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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조의명 기자

참사, 막을 수 없었나?

참사, 막을 수 없었나?
입력 2014-04-21 09:44 | 수정 2014-04-2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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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 닷새 째, 진도 앞바다.

    어떻게든 생존자를 찾아야 한다는 절박감 속에 시간과의 싸움이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거센 물살과의 사투 끝에 가까스로 확보한 진입로를 따라 본격적인 선체 내부 수색이 진행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생존자 구조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

    희생자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장례 행렬이 이어집니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야 하는 부모 사랑하는 친구를 잃은 학생들, 친동생 같은 제자를 잃은 선생님들.

    믿기지 않는 비극에 안타까운 흐느낌이 이어집니다.

    정부는 경기도 안산시와 사고가 발생한 전남 진도군을 오늘 특별 재난 지역으로 선포했습니다.

    어이없는 대형 참사, 비극은 막을 수 없었던 것일까?

    수색 작업이 벌어지고 있는 사고 해역.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의 끈은 점점 가늘어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그날 세월호에는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요.

    세월호의 선체가 갑자기 기운 건 16일 오전 8시 48분쯤.

    병풍도 앞을 지날 무렵이었습니다.

    부상자가 생길 만큼 갑작스럽고, 큰 움직임이었습니다.

    ◀김 0 0/세월호 승조원▶
    "조리실에 있었는데 갑자기 배가 쏠리는 바람에 기구들이 앞으로싹 다 덮쳐서 그 기구에 다쳤어요."

    사고의 원인은 일단 급격한 변침, 즉 '급선회'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조 0 0/세월호 조타수▶
    (그냥 평소처럼 돌리셨어요?)“네.”
    (돌리신 다음에 이상 징후 같은 거 없었습니까?)
    “평소보다 많이 돌아갔습니다.”
    (본인이 실수하신 것 같다 이런 말씀이신가요?)
    “다소 실수한 부분도 있지만 조타가 유난히 많이 빨리 돌았습니다."

    선박이 급격히 회전을 할 때 원심력에 의해 선박의 무게 중심이 회전하는 방향의 반대쪽으로 기우는 현상을 '외방경사'라고 하는데, 세월호가 오른쪽으로 급히 방향을 틀면서 배에 실려 있던 180여대의 차량과 컨테이너 화물 등 천 톤이 넘는 화물이 원심력에 의해 왼쪽으로 쏠렸고, 순간적으로 배의 무게 중심도 왼쪽으로 기울면서 중심을 잃고 침몰한 것 같다는 겁니다.

    수사당국은 외부 충격은 일단 없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의문은 남습니다.

    최대 900명을 태울 수 있는 6천 8백 톤급 대형 여객선인 세월호가 단순히 급히 방향을 틀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단시간에 침몰할 수 있는 걸까.

    결국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수사당국 역시 이 부분에 주목해 배 운영상이나 구조적인 부분에 문제가 없었는지 수사 중입니다.

    ◀박재억 수사팀장/검경 합동수사본부▶
    “변침이 유일한 원인인지 아니면 선박에 유지관리 하자가 있었는지 여러 가지 측면에 대해서 다각도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던 걸까.

    대부분의 중대형 선박, 특히 대형 여객선의 경우 보통 배가 순간적으로 50도 이상 기울더라도 다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배 밑바닥에 많게는 수천 톤의 바닷물을 담아두도록 만든 발라스트 탱크가 오뚝이의 무게 추처럼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배가 무거워질수록 연료가 더 많이 들기 때문에, 연료를 아끼지 위해 규정대로 물을 채워 운항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전상중/前 해군제독▶
    “발라스트 탱크에 물을 넣어서 중심을 낮춰야 해요. 이렇게 낮추면 설령 한쪽으로 쏠렸다가도 바로 (균형이) 들어와요. 돌아오는데 지금 같은 경우는 그런 부분에 의심이 간다 이거죠.”

    자동차나 컨테이너가 제대로 단단히 묶여있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됩니다.

