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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강나림 기자

"뚱뚱해도 괜찮아"

"뚱뚱해도 괜찮아"
입력 2014-11-17 08:52 | 수정 2014-11-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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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격이 큰 여성이 지나가면 빤히 쳐다보고 비웃습니다.

    이 사회가 일상적으로 뚱뚱한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

    그러나 날씬한 44 사이즈 여성만 예쁜 것일까요?

    체격이 커도, 살집이 있어도, 어울리는 옷으로 잘 차려입으면 예쁘게 보이지 않을까요?

    남들보다 큰 몸을 자신있게 내보이며 당당하게 살아가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몸에 맞는 사이즈의 옷을 사기도 쉽지 않고, 상처받을 때도 많지만, 날씬하지 않은 자신의 몸을 사랑하며 살겠다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등이 한껏 드러난 검정 원피스를 입은 모델이 무표정하게 카메라를 응시합니다.

    "좋아요. 그대로 한번 더 "

    보라색 드레스와,

    “하나 둘 셋”

    과감한 수영복까지..

    능숙하게 포즈를 바꿔가며 잡지 화보 촬영이 이어집니다.

    "앉을까요? 좋아요"

    우리가 흔히 아는 모델 체형과는 거리가 좀 있어보이지만,

    김지양 씨의 직업은 모델입니다.

    살집이 있는 체형에 평균 사이즈보다 큰 옷을 입는, 이른바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라고 합니다.

    날씬하지 않은, 누군가는 뚱뚱하다고 할 수도 있는 사람이 모델이라는 게 생소해 보이기도 합니다.

    뚱뚱한 모델, 어때 보이냐고 물어본다면 뭐라고 답할 것 같으신가요.

    키 165cm에 몸무게 70kg.

    생각해본 적 없던 모델의 꿈은 4년 전,

    한 TV프로그램 모델 오디션 광고를 보고 시작됐습니다.

    ◀ 김지양 / 플러스 사이즈 모델 ▶
    "지원서에 광고에 당신이 주인공입니다, 적혀있는거에요 근데 거기 지원 자격이 뭐였냐면 165cm 키 이상의 여자이기만 하면 됐어요"

    그게 되겠냐는 주변의 예상을 깨고 김지양 씨는 1차 서류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2차 비키니 심사에서 떨어지긴 했지만 계속 도전해보자는 생각에 미국에 지원서를 보냈고,

    미국 최대 규모의 플러스 사이즈 모델 오디션에 합격했습니다.

    ◀ 김지양 / 플러스 사이즈 모델 ▶
    "미국에 가서 나한테 맞는 옷을 입기 시작하면서 내가 지금도 괜찮은 거구나. 사이즈와 상관 없이 예쁜 것은 별개이구나"

    모델로서의 가능성은 찾았는데,

    한국에선 무대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김지양씨의 체격은 88사이즈

    패션쇼 무대는 커녕 일자리 찾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 김지양 / 플러스 사이즈 모델 ▶
    "예식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66사이즈 정도까지밖에 유니폼이 안 나와요, 근데 77 (입을 때) 그 때 막 살이 점점 찌기 시작할 때였는데 유니폼이 안 맞으니까 그만두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빅 사이즈 모델이 나오는 잡지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 김지양 / 플러스 사이즈 모델 ▶
    "44사이즈 정도로 날씬한, 눈에 보이게 날씬하지 않으면 다 뚱뚱하다고 생각해요 남자고 여자고. 뚱뚱하건 통통하건 어쨌든 날씬한 건 아니니까"

    자신의 몸에 만족하지 않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이즈 때문에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자고 제안하는 겁니다.

    ◀ 김지양 / 플러스 사이즈 모델 ▶
    "저 88이에요. 근데 66이고 44인 사람들보다 훨씬 행복하거든요. 당신이 66인데 행복합니까? 당신 사이즈에 만족합니까? 대답할 수 있는 사람? 많지 않을거에요"

    날씬하지 않다는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는 곳 중 하나가 의류 매장입니다.

    일단 77이나 88사이즈의 맞는 옷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고객으로서 받는 대우도 좀 다릅니다.

    (사이즈가..) "원사이즈" (하나에요?) "네“

    "언니 입게요? 88정도 가려면 엄마사이즈 (매장으로)“

    (안 잠겨 어떡해..) "요즘에는 다 열어서 입는거예요"

    "어차피 언니가 뭐..맞기만 하면 되잖아요"

    무엇보다 내 몸에 대해 유쾌하지 않은 지적을 받습니다.

