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580
이정은 기자
이정은 기자
[긴급점검] 관심병사 제대로 관리합니까?
[긴급점검] 관심병사 제대로 관리합니까?
입력
2014-07-07 08:49
|
수정 2014-07-0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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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의 목숨을 앗아간 22사단 총기사고.
도주후 체포된 임병장은 구속됐고 본격적인 수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범행동기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부대 내에서 임 병장이 자주 놀림을 받았고 B급 관심병사였던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이 와중에 관심병사인 임 병장이 어떻게 무기를 소지할 수 있었는지 등 관심병사 관리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습니다.
어떤 사람이 관심병사가 되고, 어떤 관리를 받게 되는지, 어떻게 개선해야 이런 참사가 되풀이 되지 않을지 긴급 점검합니다.
=============================
그제 오후 육군 8군단 군사법원 앞.
차에서 내린 임 모 병장이 고개를 숙인 채 법원으로 들어갑니다.
동부전선 최전방 GOP에서 수류탄을 던지고 총을 쏘아 12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불과 10여 분간 이어진 공격으로 5명이 숨졌고, 7명이 다쳤습니다.
한 병사의 극단적인 행동으로 빚어진 참사.
순식간에 자식과 형제를 잃은 유가족들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게 됐습니다.
이른바 '관심병사'로 분류됐던 임 병장.
그는 어떻게 극단적 행동에 이르게 된 걸까?
사건을 일으킨 임 병장은 전역을 불과 3개월 앞둔 이른바 '말년병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왜 조금만 더 버티지 못했는지, 이런 일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던 건지 궁금증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2580은 그 실마리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임 병장은 지난 2012년 12월, 입대했습니다.
키 169cm에 몸무게 55kg.
다소 왜소한 체격이었지만 현역판정을 받기엔 충분했고, 훈련소를 거쳐 작년 1월 22사단에 배치됐습니다.
임 병장이 이등병, 일등병이었던 시절 함께 군 생활을 했던 선임 예비역들은
그가 조용한 편이었다고 기억했습니다.
◀ 임 병장 선임병 A/22사단 예비역 ▶
"얌전했는데...(얌전했다고요?) 네"
◀ 임 병장 선임병 B/22사단 예비역 ▶
"당연히 그런 짓 할 애로 안 봤거든요. 애가 조그맣고 엄청 순수하게 생기고 그래가지고..."
하지만 부대원들과 썩 잘 어울리진 못했다고 합니다.
◀ 임 병장 선임병 C/22사단 예비역 ▶
"뭔가 사람이 학창시절 딱 생각해보면 뭔가 반에서 키도 좀 작고 좀 그런 왕따 같은 애들이 한 명씩은 있잖아요. 어릴 때. 못 어울렸을 거예요. 말도 적고 그렇죠."
임 병장은 작년 12월, 철책근무를 서는 GOP에 투입된 뒤부터 특히 어려움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마른 체격에 탈모 증상이 있었던 임 병장을 부대원들이 번번이 놀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왔다고 임 병장의 변호인은 전했습니다.
◀ 김정민 변호사/임 병장 변호인 ▶
"용건도 없는데 그냥 보면서 계속 슬라임, 슬라임, 야, 슬라임 어디가, 야 슬라임 뭐 해 나중에는 그게 좀 더 심해졌던 것 같아요. 모두가 다 슬라임, 할배..."
'슬라임'은 컴퓨터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로, 젤리 상태의 기괴한 생명체란 뜻.
임 병장은 고교시절 따돌림을 경험했던 터라 더욱 장난으로 넘기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GOP에서 나가게 해달라고 지휘관에게 요청도 했고, 지난 5월엔 자신을 놀리던 병사와 주먹다짐까지 벌였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 임 병장 아버지 ▶
"FEBA(사단 내 후방)로 보내달라고 건의를 했는데 (동료와)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모양인데 그거 얘기했더니 지휘관이라는 사람이 소초에 가서 너희 총으로 쏘던지 너희들끼리 알아서 해라. 이렇게 얘기했다고 하니. 걔가 어떤 해결 방법을 찾겠습니까. 위에서 다 묵살을 해 버리니까."
그러던 중 임 병장은 GOP 초소 근무일지에서 '비쩍 마르고 머리카락 빠진 남자'가 그려진 그림과 자신을 비하하는 듯한 낙서들을 발견했습니다.