    사고 순간 승객들이 들었다는 '꽝'하는 소리는 바로 묶였던 짐이 풀려 벽에 부딪히는 소리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윤호실/세월호 구조 승객▶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밖에 보니까 컨테이너가 한꺼번에 우르르하고 쏟아지면서 선실 앞에 실어 놨던 게 다 쏠려 내려갔어요.”

    ◀임긍수 교수/목포해양대 해양운송시스템학부▶
    “세월호 같은 경우는 경사가 됐는데 그대로 모든 것이 보관만 잘 돼 있었으면 (똑바로) 일어날 수도 있었는데 제가 추측하기로는 내부에 실었던 트럭이라든지 화물들이 이동을 한 것 같습니다. 그 화물들이 이동하는 것이 점차 많다 보니까 경사도 확대시켰을 것이고, 그러다보니까 배가 어느 순간에 전복이 된 거라고 그렇게 추측이 됩니다.”

    사고 당시 세월호는 출항을 불과 3분 앞둔 시점까지 차량과 화물을 태웠습니다.

    적어도 출항 10분 전에 모든 화물 적재를 끝내고 선체에 단단히 고정시켜야 한다는 운항규정을 어긴 겁니다.

    ◀김세원 교수/한국해양대 항해학부▶
    "최종적으로 화물을 싣고 나면 1등 항해사가 모두 확인을 하게 되어 있거든요. 그 절차가 생략된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출항 전 선장이 직접 작성한 안전점검 보고서에는 100대 넘게 실은 컨테이너 박스를 한 대도 싣지 않았다고 기록하는 등, 허위 신고를 했다는 사실도 드러나면서 과적 사실을 숨겼다는 의혹도 일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일은 관행처럼 묵인돼 왔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화물 기사▶
    "4.5톤 차에 요즘 보통 무게는 20톤씩 싣고 다녀요. 대한민국 항내에서는 (과적 여부) 잴 수 있는 곳이 하나도 없어요."

    '조타기가 말을 듣지 않았다'는 진술이 사실이라면 조타기나 특정 부위가 출발 전부터 고장이 났을 수 있고, 운항 도중 사고로 배에 물이 새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배동명 교수/부경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기관실이나 이런 데 내부 사고에 의해서 파공이 생겨가지고 침수가 될 수 있는데 특히 그 차량을 싣는 그 구간은 꽤 오픈된 공간이죠. 그 쪽으로 침수가 되기 시작하면 짧은 시간 내에 급격하게 복원성을 잃게 되고 그런 쪽에다가 저는 개인적으로 무게를 더 둡니다."

    세월호가 2년 전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넘어온 이후 승객 수를 늘리기 위해 배 뒷부분을 개조한 것과 사고의 연관성도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세월호가 개조전과 가장 많이 달라진 건 배의 굴뚝인 연돌 부분부터 그 뒤쪽.

    일본에서 운항할 때는 연돌 뒷부분에 넓은 갑판이 있었지만, 세월호에는 3개 층에 이르는 발코니가 있고 개조전과 달리 트인 공간 대신 객실이 만들어진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월호의 전직 기관사는 2580 취재진과 만나 이런 구조 변경이 인명 피해를 키웠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객실을 증축하면서 세월호의 무게가 239톤 정도 늘어났는데 이 때문에 무게 중심도 높아지고, 침몰 속도도 빨라졌을 거라는 겁니다.

    ◀前 세월호 기관사▶
    “배가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속도가 빠르면 인명을 구조하는 시간이 그만큼 짧아진다 이거죠. 반비례 아닙니까?”

    선박 검사를 담당하는 한국 선급과 해양수산부는 이 같은 구조변경이 안전성 검사를 통과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국내선 선박에 대한 안전 검사가 느슨하다는 지적이 있어 수사 당국도 선박 증축이 실제 사고에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 중입니다.

    정확한 사고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선 얼마나 시간이 걸릴 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사고를 막을 수는 없었을까.

