성이 보일 때 운석이 있다면 ‘어느 지점을 가서 수색을 해야되겠다.’라는 것 까지 다 나오게 되겠죠."
71년 만에 한반도에 떨어진 운석은 다행히 큰 피해를 주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작년 러시아 운석 같은 재앙이 우리에게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도 중국과 일본처럼 유성체 감시장치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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