    "되게 부해보여. 더 잘 알거야 친구가 그치? 밝은 계열 입으면 안 돼 친구야.. 특히 베이지, 저런 회색 피해야해 친구는. 체형을 맞게끔 커버하게 옷을 입어야지, 아냐?"

    (안녕히 계세요) "네..언니, 다이어트!"

    쇼핑 한번 하는 동안에도 자신의 체격이 크다는 걸 몇 번이고 확인하게 되는 겁니다.

    ◀ 심윤희 ▶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하려고 하는데 주위에서 제가 굳이 뚱뚱하다고 느끼지 않다고 하더라도 저를 뚱뚱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잖아요"

    뚱뚱하다고 비웃거나 힐난하는 시선은 옷 살 때 뿐 아니라 일상 곳곳에서 쏟아집니다.

    ◀ 박은누리 ▶
    "대학생이면 책 많이 들고다녀야 하니까 가방이 클 때도 있잖아요. 그러면 '아 얘는 몸도 큰데 가방까지 크면 어쩌라는거야' 이러는거에요"

    ◀ 엄유선 ▶
    "길을 가는데 모르는 남자가 걸어오고있었어요. 눈이 마주치니까 저한테 '돼지XX야, 뭘 쳐다봐' 이러는거에요. 그 날부터 되게 우울했던 것 같아요. 살을 빼야겠다, 내가 왜 길가다 욕을 먹어야되나"

    ◀ 심윤희 ▶
    "반바지 짧은거 입고..딱 그렇게 하고 다니면 헉? 되게 놀래고 어 뭐야, 이런 반응이 너무 두려운거에요. 사람들이 이제 한번 쳐다보니까. 시선을 사실 느껴요 당사자들은 다.."

    이들 스스로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정말 그럴까.

    2580은 체형이 큰 연기자를 섭외해 음식점에 손님인 것처럼 들어가달라고 한 뒤,

    옆자리 사람들을 지켜봤습니다.

    연기자가 잠시 자리를 뜨자마자 얘기를 꺼냅니다.

    "(장난 아닌데?)“ ”저건 좀 심하지 않냐? 요즘 다른 사람은 살 뺀다고 주사맞고 다니고 하는데. 너무 아닌데.."

    연기자가 옆에 앉아있는데도 힐끗 보고 웃더니, 몸집을 흉내냅니다.

    한번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팔뚝이 이만해" (내비 둬 그럴 수도 있지) "이만해..아니 근데 저 정도 되면 관리 해야지 솔직히"

    30분도 안 되는 동안 이런 식의 대화가 수차례 이어집니다.

    "(스트레스 엄청 많이 받고 있을걸)" "스트레스도 먹는 걸로 풀거 아니야. 다이어트 해야지 하면서 시리얼 한 봉지 다 먹고, 아 배고파 하면서 계란 열 개 먹고"

    취재 중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얘기해봤습니다.

    (이렇게 하면 안 되는거 아닌가 이런 생각은 안 드세요?) "원래는 그게 맞죠 그게 맞는데..그렇게 되죠 알고 있으면서도 보통은 다 그렇죠"

    "솔직히 살면서 저런 분들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본적은 없어가지고.. 얘기하면서 생각해보니까 나는 그냥 던진 말, 나는 그냥 던진 돌멩인데 누군가는 맞아서 피가 날 수도 있으니까.."

    남자든 여자든, 나이가 많든 적든 이런 시선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 배연희(54) ▶
    "나태해서 몸이 저렇게 되도록 만들어놓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죠. 우리들이 보기에도 불편하고 본인들도 불편하고"

    ◀ 김혜윤(19) ▶
    "그냥 살 빼면 예쁠 것 같은데 왜 안 빼지 이런 생각? 좀 안타까워요"

    던지는 사람은 무심코 한마디,

    한번 보고 지나가면 끝이지만 받는 입장에선 여러 사람으로부터 수도 없이 공격을 받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합니다.

    ◀ 오지훈 / 플러스사이즈 연기자 ▶
    "나보다 체격이 다르네? 깜짝 놀라서 볼 수는 있지만 그 다음이 더 중요하다는거죠. 와 쟤 완전 뚱뚱하다. 어 좀 그래, 이런 시선으로 본다는 것 자체가 상대방항테 굉장히 상처가 깊을 수도 있다는 거"

    26살 여대생 최 씨는 2년 전,

    '전신 성형 수술'을 받았습니다.