◀ 김정민 변호사/임 병장 변호인 ▶
"자기를 무시하고, 따돌리고 이런 것들에 대해서 오랫동안 분노를 느끼다가 그 날 이제 그림을 보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외부와 철저히 고립된 채 소수의 부대원끼리만 생활하는 GOP의 환경이 임 병장에겐 특히 더 괴로웠을 거라 분석합니다.
◀ 신인균 대표/자주국방네트워크 ▶
"GOP같은 경우는 30명 이하만이 어떤 하나의 부대를 이루고 따로 독립되고 고립된 생활을 하다보니까 이 커뮤니티에서 소외되면 도저히 어떤 탈출구를 마음의 탈출구를 마련할 공간이 없는 거죠."
그렇다면 막을 방법이 전혀 없었던 걸까.
지난 2005년 경기도 연천 28사단 GP에서 일어났던 김 모 일병의 총격사건.
8명이 숨지는 이 사건을 계기로 군 당국은 심리검사와 면담으로 위험병사를 미리 가려내는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관심병사'라는 용어는 이때부터 등장했습니다.
관심병사는 A, B, C 등급으로 나뉘는데
A급은 자살우려가 있거나 사고위험이 있는 [특별관리대상],
B급은 성격장애가 있거나 가혹행위 우려되는 [중점관리대상],
C급은 입대 100일 미만이거나 몸이 허약한 [기본관리대상]입니다.
낯선 군대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돕고, 사고도 미연에 방지하자는 취지입니다.
병무청 심리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아 현역입대를 했던 임 병장은 논산 신병교육대에서부터 [사고예측판정]을 받아 A급 관심병사로 분류됐습니다.
최전방 22사단에 배치됐지만 규정에 따라 수류탄과 실탄이 지급되는 GOP엔 1년 가까이 투입되지 않았습니다.
작년 8월 그를 상담한 병영생활전문 상담관은 스트레스가 많고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며 [부정적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한 달 뒤 상담에선, "예전보다 안정되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판단했고, 11월엔 1년 만에 A급 관심병사에서 벗어나 B급 관심병사로 하향조정 됐습니다.
◀ 김관진 前 장관/국방위원회의 질의·지난달 25일 ▶
"(임 병장은) 작년 11월 인성검사 결과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고 또 그동안에 관찰해 본 결과 '그러나 관심(병사) B급 정도는 된다'라는 평가 하에서 GOP 부대에 투입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대목에서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군 당국이 스스로 위험을 예상해 A급 관심병사로 분류했던 만큼, 설사 나아진 것처럼 보였다 해도 안정적인 상태가 지속되는지 좀 더 관찰한 뒤 GOP 투입여부를 결정해야 했다는 겁니다.
◀ 정택수 센터장/前 병영생활 전문상담관 ▶
"설사 B급으로 했다고 하더라도 제가 보기에 안전하지 않거든요. 조금 일시적으로 좋아졌다, 그런데 내재되어 있는 그 마음이 모든 게 현재 아이가 금방 6개월 만에 확 바뀌어서 B급이다. 그렇게 좋아질 리가 없거든요."
희생자 유가족들도 병사들 간의 갈등문제로만 국한하지 말고, 병영관리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제대로 밝혀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 권선언/희생 장병 유가족 대표 ▶
"인권침해와 차별을 정당화하는 보호관심병사제도 등 안일한 병영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관심병사제도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체계적으로 군 생활이 힘든 이들을 가려내고, 분류된 이들에겐 적절한 관심을 줘야할 겁니다.
그런데 막상 군 생활을 하다보면 애초의 취지를 살리긴 힘들다는 게 관심병사로 분류됐었던 예비역들의 이야깁니다.
보호를 하기 보단 관리를 하게 되고, 관심을 주기보단 감시의 대상으로 여겨져 오히려 힘들었다는 겁니다.
강원도 춘천에서 게스트하우스 개업 준비가 한창인 강드림 씨.
생각도, 생활도 자유분방한 청년입니다.
강 씨는 군 시절, A급 관심병사였습니다.
사회에선 평등한 조직과 개인의 다양성이 미덕으로 여겨졌는데 군대에선 갑자기 정반대로 생각을 바꿔야 해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 강드림/前 A급 관심병사 ▶
"남성우월적이고 단순하고 과격하고 폭력적이고 거기에 동화되고 휩쓸리지 않으면 자연스레 저는 모난 돌이 되고 자꾸 바깥으로 나가있게 되다보니까 저는 자연스럽게 왕따가 되게 되는 그런 시스템이죠."