    사고를 피하진 못했더라도 피해 규모를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는 없었을까를 생각해보면 답답함이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월호가 이렇게 대형 참사로 이어지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요?

    ◀선내방송▶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세요. 움직이지 마세요. 움직이면 더 위험하니까 움직이지 마세요.”

    절대 이동하지 말라.

    승객들이 들은 지시는 그게 다였습니다.

    이미 기운 배안에는 바닷물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SYN▶
    “기울어 졌어요 물이 고여요. 물이..나 무서워..”

    하지만 상황은 위급했습니다.

    이 선내방송이 나오기 20분도 더 앞선 시각.

    [08:56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 교신]

    ◀SYN▶
    "저기 해경에 연락해주십시오. 본선 위험합니다, 지금 배 넘어가 있습니다."

    탈출해야 하는 건 아닌가, 승객들이 동요했지만 선내 방송은 거듭 이들을 주저앉혔습니다.

    ◀선내방송▶
    “가만히 있으면 선실이 더 안전하겠습니다..”

    ◀허영기/세월호 구조 승객▶
    "사람들이 막 나가려고 하니까 방송하더라고 거기서 나가지 말라고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배 이렇게 보니까 (배가) 점점 넘어지더라고 침몰해가지고 물이 막 나오는 거예요. 넘쳐가지고"

    배가 기우는 속도는 빨랐습니다.

    벽에 붙어있던 음료수 자동판매기가 넘어졌습니다.

    어느새 갑판 바닥이 90도 가까이 기울었습니다.

    객실이었던 공간엔 순식간에 바닷물이 들어찼습니다.

    ◀SYN▶
    "와, 물 들어온다. (물 들어 와요?)
    "물 들어와.”(올라와요?)" 와, 큰일 났다."

    몇 몇 어른들이 소방호스로, 커튼을 뜯어 급조한 밧줄로 학생들을 구조하기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이 많이 남아있었지만, 몸을 가누기도 쉽지 않은 상황, 시간도 너무 부족했습니다.

    ◀김홍경/세월호 구조 승객▶
    "이쪽이 출구인데 물이 쭉 치고 올라오더라고요. 이제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서 나도 탈출해야겠다. 복도에 애들이 다 엎드려있었어요. 근데 차마 그 애들을 보고서도 구하지 못한 게 정말 눈에 아른아른 거려요."

    세월호 선장은 당시로선 탈출하는 게 더 위험하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0 0/세월호 선장▶
    "당시에는 (사고 해역의) 조류가 상당히 빠른 곳입니다. 수온도 차고 만일에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입었다고 해도 마찬가지지만 판단 없이 퇴선을 하면 (승객들이) 상당히 멀리 떠밀려 갈 것이고.."

    이 선장은 승객들에게도 나중에 퇴선명령을 내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0 0/세월호 선장▶
    (퇴선 명령 내리셨어요? 승객들한테도 내리셨어요?)"네."

    하지만 구조된 승객들 가운데 퇴선명령을 들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선원들조차 승객들에겐 퇴선 명령이 전달되지 않았을 거라고 말합니다.

    ◀조 0 0/세월호 조타수▶
    "퇴선에 대해서는 (선내)방송이 안 된 줄 알고 있습니다. 그 당시는 전기가 끊어졌다고 그러는 구만 전기가 끊어졌으니 방송이 안 됐겠지요? 그러니까 선원들도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었고 그러니까 전달도 할 수 없고.."

    첫 번째 구조선을 타고 가장 먼저 탈출한 선장 이 모씨.

    항해사와 기관사 등 선원들 역시 승객을 내팽개치고 먼저 빠져 나왔습니다.

    퇴선하라는 선장의 명령을 받은 사람들은 선원들뿐이었습니다.

    ◀ 박 0 0/세월호 보조기관사▶
    "그 당시에 저희 생각에 한 9시에서 기관실에서 탈출한 것 같아요. 기관장님이 전화가 와가지고 빨리 기관실에서 탈출하라고 해가지고 세 사람이 탈출해가지고 왔습니다."