    시선으로, 말로 공격받는 것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간절했습니다.

    ◀ 빅뷰티 ▶
    "그냥 당장 오늘 하루가 학교에서 집에서 당하는 폭력이 너무 아프고 힘드니까 살 빠지면 안 아플 수 있겠지. 욕을 듣고 싶지 않고 비난받고싶지 않고 그 욕망이 되게 컸던 것 같아요 나는 폭력에서 벗어나고 싶다"

    온 몸에 15군데 넘게 구멍을 뚫어서 지방을 제거했고,

    수술 후에도 6개월 동안 몸을 꽉 조이는 압박복이라는 걸 24시간 입고 집 안에서 누워 지낸 끝에, 17kg이 빠졌습니다.

    그래서 행복해졌을까?

    아니었다고 합니다.

    ◀ 빅뷰티 ▶
    "수술을 하고 보통사이즈로 돌아갔을 때에도..거기 아무것도 없어요. 전신 지방 흡입으로 나는 무조건 날씬해지고 행복해질 것이다 라는 것은..판타지"

    대신 두통과 면연력 저하 등 후유증이 왔고,

    몸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체중도 1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예전과 달리 지금은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내 몸도, 세상의 시선도 그대로지만 그걸 대하는 자신의 마음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 빅뷰티 ▶
    "이제는 그 사람들이 잘못된거다, 그 사람들이 예의가 없는거고. 나는 잠깐 상처받았지만 내일 다시 행복해야지 그렇게 다짐하는 것 같아요"

    지금은 큰 몸집을 살린 역할로 연극 무대에 서고,

    글을 쓰거나 강연도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 앞에 설 때 최 씨는 이름이 아니라 '빅뷰티'라는 예명으로 자신을 소개합니다.

    ◀ 빅뷰티 ▶
    "저는 빅뷰티입니다 했을 때 저의 큰 몸을 보시고 저 친구는 자기를 아름답다고 소개하는구나, 라는 것이 다른 사람한테 충격이나 신선함. 아니꼬울지 몰라도 그렇게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괜찮다고 인정하기까지 많이 힘들었고,

    지금도 여전히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고 그녀는 말합니다.

    ◀ 빅뷰티 ▶
    "제 마음은 수술대 위의 메스가 아니라 제가 관리해야 하는거에요. 그리고 제 주변 사람들이 도와줘야 하는거고요"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어본 것 자체가 차별에서 벗어나는 경험이었다는 사람들.

    ◀ 이현경 ▶
    "내가 쇼핑몰에 나오는 예쁜 여자들이 옷 입은 것처럼, 되게 일반 사람인 것처럼. 나도 길거리 다니는 여자들과 다른 게 없는 여자구나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 박은누리 ▶
    "하도 어렸을 때부터 (뚱뚱하다고) 많이 듣고 자라다보니까, 그냥 항상 되게 나는 예쁜 옷을 입으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쭉 해왔던 것 같아요"

    나는 뚱뚱하고,

    뚱뚱한 건 내 잘못이라는 생각에 갇혀서 자신에 대한 자존감을 찾기가 너무나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 엄유선 ▶
    "보통 자기 자신을 사랑하면 된다고 하는데 그게 또 쉽지만은 않은거에요 살을 빼도 못난 구석이 보이고, 살도 빠지다가 안 빠지고, 다시 찌기도 하고 그러니까.."

    하지만 내 몸을 싫어하는 마음을 스스로 내려놓은 순간 세상의 시선으로부터도 조금 자유로워졌다고 말합니다.

    ◀ 심윤희 ▶
    "뚱뚱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남들과 조금 체형이 다른 것 뿐이야, 머리색이 다른 것처럼 체형이 다른 것일 뿐이야. 나도 괜찮은 것 같아.."

    하지만 우리 사회가 뚱뚱한 모습을 그대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들에게만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 김지양 ▶
    "시간이 점점 지날 수록 그 사람들이 원하는 이야기가 있구나 듣고 싶은 말이 있구나 생각을 했어요 그게 뭐냐면 '괜찮아. 괜찮아. 네가 살이 쪄도 괜찮아. 그냥 너는 너야'"

    성형과 다이어트를 통한 인생역전 스토리가 넘쳐나는 세상.

    살 좀 빼면 괜찮을거야,

    조금 더 나아지면 예쁠거야라는 말 대신 지금 이대로 너는 멋지다고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말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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