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580
최 훈 기자
최 훈 기자
3D프린터의 출현…"상상을 프린트 합니다"
3D프린터의 출현…"상상을 프린트 합니다"
입력
2014-06-30 08:53
|
수정 2014-06-30 14:07
재생목록
기계 하나로 신발부터 자동차 엔진, 심지어 인공 장기까지 만들어낸다? 지구 반대편의 미술관에 있는 유명 조각 작품을 똑같이 재생해 눈앞에서 감상한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바로 3D 프린터.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3D 프린터의 출현을 ‘제 3의 산업혁명’이라고까지 말했는데..
이 기계가 대체 뭐고 뭘 얼마나 할 수 있기에 전세계가 이렇게 흥분하고 있는지, 3D 프린터의 출현이 우리 개인의 생활과 산업 전반에 어떤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지 전망했습니다.
======================================
누군지 금세 알 것 같은 얼굴들.
유명인을 똑같이 만들어 낸 피규어들입니다.
세밀한 근육과 얼굴 주름, 표정까지, 사진을 찍은 듯한 수준입니다.
◀ 김병하 원장 / BH 조형교육원 ▶
"이 작품 같은 경우는 0.001 그러니까 천분의 1 정도의 오차라고 보시면 돼요. 육안으로는거의 구분하기 어려운..."
저랑 똑같이 만든 피규어입니다. 닮았나요?
이런 피규어들은 예전엔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빚었습니다.
이건 닷새만에 만들었습니다.
3D 프린터라는 기계 덕분인데요.
단순해 보이는 이 기계를 놓고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제 3의 산업혁명이라고 까지 했습니다.
이 기계가 대체 뭐고, 이 걸로 뭘 얼마나 할 수 있기에 전 세계가 이렇게 흥분하고 있는 걸까요?
3D 프린터의 원리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먼저 3D 스캐너로 얼굴을 촬영합니다.
◀ 전민식 / BH 조형교육원 ▶
"여기서 촬영할 때 나오는 빛은 촬영용, 스캔 하는 거에요. (아 빛으로 스캔하는 거예요?) 네."
이렇게 스캔한 영상을 서로 합치면 실제 얼굴과 똑같은 영상 파일이 되고, 이걸 3D 프린터로 뽑으면 끝입니다.
◀ 전민식 / BH 조형교육원 ▶
"여성분들은 너무 자기랑 똑같으면 안 좋아하세요. (좀 더 예뻐야 돼요?) 네. 좀 피규어 성형을 해드려야지 좋아하세요."
3D 프린터는 개인이 만든 보급형부터 1억 원이 넘는 고가의 제품까지 종류도, 모양도 다양합니다.
말은 쉽지만, 프린터로 실물을 뽑아낸다는게 대체 무슨 소리일까.
3D프린터로 자동차 바퀴 모형을 만드는 과정을 보겠습니다.
전선처럼 생긴 플라스틱 재료를 순간적으로 녹이면서 모양을 만들어갑니다.
밑바닥부터 꼭대기까지 한층 씩 한층 씩 쌓아가다 보면 어느새 원하는 모양이 완성됩니다.
한 층의 두께는 0.01 ~ 0.1mm로 종이보다 얇습니다.
한 단면씩 쌓아올리는 방식이다 보니 만들지 못할 모양이 없습니다.
나일론으로 만든 아주 복잡한 무늬의 공.
◀ 신홍현 사장 / 대림화학 ▶
"손으로 옛날에 천년 전에 중국에서 상아 가죽으로 만든 게 중국 대만에 가서 본 적이 있습니다. 평생을 거쳐서 만들면 하나 정도 만들 겁니다. 이거는 10시간 정도면 만듭니다."
공 안에 공, 또 그 안에 공이 들어간 특별한 모양의 공입니다.
작은 공을 큰 공 안에 넣은 게 아니라 3D 프린터로 처음부터 이렇게 만든 겁니다.
수많은 고리로 연결된 그물망도, 틀 안에 갇힌 개미도 마찬가지입니다.
◀ 신홍현 사장 / 대림화학 ▶
"한번에 찍을 수 있는 게 3D 프린팅의 장점입니다. (따로 만들어서 안에 집어 넣은 게 아니라) 아닙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찍은 겁니다."
새로운 기술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만나면 상상력의 한계가 허물어집니다.
