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580
민병호 기자
민병호 기자
야구장은 누구 것?
야구장은 누구 것?
입력
2014-04-07 08:52
|
수정 2014-04-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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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가 개막했습니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의 해지만 관중 목표는 700만, 개막과 함께 야구팬의 열기는 순식간에 달아올랐습니다.
특히 올 시즌엔 기아 타이거즈의 새 홈구장 챔피언스필드와 롯데 자이언츠의 제2 구장인 울산의 문수야구장이 처음 문을 여는 등 야구장마다 새 시설과 나아진 서비스로 팬들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프로야구의 심장이라는 서울 잠실 야구장은 상대적으로 팬들을 위한 시설과 서비스가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천만 관중시대를 꿈꾸는 한국 프로야구의 바람직한 구장 운영방향을 모색해봅니다.
=============================
야구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경기장을 뜨겁게 달군 팬들의 열기와 함성.
프로야구가 개막을 알린 지난 주말, 봄이 오기만 기다렸던 야구팬들은
야구장으로 몰려들었습니다.
경기가 열린 모든 구장이 매진을 기록했습니다.
◀이종민▶
"신나게 소리 지르고 스트레스 풀러오고..내가 좋아하는 구단 응원하는 게 너무 좋지 않습니까?"
미처 표를 예매하지 못한 팬들은 현장 판매분을 구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결코 싸지 않은 가격.
하지만 팬들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이태범▶
"이건 가격으로 볼 수 없고요, 가치죠. 개막전 표 이게 4만원인데요. 저는 이런 가격으로 환산이 안 되는 거예요. 개막전을 와서 볼 수 있다는 것 만해도 행복해요."
700만 관중을 목표로 내건 국내 프로야구가 올해로 어느덧 33번째 시즌을 맞았습니다.
특히 올해는 9개 구단의 전력 평준화로 매경기 승패를 예측하기 쉽지 않아져서 갈수록 흥미를 더해가고 있는데요.
여기에 팬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새로운 시설과 서비스까지 더해지면서
더 많은 발걸음이 야구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나란히 내려다보이는 2개의 야구장.
지난해까지 30여 년 동안 사용됐던 광주 무등야구장 바로 옆으로 KIA의 새로운 홈구장 챔피언스필드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700억 원, KIA 구단에서 300억 원 등 모두 1000억 원이 투입된 신축구장입니다.
수용인원이 1만2500명에서 2만7000명으로 늘어난 것은 물론 보기에도 민망했던 감독석과 덕아웃은 널찍하고 깔끔하게 바뀌었고, 움직이는 것은 물론 앉아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던 좁은 관중석도 한결 넓어졌습니다.
또 7개밖에 없던 화장실 역시 5배가 넘는 36개로 늘었습니다.
◀서재응/KIA 타이거즈▶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 내가 은퇴하기 전까지 야구장이 생길 수 있을까' 의문점을 참 많이 가졌었는데...(이제는)좀 더 자신감이 생기고, 원정팀이 왔었을때 '자 봐라, 우리 구장이 이렇게 변했다'라는 그런 좀 당당한 모습 많이 보여주게 되죠"
KIA의 홈 개막전이 열린 지난 화요일.
팬들의 눈을 사로잡은 최고 히트상품은 입장료가 가장 싼 외야잔디석이었습니다.
◀이승환▶
(30년전만 해도 이런 경기장이 광주에 생길 거라고 생각해보셨어요?)
"못했죠. 못했지 우리는. 그런데 너무 좋네요. 여기 애기들 노는 데도 좋고 너무 좋아요.
(여기가 좌석보다 싸잖아요. 그런데 더 인기가 있는 것 같아요. 왜 그런 것 같으세요?)
"같이 어울림, 어울림 이렇게 같이."
엄마 아빠 손에 이끌려 야구장을 찾은 어린 아이들도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최요한▶
(모래놀이 하니까 재미있어?)
“네.”
(야구가 좋아 모래놀이가 좋아?)
“모래놀이. 아빠는 야구보고 저는 놀고 모래놀이하고 좋아요"
◀김수경▶
(어떠세요. 같이 와보시니까?)
"좋아요. 애기들하고 같이 저기 돗자리 펴고 앉아있거든요. 애기들하고 같이 오니까 좋아요."