그러다 A급 관심병사로 분류됐고 수시로 지휘관들에게 불려가 면담도 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관리의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해선 부정적이었습니다.
◀ 강드림/前 A급 관심병사 ▶
"이 사람을 정말 눈여겨본다 함은 얘가 언제 자살할지 모른다, 그러니까 군대에서 가장 염려한 점은 저에 대한 개인적인, 얘는 왜 이러지? 얘를 바꿔보겠다 하는 것은 전혀 아니라고 보고요. 결국 상담이라고 하지만 남들 다 하는데 너는 왜 못하냐? 이런 식으로 진행되기 쉽죠."
과도한 관심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기도 합니다.
작년 가을 육군에서 제대한 예비역 이 모씨.
그는 한 부모 가정이라는 이유로 신병교육대에서부터 B급 관심병사로 분류됐습니다.
◀ 이 0 0 /前 B급 관심병사 ▶
"20살 넘은 성인인데 유치원생 다루는 것 같고 혼자 다니는 것 봤다 그러면 야 왜 쟤 혼자(다녀)? 어? 야 혼자 다니지 마라 누구 하나 같이 다녀라 화장실 같 때고 그렇고. 생각해보세요. 소변보는 건 상관없는데, 자기가 대변 보려하는데 선임이 그 안까지 들어오지 않지만 그 입구에 서 있는 다거나 문밖에 서 있으면 얼마나 자기 불편해요"
이 씨는 자신을 관심병사로 분류한 기준이 타당한 지도 의문인데다 다양한 이유로 관심병사가 된 이들에게 획일적으로 접근해 사고만 막으려던 방식이 문제였다고 말합니다.
◀ 이 0 0 /前 B급 관심병사 ▶
"정신적으로 좀 문제가 있으면 (군대에) 안 오든가 걔한테 정말 도움을 주는 방면으로 해 주든가. 격리를 시켜서 어떻게 한다든가. 이건 밑도 끝도 없이 자기들이 뭐(분류) 했는데 어떠면 그냥 관심병사고 자기들이 마음 놓을 수 있을 때까지 계속 괴롭히니까."
최근 우리나라 장병들의 자살률은 10만 명 중 11명 정도로, 우리나라 20대 남성 평균 자살률인 10만 명 당 23.5명보다 훨씬 낮습니다.
하지만 자살한 병사 열명 중 4명 정도는 이미 '관심병사'로 분류됐던 이들이었습니다.
이는 현재 군의 관심병사 분류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좀 더 효과적으로 관리가 해야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 차명호 교수/평택대·한국군상담학회장 ▶
"(관심병사 판별) 진단에서 명확한 근거를 좀 더 정확하게 만들고 전문상담관들이 그 진단을 담당해서 기준에 따라 진단을 해 본 다음에 도움이 필요한 영역들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지 않겠습니까?"
군 당국은 사건 이후 관심병사 진단방식을 좀 더 정교하게 만들고 부족한 상담관 수를 늘리는 등 이미 '모범답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병영문화를 개선하는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습니다.
◀ 정두근 예비역 중장/前 육군 제6군단장 ▶
"상담사 늘리는 것도 필요하고 장병들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 외출 외박도 확대하고 뭐 PC도 인터넷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고 전우 간에 서로 존중하고 배려해주는 그런 운동, 그런 행동의 습관화, 그것을 통해서 병영 문화화시키는 그런 것들이 절대적으로 급하고 중요하다."
이번 사건의 1차 책임이 임 병장에게 있다는 건 임 병장 본인도,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겁니다.
◀ 임 병장 아버지 ▶
"자식 군대 보내놓고 저렇게 해서 꽃다운 나이에 목숨을 잃어버렸으니 그 (유가족)분들 심정 오죽하겠습니까. 제가 왜 그걸 모르겠어요. 제가 죄인이죠. 할 말이 없습니다. 본인(임 병장)도 굉장히 후회를 하고 있어요. 죽은 동료병사들에게도 굉장히 죄책을 가지고.."
하지만 그가 왜 극단적인 행동에 이르게 된 건지 되짚어 보는 건 반드시 필요합니다.
꼼꼼하게 제도를 보완해서 군대라는 특수한 곳에서 병사 개개인이 겪는 다양한 문제가 또다시 참사로 번지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50만 명의 젊은이들.
