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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민병호 기자

'소망반'에서 생긴 일

'소망반'에서 생긴 일
입력 2015-01-19 09:00 | 수정 2015-01-2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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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살짜리 어린이에게 음식을 남겼다며 보육교사가 얼굴을 때려 쓰러뜨린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교사는 훈육차원에서 발생한 실수라고 말하지만, CCTV 확인결과 추가 폭행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지만, 혐의 입증은 쉽지 않고 처벌은 벌금에 그칠 뿐.

    정치권에서는 뒤늦게 대책을 쏟아내고있지만, 과연 안심하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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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상이 공개된 다음 날, 깜짝 놀란 학부모들이 어린이집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인천A어린이집 학부모▶
    "어떻게 남의 자식을 그렇게 팰 수 있냐고요." (말씀해 보세요)
    "당사자 아니라고 벌 안 받고 넘어갈 것 같아요? 우리 가만히 안 있어요. 어떻게 그 소중하고 예쁜 아이들을 그 괴물한테 보낼 수가 있냐고요. 엄마들한테 안심하라고 해놓고선..."

    굳게 문을 걸어 잠그고 있던 원장은 학부모들의 항의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인천A어린이집 원장▶
    "제가 너무너무 많이 부족해서 책임자로서 너무 부족했기 때문에 이런일이 벌어진 것 같고"

    시민들은 분노했습니다.

    ◀김정희▶
    "아이고 말을 못하지, 말을 못하지, 내 새끼가 맞는거 같고. 말이 안 나와 너무 떨려서"
    ◀유은미▶
    "너무 충격적이죠. 그 부모님은 얼마나 가슴이 무너지겠어요. 제가 봐도 심장이 콩닥콩닥 거리고 그러는데.."

    사건 발생 1주일만에 폭행 교사는 긴급 체포됐습니다.

    ◀인천A어린이집 폭행교사▶
    "정말 너무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상습폭행 얘기가 있는데 혐의 인정하시나요?)
    "상습폭행은 절대 아닙니다"
    (처음 때린 겁니까?) "네"

    "처음같은 소리하고 있네. 애가 울지도 않더라. 애가 울지도 않아"

    피해 어린이는 경찰 입회하에 부모에게 "예전에도 그 선생님이 때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추가 학대행위도 드러났습니다.

    율동을 잘 따라하지 못하는 아이의 모자를 강제로 벗긴 뒤 바닥에 넘어뜨리더니 갑자기 다리를 들어 올려 찰 것처럼 위협했고 낮잠시간에는 아이들을 향해 이불과 베게를 던지는 등 모두 4건의 학대행위가 더 확인됐습니다.

    처음엔 그래도 계속 정상 운영하겠다고 해 공분을 샀던 해당 어린이집은 폐쇄 결정이 내려졌고 원장도 입건됐습니다.

    폭행교사는 상습학대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인천A어린이집 폭행교사▶
    "저 나쁜 사람 아닙니다. 저도 사람입니다. 아이들이 좋아서 일을 시작했는데..너무 죄송하지만 너무 부풀려져서 제가 하지도 않은 일까지 제가 한 걸로 뒤집어 쓴 것에 대해서도..."

    네살배기 어린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폭행을 당했습니다.

    폭행 교사는 경찰 조사에서 '습관을 고치려는 훈계차원이었다', 또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었다'고 변명했지만 분노는 더 커지고 있습니다.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왜 이런 일이 자꾸 벌어지는 걸까요?

    정말 막을 방법은 없는 걸까요?

    지난 14일,

    아무 것도 모른 채 어린이집에 온 학부모가 폭행 사실을 듣고 분통을 터뜨립니다.

    ◀인천A어린이집 학부모▶
    "오늘 저희가 '모입시다' 해서 모인 엄마들이 아니에요. 문 열어주면 짐 가지러 왔어요 이러고 갔죠. 근데 문을 안 열어주니까 기다리다 보니까 엄마들끼리 얘기하다 보니까 이렇게 된 거예요"
    (피해가 더 있대요? 맞았다는 친구가 더 있대요?)
    "지금 오쟎아요 계속. 옛날에 맞아서 애가 오줌을 싸고 이상 반응을 보여서 그만 뒀어요. 제가 그래서 그만둔 엄마예요 하고 온 엄마들도 많고"

    엄마들은 아이들이 폭행교사가 담당했던 소망반을 유독 무서워했다고 말합니다.

