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580
이진숙 기자
이진숙 기자
이라크 내전 격화, 우리 기업은?
이라크 내전 격화, 우리 기업은?
입력
2014-06-16 09:55
|
수정 2014-06-1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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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심장 이라크에서 다시 내전의 총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수니판 반군세력은 수도 바그다드로 진격해 정부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 등 서방의 군사개입 여부에 따라 또 다시 이라크에서 전쟁이 발발할 우려를 지울 수 없는 상황.
불안한 치안상황을 무릅쓰고 제2의 중동 붐을 기대하며 전후 재건 사업에 뛰어든 우리 기업들은 급박해진 내전상황에 시련에 봉착했습니다.
이라크 현지 취재를 통해 불안한 이라크와 우리기업들이 처한 상황을 짚어보겠습니다.
================================================
이라크에서 총성이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거리 곳곳에 포연이 피어오르고, 차량들이 불타올랐습니다.
지난 10일 이라크 제2도시 모술이 수니파 반정부 무장단체인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 ISIL에 점령됐고, 사담 후세인의 고향 티크리트도 반군세력에 넘어갔습니다.
반군이 이라크 국토의 1/3 이상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어제 오늘 바그다드 동부와 북부지역에선 정부군과 반군간의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습니다.
◀바그다드 시민▶
"바그다드 시민들은 북부와 동부지방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상황은 나빠지고 있습니다."
반군이 본격적인 공세에 나선 최근 수백 명이 숨졌고, 3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라크에서 집권 시아파와 정부에 반대하는 시아파의 오래된 갈등은 지난 4월 치러진 총선 이후 더욱 첨예해졌습니다.
지난 4월 바그다드 시내.
거리는 포스터와 현수막으로 넘쳐났습니다.
328명의 의원을 뽑는 총선, 차기 총리를 결정하는 선거이기도 했습니다.
사담 후세인 통치 아래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 국가였던 이라크는 전쟁 후 내각제로 모습을 바꿨습니다.
전쟁과 내전을 겪은 시민들은 선거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하나/바그다드 시민▶
"우리는 선거를 지지합니다. 이라크 국민에게 맞는, 이라크를 발전시키고 치안을 유지시킬 수 있는 지도자를 선택할 겁니다."
1980년부터 8년간 계속됐던 이란과의 전쟁,
1990년 쿠웨이트 침공으로 시작된 걸프전은 중동의 강자로 불리던 이라크를 후진국 지위로 떨어뜨렸습니다.
2003년의 이라크전쟁은 종신대통령을 꿈꾸던 권력에 종지부를 찍게 했습니다.
전쟁이 끝난 지 11년, 전쟁은 끝났지만 완전한 민주주의를 향한 길은 험하기만 합니다.
자유총선이라고 하지만, 이번 선거는 반쪽 선거였습니다.
총선 당일에도 팔루자를 비롯한 라마디 지역은 정부 통제가 미치지 않는 해방구였습니다.
알카에다 세력이 장악한 라마디 지역의 주민들은 투표도 하지 못했습니다.
총선은 예상대로 말리키 현 총리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말리키는 여전히 쿠르드와 수니파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시아파만의 총리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말리키/이라크 총리▶
"어떤 사람들은 당신이, 독재의 검을 휘두르는 또 다른 독재자라면서 사담 후세인에 비유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것은 내가 답변을 할 것이 아니고 지금의 상황이 답을 해줄 수 있다고 봅니다. 현실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언론의 자유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들은 나를 비판할 수도 있고 때로는 모욕을 주기도 하죠."
북부 쿠르드족은 사실상 독립상태고, 수니파는 후세인 몰락과 함께 정부에서 배제됐습니다.
말리키 집권 3기가 출범했지만 종파간의 반목은 오히려 더 격화되는 상황.
전쟁으로 폐허가 된 국가를 재건하는 일은 통합을 위한 전제였고, 그래서 말라키 정권은 재건사업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4월 16일,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킬로미터 떨어진 비스마야에서 열린 한화 PC플랜트 준공식현장입니다.