서울의 한 미술관.
미국 작가가 만든 사막 여우의 귀 모양 마스크입니다.
귀에 꽂았더니 작은 소리까지 크게 잘 들립니다.
◀ 관람객 ▶
"(잘 들려요?) 네. 되게 잘 들려요. 확성기듣는 거 같아요. (동물은 늘 그렇게 듣고 살았을텐데.) 확실히 잘 들리는 거 같아요."
동물의 귀와 코, 눈으로는 세상이 어떻게 보이고 들릴까 궁금했던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작품들입니다.
상상을 실물로 만들어볼 수 있는 3D 프린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 강재현 전시팀장 / 사비나 미술관 ▶
"(달팽이는 이렇게 보는구나) 이게 촉수처럼 왔다 갔다 하잖아요. 사방 위 아래를 다 볼 수 있는 거죠. 이런 상상력, 작가들은 별의별 상상을 다하는데"
황금비율을 자랑하는 비너스상이 납작하게 찌그러졌습니다.
작가가 일부러 이렇게 해논 겁니다.
그런데 찌그러진 비너스상을 곡면 거울로 보면 신기하게도 우리가 알던 원래의 비너스상처럼 보입니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작품.
◀ 조융희 / 입체미술가 ▶
"실제로는 일그러져 있고 (거울에선)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허상의 형태인 거죠. 그래서 우리가 보는 것들이 다 그렇지 않을까. 그래서 깊이 봐야 진짜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찌그러진 조각품이 곡면 거울에서 제대로 보이려면 어느 정도의 힘과 각도로 눌러야 하는지 정확한 계산이 필요합니다.
그 계산도 어렵지만, 계산한 모양대로 손으로 만드는 건 보통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3D 프린터를 사용하면서부터 이런 작업이 훨씬 간단해졌다고 합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설계를 한 다음 3D 프린터로 뽑으면 그만입니다.
◀ 조융희 / 입체미술가 ▶
"일그러지는 건 사실 뭐 수치나 이런 거 관계 없이는 이렇게 얼마든지 변형이 가능합니다. 이렇게도 변형이 가능하고요."
비너스상의 원형은 인터넷에서 영상 파일로 쉽게 내려받았습니다.
◀ 조융희 / 입체미술가 ▶
"누군가 실제 비너스를 3D 스캔한 것을 다운받았어요. 저는 비너스를 실제로 본 적이 없지만/루브르 박물관 가 보지 않아도 이런 조각품들 누군가 스캔을 해주면 다운 받을 수 있는 거죠."
집에서 필요한 걸 직접 만들 수도 있습니다.
◀ 조융희 / 입체미술가 ▶
"삼각대 부품 같은 경우. 이게 고무거든요. 이 부품이 빠져서 잃어버렸어요. 이걸 프린터 출력을 하고 붙여서 (만드셨어요?) 네.
이미 3D 프린터를 만드는 법도 공개돼 있어서 직접 만들 수 있습니다.
아마존 같은 인터넷 쇼핑몰엔 조립만 하면 되는 제품들도 있습니다.
싼 건 50만 원이면 가능합니다.
◀ 조융희 / 입체미술가 ▶
"이런 기계 부품들은 청계천에서 구한 거고요. 이런 익스트루더(압출기) 같은 경우는 싱기버스(사이트)에서 (파일을) 다운 받으시면 됩니다. (인터넷이요?) 네. 부품 같은 것도..."
서울의 한 성형외과.
두개골 모양과 턱 뼈 모형들이 가득합니다.
실제 환자들의 두개골과 턱뼈를 CT 촬영한 뒤 3D 프린터로 뽑은 겁니다.
두개골이 함몰된 한 60대 여성의 실제 머리 모양입니다.
◀ 백정환 / 성형외과 전문의 ▶
"이 분이 뇌수술을 받아서 이렇게 두개골에 함몰 변형이 오시고 또 이런 부분이 싫고 여기가 꺼져서 매일 머리 내리고 다니시고 이러셨는데"
3D 프린터로 만든 실제 머리 모양이 있으니, 깨진 부위에 꼭 맞는 보형물을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턱을 너무 많이 깎아서 살이 흘러 내리는 한 환자의 CT 영상.