그들에게 진정한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을 지켜야 할 의무가 국가에 있습니다.
도주후 체포된 임병장은 구속됐고 본격적인 수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범행동기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부대 내에서 임 병장이 자주 놀림을 받았고 B급 관심병사였던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이 와중에 관심병사인 임 병장이 어떻게 무기를 소지할 수 있었는지 등 관심병사 관리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습니다.
어떤 사람이 관심병사가 되고, 어떤 관리를 받게 되는지, 어떻게 개선해야 이런 참사가 되풀이 되지 않을지 긴급 점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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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오후 육군 8군단 군사법원 앞.
차에서 내린 임 모 병장이 고개를 숙인 채 법원으로 들어갑니다.
동부전선 최전방 GOP에서 수류탄을 던지고 총을 쏘아 12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불과 10여 분간 이어진 공격으로 5명이 숨졌고, 7명이 다쳤습니다.
한 병사의 극단적인 행동으로 빚어진 참사.
순식간에 자식과 형제를 잃은 유가족들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게 됐습니다.
이른바 '관심병사'로 분류됐던 임 병장.
그는 어떻게 극단적 행동에 이르게 된 걸까?
사건을 일으킨 임 병장은 전역을 불과 3개월 앞둔 이른바 '말년병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왜 조금만 더 버티지 못했는지, 이런 일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던 건지 궁금증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2580은 그 실마리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임 병장은 지난 2012년 12월, 입대했습니다.
키 169cm에 몸무게 55kg.
다소 왜소한 체격이었지만 현역판정을 받기엔 충분했고, 훈련소를 거쳐 작년 1월 22사단에 배치됐습니다.
임 병장이 이등병, 일등병이었던 시절 함께 군 생활을 했던 선임 예비역들은
그가 조용한 편이었다고 기억했습니다.
◀ 임 병장 선임병 A/22사단 예비역 ▶
"얌전했는데...(얌전했다고요?) 네"
◀ 임 병장 선임병 B/22사단 예비역 ▶
"당연히 그런 짓 할 애로 안 봤거든요. 애가 조그맣고 엄청 순수하게 생기고 그래가지고..."
하지만 부대원들과 썩 잘 어울리진 못했다고 합니다.
◀ 임 병장 선임병 C/22사단 예비역 ▶
"뭔가 사람이 학창시절 딱 생각해보면 뭔가 반에서 키도 좀 작고 좀 그런 왕따 같은 애들이 한 명씩은 있잖아요. 어릴 때. 못 어울렸을 거예요. 말도 적고 그렇죠."
임 병장은 작년 12월, 철책근무를 서는 GOP에 투입된 뒤부터 특히 어려움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마른 체격에 탈모 증상이 있었던 임 병장을 부대원들이 번번이 놀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왔다고 임 병장의 변호인은 전했습니다.
◀ 김정민 변호사/임 병장 변호인 ▶
"용건도 없는데 그냥 보면서 계속 슬라임, 슬라임, 야, 슬라임 어디가, 야 슬라임 뭐 해 나중에는 그게 좀 더 심해졌던 것 같아요. 모두가 다 슬라임, 할배..."
'슬라임'은 컴퓨터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로, 젤리 상태의 기괴한 생명체란 뜻.
임 병장은 고교시절 따돌림을 경험했던 터라 더욱 장난으로 넘기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GOP에서 나가게 해달라고 지휘관에게 요청도 했고, 지난 5월엔 자신을 놀리던 병사와 주먹다짐까지 벌였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 임 병장 아버지 ▶
"FEBA(사단 내 후방)로 보내달라고 건의를 했는데 (동료와)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모양인데 그거 얘기했더니 지휘관이라는 사람이 소초에 가서 너희 총으로 쏘던지 너희들끼리 알아서 해라. 이렇게 얘기했다고 하니. 걔가 어떤 해결 방법을 찾겠습니까. 위에서 다 묵살을 해 버리니까."
그러던 중 임 병장은 GOP 초소 근무일지에서 '비쩍 마르고 머리카락 빠진 남자'가 그려진 그림과 자신을 비하하는 듯한 낙서들을 발견했습니다.