    ◀인천A어린이집 학부모▶
    "여기서도 말 안들으면 너희 소망반 보내버린다고"
    (다른 반에서도 말 안들으면 저 반 보내버린다 그러면 바로 무릎 꿇고 바로 말 듣고)
    "그걸 엄마들 사이에서 1년동안 가만히 놔둔거야?"
    (그걸 애들한테 말을 못하게 선생님이 '내가 너네 아빠보다 힘 더 세. 내가 경찰보다 힘 더 세' 말하지 말라고 그렇게 시킨거예요)
    "이번 사건같은 경우도 당사자가 아니라 지켜본 다른 남자 아이가 자기 엄마한테 얘기를 해서 그 엄마가 이 엄마한테 얘기해 가지고 알 게 된 거예요 몰랐다가"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상습적인 폭행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서천석/신경정신과 전문의▶
    "애들은 그렇게 맞고 나면 바로 울어버리거나 어쩔줄 몰라하고 당황해 하는데, 바로 그 다음에 자기가 해야할 행동은 음식을 주워서 먹는, 그건 굉장이 훈련받은 행동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손석한/소아정신과 전문의▶
    "옆에 앉은 아이들이 일사분란하게 무릎을 꿇는 장면을 연출했다는 것은 우리 선생님이 누굴 때리거나 화가나면 우리들은 더 혼날 수 있으니까 더 빨리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야지라고 조건반사적으로 습득된 행동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2580이 만난 해당 어린이집 학부모들은 이 곳이 지나치게 폐쇄적이었다고 했습니다.

    ◀인천A어린이집 학부모▶
    "담임선생님이 세번째 바뀌셨는데 담임선생님 이름도 연락처도 몰라요"

    ◀인천A어린이집 학부모▶
    "왜 엄마들이 빨리 애들이 안 나오면 교실에 신발 벗고 들어가서 데리고 나오쟎아요. 근데 그렇게 하면 엄마가 가고나서 그 선생을 불러서 그렇게 야단을 친대요. 왜 엄마를 들어오게 했냐고..수업시간이 끝났는데 들어가면 뭐 어때요. 엄마들이 당연히 보고싶죠 애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이런 문제로 그만 둔 선생님도 있었다고 합니다.

    "선생님들끼리 밖에 나가서 커피 한잔 못 마시게 했대요. 자기 험담을 하고 원에 대한 험담을 하는 것이 새어나갈까봐...불만을 얘기하고 그렇게 되면 '이거는 당신의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겁니다' 이렇게 해버리니까 그게 답답해서 그 분은 그만 두신거고..."

    아이 수에 비해 많이 부족한 교사 수도 거론됐습니다.

    "이거는 아이들이 이러다가 안전사고가 날 수도 있고 무슨 사고 날 수 있습니다. 선생님도 사람인데 14명이라는 아이를 기저귀만 갈아도 힘이 빠집니다. 근데 심지어 밥도 먹어야 되고"

    어린이집에서의 아동학대가 문제가 된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닙니다.

    낮잠을 자지 않는다고 2살 짜리 아이를 계속해서 들어 내리치고, 율동중인 아이를 밀쳐넘어뜨린 보육교사.

    아이의 목이 심하게 젖혀질 정도로 흔들어대는가 하면...

    아이들을 서로 때리게 한 교사도 있었습니다.

    아이의 등을 수차례 후려치더니 아예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뺨을 때리다 못해 질질 끌고 다니고 목이 흔들어대는 보육교사까지..

    앞에 나열된 사건들 대부분은 일어난 지 1년도 채 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건이 일어난 이 어린이집들은 여전히 문을 열고 운영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단순폭행 판결을 받아 해당 교사만 처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해 8월, 경기도 안산의 한 어린이집

    막대로 5살 아이의 머리를 때리고 주먹으로 쥐어박고 또 쥐어박고...

    머리채를 잡아채고 책상에 매달린 아이를 끌고가기도 합니다.

    이 곳에서 상습적으로 학대당한 아이들은 석 달째 심리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다섯 달이나 지났지만 화장실 가는 것조차 겁을 냅니다.

    ◀정지희/안산B어린이집 학부모▶
    "그 이후로는 공중화장실을 못 가서, 날씨 추웠쟎아요 이 추운 날 밖에 나가거나 어딜 나가면 건물 안에도 못 들어가요. 꼭 밖에서 소변통으로 소변을 받아내야 되는 상황이에요..어쨌든 시간이 가면 잊혀지겠죠. 그런데요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 지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선생님이 홧김에 했던 말들도 아이들 가슴에 가시가 되어 박혔습니다.

    ◀이지형/안산B어린이집 학부모▶
    "저희 애기가 제일 마음이 아픈 거는 다니면서 '엄마 나 죽었으면 좋겠어?' 막 이런 얘기도 하고.." (애가요?)
    "다섯살인데, '나 나쁜 아이야?'이렇게 얘기를 한다던가..."

    대부분 부모들이 의심은 했지만 처음엔 CCTV를 확인할 수도 없었습니다.

    ◀박지은/안산B어린이집 학부모▶
    "CCTV를 다른 엄마들도 보여달라고 원에 가서 요구를 했지만 경찰이 가져갔다라든지 아니면 뭐 경찰이 락을 걸어서 볼 수 없다고 그렇게 거짓말을 해 오셨고..."

    폭행 장면이 찍힌 CCTV 화면은 재판이 끝난 얼마 전에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폭행교사는 단순 폭행으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폭행보다 처벌수위가 높은 아동 학대로 판정했지만 검찰은 폭행혐의로 교사만 기소했습니다.