매번 애 보느라 야구 관람은커녕 대화할 여유도 없었던 어른들 역시 간만에 신이 났습니다.
◀김효진▶
"애들이 많아가지고 지금 앞에 모래놀이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넣어놓고 저는 먹으러 왔어요."
◀최정호▶
"이제 야구장이 가족 친화적인 그런 구장이 된 것 같아요. 무등경기장때보다는 챔피언스필드가 훨씬 더 가족들이 보기에 더 좋은 환경이 된 것 같아요"
야구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던 도시 울산.
울산에도 멋진 야구장이 생겼습니다.
롯데의 제2 홈구장으로 지어진 문수야구장.
올해 정규리그 8경기가 이곳에서 열립니다.
오랜만에 소리도 지르고 야구를 보면서 고기도 구워먹고 1만 2천여 관중석을 가득 메운 울산 팬들에게는 꿈만 같은 하루였습니다.
◀김준수▶
"야구를 정말 좋아하는데 울산에 야구장이 없어서 지금까지는 부산가고 그랬는데 이렇게 생겨서 너무 좋습니다."
한국야구의 심장으로 불리는 잠실야구장.
두산과 엘지, 두 구단이 홈구장으로 쓰고 있어 가장 많은 관중이 찾는 야구장입니다.
하지만 그 위상과는 달리 불편한 점이 적지 않습니다.
지은 지 오래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팬을 위한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게 관중들의 가장 큰 불만입니다.
◀김혜미▶
"큰 애는 지금 놀이방에 가서 그나마 볼 수 있는데 이 아이는 맡길 데가 없으니까요. 야구시간이 길잖아요. 이런 아이들도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허성진▶
"장기적인 투자가 안돼서 좀 그런 점이 아쉬운 것 같아요. 여성화장실이라든지, 아이들 좀 맡길 수 있는 놀이시설이라든지, 관중들도 좀 편하게 볼 수 있는 그런 시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잠실야구장을 둘러싼 서울시와 구단의 복잡한 계약 관계 때문입니다.
올해 잠실야구장을 통한 광고수익은 103억 원.
2011년 24억 원에 불과했던 광고수익은 이듬해 72억 원으로 수직상승 하더니 올해는 103억 원까지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수익창출의 1등 공신인 LG나 두산은 이 가운데 한 푼도 가져갈 수 없습니다.
서울시 조례에 따라 모든 수익은 잠실야구장 소유주인 서울시 차지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프로야구 연고지 가운데 광고 수익을 독식하는 지자체는 서울시가 유일합니다.
◀서울 구단 관계자▶
"분명히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은 나고 야구를 보러오고 하다못해 치어리더를 보러오고..키스타임을 하러 오는데 그 야구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 주변에다가 광고를 붙이는 금액으로만 굉장히 많은 금액을 뽑아가고, 돈은 뽑아갔으니까 ‘너네는 이제 입장료 올리면 안돼..’이런 것만 규제하거든요."
이러다보니 만성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구단 측으로선 팬서비스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서울시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서울시 관계자▶
"시설 전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광고나 이런 거는 시에서 가지고 있는 게 맞지 않을까 그래야지만 거기에 따른 수익도 시설 투자나 이런데 저희가 할 수 있고 그런 것 같아요"
서울시는 올해, 야구장을 통해 얻은 수익 130억 원 가운데 60억 원 정도를 들여 경기장을 보수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지자체에 비해 수익 대비 투자 비율이 훨씬 적습니다.
또 대부분이 노후시설에 대한 투자였지 팬들을 위한 부분은 좌석교체 등 20% 정도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노영민▶
"저는 잘 몰랐어요. 다 구단이 운영하는 줄 알았지 시에서 운영한다는 건 잘 몰랐어요...수도요금 쓰는 사람들이 수도요금 내듯이, 야구 보는 사람이 돈 내는 건 야구 운영을 위해서 써야 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구단 관계자▶
"서울시의 이런 횡포가 더 문제가 되는 건 다른 시에서 '서울시의 모범사례를 왜 너네는 벤치마킹 안하냐' 그래서 와요. 그러면 전국적으로 지자체가 다 가져가야 되는 상황이거든요."