예전엔 보형물을 끼워도 완전히 들어맞지 않아 뼈가 덜렁거리기 일쑤였습니다.
◀ 백정환 / 성형외과 전문의 ▶
"이게 기성 보형물이에요. 기성보형물을 이렇게 덧댔다고 생각해 보세요. 제가 아무리 조각의 달인이고 수술 몇 십년 해서 경력이 어떻게 된다 하더라도 이렇게 뜨는 걸 어떻게 막겠어요. 이 면은 다 떠요 여기는 터울이 지죠. 여기는 날아다니죠."
그런데 이제는 3D 프린터로 환자에게 딱 맞는 보형물 제작이 가능해졌습니다.
◀ 백정환 / 성형외과 전문의 ▶
"처음 수술할 때는 간단하게, 비교적 간단하게 무턱 보형물을 했어요. 이게 진짜 맞을까가 궁금했었거든요. 그런데 딱 넣어서 딱 들어가서 얘가 움직이지 않고 딱 붙어 있을 때 그때 짜릿했죠."
치과에서도 요긴하게 쓰입니다.
예전엔 임플란트나 인공 이 같은 보철물을 만들 때 러버라는 물질을 입에다 넣고 본을 뜬 다음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지만, 지금은 3D 프린터로 손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 권택은 / 치과 가공 업체 ▶
"치아를 하나 만들려면 과정이 스물 다섯과정 정도 되거든요. 매몰을 하고 금속을 녹여 가지고 불에 녹여서 만들고 이런 과정이 있었는데, 지금은 말 그대로 바로 3D 프린터로 뽑아내면 끝입니다."
훨씬 더 정밀해진데다 인건비가 줄어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도 절감됐고, 실물 대신 영상파일만 주고받으면 되기 때문에 인공 치아를 수출하기도 편해졌습니다.
◀ 권택은 / 치과 가공 업체 ▶
"옛날에는 이제 또 그 본 뜬 게 와야 되고 그 중간에 변형 과정도 많고 이랬는데, 지금 같은 경우는 찍는 순간 파일이 바로 날아옵니다. 우리나라로. 그러면 저희는 디자인을 해서 그 디자인한 파일을 보내서 거기서 3D 프린팅을 해도 되고요."
인공장기를 만드는데도 쓰입니다.
포항공대 연구실에선 3D 프린터가 사람의 귀를 만들고 있습니다.
실제 귀 처럼 말랑말랑 합니다.
재료는 PCL이라는 생체 고분자 물질과 사람에서 추출한 세포, 하얀색 틀에는 구멍이 뚫려 있고, 그 구멍 사이엔 빨간색과 파란색 물질이 들어 있습니다.
빨간색은 귀의 연골 세포이고, 파란색은 지방으로 나중에 귓볼이 됩니다.
이걸 얼굴에 심어 넣으면 하얀색 부분은 녹아 없어지고, 연골과 지방 세포가 실제 귀가 되는 겁니다.
◀ 이정섭 / 포항공대 박사과정 ▶
"귀가 되는 거죠. 피부 밑에 공기 주머니를 넣고 피부를 부풀리고 난 뒤에 이걸 안에 넣어가지고 압착을 시키면 4~6주가 지나면 혈관이 다 붙어서"
인공심장을 만드는 기술도 개발됐습니다.
먼저, 얼어 있는 돼지 심장을 녹여 잘게 썬 뒤, 돼지의 세포를 빼내고 대신 환자의 줄기세포를 넣어 실제 사람의 심장세포를 만듭니다.
◀ 포항공대 장진아 박사과정 ▶
"돼지나 소 같이 저희가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는데 거기 안에 있는 세포를 그대로 사용하게 되면 이종 세포기 때문에 면역 반응이 생기니까 본인의 세포를 섞어서 쓰면 면역 반응이 없죠."
이제 다음 단계를 3D 프린터가 담당합니다.
3D 프린터가 이 세포를 분사하면서 심장의 혈관 조직과 근육, 연골 조직 등을 세밀하게 만들면, 박동이 가능한 진짜 심장이 되는 겁니다.
◀ 포항공대 장진아 박사과정 ▶
"이 근육이 너무 많으면 근육이 안에 괴사가 일어나고요. 혈관이 너무 많으면 비팅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어느 정도 몸 안에서 이제 구성하고 있는 것들이 가장 아이디얼한 거잖아요. 그래서 그걸 모사를 해서 만들 수 있게 3D 프린팅하는 겁니다."
