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580
이호찬 기자
이호찬 기자
한라산에 차이나타운…제주도에 무슨 일이?
한라산에 차이나타운…제주도에 무슨 일이?
입력
2014-09-15 08:43
|
수정 2014-09-15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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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 불렸다는 제주도.
이제는 그 중 하나를 중국인이 차지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관광객은 물론 투자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투자유치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거라는 기대가 많았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대형 리조트들이 경관을 해치며 우후죽순 들어서지만 정작 고용 효과는 별로 없고, 중국인 관광객 상권에서는 거꾸로 기존 상인들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임대료 탓에 쫓겨나는 일도 허다합니다.
급기야 제주도 개발 정책을 놓고 도지사가 중앙정부와 대립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데요.
제주도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
제주항 대형여객선 부두.
아침 7시.
중국인 관광객 3천명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옵니다.
◀마위에▶
(어디에서 오셨어요?)
"베이징에서 왔어요."
◀천웨이짜오▶
"(성산)일출봉에 가고 싶어요. 해변에 가서 모래놀이도 하고 싶고.."
성산 일출봉, 용두암, 섭지코지, 수목원 등 주요 관광지마다 중국인 일색입니다.
◀안리▶
"공기가 아주 맑고, 자연이 정말 예쁜 것 같아요."
◀쭈허▶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제주도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대형 면세점 안은, 그냥 중국입니다.
◀쩌우퉁꾸이▶
"해외로 나온 것 같지가 않네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국어를 쓰고 있잖아요."
제주도에 중국사람, 중국 자본이 끊임없이 밀려들고 있습니다. 국제자유도시, 관광도시 제주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기도 할 텐데요. 그런데, 제주의 분위기는 밝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제주 서남쪽 해안에 자리잡은 송악산입니다.
한라산과 산방산, 바다 건너 마라도까지, 제주도 전체 모습을 한 곳에서 동시에 볼 수 있는 천혜의 관광지입니다.
◀김정도/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
"굉장히 경관적으로 뛰어나죠.“
(제주도 내에서도 이런 경관이 흔치 않나요?)
"거의 유일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역사의 흔적도 있습니다.
절벽 밑에 보이는 해안 동굴은 일제 시대 일본군의 자폭용 선박을 숨겨놨던 곳입니다.
최근 이 동굴들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어 출입은 금지돼 있습니다.
주변의 다른 곳에도 일본군의 진지 동굴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김정도/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통로가 다 연결이 되어 있고요. 군수물품이라든가 이런 거를 적재해 놓기 위해서 크게 만들어져 있는 동굴이다 보니까.."
이 송악산 주변 땅 대부분이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인들에게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이곳에 중국의 한 부동산 개발회사가 투자한 대형 리조트가 들어섭니다.
빼어난 경관의 훼손은 물론 의미있는 역사 유적들도 사라질까, 걱정이 많습니다.
◀김정도/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
"자연적으로도 붕괴되고 있는 곳인데 약간의 미동이라도 계속 전달이 되면 당연히 붕괴는 촉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붕괴) 그걸 늦추고자 올레객들도 못 가게하고 자동차도 못 가게 해놨는데.."
서귀포시 남원읍.
해발 3,4백 미터, 한라산 중산간 지역에 리조트 공사가 한창입니다.
콘도 470실, 객실 200개 규모의 호텔이 지어지고 있습니다.
모델하우스를 찾아갔습니다.
2층짜리 콘도 한 채당 가격은 6억 2천만 원.
콘도 한 채를 한 사람이 분양받는 식입니다.
"각 호실마다 정원을 갖고 있습니다. 뒤쪽으로는 한라산을 두고 있기 때문에 아주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누릴 수 있습니다."
30% 가량 분양됐는데, 소유주는 모두 중국인입니다.
◀장카이신 사장/리조트 개발업체▶
(한국인 대상으로도 분양을 하시나요?)
"아직까지 그런 계획은 없습니다. 처음 기획 단계에서부터 중국인을 타겟으로 정했기 때문입니다."
제주도에 중국인 투자 바람이 불면서, 중국 자본이 들어간 대형 리조트들이 한라산 주변과 주요 해변 등에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습니다.
난개발로 인한 환경 훼손도 걱정되지만 또 다른 문제는, 애초의 사업 취지와는 다르게 변질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주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이호 해수욕장.
요트를 정박시키는 마리나 시설과 워터파크, 대형 수족관 등을 지닌 해양레저타운을 만든다는 게 당초 계획.