야구인들은 서울시의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허구연/야구 해설위원▶
"우리나라 프로스포츠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게 누구냐..저는 지자체라고 봐요. 지자체가 이걸 공공재의 개념을 두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지자체가 운영권, 광고권 다 가지면서 팬서비스도 안하고 그렇게 하잖아요. 구단은 뭐에요. 그 많은 돈을 쓰면서 지금 수익원이 뭡니까. 입장료밖에 없는 거예요."
다양하고 독특한 팬서비스로 유명한 문학구장.
국내에서 처음으로 고기를 구워먹으면서 야구를 볼 수 있게 만든 곳입니다.
◀최인자▶
(고기를 직접 가지고 오시는 거예요?)
"그렇죠. 저희가 다양하게 재료 준비해서 여기서 먹는 건데 엄청 설렜어요. 어제 남편이랑 같이 장보러 다니면서 이것도 설레고 너무 즐겁네요."
◀김한길▶
"가격은 많이 비싼데요. 그만큼 얻어가는 게 있으니까 그만큼 값어치를 했으면 비싼 가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경기장 여기저기에 붙어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면 경기장 안의 매장에서 각종 먹을거리를 관중석으로 바로 배달해 줍니다.
◀이상훈▶
"아무래도 밖에서 가지고 들어오는 음식보다는 가깝고 그 다음에 먹고 싶을때 언제든지 주문할 수 있고요. 따뜻하게 먹을 수 있는 게 좋은 거 같아요."
SK는 올해 인천시로부터 향후 20년 동안의 경기장 운영권과 광고권 등 모든 사업권을 넘겨받았습니다.
창의적인 팬서비스가 가능한 이유입니다.
◀김성용/ SK 와이번스 홍보팀▶
"(예전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던 구조였죠. 저희가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없었던 구조라든가 아니면 새로운 수익 창출을 하기 위해서는 걸림돌이나 법적이나 이런 부분들이 운영권에 대해서 제한을 받았던 게 상대적으로 많았던 부분인데 그걸 전체적으로 다 가져와서 진행하다보니까.."
미국 메이저리그의 경우에도 경기장을 소유한 구단은 다저스와 양키스 등 6개 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 24개 구장은 우리나라처럼 지자체가 소유하거나 민간 컨소시엄형태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같이 이런 구단들은 장기 임대 형식으로 경기장을 사용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야구장에 재투자합니다.
◀송재우/ 야구 해설위원▶
"말은 임대지만 수십년 동안 내 것이나 마찬가지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 구장을 관리하는 인력들도 더 정성을 들여서 구장을 꾸미게 되고 팬들이 와서 쾌적하게 볼 수 있도록 관리를 해주기 때문에 사실은 구장 자체가 하나의 팬서비스의 일환이거든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울 고척돔 돔구장.
내년 2월 완공과 함께 프로팀 유치를 목표로 서울시와 넥센이 줄다리기 협상중입니다.
교통문제를 비롯해 해결해야할 과제가 한두개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건 누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느냐 입니다.
야구인들은 지자체와 구단 간의 장기임대 방식, 혹은 광고권을 포함한 운영권은 구단이 갖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의 일부를 시에 납부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합니다.
◀허구연/ 야구 해설위원▶
"우리 지자체도 시의회나 이런 분들도 생각이 바뀌어야 되는 거예요. 잠실구장이 한국시리즈까지 하면 160~170일을 야구를 하면서 와서 즐기잖아요. 그러니까 공연을 1년에 160~170번 해주는 거예요. 얼마나 고마운 거예요."
프로야구 인프라는 빠르게 진화중입니다.
속속 멋진 야구장들이 새롭게 들어서고 있고..
메이저리그 부럽지 않은 라커룸을 비롯해..
부상 걱정 없이 멋진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외야 펜스도 모두 새 단장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팬을 위한 배려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오찬식▶
"가족들이 와 가지고 즐기고 갈 수 있고 가는 놀이터로 만들어줘야 되는데 선수만 야구하는 곳이 아니고 가족들이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제 10구단 창단과 함께 천만관중 시대를 꿈꾸고 있는 한국프로야구.
이제 야구장은 단순한 경기장이 아닙니다.