이른바 '비스마야 10만가구 프로젝트'는 한화건설이 맡았습니다.
준공식에는 이라크 정부 행사로 착각할 만큼 이라크 관리들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말리키 총리와 사미 알아라지 국가투자위원회 의장 등은 축사까지 했습니다.
◀말리키/이라크 총리 ▶
"이 공사는 진정 이라크 재건의 기반입니다. 국민들은 국가에 대한 의무를 갖고 있지만 국가로부터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프로젝트 덕분에 정부와 공무원, 국민들은 현대적인 주택에서 살게될 거란 희망을 갖게 됐습니다."
10만 세대 신도시에 설치되는 엘리베이터, 전자제품 등도 대부분 한국산 제품이 될 예정입니다.
◀최광호/한화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본부장 ▶
"여기에 철골하나 판넬 하나 모든 자재가 한국제품으로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저희 협력업체가 앞으로 한 1,500명까지 한국인들이 와서 이곳으로 사업을 할 예정입니다. 또한 가전제품을 시작으로 해서 장비 등 모든 제품을 한국 제품으로 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이라크 총리실은 공사 현장을 취재할 수 있도록 경호실의 헬기까지 제공했습니다.
"저희 취재팀은 지금 이라크 비스마야 상공을 날고 있습니다. 메소포타미야 문명을 건설했던 이라크는 한국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1830 헥타르, 여의도 면적의 여섯배에 이르는 신도시 건설은 테러에 시달리는 국민들에게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주거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단일 기업이 짓는 최대규모 주택공사로 알려진 비스마야 프로젝트로 한화건설이 받는 돈은 80억 달러, 10조원에 육박합니다.
한화건설뿐 아니라, GS 건설, 대우건설, 현대건설 등이 잇달아 대규모 공사를 따냈습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8월 천연가스 처리시설에 이어 올해 5600억원에 이르는 석유플랜트 업그레이드 공사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GS건설과 SK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4개 건설사는 지난 2월 합작으로 6조4천억원 규모의 카르발라 정유공장 공사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 4월 하울러 광구 데미르닥 구조에서 2억5800만 배럴의 원유 매장량 규모를 확인했습니다.
건설업계에서는 제2의 중동붐이 이라크에서 시작됐다며 반색했습니다.
◀정의춘 / 대우건설 상무▶
"잠재력이 무한한 나라입니다. 석유 매장량이 세계 5위구요, 잠재 매장량은 세계 1위입니다. 전쟁이 끝났기 때문에 석유 관련 시설 공사가 활성화될 수 있을 걸로 보고요, 인프라쪽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을 걸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인터뷰를 한 지 두 달만에 상황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알카에다 분파그룹인 ISIL은 시리아와 이라크에 수니파 정부를 세우겠다며 말리키 정부를 위협하고 있고, 시아파 국가인 이웃 이란이 군대를 보내 이라크 정부군을 도와 반군과 교전을 벌였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중동전체로 사태가 확산될 조짐이 이는 가운데 가장 큰 우려는 이 사태가 제3의 이라크전으로 비화되지 않을까하는 겁니다.
관건은 미국이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입니다.
야당인 공화당은 오바마정부는 뭘 하고 있냐며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베이너 / 美 하원의장(공화당)▶
"대통령은 뭐하고 있습니까? 낮잠 잡니까?"
종전을 선언하며 이라크에서 미군을 전면철수 시켰던 오바마 대통령은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면서도 지상군 투입 등 즉각적인 군사행동에 대해선 선을 그었습니다.
◀오바마 / 미국 대통령▶
"어떤 조치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이 교두보를 얻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이라크에서 일하는 미국인 수백명이 공군기지를 통해 탈출하기 시작했고 외교관들도 철수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국제유가는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내전의 불똥은 당장 우리에게로 튀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라크에 대한 입국 허가를 보류하고 현지 체류중인 교민들에게 안전지역으로 대피하라는 권고를 내렸습니다.