아직 임상전 단계이긴 하지만, 최근 유력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소개 돼 학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3D 프린터로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상상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자동차 엔진이나 각종 금속 재질의 부품들..
연주가 가능한 악기들.
실제 먹을 수 있는 요리와 내 몸에 꼭 맞는 나만의 신발과 옷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대형 3D 프린터로 만든 집도 등장했습니다.
내가 필요한 걸 내가 직접 만들어 쓴다.
3D 프린터의 이런 속성은 우리 삶의 형태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장 큰 변화는 생산자와 소비자로 나뉘는 전통 개념 자체가 허물어진다는 겁니다.
미국의 한 인터넷 쇼핑몰.
지갑과 벨트부터, 목걸이와 반지 같은 보석에 각종 장난감과 화려한 모양의 조명기구 까지 다양한 품목을 팔고 있습니다.
그런데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파일을 다운 받는 방식입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집에서 스스로 생산하는 개인 생산 시대가 된 겁니다.
그래서 3D 프린터가 제3의 산업혁명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 윤영진 교수 / 상명대 ▶
"그거는 과거에 전혀 없었던. 원시시대에 존재했던 자가 생산 체계로 돌아간다는 것인데, 그러면 현재까지 봐 왔던 산업 체계가 붕괴되는 거죠. 그래서 많은 분들이 3D 프린팅을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보는 거죠."
획기적인 진보인만큼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총이나 칼 같은 위험한 도구나 마약까지도 누구나 쉽게 만들 수도 있고, 아무 물건이나 복제하고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저작권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 윤영진 교수 / 상명대 ▶
"디지털 파일에 의해서 쉽게 복제가 가능하고 갱신이 가능한 사회로 넘어가기 때문에 그걸 보호하는 장치가 점점 강해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산권을 보호한다는 목적은 적절한 수익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보호하는 것이지 그냥 보호하는 건 아니거든요."
3D 프린터는 산업전반은 물론 개인의 삶의 방식까지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엔 펜으로 그리기만 하면 제품이 완성되는 신개념 3D 프린터까지 등장했습니다.
지난 20여년 인터넷이 우리 삶을 크게 바꾼 것 이상으로, 선뜻 상상하기 쉽지 않은 새로운 시대가 성큼 다가서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바로 3D 프린터.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3D 프린터의 출현을 ‘제 3의 산업혁명’이라고까지 말했는데..
이 기계가 대체 뭐고 뭘 얼마나 할 수 있기에 전세계가 이렇게 흥분하고 있는지, 3D 프린터의 출현이 우리 개인의 생활과 산업 전반에 어떤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지 전망했습니다.
======================================
누군지 금세 알 것 같은 얼굴들.
유명인을 똑같이 만들어 낸 피규어들입니다.
세밀한 근육과 얼굴 주름, 표정까지, 사진을 찍은 듯한 수준입니다.
◀ 김병하 원장 / BH 조형교육원 ▶
"이 작품 같은 경우는 0.001 그러니까 천분의 1 정도의 오차라고 보시면 돼요. 육안으로는거의 구분하기 어려운..."
저랑 똑같이 만든 피규어입니다. 닮았나요?
이런 피규어들은 예전엔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빚었습니다.
이건 닷새만에 만들었습니다.
3D 프린터라는 기계 덕분인데요.
단순해 보이는 이 기계를 놓고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제 3의 산업혁명이라고 까지 했습니다.
이 기계가 대체 뭐고, 이 걸로 뭘 얼마나 할 수 있기에 전 세계가 이렇게 흥분하고 있는 걸까요?
3D 프린터의 원리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먼저 3D 스캐너로 얼굴을 촬영합니다.
◀ 전민식 / BH 조형교육원 ▶
"여기서 촬영할 때 나오는 빛은 촬영용, 스캔 하는 거에요. (아 빛으로 스캔하는 거예요?) 네."
이렇게 스캔한 영상을 서로 합치면 실제 얼굴과 똑같은 영상 파일이 되고, 이걸 3D 프린터로 뽑으면 끝입니다.