가끔은 거대한 노래방이 되기도 하고 또 가끔은 공원이 되기도 하는 이 야구장이 과연 누구를 위한, 누구의 공간인지, 팬과 구단, 그리고 지자체 모두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입니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의 해지만 관중 목표는 700만, 개막과 함께 야구팬의 열기는 순식간에 달아올랐습니다.
특히 올 시즌엔 기아 타이거즈의 새 홈구장 챔피언스필드와 롯데 자이언츠의 제2 구장인 울산의 문수야구장이 처음 문을 여는 등 야구장마다 새 시설과 나아진 서비스로 팬들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프로야구의 심장이라는 서울 잠실 야구장은 상대적으로 팬들을 위한 시설과 서비스가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천만 관중시대를 꿈꾸는 한국 프로야구의 바람직한 구장 운영방향을 모색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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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경기장을 뜨겁게 달군 팬들의 열기와 함성.
프로야구가 개막을 알린 지난 주말, 봄이 오기만 기다렸던 야구팬들은
야구장으로 몰려들었습니다.
경기가 열린 모든 구장이 매진을 기록했습니다.
◀이종민▶
"신나게 소리 지르고 스트레스 풀러오고..내가 좋아하는 구단 응원하는 게 너무 좋지 않습니까?"
미처 표를 예매하지 못한 팬들은 현장 판매분을 구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결코 싸지 않은 가격.
하지만 팬들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이태범▶
"이건 가격으로 볼 수 없고요, 가치죠. 개막전 표 이게 4만원인데요. 저는 이런 가격으로 환산이 안 되는 거예요. 개막전을 와서 볼 수 있다는 것 만해도 행복해요."
700만 관중을 목표로 내건 국내 프로야구가 올해로 어느덧 33번째 시즌을 맞았습니다.
특히 올해는 9개 구단의 전력 평준화로 매경기 승패를 예측하기 쉽지 않아져서 갈수록 흥미를 더해가고 있는데요.
여기에 팬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새로운 시설과 서비스까지 더해지면서
더 많은 발걸음이 야구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나란히 내려다보이는 2개의 야구장.
지난해까지 30여 년 동안 사용됐던 광주 무등야구장 바로 옆으로 KIA의 새로운 홈구장 챔피언스필드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700억 원, KIA 구단에서 300억 원 등 모두 1000억 원이 투입된 신축구장입니다.
수용인원이 1만2500명에서 2만7000명으로 늘어난 것은 물론 보기에도 민망했던 감독석과 덕아웃은 널찍하고 깔끔하게 바뀌었고, 움직이는 것은 물론 앉아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던 좁은 관중석도 한결 넓어졌습니다.
또 7개밖에 없던 화장실 역시 5배가 넘는 36개로 늘었습니다.
◀서재응/KIA 타이거즈▶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 내가 은퇴하기 전까지 야구장이 생길 수 있을까' 의문점을 참 많이 가졌었는데...(이제는)좀 더 자신감이 생기고, 원정팀이 왔었을때 '자 봐라, 우리 구장이 이렇게 변했다'라는 그런 좀 당당한 모습 많이 보여주게 되죠"
KIA의 홈 개막전이 열린 지난 화요일.
팬들의 눈을 사로잡은 최고 히트상품은 입장료가 가장 싼 외야잔디석이었습니다.
◀이승환▶
(30년전만 해도 이런 경기장이 광주에 생길 거라고 생각해보셨어요?)
"못했죠. 못했지 우리는. 그런데 너무 좋네요. 여기 애기들 노는 데도 좋고 너무 좋아요.
(여기가 좌석보다 싸잖아요. 그런데 더 인기가 있는 것 같아요. 왜 그런 것 같으세요?)
"같이 어울림, 어울림 이렇게 같이."
엄마 아빠 손에 이끌려 야구장을 찾은 어린 아이들도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최요한▶
(모래놀이 하니까 재미있어?)
“네.”
(야구가 좋아 모래놀이가 좋아?)
“모래놀이. 아빠는 야구보고 저는 놀고 모래놀이하고 좋아요"
◀김수경▶
(어떠세요. 같이 와보시니까?)
"좋아요. 애기들하고 같이 저기 돗자리 펴고 앉아있거든요. 애기들하고 같이 오니까 좋아요."
매번 애 보느라 야구 관람은커녕 대화할 여유도 없었던 어른들 역시 간만에 신이 났습니다.