    선원법에 따르면 선장은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인명 구조에 필요한 조치를 다 해야 하고, 승객들이 모두 내릴 때까지 배를 떠나서는 안 됩니다.

    ◀전상중/前 해군제독▶
    "함장은 지휘관, 자기 승조원들과 생사를 같이 한다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거든요. 외국에서도 그게 군함이든 상선이든 일반 배든 간에 그 지휘관은 절대적 권한도 있지만 의무도 있어요. 배에 탄 사람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어요."

    세월호 승무원 29명 가운데 20명이 구조됐고, 숨지거나 실종된 9명은 대부분 승객을 응대하는 안내원이나 아르바이트 직원이었습니다.

    단원고 학생 325명 중 구조된 학생은 불과 75명 뿐.

    결국 상황이 얼마나 급박한지 모른 채 불안한 가운데서도 안내 방송만 굳게 믿고 기다린 승객들만 배를 빠져 나오지 못했습니다.

    ◀서희권/세월호 생존자▶
    "승객들 입장에서는 안내 방송을 믿었고 그것을 믿고 기다린 후에 피해가 더 컸다고 저는 봅니다. 특히 학생들은 그 방송을 듣고 기다렸기 때문에 학생들은 더 피해가 컸다고 봅니다."

    ◀김홍경/세월호 구조승객▶
    “대피하라, 피하라 그런 멘트 나왔으면 기다리다가도 배가 흔들리고 물속으로 침수하는 거 보면 가만히 있을 애들이 어딨냐고, 위험을 본능적으로 직시하고 위나 바다 쪽으로 떨어졌으면..”

    허망하게 구조 시간을 날린 승객들에게 유일한 생명줄이 될 수 있었던 구명보트마저 세월호에선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세월호에 부착돼 있던 이른바 '구명벌'

    가방 모양의 구명벌은 해수면에 닿는 순간 천막 모양으로 펼쳐져 25인승 보트가 됩니다.

    세월호는 이런 구명벌 46개를 갖췄고, 선원들은 지난 2월 정기 검사에서 작동법까지 교육받았습니다.

    ◀송주용 대표/안전장비 검사업체▶
    "(선원들이) 참관을 하고 저희들이 실질적으로 그 사람들 보는 데서 시험을 했었던 부분입니다."

    하지만 세월호에 실려 있던 구명벌은 단 한 개만 터졌습니다.

    작동 방법을 알고 있는 선원중 누구도 구명벌을 펼쳐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선박마다 붙어 있는 직무분담표엔 비상 상황에서 조타수가 구명벌을 투하하는 등 선원들의 임무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습니다.

    ◀임긍수 교수/목포해양대 해양운송시스템 학부▶
    “선장 총 지휘, 그 다음에 1항사는 구명정 강하지휘, 중요서류 지참하고 2항사 선장을 보좌하고, 직무분담표가 쫙 나와 있습니다. 어느 배든지 이게 곳곳에 다 붙어 있어요.”

    세월호에선 그 누구도 하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조타수▶
    “아니, 그 선원들이 가서 그 핀을 뽑고 당김 쇠를 당기면 그대로 (구명벌이) 내려가게 돼 있는 겁니다. (그게 왜 안 퍼졌어요?) 거기에 접근을 하지 못하니까 가지를 못한 겁니다.”

    게다가 세월호 구명벌은 1994년 선박 건조 당시 부착된 것.

    20년 된 구명벌에 문제는 없었는지도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비 업체 측에선 지난 2월 정기 검사에서 문제가 없었고, 이미 배가 뒤집혔기 때문에 펼쳐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정비 업체▶
    “그 상황은 지금 배가 기울기 시작했을 때는 작동하는 의미가 없어요. 사실은요. 그건 이미 상황이 종료된 상황이기 때문에..”