◀ 전민식 / BH 조형교육원 ▶
"여성분들은 너무 자기랑 똑같으면 안 좋아하세요. (좀 더 예뻐야 돼요?) 네. 좀 피규어 성형을 해드려야지 좋아하세요."
3D 프린터는 개인이 만든 보급형부터 1억 원이 넘는 고가의 제품까지 종류도, 모양도 다양합니다.
말은 쉽지만, 프린터로 실물을 뽑아낸다는게 대체 무슨 소리일까.
3D프린터로 자동차 바퀴 모형을 만드는 과정을 보겠습니다.
전선처럼 생긴 플라스틱 재료를 순간적으로 녹이면서 모양을 만들어갑니다.
밑바닥부터 꼭대기까지 한층 씩 한층 씩 쌓아가다 보면 어느새 원하는 모양이 완성됩니다.
한 층의 두께는 0.01 ~ 0.1mm로 종이보다 얇습니다.
한 단면씩 쌓아올리는 방식이다 보니 만들지 못할 모양이 없습니다.
나일론으로 만든 아주 복잡한 무늬의 공.
◀ 신홍현 사장 / 대림화학 ▶
"손으로 옛날에 천년 전에 중국에서 상아 가죽으로 만든 게 중국 대만에 가서 본 적이 있습니다. 평생을 거쳐서 만들면 하나 정도 만들 겁니다. 이거는 10시간 정도면 만듭니다."
공 안에 공, 또 그 안에 공이 들어간 특별한 모양의 공입니다.
작은 공을 큰 공 안에 넣은 게 아니라 3D 프린터로 처음부터 이렇게 만든 겁니다.
수많은 고리로 연결된 그물망도, 틀 안에 갇힌 개미도 마찬가지입니다.
◀ 신홍현 사장 / 대림화학 ▶
"한번에 찍을 수 있는 게 3D 프린팅의 장점입니다. (따로 만들어서 안에 집어 넣은 게 아니라) 아닙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찍은 겁니다."
새로운 기술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만나면 상상력의 한계가 허물어집니다.
서울의 한 미술관.
미국 작가가 만든 사막 여우의 귀 모양 마스크입니다.
귀에 꽂았더니 작은 소리까지 크게 잘 들립니다.
◀ 관람객 ▶
"(잘 들려요?) 네. 되게 잘 들려요. 확성기듣는 거 같아요. (동물은 늘 그렇게 듣고 살았을텐데.) 확실히 잘 들리는 거 같아요."
동물의 귀와 코, 눈으로는 세상이 어떻게 보이고 들릴까 궁금했던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작품들입니다.
상상을 실물로 만들어볼 수 있는 3D 프린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 강재현 전시팀장 / 사비나 미술관 ▶
"(달팽이는 이렇게 보는구나) 이게 촉수처럼 왔다 갔다 하잖아요. 사방 위 아래를 다 볼 수 있는 거죠. 이런 상상력, 작가들은 별의별 상상을 다하는데"
황금비율을 자랑하는 비너스상이 납작하게 찌그러졌습니다.
작가가 일부러 이렇게 해논 겁니다.
그런데 찌그러진 비너스상을 곡면 거울로 보면 신기하게도 우리가 알던 원래의 비너스상처럼 보입니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작품.
◀ 조융희 / 입체미술가 ▶
"실제로는 일그러져 있고 (거울에선)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허상의 형태인 거죠. 그래서 우리가 보는 것들이 다 그렇지 않을까. 그래서 깊이 봐야 진짜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찌그러진 조각품이 곡면 거울에서 제대로 보이려면 어느 정도의 힘과 각도로 눌러야 하는지 정확한 계산이 필요합니다.
그 계산도 어렵지만, 계산한 모양대로 손으로 만드는 건 보통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3D 프린터를 사용하면서부터 이런 작업이 훨씬 간단해졌다고 합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설계를 한 다음 3D 프린터로 뽑으면 그만입니다.
◀ 조융희 / 입체미술가 ▶
"일그러지는 건 사실 뭐 수치나 이런 거 관계 없이는 이렇게 얼마든지 변형이 가능합니다. 이렇게도 변형이 가능하고요."
비너스상의 원형은 인터넷에서 영상 파일로 쉽게 내려받았습니다.