하지만, 중국 자본이 들어오면서, 이런 시설은 사라졌고, 콘도와 호텔 등 숙박 시설만 크게 늘었습니다.
◀박일수 본부장/개발업체▶
"(중국 측에서) 소형 호텔을 짓느냐, 지을 거면 7성을 지어야지. 그러니까 개념이 달라진 거예요.“
(늘어난 배경엔 수익성이 좀...)
"있는 거죠."
제주의 신화와 역사, 문화를 주제로 한 대규모 테마파크로 구상됐던 신화역사공원.
의료관광의 중심지를 내세우며 계획됐던 헬스케어타운 등, 중국 자본이 투자된 대다수 리조트들이 지금은 단순 숙박시설 중심으로 건설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현상은 4년 전, 해외투자 유치를 명분으로 부동산 투자이민제가 도입된 이후 시작됐습니다.
제주도 내 콘도에 우리 돈 5억 원 이상을 투자하면 5년 뒤 영주권을 얻을 수 있게 되자 중국인들이 너도나도 콘도 분양에 몰린 겁니다.
◀홍영철/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대부분 부동산 사업들입니다. 부동산 개발사업, 여러 가지 다양한 관광지적 요소라든지 이런 걸 넣는 계획을 세웠다가 일단 돈이 되는, 수익이 되는 부분들만 진행하고.."
이러다보니 제주의 역사와 문화까지 고려한 개발은 찬밥 신세가 됐고, 이제는 골프장들마저 중국인 대상 콘도 개발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제주시 한림읍의 한라산 중턱.
한라산의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붉은색 지붕의 건물들이 눈에 띕니다.
골프 리조트 사업 승인 당시 90채였던 콘도는 잇따른 사업 변경으로 이제는 400채를 훌쩍 넘겼습니다.
6억 원에서 비싸게는 2,30억 원까지.
역시 대부분 중국인에게 분양됐습니다.
◀0 0 리조트 관계자▶
"이곳에는 중국 촌이 형성될 예정입니다. 비즈니스와 의료 시설을 모두 갖출 겁니다."
최근엔 중국 자본까지 끌어들여 리조트 옆에 또다른 대형 리조트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대형 리조트를 구실삼아 제주도 곳곳에 사실상의 차이나타운이 건설되는 겁니다.
◀김동욱 교수/제주대학교 회계학과▶
"(전 세계 어디에도) 부동산을 투입만, 샀다고만 해서 영주권을 주는 제도는 없습니다. 1년에 며칠 숙박하고 본국에 갔다가 다시 오고,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죠. 단지 콘도를 분양한 업자, 중국 업자들만 배가 부르지."
제주도 내 중국인의 땅 소유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지난 2009년 2만 제곱미터였던 제주도 내 중국인 소유 토지는 올해 6월 현재 592만 제곱미터, 마라도의 20배 면적입니다.
공시지가 기준으론 무려 1450배 증가했습니다.
제주시 신시가지와 중산간 개발 지역, 주요 해안 등 노른자위 땅들을 중심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태일 교수/제주대 건축공학과▶
"도심지역의 토지매입도 상당히 두드러지고 있는 거 같습니다. 특히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라든지 아니면 고도완화에 따른 건축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그런 목적에서 장기적인 투자를 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고요."
다른 부동산도 덩달아 들썩이고 있습니다.
◀배정건/부동산 개발업체 대표▶
"중국 사람들이 땅을 사러 들어온다니까, 국내에 있는 사람들도 방송을 듣고.. 최소 2배수 (올랐어요.) 2년 만에.."
◀제주도 상인▶
"예전에 10억 짜리가 이제는 35억을 불러도 중국인들은 사거든요. 베팅하는 금액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니까 안 팔아도 그만이니까 크게 불러봤는데 이게 다 나가는거라."
정작 도민들이 땅을 구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정 0 0/제주도민▶
"농사를 위해서 정말 땅이 필요한 농민들은 땅을 살 수가 없는 거죠. 제주도민도 역으로 제주 사람들한테는 땅을 안 팔고 외지 사람이나 중국인한테 땅을 팔려고 하죠."
관광 분야는 어떨까.
제주 시내 바오젠 거리.
가게마다 중국어 간판이 내걸렸고, 거리를 지나는 사람 대부분도 중국인입니다.
◀상점 점원▶
"바오젠거리 자체가 다 거의 중국사람들이니까.. 매출에는 거의 80%, 70%는 거의 중국인들."
