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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이호찬 기자

<단독 인터뷰> 김우중 "왜 대우를..."

<단독 인터뷰> 김우중 "왜 대우를..."
입력 2014-10-06 08:54 | 수정 2014-10-0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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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7년 IMF 구제금융, 2년 뒤 당시 재계 2위의 대우그룹이 사실상 해체됐습니다.

    샐러리맨 성공신화를 썼던 김우중 회장은 천문학적인 추징금을 선고받은 부도덕한 경영인으로 추락했습니다.

    그리고 15년. 김 전 회장이 공개행보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와의 대담을 다룬 신간이 나왔고, 잇따라 강연을 갖기도 하면서 경영재기를 점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1일 2580과의 단독인터뷰에 응했습니다.

    대우해체에 대한 그의 생각은?

    도피하듯 떠돌았던 세월동안 그는 세상에 어떤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요.

    =============================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

    한 대학 강의실에서 한국인 젊은이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선발한 청년들을 현지에서 교육하는 글로벌 청년사업가 양성과정.

    이른 바 '김우중 사관학교'로 불리는 곳입니다.

    이 날 치러진 올해 수료식.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직접 참석했습니다.

    수료식장에서 나오는 김 전 회장.

    ◀김우중/前 대우그룹 회장▶
    (소감이 어떠신지요. 졸업식 오신)
    "우선 66명이 다 졸업을 했는데 전부가 다 취직이 되어서 그래서 굉장히 고맙고..."

    베트남에서 3년째, 김 전 회장은 이 과정을 동남아 각지로 확대할 꿈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우중/前 대우그룹 회장▶
    "회사가 없으니까 이제 대우맨이 안 나오니까 그런 것도 있고, 또 내가 이제 살날도 얼마 많지 않은데 뭘 할 것인가 생각하다보니까 이런 거라도 해서 사람을 키워서.."

    이 곳 하노이 등지에서 인재 양성에 주력하겠다는 김우중 전 회장이 최근 '김우중과의 대화'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대우그룹 해체 과정에 대한 억울함을 처음으로 직접 토로하며 대우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2580이 김 전 회장을 단독으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지난 8월 26일, 서울에서 열린 대우 워크아웃 15주년 기념 대우 포럼에 김 전 회장이 등장했습니다.

    국내 공개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건 근 1년 반 만입니다.

    그리고 작심한 듯 과거에 대해 입을 열었습니다.

    ◀김우중/前 대우그룹 회장▶
    "역사에서 우리가 한 일과 주장을 정당하게 평가를 받고, 과연 대우 해체가 합당했는지 명확히 밝혀지길..."

    지난달엔 대우조선이 있는 거제시에서도,

    ◀김우중/前 대우그룹 회장▶
    "15년 전 저는 제 손으로 일구어 놓은 기업 모두를 한순간에 잃고, 부도덕한 기업인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그리고 지난 목요일. 모교인 연세대학교에서도 같은 맥락의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김우중/前 대우그룹 회장▶
    "외환위기 당시 그 원인을 기업에게 돌리고 잘못된 구조조정을 시행한 데서 지금의 어려움이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강연이 끝난 뒤엔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도 흘리기도 했습니다.

    대우그룹이 해체된 지 15년이 지난 지금 그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걸까.

    8월 말 책 출간 이후에도 공개석상을 제외하고는 언론과의 접촉을 피해왔던
    김 전 회장.

    몇 차례의 일정 조정 끝에 지난 1일,

    옛 대우그룹 근처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의실에서 김 전 회장과 마주 앉았습니다.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 조금은 야윈 듯 했고, 모처럼의 방송 인터뷰에 살짝 긴장감도 묻어났습니다.

    ◀김우중/前 대우그룹 회장▶
    (TV 인터뷰는 오랜만이시죠?)
    "예.. 아주아주 아주 오랜간만에..."

    최근 그가 말하는 '정당한 평가'란 게 무얼 의미하는 지 물었습니다.

    ◀김우중/前 대우그룹 회장▶
    "그동안에 (대우 해체에 대해) 오해가 많았어요. 내가 가만히 있고, 다른 사람들도 다 가만히 있으니까 우리 회사의 직원들도 어떻게 왜 대우가 이렇게 되었는지 궁금해 하고 몰랐어요."

    지난 1997년, IMF 당시 재계서열 2위였던 대우그룹.

    '세계경영'을 내세우며 무리한 차입 경영을 벌이다 외환위기에 무너졌다는 게 그동안의 일반적인 해석이었습니다.

    김 전 회장은 역시 오해라고 말했습니다.