현재 이라크에는 진출 기업 직원 등 교민 1천여 명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이라크 내 불안한 치안상황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치안 문제 때문에 단신 부임한 주 이라크 대사관의 직원들은 사무실이자 침실에서 업무도 보고 잠도 잡니다.
◀조정원 / 주 이라크대사▶
"출퇴근 하고 있지 않고 지금 사무실과 침실을 같이 쓰고 있기 때문에 그냥 24시간 근무체제입니다. 행동의 자유가 제약이 되어 있다고 봐야죠."
납치, 살해 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외국인들은 중무장한 경호팀 없이는 이동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취재팀 역시 시내 이동에 방탄유리가 장착된 SUV 자동차를 타고 이동했고, 거리 취재 때도 대여섯 명으로 이뤄진 무장경호팀의 경호를 받아야 했습니다.
◀마진 / 경호업체 사장▶
"투자가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입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그들을 안전하게 보호되어야 합니다.개인 사업가인 나도 노력하고 있지만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속돼온 내전상황은 한편으론 우리나라에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기도 했습니다.
◀루어비 / 석유장관▶
"이라크는 앞으로 몇 달 안에 미국, 러시아, 한국으로부터 무기 체제를 공급받게 됩니다. 이 무기들을 공급받으면 반군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 방산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지난해말 국산 경공격기 FA-50 24대를 이라크에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2조2천억원 규모로 우리나라 방산수출 사상 최고 기록입니다.
이처럼 건설과 무기, 석유사업 등으로 제2의 중동 붐이 일수도 있다는 기대를 걸었던 한국 기업들은 이라크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1960년대 베트남 파병은 많은 논란을 낳았지만 동시에 경제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1970-80년대 중동 건설붐은 한국에 막대한 부를 가져다줬습니다.
2014년 이라크, 내전과 정정 불안으로 선진국이 진출을 꺼리는 곳에 한국 기업들이 제2의 중동 붐을 기대하며 이라크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이라크 내전이 더 격화되고 자칫 전면전 양상으로 번질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라크에 뛰어든 우리 기업들 역시 큰 시련에 봉착하게 됐습니다.
수니판 반군세력은 수도 바그다드로 진격해 정부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 등 서방의 군사개입 여부에 따라 또 다시 이라크에서 전쟁이 발발할 우려를 지울 수 없는 상황.
불안한 치안상황을 무릅쓰고 제2의 중동 붐을 기대하며 전후 재건 사업에 뛰어든 우리 기업들은 급박해진 내전상황에 시련에 봉착했습니다.
이라크 현지 취재를 통해 불안한 이라크와 우리기업들이 처한 상황을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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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서 총성이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거리 곳곳에 포연이 피어오르고, 차량들이 불타올랐습니다.
지난 10일 이라크 제2도시 모술이 수니파 반정부 무장단체인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 ISIL에 점령됐고, 사담 후세인의 고향 티크리트도 반군세력에 넘어갔습니다.
반군이 이라크 국토의 1/3 이상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어제 오늘 바그다드 동부와 북부지역에선 정부군과 반군간의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습니다.
◀바그다드 시민▶
"바그다드 시민들은 북부와 동부지방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상황은 나빠지고 있습니다."
반군이 본격적인 공세에 나선 최근 수백 명이 숨졌고, 3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라크에서 집권 시아파와 정부에 반대하는 시아파의 오래된 갈등은 지난 4월 치러진 총선 이후 더욱 첨예해졌습니다.
지난 4월 바그다드 시내.
거리는 포스터와 현수막으로 넘쳐났습니다.
328명의 의원을 뽑는 총선, 차기 총리를 결정하는 선거이기도 했습니다.
사담 후세인 통치 아래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 국가였던 이라크는 전쟁 후 내각제로 모습을 바꿨습니다.
전쟁과 내전을 겪은 시민들은 선거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하나/바그다드 시민▶
"우리는 선거를 지지합니다. 이라크 국민에게 맞는, 이라크를 발전시키고 치안을 유지시킬 수 있는 지도자를 선택할 겁니다."