업종에 따라 희비는 엇갈립니다.
도민이나 한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찾던 부대찌개집은 오히려 손님이 크게 줄었습니다.
◀고명열/식당 주인▶
"중국 사람들이 들어오니까 (한국사람들이) 불편하다고 해서 오던 손님도 안 오고 (매출이) 반으로 줄었어요.. 우리 같은 경우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리지도 못 하고.."
중국인들이 몰리면서 가게 임대료는 두배, 세배로 뛰었고, 건물주가 바뀌면서 쫓겨나는 상인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 0 0/옷가게 주인▶
"그 돈 주고도 들어올 사람 있으니까 나가라 이 얘기에요.. (그리고) 중국사람들 상대하기 위한 매장들로 다 바뀌는 거예요."
제주도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180만 명, 올해는 8월까지만 이미 190만을 넘겼습니다.
대부분은 단체 관광.
하지만 이 중 90% 이상은 중국인 여행사들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김두흥/제주도관광협회 부회장▶
"(내국인 여행사가) 경쟁력이 안 되는 거죠. 시장의 가격이.. 시장의 가격이 상당히 무질서합니다."
중국 측에 오히려 웃돈을 주고 관광객을 데려와 쇼핑으로 수익을 남기는 저가 관광이 판을 치면서 도내 여행사들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는 겁니다.
곳곳의 호텔도 중국인에게 넘어가, 사실상의 중국인 전용 호텔로 바뀌고 있습니다.
◀0 0 호텔▶
(일주일 사이에 방이?)
"없어요.“
(주로 중국인들인가요?)
"네. (중국인들) 인바운드.."
◀△△호텔▶
"오늘, 내일은 만실이에요. 원래 중국인들만 받았어요."
신라, 롯데 등 대형 면세점과 일부 쇼핑센터를 제외하곤 중국인 관광객들로 인한 경제적 효과를 그다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시장 상인▶
"식당 가도 자기네들 식당, 자기민족, 그리고 일반 이런 식당가에는 가서 잘 안 먹어요. 그 사람들만 돈 벌고 있는 거지 사실상.."
그러면서 중국인들의 토지 잠식에 대한 우려만 높아지고 있습니다.
◀손길용/제주도민▶
"제주도 땅을 너무 많이 잠식하는 거 같아요. 이렇게 되면 본 도민은 어디 갈 데가 있을 까요."
◀황선숙/제주도민▶
"마치 그냥 너무 헐값에 우리들의 집 하나, 땅 하나가 가는 느낌?"
이처럼 상황이 기대와는 다르게 돌아가자 투자 유치에만 매달렸던 제주도도 뒤늦게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신임 원희룡 도지사 취임 직후 제주도 내 최대개발사업이었던 신화역사공원과 초고층 빌딩인 드림타워 건설에 제동을 건 겁니다.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 리조트 사업에 더 속도를 내자는 청와대에 여당 출신 도지사가 사실상 반기를 든 겁니다.
원 지사는 카지노에 대한 감독 기구 설립이 먼저란 입장입니다.
◀원희룡/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
"부담스럽죠.. 그런데 이런 제주도의 상황과 오히려 제주도의 난개발을 막고, 카지노에 대해서 국제적인 투명성을 갖추어야 투자자들에게 장기적으로 이익이다 라는.."
숙박시설 중심의 콘도 개발도 지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원희룡/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
"그냥 숙소 분양형의 투자는 노땡큐입니다. 사양할 생각이고요, 앞으로.. 이미 허가가 나가버린 부분들에 대해서는 저희가 방향상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조정을 하고.."
갑작스런 도정의 변화에 사업자들은 반발합니다.
◀제주도내 개발업체 관계자▶
"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정책이 일관성 없이 바뀐다면 (누가) 정책을 믿고 안심하고 투자에 나설 수 있겠는지.."
하지만, 중국 자본의 투자 방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데는 제주의 여론이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상황.
옥석을 가리고 지역 경제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자본을 유치해야 한다, 무엇보다 제주도의 정체성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신왕근 교수/제주관광대 항공컨벤션경영과▶
"미래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투자를 받아야 하는 그런 어떤 부분들이 있거든요. 지역의 발전을 위한 계획과 연관된 중국의 자본을 유치한다고 하면 큰 에너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때 제주도는 중국인 투자 유치로 해마다 수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수 있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 땅이 대체 누구 땅이냐, 이러다 중국땅이 되는 거 아니냐는 원초적인 걱정에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투자와 투기의 차이는 무엇인지, 개발과 환경의 경계는 어디인지, 제주도가 어려운 고민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 중 하나를 중국인이 차지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관광객은 물론 투자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투자유치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거라는 기대가 많았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대형 리조트들이 경관을 해치며 우후죽순 들어서지만 정작 고용 효과는 별로 없고, 중국인 관광객 상권에서는 거꾸로 기존 상인들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임대료 탓에 쫓겨나는 일도 허다합니다.