    ◀김우중/前 대우그룹 회장▶
    "전적으로 오해죠. 그것은. 차입경영이라는 게 무슨 뭐 그때 부채비율이 대기업들이 전부 다 한 350%에서 400%였어요. (대우랑)별 차이 없었어요. 부채비율이.."

    대우 그룹이 당시의 외환위기 정도에 무너질 부실기업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김우중/前 대우그룹 회장▶
    "환율도 많이 오르고 해서 IMF에서 꾼 돈이 그렇게 많지도 않은 돈인데 그것을 뭐 1년만 (우리 기업들이 수출을) 하면 그건 다 갚을 수 있다고 봤어요."

    김 전 회장은 경제 관료들과의 갈등이 '대우 해체'로 이어졌다는 이른바 '기획해체설'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갈등의 시작은 IMF 극복 방식에 대한 견해 차이.

    ◀김우중/前 대우그룹 회장▶
    "과도한 (구조) 조정 없이도 갈 수가 있었어요. 과도한 그런 정책은 결과적으로 보면 선진국에서 바라는 조건이라는 말이에요. IMF에서 이렇게 압력을 넣어서 결과적으로 우리가 경쟁력을 키워가니까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서 했다고도 볼 수 있는 거죠."

    수출 확대를 통해 외환 위기를 극복하자는 김 전 회장의 주장과 IMF의 요구대로 구조조정을 철저히 이행하자는 관료들의 주장이 곳곳에서 마찰을 빚었다는 겁니다.

    ◀김우중/前 대우그룹 회장▶
    "정부 당국 뿐 아니고 대기업에서도 얘기하고, 그리고 프레스센터에서 갈 때도 얘기를 했고 그렇게 (관료들에게 비판적인) 얘기를 많이 했죠. 그러다보니까 서로 다투다보니까 결과적으로 아마 내가 좀 심하게 한 것 같아요. 내가 보기에.."

    실제 IMF 당시 김우중 회장의 발언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거침이 없었습니다.

    대통령의 경제고문을 앞에 두고,

    (1998년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
    ◀김우중/당시 대우그룹 회장▶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학계나 언론이나 정부나 할 것 없이 전부 마찬가지로 대기업 대기업 매번 대기업이에요. 얼마나 피곤하냐 이거예요."

    대통령 앞에서 장관들을 대놓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1998년년 7월 무역투자진흥대책회의)
    ◀김우중/당시 대우그룹 회장▶
    "(수출에 대해) 은행이 정상적으로 할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가 되어야지. 각하 대통령 앞에서 잘 되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이건 제가 보기에는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이런 김 회장의 태도에 청와대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대우에 대해 나쁜 보고가 올라갔고, 김 전 회장과 대우를 제거하는 게 경제 관료들의 목표가 됐을 거라고 김 전 회장은 말합니다.

    DJ의 경제교사라고도 불리며 대통령의 신임을 얻고 있던 김 전 회장을 관료들이 견제할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결국 수출금융 중단, 단기자금과 회사채 발행 제한 등 일련의 조치들 모두가 대우의 자금줄을 조이기 위한 것이었다고 김 전 회장측은 해석합니다.

    ◀김우중/前 대우그룹 회장▶
    "시스템이 있으면 그것이 지속적으로 가야지. 수출금융만 해줬어도 (대우 해체) 이런 일이 없죠. 정부에서 그것을 안 해주다보니까.."

    ◀장병주/前 (주)대우 사장▶
    "CP(기업어음) 발행 제한, 회사채 발행 제한 그게 뭐 대우그룹만 해당되는 부분이니까 그게 나오면 시장에서 당연히 '정부가 이제 대우는 (포기)하는구나'라고 생각을 하죠.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을 대우그룹 자체의 부실로 이렇게 몰고 간 거죠."

    김 전 회장이 지목한 경제 관료는 구조조정을 지휘했던 이헌재 당시 금감원장과 강봉균 청와대 경제수석.

    하지만 이들은 대우 해체는 김 전 회장 스스로 좌초한 것으로,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지 않아 시장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란 공통된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15년이 지난 지금 공방에 휘말리는 것 자체가 불쾌 하단 반응이었습니다.

    ◀이헌재/IMF위기 당시 금융감독원장▶
    "(안녕하세요. MBC 2580에서 나왔는데요.) "안 한다니까.." (<김우중과의 대화> 책 관련해서..) "안 한다니까."

    강 전 수석도 2580과의 통화에서 정부 역시 수출을 장려하려 해야 하는 상황에서 관료들이 대우를 특별히 미워할 이유가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기획해체론'은 엉터리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습니다.

    대우 계열사 상당수가 이후 우량기업으로 성장한 것을 두고도, 정부의 대우 해체가 옳지 않았다는 걸 입증한다는 김 회장의 주장과 부채 탕감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는 관료들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두환 추징법이 제정되면서 함께 논란이 됐던 김우중 추징금.