◀ 조융희 / 입체미술가 ▶
"누군가 실제 비너스를 3D 스캔한 것을 다운받았어요. 저는 비너스를 실제로 본 적이 없지만/루브르 박물관 가 보지 않아도 이런 조각품들 누군가 스캔을 해주면 다운 받을 수 있는 거죠."
집에서 필요한 걸 직접 만들 수도 있습니다.
◀ 조융희 / 입체미술가 ▶
"삼각대 부품 같은 경우. 이게 고무거든요. 이 부품이 빠져서 잃어버렸어요. 이걸 프린터 출력을 하고 붙여서 (만드셨어요?) 네.
이미 3D 프린터를 만드는 법도 공개돼 있어서 직접 만들 수 있습니다.
아마존 같은 인터넷 쇼핑몰엔 조립만 하면 되는 제품들도 있습니다.
싼 건 50만 원이면 가능합니다.
◀ 조융희 / 입체미술가 ▶
"이런 기계 부품들은 청계천에서 구한 거고요. 이런 익스트루더(압출기) 같은 경우는 싱기버스(사이트)에서 (파일을) 다운 받으시면 됩니다. (인터넷이요?) 네. 부품 같은 것도..."
서울의 한 성형외과.
두개골 모양과 턱 뼈 모형들이 가득합니다.
실제 환자들의 두개골과 턱뼈를 CT 촬영한 뒤 3D 프린터로 뽑은 겁니다.
두개골이 함몰된 한 60대 여성의 실제 머리 모양입니다.
◀ 백정환 / 성형외과 전문의 ▶
"이 분이 뇌수술을 받아서 이렇게 두개골에 함몰 변형이 오시고 또 이런 부분이 싫고 여기가 꺼져서 매일 머리 내리고 다니시고 이러셨는데"
3D 프린터로 만든 실제 머리 모양이 있으니, 깨진 부위에 꼭 맞는 보형물을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턱을 너무 많이 깎아서 살이 흘러 내리는 한 환자의 CT 영상.
예전엔 보형물을 끼워도 완전히 들어맞지 않아 뼈가 덜렁거리기 일쑤였습니다.
◀ 백정환 / 성형외과 전문의 ▶
"이게 기성 보형물이에요. 기성보형물을 이렇게 덧댔다고 생각해 보세요. 제가 아무리 조각의 달인이고 수술 몇 십년 해서 경력이 어떻게 된다 하더라도 이렇게 뜨는 걸 어떻게 막겠어요. 이 면은 다 떠요 여기는 터울이 지죠. 여기는 날아다니죠."
그런데 이제는 3D 프린터로 환자에게 딱 맞는 보형물 제작이 가능해졌습니다.
◀ 백정환 / 성형외과 전문의 ▶
"처음 수술할 때는 간단하게, 비교적 간단하게 무턱 보형물을 했어요. 이게 진짜 맞을까가 궁금했었거든요. 그런데 딱 넣어서 딱 들어가서 얘가 움직이지 않고 딱 붙어 있을 때 그때 짜릿했죠."
치과에서도 요긴하게 쓰입니다.
예전엔 임플란트나 인공 이 같은 보철물을 만들 때 러버라는 물질을 입에다 넣고 본을 뜬 다음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지만, 지금은 3D 프린터로 손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 권택은 / 치과 가공 업체 ▶
"치아를 하나 만들려면 과정이 스물 다섯과정 정도 되거든요. 매몰을 하고 금속을 녹여 가지고 불에 녹여서 만들고 이런 과정이 있었는데, 지금은 말 그대로 바로 3D 프린터로 뽑아내면 끝입니다."
훨씬 더 정밀해진데다 인건비가 줄어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도 절감됐고, 실물 대신 영상파일만 주고받으면 되기 때문에 인공 치아를 수출하기도 편해졌습니다.
◀ 권택은 / 치과 가공 업체 ▶
"옛날에는 이제 또 그 본 뜬 게 와야 되고 그 중간에 변형 과정도 많고 이랬는데, 지금 같은 경우는 찍는 순간 파일이 바로 날아옵니다. 우리나라로. 그러면 저희는 디자인을 해서 그 디자인한 파일을 보내서 거기서 3D 프린팅을 해도 되고요."
인공장기를 만드는데도 쓰입니다.
포항공대 연구실에선 3D 프린터가 사람의 귀를 만들고 있습니다.
실제 귀 처럼 말랑말랑 합니다.