◀ 김정민 변호사/임 병장 변호인 ▶
"자기를 무시하고, 따돌리고 이런 것들에 대해서 오랫동안 분노를 느끼다가 그 날 이제 그림을 보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외부와 철저히 고립된 채 소수의 부대원끼리만 생활하는 GOP의 환경이 임 병장에겐 특히 더 괴로웠을 거라 분석합니다.
◀ 신인균 대표/자주국방네트워크 ▶
"GOP같은 경우는 30명 이하만이 어떤 하나의 부대를 이루고 따로 독립되고 고립된 생활을 하다보니까 이 커뮤니티에서 소외되면 도저히 어떤 탈출구를 마음의 탈출구를 마련할 공간이 없는 거죠."
그렇다면 막을 방법이 전혀 없었던 걸까.
지난 2005년 경기도 연천 28사단 GP에서 일어났던 김 모 일병의 총격사건.
8명이 숨지는 이 사건을 계기로 군 당국은 심리검사와 면담으로 위험병사를 미리 가려내는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관심병사'라는 용어는 이때부터 등장했습니다.
관심병사는 A, B, C 등급으로 나뉘는데
A급은 자살우려가 있거나 사고위험이 있는 [특별관리대상],
B급은 성격장애가 있거나 가혹행위 우려되는 [중점관리대상],
C급은 입대 100일 미만이거나 몸이 허약한 [기본관리대상]입니다.
낯선 군대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돕고, 사고도 미연에 방지하자는 취지입니다.
병무청 심리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아 현역입대를 했던 임 병장은 논산 신병교육대에서부터 [사고예측판정]을 받아 A급 관심병사로 분류됐습니다.
최전방 22사단에 배치됐지만 규정에 따라 수류탄과 실탄이 지급되는 GOP엔 1년 가까이 투입되지 않았습니다.
작년 8월 그를 상담한 병영생활전문 상담관은 스트레스가 많고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며 [부정적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한 달 뒤 상담에선, "예전보다 안정되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판단했고, 11월엔 1년 만에 A급 관심병사에서 벗어나 B급 관심병사로 하향조정 됐습니다.
◀ 김관진 前 장관/국방위원회의 질의·지난달 25일 ▶
"(임 병장은) 작년 11월 인성검사 결과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고 또 그동안에 관찰해 본 결과 '그러나 관심(병사) B급 정도는 된다'라는 평가 하에서 GOP 부대에 투입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대목에서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군 당국이 스스로 위험을 예상해 A급 관심병사로 분류했던 만큼, 설사 나아진 것처럼 보였다 해도 안정적인 상태가 지속되는지 좀 더 관찰한 뒤 GOP 투입여부를 결정해야 했다는 겁니다.
◀ 정택수 센터장/前 병영생활 전문상담관 ▶
"설사 B급으로 했다고 하더라도 제가 보기에 안전하지 않거든요. 조금 일시적으로 좋아졌다, 그런데 내재되어 있는 그 마음이 모든 게 현재 아이가 금방 6개월 만에 확 바뀌어서 B급이다. 그렇게 좋아질 리가 없거든요."
희생자 유가족들도 병사들 간의 갈등문제로만 국한하지 말고, 병영관리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제대로 밝혀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 권선언/희생 장병 유가족 대표 ▶
"인권침해와 차별을 정당화하는 보호관심병사제도 등 안일한 병영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관심병사제도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체계적으로 군 생활이 힘든 이들을 가려내고, 분류된 이들에겐 적절한 관심을 줘야할 겁니다.
그런데 막상 군 생활을 하다보면 애초의 취지를 살리긴 힘들다는 게 관심병사로 분류됐었던 예비역들의 이야깁니다.
보호를 하기 보단 관리를 하게 되고, 관심을 주기보단 감시의 대상으로 여겨져 오히려 힘들었다는 겁니다.
강원도 춘천에서 게스트하우스 개업 준비가 한창인 강드림 씨.
생각도, 생활도 자유분방한 청년입니다.
강 씨는 군 시절, A급 관심병사였습니다.
사회에선 평등한 조직과 개인의 다양성이 미덕으로 여겨졌는데 군대에선 갑자기 정반대로 생각을 바꿔야 해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 강드림/前 A급 관심병사 ▶
"남성우월적이고 단순하고 과격하고 폭력적이고 거기에 동화되고 휩쓸리지 않으면 자연스레 저는 모난 돌이 되고 자꾸 바깥으로 나가있게 되다보니까 저는 자연스럽게 왕따가 되게 되는 그런 시스템이죠."