    김 전 회장 개인에겐 17조 8천억 원, 다른 대우 임원 7명에겐 23조원이 부과돼 있는 상황.

    김 전 회장에게 추징금에 대한 질문은 역시 껄끄러웠습니다.

    ◀김우중/前 대우그룹 회장▶
    (추징금 17조원인가 그거 있잖아요. 그거 때문에 작년에도 좀 논란이 됐었는데..)
    "아니 추징금 얘기를 왜 꺼내. 그런 걸 왜 또 하고 그래요."
    (오해가 (많다는) 말씀을 하셔서..)
    "아니 글쎄 오해고 뭐고 간에 그거 설명하자면 시간이 긴데.."

    그러면서도 재산 문제와 관련해선 떳떳하단 입장을 취했습니다.

    ◀김우중/前 대우그룹 회장▶
    "다른 사람들도 다 오해를 해서 우리가 무슨 돈이나 빼먹은 것처럼 생각하는데, 나는 분명하게 얘기해서 나는 여태까지 살면서 나라에 손해를 끼치는 일을 한 적이 없어요."

    김 전 회장은 책에서도 법을 어긴 건 맞지만, 모두 회사로 들어간 돈이란 게 재판에서도 인정된 상황에서 어떻게 개인에게 이를 추징하냐며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김 전 회장 측은 올해 안에 추징금에 대한 헌법 소원을 내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장병주/前 (주)대우 사장▶
    "자꾸 전두환 대통령 얘기를 해서 그런데 실제로 우리는 추징당한 금액을 우리가 뭐 일부라도 손에 만져보지 않은 돈이다 이거죠. 우리가 한번 검토해야 될 상황이 되면 (법적 대응을) 좀 해야 되지 않겠는가."

    출판과 강연, 최근 부쩍 잦아진 김 전 회장의 공개 행보에 재기의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습니다.

    ◀김우중/前 대우그룹 회장▶
    (경영 일선에 복귀하시거나 이러고 싶은 꿈은 없으세요?)
    "그런 생각은 전혀 없어요. 지금은 나는.."

    앞서 하노이에서 벌였던 사업처럼 인재 양성에만 주력하겠다는 거였습니다.

    다만 자신의 세계경영 이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합니다.

    ◀김우중/前 대우그룹 회장▶
    "사람들이 많이 나가줘야 되지. 제조업을 살리고 그 다음에 해외에 사람을 많이 보내고,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감을 키우는 것이 제일 중요하죠."

    올해 78살.

    김 전 회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10년 뒤 자신의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우중/前 대우그룹 회장▶
    "아마 10년 후에 나를 만나면 더 많이 볼 거예요. 결과가 어떻게 되었나. 정성 들여서 하면 안 되는 일이 없어요. 다 되죠."

    김 전 회장의 책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언론의 조명도 다시 시작됐습니다.

    김 전 회장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옵니다.

    ◀신장섭/싱가포르 국립대 교수·<김우중과의 대화> 저자▶
    "(김우중 前 회장은) 금융 위기의 희생자이지, 금융 위기를 일으켰다거나 금융 위기를 악화시킨 그런 주체가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저는 이 책을 낸 하나의 목적도 잘못된 정사 빨리 바꿔야 된다는 거였습니다."

    ◀이필상/서울대 경제학부 초빙교수▶
    "잘못된 부분은 물론 따져야죠. 그렇지만 정말 우리가 기업가 정신 이런 차원에서 배워야 될 것은 다시 배워야겠죠."

    하지만, 따가운 시선도 많습니다.

    근거 없는 음모론이란 비판과 함께 특히 21조원이란 천문학적 규모의 분식회계에 대해 제대로 된 반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지수/변호사·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재무제표라고 하는 것은 거기에 거짓이 담겨 있는 순간 모든 신뢰는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해서 (책에) 딱 한 줄 코멘트가 있더라고요. '내가 분식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마'라고 넘어갑니다. 억울한 측면이 있었다라는 것은 아무리 그것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자기성찰이 너무 부족하다."

    대우의 해체 과정에 대해 이번 기회에 제대로 진실을 규명해보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박상인/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대우그룹의 부도 사태는 이게 전세계적으로 유례도 없고요. 정말 반면교사로 삼아야 될 게 많습니다. 말과 말이 부딪히는 그런 공방이 아니고 사실에 조금 더 기초해서 이런 논의들이 발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샐러리맨의 신화에서 부도덕한 경영인으로 추락했던 김우중 전 회장.

    삶의 흔적을 가장 중시한다는 그가 남은 삶에선 어떤 흔적을 남길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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