◀김효진▶
"애들이 많아가지고 지금 앞에 모래놀이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넣어놓고 저는 먹으러 왔어요."
◀최정호▶
"이제 야구장이 가족 친화적인 그런 구장이 된 것 같아요. 무등경기장때보다는 챔피언스필드가 훨씬 더 가족들이 보기에 더 좋은 환경이 된 것 같아요"
야구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던 도시 울산.
울산에도 멋진 야구장이 생겼습니다.
롯데의 제2 홈구장으로 지어진 문수야구장.
올해 정규리그 8경기가 이곳에서 열립니다.
오랜만에 소리도 지르고 야구를 보면서 고기도 구워먹고 1만 2천여 관중석을 가득 메운 울산 팬들에게는 꿈만 같은 하루였습니다.
◀김준수▶
"야구를 정말 좋아하는데 울산에 야구장이 없어서 지금까지는 부산가고 그랬는데 이렇게 생겨서 너무 좋습니다."
한국야구의 심장으로 불리는 잠실야구장.
두산과 엘지, 두 구단이 홈구장으로 쓰고 있어 가장 많은 관중이 찾는 야구장입니다.
하지만 그 위상과는 달리 불편한 점이 적지 않습니다.
지은 지 오래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팬을 위한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게 관중들의 가장 큰 불만입니다.
◀김혜미▶
"큰 애는 지금 놀이방에 가서 그나마 볼 수 있는데 이 아이는 맡길 데가 없으니까요. 야구시간이 길잖아요. 이런 아이들도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허성진▶
"장기적인 투자가 안돼서 좀 그런 점이 아쉬운 것 같아요. 여성화장실이라든지, 아이들 좀 맡길 수 있는 놀이시설이라든지, 관중들도 좀 편하게 볼 수 있는 그런 시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잠실야구장을 둘러싼 서울시와 구단의 복잡한 계약 관계 때문입니다.
올해 잠실야구장을 통한 광고수익은 103억 원.
2011년 24억 원에 불과했던 광고수익은 이듬해 72억 원으로 수직상승 하더니 올해는 103억 원까지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수익창출의 1등 공신인 LG나 두산은 이 가운데 한 푼도 가져갈 수 없습니다.
서울시 조례에 따라 모든 수익은 잠실야구장 소유주인 서울시 차지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프로야구 연고지 가운데 광고 수익을 독식하는 지자체는 서울시가 유일합니다.
◀서울 구단 관계자▶
"분명히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은 나고 야구를 보러오고 하다못해 치어리더를 보러오고..키스타임을 하러 오는데 그 야구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 주변에다가 광고를 붙이는 금액으로만 굉장히 많은 금액을 뽑아가고, 돈은 뽑아갔으니까 ‘너네는 이제 입장료 올리면 안돼..’이런 것만 규제하거든요."
이러다보니 만성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구단 측으로선 팬서비스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서울시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서울시 관계자▶
"시설 전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광고나 이런 거는 시에서 가지고 있는 게 맞지 않을까 그래야지만 거기에 따른 수익도 시설 투자나 이런데 저희가 할 수 있고 그런 것 같아요"
서울시는 올해, 야구장을 통해 얻은 수익 130억 원 가운데 60억 원 정도를 들여 경기장을 보수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지자체에 비해 수익 대비 투자 비율이 훨씬 적습니다.
또 대부분이 노후시설에 대한 투자였지 팬들을 위한 부분은 좌석교체 등 20% 정도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노영민▶
"저는 잘 몰랐어요. 다 구단이 운영하는 줄 알았지 시에서 운영한다는 건 잘 몰랐어요...수도요금 쓰는 사람들이 수도요금 내듯이, 야구 보는 사람이 돈 내는 건 야구 운영을 위해서 써야 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구단 관계자▶
"서울시의 이런 횡포가 더 문제가 되는 건 다른 시에서 '서울시의 모범사례를 왜 너네는 벤치마킹 안하냐' 그래서 와요. 그러면 전국적으로 지자체가 다 가져가야 되는 상황이거든요."