그러다 A급 관심병사로 분류됐고 수시로 지휘관들에게 불려가 면담도 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관리의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해선 부정적이었습니다.
◀ 강드림/前 A급 관심병사 ▶
"이 사람을 정말 눈여겨본다 함은 얘가 언제 자살할지 모른다, 그러니까 군대에서 가장 염려한 점은 저에 대한 개인적인, 얘는 왜 이러지? 얘를 바꿔보겠다 하는 것은 전혀 아니라고 보고요. 결국 상담이라고 하지만 남들 다 하는데 너는 왜 못하냐? 이런 식으로 진행되기 쉽죠."
과도한 관심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기도 합니다.
작년 가을 육군에서 제대한 예비역 이 모씨.
그는 한 부모 가정이라는 이유로 신병교육대에서부터 B급 관심병사로 분류됐습니다.
◀ 이 0 0 /前 B급 관심병사 ▶
"20살 넘은 성인인데 유치원생 다루는 것 같고 혼자 다니는 것 봤다 그러면 야 왜 쟤 혼자(다녀)? 어? 야 혼자 다니지 마라 누구 하나 같이 다녀라 화장실 같 때고 그렇고. 생각해보세요. 소변보는 건 상관없는데, 자기가 대변 보려하는데 선임이 그 안까지 들어오지 않지만 그 입구에 서 있는 다거나 문밖에 서 있으면 얼마나 자기 불편해요"
이 씨는 자신을 관심병사로 분류한 기준이 타당한 지도 의문인데다 다양한 이유로 관심병사가 된 이들에게 획일적으로 접근해 사고만 막으려던 방식이 문제였다고 말합니다.
◀ 이 0 0 /前 B급 관심병사 ▶
"정신적으로 좀 문제가 있으면 (군대에) 안 오든가 걔한테 정말 도움을 주는 방면으로 해 주든가. 격리를 시켜서 어떻게 한다든가. 이건 밑도 끝도 없이 자기들이 뭐(분류) 했는데 어떠면 그냥 관심병사고 자기들이 마음 놓을 수 있을 때까지 계속 괴롭히니까."
최근 우리나라 장병들의 자살률은 10만 명 중 11명 정도로, 우리나라 20대 남성 평균 자살률인 10만 명 당 23.5명보다 훨씬 낮습니다.
하지만 자살한 병사 열명 중 4명 정도는 이미 '관심병사'로 분류됐던 이들이었습니다.
이는 현재 군의 관심병사 분류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좀 더 효과적으로 관리가 해야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 차명호 교수/평택대·한국군상담학회장 ▶
"(관심병사 판별) 진단에서 명확한 근거를 좀 더 정확하게 만들고 전문상담관들이 그 진단을 담당해서 기준에 따라 진단을 해 본 다음에 도움이 필요한 영역들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지 않겠습니까?"
군 당국은 사건 이후 관심병사 진단방식을 좀 더 정교하게 만들고 부족한 상담관 수를 늘리는 등 이미 '모범답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병영문화를 개선하는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습니다.
◀ 정두근 예비역 중장/前 육군 제6군단장 ▶
"상담사 늘리는 것도 필요하고 장병들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 외출 외박도 확대하고 뭐 PC도 인터넷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고 전우 간에 서로 존중하고 배려해주는 그런 운동, 그런 행동의 습관화, 그것을 통해서 병영 문화화시키는 그런 것들이 절대적으로 급하고 중요하다."
이번 사건의 1차 책임이 임 병장에게 있다는 건 임 병장 본인도,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겁니다.
◀ 임 병장 아버지 ▶
"자식 군대 보내놓고 저렇게 해서 꽃다운 나이에 목숨을 잃어버렸으니 그 (유가족)분들 심정 오죽하겠습니까. 제가 왜 그걸 모르겠어요. 제가 죄인이죠. 할 말이 없습니다. 본인(임 병장)도 굉장히 후회를 하고 있어요. 죽은 동료병사들에게도 굉장히 죄책을 가지고.."
하지만 그가 왜 극단적인 행동에 이르게 된 건지 되짚어 보는 건 반드시 필요합니다.
꼼꼼하게 제도를 보완해서 군대라는 특수한 곳에서 병사 개개인이 겪는 다양한 문제가 또다시 참사로 번지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50만 명의 젊은이들.
그들에게 진정한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을 지켜야 할 의무가 국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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