재료는 PCL이라는 생체 고분자 물질과 사람에서 추출한 세포, 하얀색 틀에는 구멍이 뚫려 있고, 그 구멍 사이엔 빨간색과 파란색 물질이 들어 있습니다.
빨간색은 귀의 연골 세포이고, 파란색은 지방으로 나중에 귓볼이 됩니다.
이걸 얼굴에 심어 넣으면 하얀색 부분은 녹아 없어지고, 연골과 지방 세포가 실제 귀가 되는 겁니다.
◀ 이정섭 / 포항공대 박사과정 ▶
"귀가 되는 거죠. 피부 밑에 공기 주머니를 넣고 피부를 부풀리고 난 뒤에 이걸 안에 넣어가지고 압착을 시키면 4~6주가 지나면 혈관이 다 붙어서"
인공심장을 만드는 기술도 개발됐습니다.
먼저, 얼어 있는 돼지 심장을 녹여 잘게 썬 뒤, 돼지의 세포를 빼내고 대신 환자의 줄기세포를 넣어 실제 사람의 심장세포를 만듭니다.
◀ 포항공대 장진아 박사과정 ▶
"돼지나 소 같이 저희가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는데 거기 안에 있는 세포를 그대로 사용하게 되면 이종 세포기 때문에 면역 반응이 생기니까 본인의 세포를 섞어서 쓰면 면역 반응이 없죠."
이제 다음 단계를 3D 프린터가 담당합니다.
3D 프린터가 이 세포를 분사하면서 심장의 혈관 조직과 근육, 연골 조직 등을 세밀하게 만들면, 박동이 가능한 진짜 심장이 되는 겁니다.
◀ 포항공대 장진아 박사과정 ▶
"이 근육이 너무 많으면 근육이 안에 괴사가 일어나고요. 혈관이 너무 많으면 비팅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어느 정도 몸 안에서 이제 구성하고 있는 것들이 가장 아이디얼한 거잖아요. 그래서 그걸 모사를 해서 만들 수 있게 3D 프린팅하는 겁니다."
아직 임상전 단계이긴 하지만, 최근 유력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소개 돼 학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3D 프린터로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상상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자동차 엔진이나 각종 금속 재질의 부품들..
연주가 가능한 악기들.
실제 먹을 수 있는 요리와 내 몸에 꼭 맞는 나만의 신발과 옷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대형 3D 프린터로 만든 집도 등장했습니다.
내가 필요한 걸 내가 직접 만들어 쓴다.
3D 프린터의 이런 속성은 우리 삶의 형태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장 큰 변화는 생산자와 소비자로 나뉘는 전통 개념 자체가 허물어진다는 겁니다.
미국의 한 인터넷 쇼핑몰.
지갑과 벨트부터, 목걸이와 반지 같은 보석에 각종 장난감과 화려한 모양의 조명기구 까지 다양한 품목을 팔고 있습니다.
그런데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파일을 다운 받는 방식입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집에서 스스로 생산하는 개인 생산 시대가 된 겁니다.
그래서 3D 프린터가 제3의 산업혁명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 윤영진 교수 / 상명대 ▶
"그거는 과거에 전혀 없었던. 원시시대에 존재했던 자가 생산 체계로 돌아간다는 것인데, 그러면 현재까지 봐 왔던 산업 체계가 붕괴되는 거죠. 그래서 많은 분들이 3D 프린팅을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보는 거죠."
획기적인 진보인만큼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총이나 칼 같은 위험한 도구나 마약까지도 누구나 쉽게 만들 수도 있고, 아무 물건이나 복제하고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저작권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 윤영진 교수 / 상명대 ▶
"디지털 파일에 의해서 쉽게 복제가 가능하고 갱신이 가능한 사회로 넘어가기 때문에 그걸 보호하는 장치가 점점 강해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산권을 보호한다는 목적은 적절한 수익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보호하는 것이지 그냥 보호하는 건 아니거든요."
3D 프린터는 산업전반은 물론 개인의 삶의 방식까지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엔 펜으로 그리기만 하면 제품이 완성되는 신개념 3D 프린터까지 등장했습니다.
지난 20여년 인터넷이 우리 삶을 크게 바꾼 것 이상으로, 선뜻 상상하기 쉽지 않은 새로운 시대가 성큼 다가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