    ◀김수연/안산B어린이집 학부모▶
    "아이들이 선생님하고 멱살잡고 싸운 것도 아니고 그냥 일방적으로 맞았다. 그것도 장기간, 계속적으로 근데 어떻게 이게 단순폭행이냐고.."

    어린이집은 아무런 법적 책임도 지지 않게 됐습니다.

    ◀정지희/안산B어린이집 학부모▶
    "(아동보호센터, 근데 거기는 힘이 없군요?) 힘이 없어요. 그냥 동네아줌마처럼 아 너무 안타까우시겠어요, 너무 힘드시겠어요 이정도?"

    정부과 정치권은 부랴부랴 대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학대 행위가 한 번이라도 발생한 어린이집은 곧바로 폐쇄 처분하고, 학대교사와 원장도 영구퇴출시킬 계획입니다.

    전국 모든 어린이집에 대한 CCTV설치를 의무화하고, 학부모 요구하면 동영상을 의무 제공하도록 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안홍준/새누리당 국회의원▶
    "CCTV도 반대가 보육교사들 인권문제 때문에 있지만은 설치를 해야된다고 보고 학부모들이 모니터를 할 수 있게끔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아동 보호 기관이나 경찰이나 또 학부모가 개인이 원할때는 공개를 한다던지..."

    폭행사건이 일어난 인천 어린이집에 95점의 높은 점수를 주는 등 유명무실한 평가인증제도도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손석한/소아정신과 전문의▶
    "앞으로의 평가에서는 소프트웨어적인 부분, 교육이나 보육의 질적인 부분, 교사의 자질적인 부분들을 어떠한 식으로든 평가할 수 있게끔 좀 더 제도를 정비하고 발전시켜야 할 필요성은 있습니다."

    인성.적성 검사를 의무화하는 등 보육교사 자격 취득요건도 까다로와질 전망입니다.

    보육 교사의 근무환경도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임혜선/어린이집 보육교사▶
    "근무시간이 12시간 가까이 되다 보니까 아이들을 보면서 교재교구를 준비하고 수업을 준비하고 나 스스로도 돌아보는 시간이 거기에다 보태기엔 정말 어려움이 많습니다."

    ◀서천석/신경정신과 전문의▶
    "저는 12시간 일하는 거 자체가 아동학대를 조장하는 일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지금 조사할 게 뭐냐면 8시간을 근무하지 않고 12시간씩 일하게 하는 곳을 조사해서 그런 곳을 어떻게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할 지에 대해서 방법을 찾아야지..."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은 모두 쏟아냈지만 사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처음 나온 대책이 아닙니다.

    CCTV설치 의무화 등 이미 발의됐다가 폐기되거나 우선순위에 밀려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법안이 허다합니다.

    ◀김남희 변호사/참여연대 복지팀장▶
    "어린이집 같은 경우에는 지자체라든지 국회에 상당히 영향력을 행사하는 편인 것 같고요. 그래서 어린이집 관리감독을 강화한다든지 사설 어린이집의 이윤 추구를 막기 위해서 여러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할때도 원장들의 반대가 심해서 안되는 경우도 많았어요."

    이슈가 될 때는 앞다퉈 대책을 내놨다가 예산이나 관련업계의 반대 등에 막혀 슬그머니 뒤로 미뤄둔다는 얘깁니다.

    아이들이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겁니다.

    부모 역시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에 시달립니다.

    ◀박가영/안산B어린이집 학부모▶
    "저도 되게 후회하고 지금 죄책감을 갖고 있는게 뭐냐면 우리 아이가 나한테 분명히 신호를 보냈어요. '엄마 나 가기 싫어 멍들었고 아프고 엄마 때렸어' 이런 얘기를 했는데 그냥 넘겼어요. 친구들끼리 싸우다 그럴 수도 있지너 부딪쳐서 멍들었을 수도 있지, 가끔 가다 애들이 다들 어린이집 가기 싫어한다고 땡깡 부린다는데 그거겠지라고 저도 생각을 했는데 이제 모든 엄마들한테 해주고 싶어요. 일단 애들이 하면 그냥 흘려듣지 말라고..."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교사들의 자괴감도 커집니다.

    ◀임혜선/어린이집 보육교사▶
    "물론 생계를 위해서 택해서 계속 이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실상 저희 근무하는 환경보시면 아마 돈 때문에는 이 일 못하겠구나 생각하실 거예요...모든 보육 교사가 거의 똑같은 취급을 당하는 이 환경에서도 내가 계속 가야할까 생각은 하는데 어쨌든 내가 맡은 아이들이쟎아요."

    2010년 이후 매년 100건 이상의 아동학대가 어린이집에서 벌어져 왔습니다.

    지금 쏟아내고 있는 대책들이 얼마나 빨리 국회를 통과할 지, 제대로 실행될 지를 채근하는 일은 아이를 키우는 우리 모두에게 지워진 책무일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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