급기야 제주도 개발 정책을 놓고 도지사가 중앙정부와 대립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데요.
제주도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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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 대형여객선 부두.
아침 7시.
중국인 관광객 3천명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옵니다.
◀마위에▶
(어디에서 오셨어요?)
"베이징에서 왔어요."
◀천웨이짜오▶
"(성산)일출봉에 가고 싶어요. 해변에 가서 모래놀이도 하고 싶고.."
성산 일출봉, 용두암, 섭지코지, 수목원 등 주요 관광지마다 중국인 일색입니다.
◀안리▶
"공기가 아주 맑고, 자연이 정말 예쁜 것 같아요."
◀쭈허▶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제주도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대형 면세점 안은, 그냥 중국입니다.
◀쩌우퉁꾸이▶
"해외로 나온 것 같지가 않네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국어를 쓰고 있잖아요."
제주도에 중국사람, 중국 자본이 끊임없이 밀려들고 있습니다. 국제자유도시, 관광도시 제주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기도 할 텐데요. 그런데, 제주의 분위기는 밝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제주 서남쪽 해안에 자리잡은 송악산입니다.
한라산과 산방산, 바다 건너 마라도까지, 제주도 전체 모습을 한 곳에서 동시에 볼 수 있는 천혜의 관광지입니다.
◀김정도/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
"굉장히 경관적으로 뛰어나죠.“
(제주도 내에서도 이런 경관이 흔치 않나요?)
"거의 유일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역사의 흔적도 있습니다.
절벽 밑에 보이는 해안 동굴은 일제 시대 일본군의 자폭용 선박을 숨겨놨던 곳입니다.
최근 이 동굴들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어 출입은 금지돼 있습니다.
주변의 다른 곳에도 일본군의 진지 동굴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김정도/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통로가 다 연결이 되어 있고요. 군수물품이라든가 이런 거를 적재해 놓기 위해서 크게 만들어져 있는 동굴이다 보니까.."
이 송악산 주변 땅 대부분이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인들에게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이곳에 중국의 한 부동산 개발회사가 투자한 대형 리조트가 들어섭니다.
빼어난 경관의 훼손은 물론 의미있는 역사 유적들도 사라질까, 걱정이 많습니다.
◀김정도/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
"자연적으로도 붕괴되고 있는 곳인데 약간의 미동이라도 계속 전달이 되면 당연히 붕괴는 촉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붕괴) 그걸 늦추고자 올레객들도 못 가게하고 자동차도 못 가게 해놨는데.."
서귀포시 남원읍.
해발 3,4백 미터, 한라산 중산간 지역에 리조트 공사가 한창입니다.
콘도 470실, 객실 200개 규모의 호텔이 지어지고 있습니다.
모델하우스를 찾아갔습니다.
2층짜리 콘도 한 채당 가격은 6억 2천만 원.
콘도 한 채를 한 사람이 분양받는 식입니다.
"각 호실마다 정원을 갖고 있습니다. 뒤쪽으로는 한라산을 두고 있기 때문에 아주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누릴 수 있습니다."
30% 가량 분양됐는데, 소유주는 모두 중국인입니다.
◀장카이신 사장/리조트 개발업체▶
(한국인 대상으로도 분양을 하시나요?)
"아직까지 그런 계획은 없습니다. 처음 기획 단계에서부터 중국인을 타겟으로 정했기 때문입니다."
제주도에 중국인 투자 바람이 불면서, 중국 자본이 들어간 대형 리조트들이 한라산 주변과 주요 해변 등에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습니다.
난개발로 인한 환경 훼손도 걱정되지만 또 다른 문제는, 애초의 사업 취지와는 다르게 변질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주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이호 해수욕장.
요트를 정박시키는 마리나 시설과 워터파크, 대형 수족관 등을 지닌 해양레저타운을 만든다는 게 당초 계획.
하지만, 중국 자본이 들어오면서, 이런 시설은 사라졌고, 콘도와 호텔 등 숙박 시설만 크게 늘었습니다.