1980년부터 8년간 계속됐던 이란과의 전쟁,
1990년 쿠웨이트 침공으로 시작된 걸프전은 중동의 강자로 불리던 이라크를 후진국 지위로 떨어뜨렸습니다.
2003년의 이라크전쟁은 종신대통령을 꿈꾸던 권력에 종지부를 찍게 했습니다.
전쟁이 끝난 지 11년, 전쟁은 끝났지만 완전한 민주주의를 향한 길은 험하기만 합니다.
자유총선이라고 하지만, 이번 선거는 반쪽 선거였습니다.
총선 당일에도 팔루자를 비롯한 라마디 지역은 정부 통제가 미치지 않는 해방구였습니다.
알카에다 세력이 장악한 라마디 지역의 주민들은 투표도 하지 못했습니다.
총선은 예상대로 말리키 현 총리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말리키는 여전히 쿠르드와 수니파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시아파만의 총리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말리키/이라크 총리▶
"어떤 사람들은 당신이, 독재의 검을 휘두르는 또 다른 독재자라면서 사담 후세인에 비유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것은 내가 답변을 할 것이 아니고 지금의 상황이 답을 해줄 수 있다고 봅니다. 현실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언론의 자유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들은 나를 비판할 수도 있고 때로는 모욕을 주기도 하죠."
북부 쿠르드족은 사실상 독립상태고, 수니파는 후세인 몰락과 함께 정부에서 배제됐습니다.
말리키 집권 3기가 출범했지만 종파간의 반목은 오히려 더 격화되는 상황.
전쟁으로 폐허가 된 국가를 재건하는 일은 통합을 위한 전제였고, 그래서 말라키 정권은 재건사업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4월 16일,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킬로미터 떨어진 비스마야에서 열린 한화 PC플랜트 준공식현장입니다.
이른바 '비스마야 10만가구 프로젝트'는 한화건설이 맡았습니다.
준공식에는 이라크 정부 행사로 착각할 만큼 이라크 관리들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말리키 총리와 사미 알아라지 국가투자위원회 의장 등은 축사까지 했습니다.
◀말리키/이라크 총리 ▶
"이 공사는 진정 이라크 재건의 기반입니다. 국민들은 국가에 대한 의무를 갖고 있지만 국가로부터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프로젝트 덕분에 정부와 공무원, 국민들은 현대적인 주택에서 살게될 거란 희망을 갖게 됐습니다."
10만 세대 신도시에 설치되는 엘리베이터, 전자제품 등도 대부분 한국산 제품이 될 예정입니다.
◀최광호/한화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본부장 ▶
"여기에 철골하나 판넬 하나 모든 자재가 한국제품으로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저희 협력업체가 앞으로 한 1,500명까지 한국인들이 와서 이곳으로 사업을 할 예정입니다. 또한 가전제품을 시작으로 해서 장비 등 모든 제품을 한국 제품으로 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이라크 총리실은 공사 현장을 취재할 수 있도록 경호실의 헬기까지 제공했습니다.
"저희 취재팀은 지금 이라크 비스마야 상공을 날고 있습니다. 메소포타미야 문명을 건설했던 이라크는 한국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1830 헥타르, 여의도 면적의 여섯배에 이르는 신도시 건설은 테러에 시달리는 국민들에게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주거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단일 기업이 짓는 최대규모 주택공사로 알려진 비스마야 프로젝트로 한화건설이 받는 돈은 80억 달러, 10조원에 육박합니다.
한화건설뿐 아니라, GS 건설, 대우건설, 현대건설 등이 잇달아 대규모 공사를 따냈습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8월 천연가스 처리시설에 이어 올해 5600억원에 이르는 석유플랜트 업그레이드 공사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GS건설과 SK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4개 건설사는 지난 2월 합작으로 6조4천억원 규모의 카르발라 정유공장 공사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 4월 하울러 광구 데미르닥 구조에서 2억5800만 배럴의 원유 매장량 규모를 확인했습니다.