    조난신고 50분 남짓 뒤 처음 구조인원이 도착했을 때 세월호의 선체는 이미 옆으로 반쯤 바닷물에 잠긴 상태였습니다.

    해경은 해상에 쏟아져 나온 승객들과 배 위에 나와 있는 사람들을 구조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고명석/해양경찰청 장비기술국장▶
    "밖으로 나오거나 주위에 흩어져 있는 구조자들이 100명 정도가 있었습니다. 당장 구할 수 있는 인원을 구하고."

    하지만 배의 침몰속도는 빨랐습니다.

    ◀구조대원▶
    "(배가) 기울어지니까 빨리 나와, 나와"

    구조대가 도착하고 세월호가 완전 침몰하기까지 약 1시간,

    승객들을 구조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금세 지나갔습니다.

    잠수부가 투입된 건 배가 선수부분만 남기고 가라앉은 지 30분여가 지난 뒤였습니다.

    사고 초기 많은 인명을 구할 수 있는 이른 바 골든타임에 체계적인 구조지휘가 발동됐더라면, 장비와 인원이 효과적으로 동원됐더라면 하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정부의 재난대응체계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재난상황의 콘트롤 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사고 접수 한 시간이 지난 뒤 꾸려졌고 초반부터 혼선만 키우는 발표가 반복됐습니다.

    CCTV 영상으로 일일이 확인 했다던 최종 승객 수가 수차례 바뀐 것도 정부당국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입니다.

    잠수요원들이 해상에서 장시간 대기할 수 있는 바지선이 도착한 것도, 야간 수색작업을 돕는 채낚기 어선을 요청한 것도 실종자 가족들이었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급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능력을 발휘하는 재난구호체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정부는 사고 사흘만인 지난 18일 총리를 중심으로 한 범정부대책본부를 현장에 설치했습니다.

    결국 안일한 대응, 부실한 안전 대비책이 참사를 불러온 사장 큰 요인이었는지 모릅니다.

    세월호만의 일은 아닙니다.

    제2, 제3의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불씨는 지금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난 바로 다음날.

    여객선을 타려는 승객들은 여전히 많았습니다.

    2580 취재팀도 제주행 여객선에 탑승해봤습니다.

    출항 3시간 전부터 화물과 차량이 실립니다.

    비상시 사용될 구명보트와 구명벌도 배 양쪽에 나란히 매달려있습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 해당기관의 엄격한 점검이 있은 뒤라 외관상의 기본은 지켜지고 있었습니다.

    승객들도 내심 안심하는 표정입니다.

    ◀여객선 승객▶
    (불안하지 않으세요? 어제 사고났는데)
    "오히려 그 바람에 더 안전합니다. 왜 그러냐면 아까 이야기 들어보니까 지금 이 선사에 비상 걸렸답니다. 전부다 재점검 다하고 난리래요. 더 안전하다니까..."

    출항과 함께 8분가량의 안전수칙 영상이 방송됩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잘 들리지도 않습니다.

    ◀SYN▶
    "안 들리죠. 소리는 안 들리지. (그림만 봤어요.)"

    ◀SYN▶
    "비행기는 타면 비행기가 출발하기 전에 안내원이 구명조끼 작동하는 방법이라든지 해주는데 그런 게 좀 아쉽죠. 승선했을 적에 안전요원이 와 가지고 숙지해주는 것 하고 텔레비전에 이렇게 그냥 내보내는 거하고 (다르죠.)이거 지금 소리도 하나도 안 들립니다. 그런 거 하고는 천지차이지."

    설사 내용을 착실히 봤다 해도 위급상황에 도움이 되는 내용은 많지 않습니다.

    ◀여객선 직원▶
    (내용이 뭐, 뭐 있는 건가요? 이 안에)
    "선내 안전수칙에 대해서 구명조끼 입는 거라든지 소화기 사용법 그냥 그런 거 있습니다."
    (비상상황이라든지 그런 상황에서의 대처법 이런 것도 나오나요? 예를 들어서 좌초가 됐을 때 어떻게 탈출하라든가)
    "그런 건 없어요."