◀박일수 본부장/개발업체▶
"(중국 측에서) 소형 호텔을 짓느냐, 지을 거면 7성을 지어야지. 그러니까 개념이 달라진 거예요.“
(늘어난 배경엔 수익성이 좀...)
"있는 거죠."
제주의 신화와 역사, 문화를 주제로 한 대규모 테마파크로 구상됐던 신화역사공원.
의료관광의 중심지를 내세우며 계획됐던 헬스케어타운 등, 중국 자본이 투자된 대다수 리조트들이 지금은 단순 숙박시설 중심으로 건설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현상은 4년 전, 해외투자 유치를 명분으로 부동산 투자이민제가 도입된 이후 시작됐습니다.
제주도 내 콘도에 우리 돈 5억 원 이상을 투자하면 5년 뒤 영주권을 얻을 수 있게 되자 중국인들이 너도나도 콘도 분양에 몰린 겁니다.
◀홍영철/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대부분 부동산 사업들입니다. 부동산 개발사업, 여러 가지 다양한 관광지적 요소라든지 이런 걸 넣는 계획을 세웠다가 일단 돈이 되는, 수익이 되는 부분들만 진행하고.."
이러다보니 제주의 역사와 문화까지 고려한 개발은 찬밥 신세가 됐고, 이제는 골프장들마저 중국인 대상 콘도 개발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제주시 한림읍의 한라산 중턱.
한라산의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붉은색 지붕의 건물들이 눈에 띕니다.
골프 리조트 사업 승인 당시 90채였던 콘도는 잇따른 사업 변경으로 이제는 400채를 훌쩍 넘겼습니다.
6억 원에서 비싸게는 2,30억 원까지.
역시 대부분 중국인에게 분양됐습니다.
◀0 0 리조트 관계자▶
"이곳에는 중국 촌이 형성될 예정입니다. 비즈니스와 의료 시설을 모두 갖출 겁니다."
최근엔 중국 자본까지 끌어들여 리조트 옆에 또다른 대형 리조트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대형 리조트를 구실삼아 제주도 곳곳에 사실상의 차이나타운이 건설되는 겁니다.
◀김동욱 교수/제주대학교 회계학과▶
"(전 세계 어디에도) 부동산을 투입만, 샀다고만 해서 영주권을 주는 제도는 없습니다. 1년에 며칠 숙박하고 본국에 갔다가 다시 오고,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죠. 단지 콘도를 분양한 업자, 중국 업자들만 배가 부르지."
제주도 내 중국인의 땅 소유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지난 2009년 2만 제곱미터였던 제주도 내 중국인 소유 토지는 올해 6월 현재 592만 제곱미터, 마라도의 20배 면적입니다.
공시지가 기준으론 무려 1450배 증가했습니다.
제주시 신시가지와 중산간 개발 지역, 주요 해안 등 노른자위 땅들을 중심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태일 교수/제주대 건축공학과▶
"도심지역의 토지매입도 상당히 두드러지고 있는 거 같습니다. 특히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라든지 아니면 고도완화에 따른 건축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그런 목적에서 장기적인 투자를 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고요."
다른 부동산도 덩달아 들썩이고 있습니다.
◀배정건/부동산 개발업체 대표▶
"중국 사람들이 땅을 사러 들어온다니까, 국내에 있는 사람들도 방송을 듣고.. 최소 2배수 (올랐어요.) 2년 만에.."
◀제주도 상인▶
"예전에 10억 짜리가 이제는 35억을 불러도 중국인들은 사거든요. 베팅하는 금액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니까 안 팔아도 그만이니까 크게 불러봤는데 이게 다 나가는거라."
정작 도민들이 땅을 구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정 0 0/제주도민▶
"농사를 위해서 정말 땅이 필요한 농민들은 땅을 살 수가 없는 거죠. 제주도민도 역으로 제주 사람들한테는 땅을 안 팔고 외지 사람이나 중국인한테 땅을 팔려고 하죠."
관광 분야는 어떨까.
제주 시내 바오젠 거리.
가게마다 중국어 간판이 내걸렸고, 거리를 지나는 사람 대부분도 중국인입니다.
◀상점 점원▶
"바오젠거리 자체가 다 거의 중국사람들이니까.. 매출에는 거의 80%, 70%는 거의 중국인들."
업종에 따라 희비는 엇갈립니다.
도민이나 한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찾던 부대찌개집은 오히려 손님이 크게 줄었습니다.