건설업계에서는 제2의 중동붐이 이라크에서 시작됐다며 반색했습니다.
◀정의춘 / 대우건설 상무▶
"잠재력이 무한한 나라입니다. 석유 매장량이 세계 5위구요, 잠재 매장량은 세계 1위입니다. 전쟁이 끝났기 때문에 석유 관련 시설 공사가 활성화될 수 있을 걸로 보고요, 인프라쪽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을 걸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인터뷰를 한 지 두 달만에 상황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알카에다 분파그룹인 ISIL은 시리아와 이라크에 수니파 정부를 세우겠다며 말리키 정부를 위협하고 있고, 시아파 국가인 이웃 이란이 군대를 보내 이라크 정부군을 도와 반군과 교전을 벌였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중동전체로 사태가 확산될 조짐이 이는 가운데 가장 큰 우려는 이 사태가 제3의 이라크전으로 비화되지 않을까하는 겁니다.
관건은 미국이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입니다.
야당인 공화당은 오바마정부는 뭘 하고 있냐며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베이너 / 美 하원의장(공화당)▶
"대통령은 뭐하고 있습니까? 낮잠 잡니까?"
종전을 선언하며 이라크에서 미군을 전면철수 시켰던 오바마 대통령은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면서도 지상군 투입 등 즉각적인 군사행동에 대해선 선을 그었습니다.
◀오바마 / 미국 대통령▶
"어떤 조치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이 교두보를 얻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이라크에서 일하는 미국인 수백명이 공군기지를 통해 탈출하기 시작했고 외교관들도 철수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국제유가는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내전의 불똥은 당장 우리에게로 튀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라크에 대한 입국 허가를 보류하고 현지 체류중인 교민들에게 안전지역으로 대피하라는 권고를 내렸습니다.
현재 이라크에는 진출 기업 직원 등 교민 1천여 명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이라크 내 불안한 치안상황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치안 문제 때문에 단신 부임한 주 이라크 대사관의 직원들은 사무실이자 침실에서 업무도 보고 잠도 잡니다.
◀조정원 / 주 이라크대사▶
"출퇴근 하고 있지 않고 지금 사무실과 침실을 같이 쓰고 있기 때문에 그냥 24시간 근무체제입니다. 행동의 자유가 제약이 되어 있다고 봐야죠."
납치, 살해 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외국인들은 중무장한 경호팀 없이는 이동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취재팀 역시 시내 이동에 방탄유리가 장착된 SUV 자동차를 타고 이동했고, 거리 취재 때도 대여섯 명으로 이뤄진 무장경호팀의 경호를 받아야 했습니다.
◀마진 / 경호업체 사장▶
"투자가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입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그들을 안전하게 보호되어야 합니다.개인 사업가인 나도 노력하고 있지만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속돼온 내전상황은 한편으론 우리나라에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기도 했습니다.
◀루어비 / 석유장관▶
"이라크는 앞으로 몇 달 안에 미국, 러시아, 한국으로부터 무기 체제를 공급받게 됩니다. 이 무기들을 공급받으면 반군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 방산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지난해말 국산 경공격기 FA-50 24대를 이라크에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2조2천억원 규모로 우리나라 방산수출 사상 최고 기록입니다.
이처럼 건설과 무기, 석유사업 등으로 제2의 중동 붐이 일수도 있다는 기대를 걸었던 한국 기업들은 이라크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1960년대 베트남 파병은 많은 논란을 낳았지만 동시에 경제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1970-80년대 중동 건설붐은 한국에 막대한 부를 가져다줬습니다.
2014년 이라크, 내전과 정정 불안으로 선진국이 진출을 꺼리는 곳에 한국 기업들이 제2의 중동 붐을 기대하며 이라크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이라크 내전이 더 격화되고 자칫 전면전 양상으로 번질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라크에 뛰어든 우리 기업들 역시 큰 시련에 봉착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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