야구인들은 서울시의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허구연/야구 해설위원▶
"우리나라 프로스포츠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게 누구냐..저는 지자체라고 봐요. 지자체가 이걸 공공재의 개념을 두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지자체가 운영권, 광고권 다 가지면서 팬서비스도 안하고 그렇게 하잖아요. 구단은 뭐에요. 그 많은 돈을 쓰면서 지금 수익원이 뭡니까. 입장료밖에 없는 거예요."
다양하고 독특한 팬서비스로 유명한 문학구장.
국내에서 처음으로 고기를 구워먹으면서 야구를 볼 수 있게 만든 곳입니다.
◀최인자▶
(고기를 직접 가지고 오시는 거예요?)
"그렇죠. 저희가 다양하게 재료 준비해서 여기서 먹는 건데 엄청 설렜어요. 어제 남편이랑 같이 장보러 다니면서 이것도 설레고 너무 즐겁네요."
◀김한길▶
"가격은 많이 비싼데요. 그만큼 얻어가는 게 있으니까 그만큼 값어치를 했으면 비싼 가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경기장 여기저기에 붙어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면 경기장 안의 매장에서 각종 먹을거리를 관중석으로 바로 배달해 줍니다.
◀이상훈▶
"아무래도 밖에서 가지고 들어오는 음식보다는 가깝고 그 다음에 먹고 싶을때 언제든지 주문할 수 있고요. 따뜻하게 먹을 수 있는 게 좋은 거 같아요."
SK는 올해 인천시로부터 향후 20년 동안의 경기장 운영권과 광고권 등 모든 사업권을 넘겨받았습니다.
창의적인 팬서비스가 가능한 이유입니다.
◀김성용/ SK 와이번스 홍보팀▶
"(예전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던 구조였죠. 저희가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없었던 구조라든가 아니면 새로운 수익 창출을 하기 위해서는 걸림돌이나 법적이나 이런 부분들이 운영권에 대해서 제한을 받았던 게 상대적으로 많았던 부분인데 그걸 전체적으로 다 가져와서 진행하다보니까.."
미국 메이저리그의 경우에도 경기장을 소유한 구단은 다저스와 양키스 등 6개 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 24개 구장은 우리나라처럼 지자체가 소유하거나 민간 컨소시엄형태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같이 이런 구단들은 장기 임대 형식으로 경기장을 사용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야구장에 재투자합니다.
◀송재우/ 야구 해설위원▶
"말은 임대지만 수십년 동안 내 것이나 마찬가지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 구장을 관리하는 인력들도 더 정성을 들여서 구장을 꾸미게 되고 팬들이 와서 쾌적하게 볼 수 있도록 관리를 해주기 때문에 사실은 구장 자체가 하나의 팬서비스의 일환이거든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울 고척돔 돔구장.
내년 2월 완공과 함께 프로팀 유치를 목표로 서울시와 넥센이 줄다리기 협상중입니다.
교통문제를 비롯해 해결해야할 과제가 한두개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건 누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느냐 입니다.
야구인들은 지자체와 구단 간의 장기임대 방식, 혹은 광고권을 포함한 운영권은 구단이 갖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의 일부를 시에 납부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합니다.
◀허구연/ 야구 해설위원▶
"우리 지자체도 시의회나 이런 분들도 생각이 바뀌어야 되는 거예요. 잠실구장이 한국시리즈까지 하면 160~170일을 야구를 하면서 와서 즐기잖아요. 그러니까 공연을 1년에 160~170번 해주는 거예요. 얼마나 고마운 거예요."
프로야구 인프라는 빠르게 진화중입니다.
속속 멋진 야구장들이 새롭게 들어서고 있고..
메이저리그 부럽지 않은 라커룸을 비롯해..
부상 걱정 없이 멋진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외야 펜스도 모두 새 단장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팬을 위한 배려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오찬식▶
"가족들이 와 가지고 즐기고 갈 수 있고 가는 놀이터로 만들어줘야 되는데 선수만 야구하는 곳이 아니고 가족들이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제 10구단 창단과 함께 천만관중 시대를 꿈꾸고 있는 한국프로야구.
이제 야구장은 단순한 경기장이 아닙니다.
가끔은 거대한 노래방이 되기도 하고 또 가끔은 공원이 되기도 하는 이 야구장이 과연 누구를 위한, 누구의 공간인지, 팬과 구단, 그리고 지자체 모두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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