◀고명열/식당 주인▶
"중국 사람들이 들어오니까 (한국사람들이) 불편하다고 해서 오던 손님도 안 오고 (매출이) 반으로 줄었어요.. 우리 같은 경우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리지도 못 하고.."
중국인들이 몰리면서 가게 임대료는 두배, 세배로 뛰었고, 건물주가 바뀌면서 쫓겨나는 상인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 0 0/옷가게 주인▶
"그 돈 주고도 들어올 사람 있으니까 나가라 이 얘기에요.. (그리고) 중국사람들 상대하기 위한 매장들로 다 바뀌는 거예요."
제주도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180만 명, 올해는 8월까지만 이미 190만을 넘겼습니다.
대부분은 단체 관광.
하지만 이 중 90% 이상은 중국인 여행사들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김두흥/제주도관광협회 부회장▶
"(내국인 여행사가) 경쟁력이 안 되는 거죠. 시장의 가격이.. 시장의 가격이 상당히 무질서합니다."
중국 측에 오히려 웃돈을 주고 관광객을 데려와 쇼핑으로 수익을 남기는 저가 관광이 판을 치면서 도내 여행사들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는 겁니다.
곳곳의 호텔도 중국인에게 넘어가, 사실상의 중국인 전용 호텔로 바뀌고 있습니다.
◀0 0 호텔▶
(일주일 사이에 방이?)
"없어요.“
(주로 중국인들인가요?)
"네. (중국인들) 인바운드.."
◀△△호텔▶
"오늘, 내일은 만실이에요. 원래 중국인들만 받았어요."
신라, 롯데 등 대형 면세점과 일부 쇼핑센터를 제외하곤 중국인 관광객들로 인한 경제적 효과를 그다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시장 상인▶
"식당 가도 자기네들 식당, 자기민족, 그리고 일반 이런 식당가에는 가서 잘 안 먹어요. 그 사람들만 돈 벌고 있는 거지 사실상.."
그러면서 중국인들의 토지 잠식에 대한 우려만 높아지고 있습니다.
◀손길용/제주도민▶
"제주도 땅을 너무 많이 잠식하는 거 같아요. 이렇게 되면 본 도민은 어디 갈 데가 있을 까요."
◀황선숙/제주도민▶
"마치 그냥 너무 헐값에 우리들의 집 하나, 땅 하나가 가는 느낌?"
이처럼 상황이 기대와는 다르게 돌아가자 투자 유치에만 매달렸던 제주도도 뒤늦게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신임 원희룡 도지사 취임 직후 제주도 내 최대개발사업이었던 신화역사공원과 초고층 빌딩인 드림타워 건설에 제동을 건 겁니다.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 리조트 사업에 더 속도를 내자는 청와대에 여당 출신 도지사가 사실상 반기를 든 겁니다.
원 지사는 카지노에 대한 감독 기구 설립이 먼저란 입장입니다.
◀원희룡/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
"부담스럽죠.. 그런데 이런 제주도의 상황과 오히려 제주도의 난개발을 막고, 카지노에 대해서 국제적인 투명성을 갖추어야 투자자들에게 장기적으로 이익이다 라는.."
숙박시설 중심의 콘도 개발도 지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원희룡/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
"그냥 숙소 분양형의 투자는 노땡큐입니다. 사양할 생각이고요, 앞으로.. 이미 허가가 나가버린 부분들에 대해서는 저희가 방향상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조정을 하고.."
갑작스런 도정의 변화에 사업자들은 반발합니다.
◀제주도내 개발업체 관계자▶
"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정책이 일관성 없이 바뀐다면 (누가) 정책을 믿고 안심하고 투자에 나설 수 있겠는지.."
하지만, 중국 자본의 투자 방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데는 제주의 여론이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상황.
옥석을 가리고 지역 경제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자본을 유치해야 한다, 무엇보다 제주도의 정체성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신왕근 교수/제주관광대 항공컨벤션경영과▶
"미래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투자를 받아야 하는 그런 어떤 부분들이 있거든요. 지역의 발전을 위한 계획과 연관된 중국의 자본을 유치한다고 하면 큰 에너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때 제주도는 중국인 투자 유치로 해마다 수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수 있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 땅이 대체 누구 땅이냐, 이러다 중국땅이 되는 거 아니냐는 원초적인 걱정에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투자와 투기의 차이는 무엇인지, 개발과 환경의 경계는 어디인지, 제주도가 어려운 고민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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