    비상상황에서 탈출구를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벽에 붙어 있는 도면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물론 객실에서 외부로 나가는 통로는 미로처럼 복잡하고 다른 층으로 이동하기 위한 계단은 가파르고 좁습니다.

    차량 등을 실은 화물칸에도 내려가 봤습니다.

    차량을 지지하고 있는 건 나무로 된 버팀목뿐입니다.

    바닥에 연결해 차량을 붙들어매야하는 밧줄이나 사슬은 보이지 않습니다.

    앞뒤로의 작은 충격은 어느 정도 버티겠지만 그 이상의 충격이나 좌우로의 쏠림 현상에는 견디기 힘들어 보입니다.

    또 다른 여객선.

    적재된 차량들이 제대로 결박돼 있지 않은 건 마찬가집니다.

    결박 때 줄을 걸기 위해 설치된 쇠고리는 페인트와 함께 바닥에 눌러 붙었습니다.

    큰 파도라도 몰아치면 적재 차량이 언제라도 한쪽으로 쏠릴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구명 튜브는 승객들의 손길이 제대로 닿지 않는 여객선 꼭대기 계단에, 그것도 천막에 가려져 있습니다.

    오래된 선박을 여객선으로 사용하는 것 역시 또 다른 사고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전엔 여객선이 건조된 지 20년이 되면 폐선하거나 처분해야 했지만, 지난 2009년 해운법 시행규칙이 바뀌면서 20년 이후 1년에 한 번 정기검사로 운항을 30년까지 늘릴 수 있게 됐습니다.

    세월호의 경우 18년된 일본 선박을 청해진해운이 2012년에 산 배입니다.

    세월호처럼 5천톤 급 이상인 국내 카페리 선박 7척 가운데 5척이 20년이 넘은, 세월호보다도 오래된 선박입니다.

    ◀여객선 선장▶
    (이 배는 몇 년 된 배에요?)
    "20년 정도"
    (그 정도 되도 다니는데 별로 지장 없잖아요?)
    "일본 같은 경우는 구조가 나라에서 지원해주고, 법 규정상 일단 바꿔요.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그런 거 없어요."
    "우리나라에서는 20년 되면 1년에 한 번씩 정기검사에 준하는 검사를 받습니다. 연장해서 30년까지."
    (우리나라 배가 노후화되긴 했네요. 일본 말고 다른 나라들은 좀 어때요? 비슷해요?)
    "우리보다 더 하죠. 우리는 파는 데가 필리핀하고 인도네시아 그쪽으로 팔죠."
    (일본 배가 우리나라로 왔다가 쓰고 배가 밑으로 또 가는군요?)
    "네, 그런 단계를 거치는 겁니다."

    게다가 승객과 차량을 함께 싣는 카페리 선박은 구조 자체가 안전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차를 싣기 위해 배 하단의 문을 열고 닫는 것이 각종 해상 사고의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차량이 실려 있는 구역이 뚫려 있어 바닷물이 들어오면 한 쪽으로 쉽게 쏠리고, 그만큼 전복 사고의 위험도 높습니다.

    ◀화물 기사▶
    "배 안으로 직접 운전해서 들어갑니다. 차만 들어갈 수 있는 전용 문이 있어요. 그 안에 들어가면 축구도 가능할 정도로 넓어요. 거기가"

    1987년 벨기에 앞바다에서 좌초돼 193명의 인명 피해가 난 헤럴드 엔터프라이즈 호.

    1994년 852명이 사망한 에스토니아호 참사..

    모두 카페리 선박으로, 차량 출입구에 물이 들어가면서 침몰했습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전반적으로 느슨한 우리나라의 선박 안전에 대한 철저한 정비가 이뤄져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젠 사라진 줄 알았던 후진국형 대형사고.

    제대로 조이고 살피지 않으면 비극은 또 재현될 수 있다는 무서운 경고를 깊이 새길 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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